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06화 (106/250)

5화

엘프 밴시의 등장으로 전쟁터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와이번 라이더들은 동족이 언데드로 변했다는 것에 분노했다.

하지만 그들의 분노는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이곳 다나 힐엔 분노할 수 있는 다크 엘프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척-!

“위대하신 죽음의 군주이자 저희의 주인이신 네크로맨서를 뵙습니다!”

모든 전투가 끝나고 엘프 밴시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요한에게 충성과 경의를 표시했다.

‘크으, 이게 바로 네크로맨서 뽕이지.’

네크로맨서가 된 보람을 가장 크게 느낄 때가 바로 지금 같을 때였다.

특히 이번 엘프 밴시들은 이성도 뚜렷해 더욱 보람이 있었다.

그렇게 원하던 이성이 살아 있는 언데드를 쉽게 얻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 엘프 밴시 건으로 요한은 제대로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일단, 연구는 연구지만. 역시 네크로맨서는 시체빨이란 건가…….'

아무리 깊이 연구하고 새로운 것을 찾더라도 좋은 시체와 비교할 바는 아니란 뜻이었다.

‘하긴, 네크로맨서는 시체로 시작해서 시체로 끝나는 클래스니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참고로 요한은 가능한 그가 사냥한 모든 다크 엘프를 엘프 밴시로 만들었다.

원래 밴시를 부를 수 있는 조건은 레벨 5당 1기였다.

하지만 꾸준한 코딩으로 레벨 2당 1기로 줄이는 데 성공해서 총 35기까지 보유할 수가 있었다.

하늘을 제외한 34기의 밴시를 보유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현재 그의 엘프 밴시는 총 30기였다.

하늘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여력을 엘프 밴시로 투자한 것이다.

나머지 다크 엘프의 시체와 와이번의 시체는 시체 수집 스킬로 안전하게 보관해 두었다.

‘이건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

물론 당장 쓸 수도 있긴 있었다.

구울로 일으키면 아주 깔끔할 테니까.

하지만 요한은 당장 이익을 위해서 백년대계를 망칠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이건 본 드래곤처럼 다른 특별한 언데드를 만들 수 있을 때 사용 해도 늦지 않지.’

엘프 밴시야 당장 전력이 필요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후회하진 않았다.

‘엘프 밴시, 황홀하도록 좋은 언데드니까.’

그렇게 전투는 완전히 종료되었다.

***

부스럭.

당연하게도 바나 힐 전체는 폐허가 되어 있을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졌다.

과연 생존자가 있을지 의문스러운 상황.

그렇지만, 요한은 일단 생존자를 찾기 위해서 움직였다.

뭐, 딱히 특별한 선의나 그런 것이 발동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뭐. 영화나 드라마 같은데 보면 다 이러잖아.’

일종의 습관 같은 것이었다.

딱딱.

“그어어어.”

요한은 모든 언데드를 동원해서 수색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는 보통 모든 상황이 끝나면 꼭 필요한 전력을 제외하면 다 돌려보내거나 없앴다.

이렇게 많은 숫자의 언데드를 유지하는 건 만만치 않은 마나를 소모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전투를 제외할 때는 꼭 필요한 병력만을 유지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 요한은 전투가 다 끝났음에도 언데드 군단을 해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전투는 다 끝났는데 아직 그대로야., 하늘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다.

다크 엘프 와이번 라이더를 토해냈던 검은 구멍이 여전히 하늘에 멀쩡히 유지되고 있었다.

‘이거 또 나오는 거 아니야?’

검은 구멍이 여전히 그 위치에 그대로 있다 보니 도저히 불안해서 군단을 해산시킬 수가 없었다.

당장은 딱히 반응이 없었기에 일단 군단은 유지하면서 생존자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쿠쿵-!

“어이, 여기 생존자 3명 발견했어!!”

[이쪽 안쪽에서 생명체 냄새가나!!]

류페이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생존자를 찾았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바나 힐은 완전히 초토화됐는데 결과적으로 80명이 넘는 사람이 생존해 있었다.

‘이야, 역시 인간의 생존력은 대단하다니까. 그 엉망진창의 상황에서도 80명이나 살아 있다니.’

물론 그 과정에서 요한은 죽은 헌터의 시체를 손에 얻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여러모로 남는 장사였단 말이야.’

이번 사건으로 유일하게 이득을 본 요한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셰셰."

“아,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Thank you!!"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요한에게 감사를 표했다.

“괜찮으세요?”

“이쪽에 환자가 있어요. 혹시 의사나 간호사 없으세요?”

그 와중에 유나는 구조된 사람들을 돌보았다.

그녀는 요한과 매우 달리 인류애가 투철한 사람이었다.

애초에 판사가 되고 싶다는 꿈도 법을 기득권층만을 위해서 사용하는 기존 법관들과 달리, 약자를 위한 법 집행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본능이 작용하여 이번 생존자들에 대한 구호도 그녀가 직접 나서서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오빠!”

“으, 응?”

“나 얘들 좀 빌려줘.”

“어, 그, 그럴래?”

덕분에 요한의 언데드만 죽어 나갔다.

동생 바보인 그로선 유나의 요구를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히히, 땡큐!”

그렇게 요한에게 언데드 군단 일부를 빌린 유나는 그들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부상자들을 격리 및 구호를 할 수가 있었다.

“너, 너무 부상자들 근처에 언데드를 데리고 가지는 마. 괜히 언데드의 기운에 닿아서 죽을 수도 있으니까.”

“응, 알았어!!”

‘에휴, 누굴 닮아서 저렇게 착한지. 쯧쯧.’

일단 하나 확실한 것은 요한은 아니었다.

누구보다 냉철한 세계를 뚫고 살아온 요한에겐 착하다는 건 절대 칭찬이 아니었다.

‘요즘 같은 시대엔 착하다는 말은 호구의 다른 표현일 뿐이야.’

그의 삶의 제1 목표는 생존.

그래서 요한은 누구보다 냉철하고 이성적이며 이기적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차마 유나에게 만큼은 이기적으로 살라고 가르치질 못했다.

어쨌든 그렇게 이미 인명 피해는 최악의 수준이었지만, 더 끔찍할 뻔한 사건이 마무리되고 난 한참 뒤에야 베트남 정부에서 파견한 토벌대가 바나 힐에 도착했다.

“모두 돌격!!”

“와아아아아!!”

“몬스터를 토벌하라!!”

이곳의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토벌대는 무작정 돌격을 시행한 것이다.

‘하아, 저런 바보 같은.......'

요한이 보기엔 정말 미친 짓이었다.

물론 지금이야 요한이 훌륭하게 녀석들과 싸워서 이겼기에 딱히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만약에 그가 없었고 이곳이 완벽하게 전멸했다면?

저 베트남 토벌대는 공중에서 요격하는 와이번 라이더들에게 사냥당해 몰살당했을 게 분명했다.

어쨌든 답답했지만, 상황은 알려 주어야 했다.

“Do you Speak EngliSh?”

“Um..... li, little bit?”

“오케이, 유나야!”

“응, 왜 오빠?”

“이 사람이랑 영어로 이야기 좀 나눠라. 베트남 사람인데, 여기 사정 얘기를 해 줘야 대처를 하지.”

“응, 알았어!”

요한은 영어 실력이 별로였다.

프로그래머라 독해는 꽤 잘하는 편이었다.

좋은 프로그램 책이나 관련 논문은 거의 영미권에서 나왔다.

독학파인 그가 엘리트들과 경쟁을 하려면 원서를 가지고 논문을 파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읽는 건 꽤 되지만, 듣고 말하는 건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아서 많이 부족했다.

그와 달리 유나는 천재답게 영어가 굉장히 유창했다.

“실례합니다. 제가 통역할게요.”

“아, 예……."

베트남 헌터는 영어가 조금 되긴 했지만, 살짝 부족해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다행히도 베트남 생존자 중에 영어가 되는 일반인이 있어서 그를 통해서 원활하게 소통을 할 수가 있었다.

“아, 당신이 그 유명한 김요한 헌터셨군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토벌대는 허리를 90도로 숙여서 요한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현상에 죽을 각오까지 하고 온 것인데 이미 다해결이 되었으니 감사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계속 훈훈한 분위기만 유지할 수는 없었다.

몬스터가 다 토벌됐다는 소식이 베트남 정부 귀에 들어갔다.

그러자 대규모로 헌터 부대를 파견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참고인 조사를 해도 되겠습니까?”

그들은 조심스레 요한에게 물었다.

일당 독재 체제인 베트남이라고 하더라도 타국 S급 헌터는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A급 헌터라고 해도 그들은 강제로 연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한이 가지는 국제적 무게감은 천하의 베트남 정부도 함부로 굴 수가 없었다.

“네, 뭐. 어려울 건 없죠.”

요한은 쿨하게 허락했다.

‘이번 기회로 베트남 정부에 제대로 빚을 걸어 놔야지.’

타국 정부에 빚을 거는 것은 무척이나 흥분되는 일이었다.

‘베트남에서 귀빈 대접을 받을 수만 있다면, 베트남 여행이 한껏 즐거워지겠지.’

베트남은 매우 훌륭한 휴양지였다.

물론 더 좋은 휴양지도 있겠지만, 베트남은 가깝기도 했고 비교적 포탈이 적은 안전 국가였다.

그러니 빚을 걸어 둔다면 요한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될 터였다.

***

짧은 참고인 조사가 끝이 났다.

당연하지만 요한이 알고 있는 건 별로 없었다.

‘후우, 다행히 시체와 마석을 내놓으라곤 안 하네.’

물론 내놓으라고 해서 내놓을 그가 아니었다.

하지만 되도록 베트남 정부와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던 그는 마석 요구가 없기를 바랐다.

결국, 모든 권리는 요한에게 있다고 인정해 준 베트남이었다.

이것도 요한이 유명 S급 헌터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S급이라고 해도 요한과 싸웠던 사사키 정도의 국제적 유명세가 없는 S급 헌터였다면, 베트남이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올 리가 없었다.

S급 헌터가 부담스럽긴 했지만, S급 헌터는 베트남에도 많았기 때문이다.

요한은 S급 위 S급 헌터로 현재 국제 헌터 협회에서 꺼졌던 새로운 등급인 SS급 신설의 불길을 살린 장본인이기도 했다.

“저, 그…… 김요한 헌터님.”

“네, 부이띠엔중 씨.”

‘거참, 얘들 이름은 왜 이딴 식이야?'

특히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 못하는 요한에겐 베트남 식 이름은 외우기 참 어려웠다.

“이런 말씀 드리기 참, 죄송스러운데 혹시 베트남에 좀 더 체류해 주실 수 있을까요?”

“예?”

요한은 부이띠엔중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좀 더 체류해 달라니?

“아, 그, 그게…… 하아.”

한숨을 쉰 부이띠엔중은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결론은 바나 힐 하늘에 있는 검은 구멍의 정체를 알 수가 없으니 그곳 관리를 맡아 달라?”

“예, 그렇습니다.”

“흠, 물론 가능은 합니다만......."

요한의 긍정적으로 나올 뻔한 대답에 화색이 되던 부이띠엔중.

“하지만 제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으면 전 굳이 그러고 싶진 않군요.”

“아……."

다시 부이띠엔중의 표정은 굳었다.

하지만 곧 그런 표정을 털었다.

“이해합니다. 이곳은 김요한 헌터님의 조국도 아니고, 아직 저희 정부는 아무런 믿음을 드리지 못했으니까요.”

참고로 현재 한국어로 대화 중이었다.

부이띠엔중은 하노이 대학교에서 한국어와 정치외교학 복수 전공자였다.

덕분에 한국어에 매우 능통해 소통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는 차분히 요한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저희 정부에선 이번 일만 맡아 주시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대가라......."

요한은 그제야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협상에 나섰다.

부이띠엔중은 그제야 조금 밝은 표정이 되었다.

협상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는 뜻이니까.

“대가에 대해서 좀 들어 볼까요?”

“아, 예!!”

‘최대한 많이 털어먹어야지.’

요한은 속으로 음흉한 다짐을 했다.

멀뚱멀뚱.

그런 속도 모르고 부이띠엔중은 순수한 표정으로 요한을 쳐다볼 뿐이었다.

22장. 스카이 포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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