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촤악-!!
검은 구멍에서 튀어나온 것들은 확실히 몬스터가 맞았다.
다만, 평소에 보던 몬스터와는 분위기가 상당히 달랐다.
‘저건 평범한 몬스터가 아니야.
정규 군대야!’
꿀꺽.
요한은 마른침을 삼켜야 했다.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비행 몬스터에 갑옷을 입고 올라타 있는 녀석들은 멀리서 봐도 확실히 일반적인 몬스터라고 할 수 없었다.
요한은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서 분석 프로그램을 돌려 보았다.
‘제발, 떠야 할 텐데…….'
생전 처음 보는 형태로 등장한 몬스터들이라 혹시라도 분석 프로그램으로 확인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 다크 엘프 와이번 라이더종류: 다크 엘프
위험도: ??
소속: 루페론 대륙설명: 루페론 대륙 소속의 다크엘프다. 자세한 정보는 아직 알 수 없으며 획득한 정보에 따라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
‘이 정도가 전부?’
기존에 만났던 몬스터와는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종류가 확연하게 차이가 있었다.
‘다크 엘프. 잠깐만, 다크 엘프?!’
판타지 소설에서만 볼 수 있었던 유명한 이종족 중의 하나였다.
일반적인 엘프와 달리 작가마다 설정이 완전히 다른 미지의 종족이기도 했다.
‘하아, 이거 꼭 싸워야 하는 건가.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으려나?’
다른 건 몰라도 위험도가 물음표였다.
즉, 분석 프로그램으로도 측정할 수 없는 존재라는 뜻이었다.
심상찮은 와이번까지 타고 있는 정규 군대였다.
말만 잘 통한다면 굳이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근데 말이 통하려나…….'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떡하니 적혀 있지 않은가, 루페론 대륙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곳 출신이라고.
“크와아아악!!”
역시 먼저 움직임을 보인 것은다크 엘프 쪽이었다.
‘제기랄, 어쩔 수 없지!’
솔직히 소통할 방법이 있다고 해도 저쪽에서 전투 의지를 활활 태우는데 도리가 없었다.
“류페이, 사무엘!!”
지잉-!
공간이 열리면서 요한의 가장 충실하고 강력한 2기의 언데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훗, 또 전투인가.”
[부르셨습니까, 나의 주인이시여.]
“류페이의 말대로 전투다.”
“흐흐흐, 명령만 내려 줘. 누구든지 다 쓸어버릴 테니까.”
정말 몇 번을 봐도 믿음직스러웠다.
“사무엘.”
[예, 주인이시여.]
“이번엔 와이번이다.”
[호오.]
사무엘의 뻥 뚫린 해골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저쪽.”
요한이 턱짓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렇군요. 오, 저것들은 다크 엘프?]
“오, 다크 엘프도 알고 있어?”
[후후, 훌륭한 언데드 재료입니다. 엘프들의 육체는 그야말로 신비한 재료이지요. 가장 특이한 것은 엘프들을 되살린다면 100% 훌륭한 언데드가 된다는 것입니다.]
“오, 정말?!”
그저 귀찮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던 요한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과거 엘프의 여왕이 모종의 이유로 언데드로 되살아나서 대륙을 지배했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엘프 언데드는 가능성이 충만한 존재들이지요.]
“그거 재밌는데?”
그렇다면 오히려 화해하는 것보다 전투를 통해서 전력을 높이는 게 이득이었다.
“좋아.”
씨익.
요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귀차니스트인 그가 그나마 반응하는 건 역시 언데드에 대한 것이었다.
“오, 오빠?”
‘아차.'
요한은 급한 마음에 유나를 생각하지 않고 언데드를 소환해 버렸다.
그래도 여자인데 이런 징그러운 것을 보게 해 버렸으니 살짝 미안했다.
“와. 저게 리치고, 쟤는 듀라한이지?”
“응? 어, 어떻게?”
요한은 유나의 반응과 지식에 겹겹이 놀랐다.
헌터에 전혀 관심 없던 그녀가 언데드의 세부 종족 이름까지 알고 있던 것.
그리고 일반인이 보기엔 좀 많이 징그러운 듀라한과 리치를 보고도 멀쩡한 것.
“오빠를 네크로맨서로 뒀는데, 그런 것 하나 모를까 봐?”
“그, 그래도……."
‘너는 헌터를 싫어하잖아.’
이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처음엔 조금 징그럽긴 했지만, 그래도 보다 보니까 익숙해졌어.
집에서 스켈레톤들을 자주 봐서 그런지 몰라도.”
“그래, 다행이네.”
정말로 다행이었다.
오빠가 네크로맨서인데 여동생이 언데드를 볼 때마다 비명을 지르면 그것대로 곤란했으니까.
“그래서 오빠는 저것들과 싸워야겠지?”
“그래, 맞아. 몬스터와 싸우는 건 헌터의 의무니까.”
“난…… 어디 숨어 있을까?”
애써 아무렇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무슨 소릴, 괜히 나랑 떨어졌다가 험한 꼴 당할라. 내 곁에 딱 붙어 있어.”
턱!
“으, 응........”
요한은 유나의 어깨를 세게 잡아서 옆구리에 딱 붙였다.
보통의 헌터였다면 절대 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네크로맨서로 전투력 대부분을 언데드가 차지했다.
물론 요한에겐 저주나 공격 스킬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언데드 스킬보단 효율이 낮았다.
언데드만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운 몬스터나 적일 때 정도만 나서는 게 좋았다.
언데드와 공격 및 저주 스킬을 함께 쓰는 건 아무리 마나 회복 스킬이 있는 요한에게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으니까.
촤아악-!!
“온다!!”
“모두 공격 준비!!”
요한을 제외한 헌터 무리가 팀을 이루고 전투를 준비했다.
그 선두엔 160년을 살았다는 절의 스님도 껴있었다.
잔뜩 경계하던 그들을 향해서 와이번 라이더들이 급하강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어, 어……?”
쿠궁-!
이쪽은 뚜벅이고 저쪽은 비행기였다.
당연히 굳이 한 곳만 골라서 공격할 이유가 없었다.
와이번 라이더는 여러 무리로 나뉘어 여러 곳을 동시에 타격하기 시작했다.
푸화아악-!
“끄아아악!!”
“으아아악!!”
“사람 살려!!”
콰강-!
와이번 라이더들은 헌터와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그야말로 융단 폭격과도 같은 공격들이 무수히 쏟아졌다.
때문에,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려던 일반인들이 대거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흡!”
유나는 그 모습을 보곤 충격받고 양손으로 입을 막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비명이 튀어나올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빠한테 도움은 못 될지라도.
방해는 될 수 없어. 으읍!’
꿈틀.
그런 모습을 본 요한은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아졌다.
일반인들이 죽은 건 좀 안타깝긴 했지만, 아무리 그라도 이 넓은 지역을 동시에 지킬 수는 없었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피해는 감수해야 했다.
다만, 일반인들이 대거 죽는 모습을 보고 충격받은 유나의 모습을 보자 기분이 확 나빠졌다.
“나와라, 나의 언데드들아.”
콰득콰득-!
딱딱-!
마치 땅에서 태어나듯이 언데드들이 땅속을 파헤치고 밖으로 나왔다.
그 숫자가 100기가 넘었다.
현재 요한과 유나가 있는 곳 자체가 그렇게 넓은 장소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언데드로 빽빽하게 찼다.
딱딱-!
“메이지들은 와이번을 중점으로 공격하고. 나머지는 와이번이 추락했을 때를 대비한다.”
딱딱-!
“그어어어.”
촤착-!
언데드 군단의 등장에 하늘에 있는 와이번 라이더들이 일순간 흠칫하는 게 느껴졌다.
어디를 가나 네크로맨서는 참 주목받는 클래스였다.
라이더들은 알 수 없는 언어를 주고받았다.
짧게 대화를 나누던 와이번 라이더들은 잠시 후 일제히 요한을 향해서 돌격하기 시작했다.
“온다!”
지잉-!
요한이 마검 요룬을 들고 와이번 라이더들을 가리켰다.
“녀석들을 모조리 요격해!!”
딱딱-!
[플레임 미사일!]
푸화아악- 쾅쾅!
최근 요한이 연구하는 A.I 언데드가 마법형이다 보니 스켈레톤 메이지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알아서 마법을 쓰라면서 살짝 버려두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A.I 연구로 인해서 자신의 안일함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래서 다른 건 다 내버려 두고 스켈레톤 메이지를 코딩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스켈레톤 메이지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언데드의 한계로 리치는 될 수 없을지라도 리치 못지않은 언데드가 될 수는 있을 것이었다.
그 성과 중의 하나가 저 플레임미사일이었다.
마치 진짜 미사일이 나가듯이 스켈레톤 메이지의 지팡이에서 쑥 나가 와이번을 요격하기 시작했다.
콰강-! 콰강-!
그야말로 엄청난 화망이라고 할 수 있었다.
“크와아아악!!”
와이번들은 당황했다.
그리고 그 당황을 시작으로 지옥을 맛보여 주었다.
콰가가강-!
몇 마리의 와이번이 그대로 미사일을 맞고 땅으로 추락했다.
“자자, 가서 죽이자!!”
딱딱-!
“그어어어!!”
뛰어난 지휘관인 류페이는 요한이 굳이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스켈레톤 워리어를 이끌고 라이더가 떨어진 곳을 향해서 달려갔다.
‘뭐, 저건 알아서 하겠지.’
떨어진 녀석들까지 일일이 신경쓰기엔 아직 하늘엔 와이번 라이더들이 빽빽했다.
“사무엘, 화력을 더 높여.”
[예, 주인이시여. 죽음의 늪에서 퍼져 있는 영혼들이여. 나 리치 사무엘이 명하노니 더러운 늪에서 깨어나 망자의 양분이 되어라. 데스 오브 포스!]
샤아아앙-!
사무엘이 네크로맨서 고유의 스킬인 죽음의 힘을 발동하자 스켈레톤 메이지들의 안광이 더욱 진해졌다.
[데스 레이저!!]
콰가강-!
이번엔 검은색의 빛줄기가 하늘을 향해서 쭉 뻗어 갔다.
촤악-! 촤악-!
와이번 라이더들은 최선을 다해서 스켈레톤 메이지의 공격을 피했다.
그들은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피슝- 피슝-!
다크 엘프라도 엘프는 엘프.
하늘에서 화살이 비가 오듯이 쏟아졌다.
‘이건!'
요한이 마검 요룬을 휘둘렀다.
‘본 골렘!!’
뼈를 80개 소모하여 거대한 뼈로 된 골렘을 소환했다.
소환된 골렘은 온몸을 방패 삼아서 화살 비를 막아 내었다.
하지만 화살도 평범한 화살이 아니었다.
쾅-!
몇몇의 화살은 본 골렘의 몸에서 그대로 폭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때문에, 스켈레톤 메이지 몇 기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음…… 이대로 붙으면 내가 손해다.’
확실히 검은 구멍에서 나온 와이번 라이더들은 강했다.
쾅-!
“크아아악!!”
“철수야!!”
[펑 라오슝!!]
[제임스!!]
바나 힐 전체가 쑥대밭이 되어가고 있었다.
요한조차도 쉽게 제압할 수 없는 녀석들이다 보니, 보통의 헌터들, 그것도 손발을 맞춘 공격대 소속이 아니다 보니 제대로 버틸 수도 없었다.
그들은 어떻게든 끝까지 저항해 보려다가 전멸하고 말았다.
그 이후론 대대적인 학살이 벌어졌다.
일반인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단 1명도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곳으로 통하는 길은 전부 산길이고 유일한 교통수단은 케이블카였다.
하지만 케이블카 한 곳은 번개가 내려쳐 박살이 나고 나머지 한 곳은 사람들이 뭉쳐 있는 것을 보고 와이번 라이더들이 박살을 내었다.
몇 개의 케이블카는 사람들이 무작정 타는 바람에 하중 초과로 떨어져 입구로 떨어지는 바람에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압살로 죽기까지했다.
그야말로 엉망진창, 개판 5분 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