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요한은 일단 강철곤의 스킬만 수정해 주었다.
덕분에 강철곤의 활약으로 안산 F 레드디어는 파죽의 3연승을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3연승 이후 내리 3연패를 해 버렸다.
왜냐하면, 안산 F 레드디어를 상대하는 팀들이 무조건 강철곤을 밴을 해 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F-리그라고 해도 일반인이 보기엔 거액이 오가는 리그였다.
그러니 구단마다 전력 분석관은 기본이었다.
레드디어의 파죽지세는 강철곤의 갑작스러운 성장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파악한 것이다.
그러니 강철곤을 무조건 나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어떤 방식으로 하든지 강철곤을 막아 버리니 원래의 개판 5분 전 레드디어로 되돌아갔다.
레드디어 팬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레드디어 팬카페]
- 아오, 레드디어를 믿었던 내가 바보다!
-ㅋㅋ,ㅋㅋ, 나도 그렇게 생각함.
- 으휴, 어떻게 캡틴이 필밴 당하자마자 원상태로 되어 버렸어.
- 우리 팀은 좀 더 투자해야 해.
언제까지 바닥에 있을 수는 없잖아!
- 맞아, 우리 구단 이제 부자잖아. 오히려 현금 동원력은 20개 구단 중에 최고라고!
그건 사실이었다.
기존 구단 중에는 서울 피닉스가 가장 부자 구단이었다.
서울 피닉스를 후원하는 기업은 S 그룹이었다.
대기업이자 그룹 총수가 H-1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인물이다 보니, 구단에 엄청난 자금을 수혈했다.
10년간 1조가 넘는 돈을 구단에 투자했지만, 대부분 그 혜택을 받은 건 C-리그였다.
아무리 H-1을 사랑하는 S그룹의회장이라도 크게 돈이 안 되는 F-리그까지 투자하기엔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F-리그에선 요한이 가장 큰 손이었다.
[레드디어 팬카페]
- 아예, 김요한 헌터 집 근처로 가서 시위할까. 투자 좀 해 달라고.
- 집은 좀 힘들 듯.
- 왜?
- 삼성동 복합 단지임.
- 에이, 안 되겠네. 그러면 구단 앞에서 시위하자!
- 난 찬성!
- 오, 나도, 나도!
ㄴ 나도 감!
몇몇 서포터들 중심으로 시위 계획까지 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계획은 곧 흐지부지되었다.
시작은 듣도 보도 못한 만년 후보 선수의 첫 선발 출전으로부터 시작했다.
웅성웅성.
“쟨 뭐야?”
“완전 생 초짜잖아!”
“그것도 만년 후보!!”
“젠장, 안 그래도 지금 우리 팀성적 안 좋은데. 뭐 하자는 거야!!”
"우우우우!!"
팬들은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픽에 아유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3승 3패로 초반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중위권으로 하락한 상태였다.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잔뜩 기대하게 해 놓고 이렇게 추락하면 실망을 떠나서 분노했다.
“후우.”
두근두근.
이번에 첫 선발 출전하는 성일환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재능과 가진 능력이 애매해 만년 후보로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요한을 만나고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
이상한 장치로 이상한 작업을 하더니 그의 숨겨진 재능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라고 믿겠지.’
요한은 이번에도 팔짱을 낀 채로 VIP 라운지에서 이번 경기를 지켜보았다.
평소엔 잘 안 보는 편이었지만, 그가 만들어 낸 작품이 첫 경기를 하는 날이었다.
완성품을 구경하는 겸해서 온 것이다.
‘그래, 굳이 진실을 다 말해 줄 필요는 없었어.’
강철곤에겐 진실을 말해 주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스킬 수정이 아니라, 다른 작업을 핑계로 눕혀서 이리저리 작업했다.
성일환은 요한이 스킬을 수정해 주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숨겨진 재능이 이제야 꽃을 피웠다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진작 이렇게 할걸.’
뭐, 솔직히 알려져도 귀찮기만 할 뿐이지 손해될 건 없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했다.
탁-!
“아. 가, 감독님.”
“일환아, 드디어 너의 재능이 꽃을 피웠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훈련한 대로, 연습한 대로 알지?”
“예, 감독님!!”
요한이 스킬을 건드리기 전까지만 해도 성일환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H-1 선수였다.
스킬 구성만 보면 정말 화려한 딜러였지만, 안타깝게도 F급 헌터에겐 트리가 좋으니 성능이 나오질 않은 것이다.
하지만 요한이 핵심 수치를 건드려 주자 막혀 있던 혈이 뚫리듯이 그의 스킬의 진짜 위력이 가감 없이 터져 나왔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경기를 시작합니다!!]
부와아아앙-!
거친 시작 사이렌과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팍악-!
"타핫!"
양쪽 20명의 선수가 각자의 포지션을 따라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환!!”
“예!!”
일환의 포지션은 당연히 원거리 딜러였다.
그것도 폭딜 전문.
그래서 그의 곁에 서브 탱커가 1명 붙어서 혹시라도 모를 기습에 대비했다.
“화염 작렬!!”
역시 가장 처음 격돌하는 것은 원거리 딜러였다.
서로가 붙어 버리면 마음껏 스킬을 사용할 수가 없기에 붙기 직전에 원거리 딜러가 딜교를 한 번씩하는 게 보통이었다.
일환의 손끝에서 강력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푸화아아악-!
“스톤 샷!!”
역시 상대방도 원거리 스킬을 사용했다.
‘젠장, 돌 속성이라니!’
돌 속성은 화염 속성과 상극이었다.
돌은 타지 않기에 화염 속성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흐흐흐.”
상대방 측 원거리 딜러는 회심의미소를 지었다.
콰강-!
“어헉!”
하지만 막상 충돌하자 당황한 건 상대방 원거리 딜러였다.
보통이라면 돌이 불을 이겼어야 했다.
하지만 화염 작렬은 단순한 화염스킬이 아니었다.
돌을 그대로 폭파하고 곧장 앞으로 쭉쭉 뻗어 나갔다.
“피, 피해!!”
타닥-!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한 화염작렬 스킬로 상대방은 헐레벌떡 피해야 했다.
“지금이다. 공격해!!”
“와아아아!!”
원거리 스킬 교환의 가장 큰 목표는 적의 진형을 흩트리는 것이었다.
일환의 화염 작렬은 그 효과를 톡톡히 치렀다.
부캡틴인 이현의 외침에 일제히 돌격했다.
“젠장!!”
***
놀랍게도 그날 벌어졌던 안산 F 레드디어 vS 수원 F 바이슨의 대결은 10:0 레드디어의 압승이었다.
그리고 10킬 모두를 일환이 해내었다.
“아즈아!!”
“와아아아!!”
휘이익-!
당연히 난리가 났다.
듣보잡 신인이 게임을 망칠 줄 알았더니 오히려 멱살 잡고 캐리를 해 버렸으니 말이다.
그것도 상대방은 탱커 명문인 바이슨이었다.
최상위권 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중위권에서 상위권으로 가는 수문장 역할을 하는 팀이었다.
지금 서울 F 피닉스라던가, 부산 F 토네이도, 창원 F 다이노스 같은 명문 팀 소속 탱커 중 50%가 바이슨 출신이었다.
그만큼 바이슨은 탱커 명가였다.
현재 바이슨에 소속된 캡틴이자 ACE인 존 킴 역시 F-리그 최고의 탱커 중 1명이었다.
그런 바이슨을 최약체에 속하는 레드디어가 박살을 내 버린 것이다.
[레드디어 팬카페]
- 으아아아아!!
- 대박, 대박, 대박!!
- 방금 경기 다 본 사람?
- 으아아아, 나 안 봤는데!!
- 오늘 경기는 본 사람이 진정한 승자!
- 흐흐흐, 난 직관으로 봤지롱!
- 으아아아, 부럽다아아아!
- 성일환 쟤 뭐냐. 분명히 만년 후보 선수였는데?
- 야야, 내 사촌이 레드디어 구단에서 스태프로 일하는데. 쟤 만년 후보 출신 맞아. 근데, 놀라운 사실이 구단주님이 몇 차례 성일환선수를 보더니 갑자기 잠재되었던 재능이 깨어났데.
- 에이, 거짓말. 그게 말이 돼?
- 맞아, 깨어날 재능이 있었다고 치더라도 그 짧은 시간에?
- 아, 진짜라니까. 우리 사촌도 정말 신기해했다고!
- 와, 그러면 우리 구단주님. 뭔가 신비한 능력이라도 있는 건가?
- 오, 그거 말이 된다. 헌터가 무슨 힘을 가지고 있든지 간에 그건 이상한 게 아니잖아!
- 하긴!
- 구단주님을 찬양하라!!
- 오오오오!!
- ㅇㅈ?ㅇㅇㅈ.
과거 헌터 시대 이전에 이런 말이 나왔다면 미친X 취급받았을 것이다.
초능력은 사기꾼의 영역이거나 마술로 희화되는 영역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대(大)헌터의 시대였다.
어떤 능력을, 누가 가지고 있든지 간에 그건 이상한 게 아니라,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니 요한이 개인의 잠재력을 깨울 수 있다는 말이 헛소리로 치부되지만은 않았다.
“괜찮네.”
스윽-!
요한은 흐뭇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의 기사를 보았다.
‘확실히 점점 더 강팀으로 거듭나고 있군.’
H-1 자체엔 별로 애정이 없지만, 소유한 구단이 강팀이 된다면 유나가 좋아할 수도 있게 될 테니 말이다.
“오빠, 뭐 좋은 일 있어?”
“아, 아니. 그냥, 재밌는 뉴스거리가 있어서 말이야.”
“하여튼, 오빠는 뉴스가 뭐 그렇게 재밌다고 열심히 봐?”
“왜, 재밌잖아?”
“헹, 별로거든요.”
요한은 현재 유나와 마사지를 받으러 나와 있었다.
최근 유나가 오랜 공부 여파로 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것을 보았다.
시스콤인 그가 그것을 그냥 보고 지나칠 리가 없었다.
“어, 엎드려.”
안마사가 서투르지만 한국어로 말했다.
“어머, 한국어 잘하시네요?”
현재 요한은 유나를 데리고 1박 2일 베트남 여행을 온 상태였다.
마사지도 받는 김에 베트남 여행을 하며 힐링도 할 겸해서다.
유나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생애 첫 해외여행이었고, 베트남도 관광지로 훌륭했기 때문이다.
“와, 주말여행을 해외로 오다니 정말 신기해. 나 완전히 성공한듯?”
“성공은 네가 했냐, 내가 했지.”
“엣헴. 오빠 성공이 내 성공 아니겠어?”
“아닌데요.”
“맞는데요~.”
악의는 전혀 없는 남매 사이의 흔한 장난이었다.
고급 에스테틱 살롱에서 받는 마사지는 정말 환상이었다.
요한이야 헌터라서 몸을 마나가 보호해 줘 크게 느끼진 못했다.
하지만 유나가 좋아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한텐 이게 진정한 힐링이니까.’
서로 바쁘다 보니 얼굴 보고 느긋하게 얘기할 시간은 별로 없었다.
부족했던 남매의 시간을 이렇게 보충하는 것만으로도 요한은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유나가 행복해 하네요. 두 분도 함께 계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 차가운 이성을 가진 요한이 따뜻해지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가족이었다.
‘푹 쉬었다가 다시 돌아가서 열심히 해야지.’
아직 A.I 연구를 다 끝내지 못한 상태였다.
다만, 성과는 조금 있어서 조금만 더 연구하면 괜찮은 언데드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유나야, 마사지 끝나고 어디 갈까?”
“음, 그 프랑스 마을인가 뭔가 하는데?”
“아, 바나 힐?”
“응, 거기. 이 시즌에 괜찮다고 하던데.”
“오케이, 스케줄에 넣어 줄게.”
“히히, 땡큐.”
다음 날, 아침 일찍 바나 힐을 가기 위해서 남매는 졸린 눈을 비비며 케이블카를 탔다.
“하암, 피곤해.”
“그러니까, 적당히 놀라고 했잖아.”
“베트남에 왔는데 어떻게 시간을 그냥 보내?!”
"쯧쯧."
쿠르릉-.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