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쿠르르릉-!
‘응?’
잠시 혼종 추종자에게 시선이 뺏기고 어두운 분위기로 인해서 못보았던 것이 있었다.
녀석들의 뒤에 존재하는 거대한 고치가 진동을 일으켜서 뒤늦게 볼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보스 몬스터인 혼종인 거 같네.’
추종자가 있고 그들의 기운이 고치에 모이는 것으로 보면 99% 확실했다.
‘자, 그러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싸워 볼까.’
지금까진 언데드 위주로 전투를 했던 요한이 본격적으로 나서려는 것이었다.
‘네크로맨서의 핵심이 언데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네크로맨서가 아예 두 손 놓고 있다면 좋을 건 전혀 없지.’
아니, 오히려 네크로맨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진짜 네크로맨서의 힘을 발휘할 수가 있었다.
“구울들은 앞으로!”
척척-!
요한의 명령에 꾸준히 요한의 뒤를 따르는 트롤 구울 8기가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요한은 시체 수집으로 모았던 시체를 꺼내어 녀석들에게 들도록 했다.
그리고 깔끔하게 한마디를 했다.
“던져.”
“구어어억!!”
휙휙- 쿵쿵!
덩치만큼 힘도 좋은 트롤 구울들은 힘껏 시체를 혼종 추종자 무리의 사이로 던졌다.
“오오오, 혼종이시여!!”
그러든가 말든가, 혼종 추종자들은 계속 혼종만을 부르짖었다.
의미 없어 보이는 이런 행동이었지만, 곧 의미가 발현되었다.
콰직콰직-!
고치가 드디어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차피 보스 몬스터의 등장은 필수적이지. 굳이 막을 필욘 없고.
그렇다면 이럴 때를 노려서. 시체 폭발!!’
콰강-!
요한은 혼종 추종자 무리 사이로 던진 시체를 폭발시켰다.
“크아아악!!”
“아아악!!”
“혼종이시여!!”
‘뭐야, 이거 완전히 무방비잖아?’
혼종 추종자들은 요한이 일으킨 시체 폭발에 그대로 휘말렸다.
그 여파로 모든 추종자가 죽은 것은 아니었지만, 꽤 많은 추종자가 폭발에 휘말려 온몸이 갈가리 찢어졌다.
솔직히 요한은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쉽게 당한다고?’
어디까지나 가볍게 잽 형식으로 날린 시체 폭발이었다.
하지만 이 폭발로 예상보다 훨씬 큰 타격을 준 것이다.
그는 재빨리 스마트폰을 켜서 시체 폭발 스킬을 확인해 보았다.
‘딱히 위력이 변한 건 없는데?’
그런데도 좋은 효과에 얼떨떨했다.
“크으, 건방진 인간. 감히!!”
폭발 여파에 겨우 벗어난 추종자들은 분노했다.
더욱 빠르게 기운을 고치에 전달했다.
저적-! 저적-!
그러자 고치가 갈라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쫘아악-!
드디어 고치가 완전히 갈라지고 그 속에서 이곳 지하철 던전의 보스 몬스터인 혼종이 등장했다.
쿵-!
“고오오오오!!”
“오오, 혼종이시여!!”
혼종의 등장에 추종자들의 사기가 크게 올랐다.
‘쩝, 녀석들. 언제까지 좋아하나 보자.’
어차피 이곳은 요한이 잠깐 들르는 곳이었다.
낯선 환경과 처음 보는 몬스터의 등장에 조금 당황하긴 했다.
그러나 요한은 검은 날개 길드의 최정예 공격대를 혼자 쓰러트린 몸이었다.
‘혼종이고 뭐고, 전부 작살을 내주마.’
“돌격!!”
척척척-!
언데드 군단이 무거운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겉모습만 본다면 그야말로 사악한 악의 군단이 아닐 수 없었다.
뭐, 요한이 악한 마음을 먹는다면 그 어떤 군단보다 악해질 테지만 말이다.
“오오, 혼종이시여. 저 추악한 무리를 처단하소서!!”
쿵-!
혼종의 모습은 그 이름에 걸맞게 추악하기 그지없었고, 정체를 알수가 없었다.
7m가 넘는 체구에 뚱뚱한 사람처럼 펑퍼짐한 육체에 오른손은 여러 갈래로 나뉜 촉수, 왼손은 뭉툭한 말발굽처럼 생겼다.
눈, 코, 입은 제대로 달리지 않았고 온몸에선 녹색 진액이 흘렀다.
‘냄새도 고약해. 정말 최악의 몬스터야.’
외견만큼은 그 어떤 몬스터보다도 추했다.
‘언데드는 그냥 썩은 시체 정도인데. 저 녀석은 일부러 저렇게 추하게 만들려고 해도 힘들겠다.’
지능이 있는 마법형 몬스터 좀 얻으러 왔다가 별걸 다 보는 중이었다.
‘빨리 끝내고 나가야겠다. 여기서 더 시간을 끌었다가는 스트레스로 화병만 나겠어.’
요한은 확실히 끝내기 위해서 본 골렘까지 일으켰다.
5기의 본 골렘의 등장으로 오히려 숫자는 물론이고 덩치마저도 언데드 군단이 한 수 위가 되었다.
‘이런 압도적인 위용을 볼 때마다 기분이 참 좋다니까.’
진정한 네크로맨서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 말이다.
“혼종이시여, 적을 멸하소서. 천한 저희가 도울 것입니다!”
쿵-!
혼종이 본격적으로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그것과 맞춰서 혼종추종자들도 특유의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라지지 않는 독!”
“극멸독!”
‘역시, 독이군.’
그렇다면 저 녀석들을 언데드로 만들어도 독 특성을 가질 듯싶었다.
‘뭐, 당장은 A.I 실험을 위해서 필요한 녀석들이지만.’
쾅-!
본 골렘과 혼종이 격하게 충돌했다.
하지만 역시 본 골렘이 힘으론 상대가 되질 못 했다.
‘당연하겠지. 혼종은 보스 몬스터고, 본 골렘은 덩치는 크지만, 일반적인 언데드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요한이 아니었다.
아니, 실망할 이유 자체가 없었다.
애초에 본 골렘은 보스 몬스터의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류페이.”
“흐흐, 맡겨 줘.”
파박-!
본 골렘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탱커였다.
공격력이 약한 건 아니었지만, 보스 몬스터를 강타할 정도의 공격력은 절대 아니었다.
요한의 언데드 군단은 역할 분담이 확실한 조직이었다.
촤작-!
“그어억!!”
류페이의 묵직하면서도 강렬한 검이 혼종의 몸을 베었다.
푸화아악-!
“으엑, 이건 또 뭐야!!”
갈라진 혼종의 몸에서 고압력의 독이 뿜어져 나왔다.
류페이는 기겁하며 혼종과 거리를 벌렸다.
‘녀석의 체내엔 독으로 가득하군.’
그렇다면 근접 공격은 썩 좋은 판단이 아니었다.
“사무엘!”
[흐흐, 주인의 명령대로.]
요한의 명령이 떨어지자 사무엘 뿐만이 아니라, 스켈레톤 메이지 전체가 팔을 들었다.
[파이어 블래스트.]
푸화아아악-!
꽈배기 모양의 화염 기둥 수십개가 뿜어져 나와 혼종의 몸을 강타했다.
치이익-!
그러자 녀석의 주변에서 피어오르던 독기가 빠르게 타들어 갔다.
‘역시 독을 없애는 건 해독제 아니면 불이라니까.’
중독된 상태만 아니라면, 불만큼 화끈한 게 없었다.
고온의 불꽃 기둥에 온몸이 지져진 혼종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그러자 혼종 추종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런, 혼종 님을 지켜라. 어서!!”
“오움, 사라만다. 사라쿰!!”
혼종 추종자들은 묘한 주문을 외우면서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다.
‘내가 그냥 보고만 있을까 봐?’
턱도 없는 소리였다.
“군단은 혼종 추종자를 제거하라!!”
그나마 편한 것은 생포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필요한 것은 그저 시체와 영혼뿐, 산 채론 전혀 쓸모가 없었다.
쿵쿵쿵-!
“그어어어!!”
가장 강력한 모델인 트롤 구울이 앞장섰다.
샥샥-!
요한은 재빨리 스마트폰을 들어서 화면을 빠르게 조작해 트롤 구울에게 커다란 몽둥이를 들려주었다.
‘프로그램 특성은 정말 아무리봐도 사기야. 어떻게 이게 돼?’
프로그램의 가능성은 정말 무궁무진했고 요한이 매일같이 공부하고 연구해도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이번에 요한이 보여 준 것은 실시간 무장으로, 몽둥이를 프로그래밍하여 평소엔 숨겨 두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방식이었다.
다양한 명령을 수행하는 구울에겐 꼭 필요한 능력이었다.
“그어어어!!”
쿵쿵-!
트롤 구울과 언데드 군단 절반의 돌격에 혼종 추종자들은 기겁했다.
“이, 이런. 저 저주스러운 존재들을 막아라, 혼종 아이들아!!”
“키키키킥!!”
혼종 추종자들도 쉽게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자신들이 만든 혼종 무리들을 보낸 것이다.
콰직콰직-!
“이, 이런!”
하지만 역시 역부족이었다.
요한이 이곳 지하철 던전에 처음 들어왔을 때와는 상황이 180도 달랐다.
좀비들은 대부분 일반 혼종 몬스터를 일으킨 것들이었다.
그들은 비록 살짝 부족했지만, 신체 스팩만 따지면 원래 육체의 70%의 힘을 쓸 수 있는 녀석들이었다.
지능은 부족했지만, 부족한 지능은 요한의 지휘력과 압도적인 숫자로 충분히 메울 수가 있었다.
특히 이 압도적인 숫자 앞에선 그 어떤 것도 무의미했다.
콰직콰직-!
“키에에엑!!”
일반 혼종 무리는 순식간에 사지가 뜯겨 나가며 사라졌다.
“혼종이시여!!”
추종자들은 혼종을 목 놓아 외쳤지만, 혼종도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사무엘과 스켈레톤 메이지의 화염 마법의 견제를 받으며 본 골렘과 류페이의 공격까지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잘 버텼지만, 여기서 끝내야겠어. 류페이!!”
“으하하핫, 맡겨 줘!!”
요한은 스마트폰으로 본 골렘 5기를 동시에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처음 본 골렘을 컨트롤했을 때는 RPG 게임처럼 단 1기만 조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그램 특성에 관한 연구 끝에 동시에 5기까지 RTS 형태로 컨트롤이 가능해졌다.
‘물론 더 노력해서 본 골렘뿐만이 아니라, 다른 언데드까지 조종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지만 말이야.’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본 골렘밖에 컨트롤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요한은 실망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꼭 모든 언데드를 스마트폰 하나로 조종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 음…… 꼭 스마트폰일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야.’
다른 생각이 있는 요한이었지만, 그건 전투가 끝나고 평소에 생각할 일이었다.
어쨌든 요한은 RTS 게임 형태로 본 골렘 5기를 조종하여 혼종을 강하게 몰아쳤다.
후웅- 쾅!
“크에엑!”
본 골렘의 움직임이 훨씬 더 정교해지고 전략적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혼종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혼종은 촉수가 달린 손을 휘저으며 저항해 보려고 했다.
콰악-!
하지만 5기의 본 골렘이 사방에서 강력한 힘으로 녀석의 사지를 물고 늘어졌다.
“그에에엑!!”
그렇게 움직임을 봉쇄한 뒤에.
파악-!
“흐아아아압!!”
이런 기회만 보고 있던 류페이가 높이 뛰어올라서 그대로 검을 혼종의 이마에 찔러 넣었다.
푸욱-!
“크, 크켁켁켁!”
류페이의 검은 단순한 철이 아니라, 언데드 고유의 데스 오러가 담겨 있는 강력한 검이었다.
그러니 거대한 덩치를 가진 혼종도 이 공격을 허용하자 그대로 몸이 녹아내렸다.
“호, 혼종이시여!”
“이, 이럴 수가!!”
믿었던 신인 혼종이 허무하게 죽자 혼종 추종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었다.
“걱정하지 마, 너희들도 곧 따라 갈 테니까 말이야. 끝내!!”
트롤 구울의 압도적인 파워 앞에 혼종 추종자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피떡이 되어야 했다.
“휴우, 됐다.”
그냥 재료 수집차 들렸던 포탈이 의외로 힘들었다.
난이도 자체는 높지 않았지만, 여러 환경이 그를 힘들게 했다.
‘뭐,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럼, 이제 원하던 거나 회수해 볼까.’
승리 후에 얻는 전리품은 언제나 짜릿한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