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응?”
저벅- 저벅-.
현재 요한은 지하철 내부의 철도 위를 걷고 있었다.
그곳엔 물이 자작하게 깔려 있었다.
그리고 지하철 양옆엔 물이 빠지는 배수로 같은 것이 있었다.
원래는 철창으로 단단히 막혀 있어야 했다.
하지만 한 철장이 망가져 있었고 그곳에서 뭔가 질질 끌리는 소리가 났다.
“그르르르."
‘악어?’
전체적인 틀은 분명히 악어가 맞았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역시 혼종이란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기괴한 악어였다.
아니, 분명히 악어 같긴 한데 악어가 아닌 거 같기도 한 끔찍한 혼종이었다.
“그르륵, 그르륵묘한 소리를 내는 악어 혼종.
“뭐야, 겨우 1마리? 괜히 긴장했네.”
아무리 강해 보이는 녀석이라도 1마리 정도라면 그가 긴장할 이유는 없었다.
‘아니, 보스도 마찬가지인가?’
방심은 나쁜 것이긴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레벨이 맞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에도 내가 맡지.”
“네이, 네이.”
가장 호전적인 언데드인 듀라한 류페이가 이번에도 나섰다.
아니, 그녀가 아니면 누가 나서겠는가.
전투라면 하늘보다 더 미치도록 환장하는 성격이니 말이다.
[에에, 이젠 저 녀석이 내 전투 다 뺏어 가!]
“억울하면 좀 더 강해지시든가.”
[헹!]
그건 그것대로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하늘이 위대한 영혼이긴 했지만, 현재는 조금 강한 밴시에 불과했다.
밴시 자체도 나쁜 언데드는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물리력이 없고, 스킬도 빈약하다 보니 전투 메인에 서기엔 무리가 많은 언데드였다.
그에 반해서 듀라한은 그야말로 언데드 군단의 선두에서 탱킹과 딜을 동시에 넣을 수 있는 만능 언데드였다.
영혼의 격 차이는 나도 육체의 존재 여부가 클 수밖에 없었다.
하늘은 분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 상태를 역전하기 위해선 알맞은 육체를 찾거나, 아니면 더 격이 높은 언데드로 진화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밴시 다음은 스펙터인가. 아니, 그런데 언데드가 진화가 가능한 종족이었나? 아, 하긴. 자연 상태는 불가능하겠지. 불가능한 것을 인위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게 네크로맨서고.’
하늘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류페이가 악어 혼종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그르륵!!”
악어 혼종은 입을 쩍 벌리며 위협적으로 달려들었다.
“어딜!!”
푸욱!
하지만 류페이는 능숙한 솜씨로 녀석의 공격을 피하고 그대로 입속으로 검을 집어넣었다.
“갸르륵!”
그러자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괴로워했다.
‘괴로워하는 건 맞아?’
워낙 기괴한 녀석이다 보니, 뭔가를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꽤 살벌한 등장과 다르게 너무 쉬운 거 아니야?’
겨우 찌르기 한 방에 나가떨어졌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연했다.
꿈틀꿈틀.
‘응?’
하지만 녀석은 아직 쓰러진 게 아니었다.
쓰러졌다고 생각했던 녀석의 몸이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저건 뭐 하는 녀석이야?
그리고 마치 세포 분열을 하듯이 1마리의 악어가 2마리로 늘어난 것이다.
‘허 참, 어이가 없어서.’
듣도 보도 못한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분열이라니!!’
몬스터 세계는 정말 넓다더니 이런 녀석들까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거 꽤 흥미로운데?’
그는 원래 이곳 지하철 포탈을 다른 토벌대처럼 보스로 직행하고자 했다.
물론 길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보스가 있는 곳으로 직행하는 요령 정도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100% 하이패스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빨리 가고자 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혼종을 보고 마음이 살짝 바뀌었다.
‘일단 저 녀석 정보부터 확인해 보자.’
스마트폰을 들어서 확인해 보았다.
혼종: 배수로 악어
종류: 일반 몬스터
위험도: D+
설명: 지하 배수로에 서식하는 악어를 혼종 추종자들이 포획해 고문하고 실험하여 탄생시킨 희대의 괴생명체. 살아 있으나 살아 있는 게 아닌 기묘한 상태다. 배수로 악어 혼종의 가장 큰 특징은 죽이면 죽일수록 2배로 불어난다는 점이다. 배수로 악어 혼종을 제거하기 위해선 녀석을 완전히 태워 버리는 수밖에 없다.
(※녀석의 표피엔 수분이 많아서 일정 정도의 화염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
‘와, 이 던전이 인기가 없는 이유가 더 명확하네.’
배수로 악어의 설명을 보곤 천하의 요한도 혀를 내둘렀다.
‘화염 마법으로만 죽일 수 있는 몬스터인데, 화염 속성에 저항력이 있다고?’
이 무슨 괴이한 조합이란 말인가.
거기에다가 이곳엔 물이 자작하게 깔린데다가 습도도 매우 높았다.
화염 마법의 화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란 뜻이었다.
‘허허, 거참. 혼종 추종자인가 뭔가 하는 녀석들. 다룰 수만 있다면, 쓸모가 있겠는데?’
일반 토벌대였다면, 정말 기겁할 일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이런 끔찍한 점이 오히려 탐났다.
언데드 종족, 하면 딱 떠오르는 존재가 하나 있지 않은가.
시체를 모아서 만드는 언데드 어보미네이션과 다양한 시체를 효율적으로 조립해 만드는 언데드인 키메라.
그 비슷한 스킬도 없는 그에게 혼종 추종자의 이 괴이한 능력은 새로운 단계로 넘어갈 열쇠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면 혼종 추종자는 물론이고 이 녀석들까지 실험체로 삼아서 언데드를 만들어 봐야겠는데?’
이 넓은 던전 안에서 겨우 2종류만 있을 리가 없었다.
그 혼종과 이번 배수로 악어는 물론이고 더 많은 혼종이 있을 것이었다.
‘최소한 1마리씩은 언데드로 만들어서 데리고 가야겠다.’
겸사겸사 레벨도 좀 올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결정하자 그의 눈이 불타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목표가 추가되자 요한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다.
화염 속성?
그건 요한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배수로 악어의 분열?
그것 역시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르륵!!”
“얼마든지 분열해. 분열하는 육체마저도 시체이니 내 언데드는 더, 더 늘어날 테니까 말이야.”
안 그래도 시체 수집과 시체 제공 스킬에 시체가 부족했던 상황이었다.
검은 날개 길드와의 격렬한 전투를 치를 때 엄청난 시체를 소모했고, 시체 수납에 넣을 수 있는 숫자가 초과된 나머지 언데드는 안타깝지만 먼지가 되어 사라져야 했다.
그러다 보니 시체를 보관하는 스킬이 텅 빈 상태였다.
이곳 지하절 던전에서 시체를 공급하려고 했지만, 이곳에서 등장하는 혼종은 한 번에 3~4마리 정도.
전투 한 번에 평균 2마리의 언데드가 파괴된다.
그러다 보니 시체 수납 스킬에 넣을 여유 시체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죽이면 죽일수록 늘어나는 배수로 악어는 오히려 득이었다.
‘물론 적당히 죽여 가며 늘려야지. 한꺼번에 했다간, 내가 감당이 안 될 테니 말이야.’
“사무엘!!”
[주인의 뜻대로.]
푸화아악-!
요한은 이번 지하철 던전에선 특별히 스켈레톤 메이지의 비중을 많이 늘렸다.
아무래도 좁고 어두우며 습한 장소다 보니, 시야가 좁은 데다가 특이한 몬스터가 다수 등장해 마법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켈레톤 메이지를 곳곳에 배치하며 화염 마법으로 시이를 확장시키는 것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리 스켈레톤 메이지를 많이 일으킨 덕분에 배수로 악어를 상대할 여력도 있었다.
“저 녀석들을 다 태워 버려!!”
[지옥의 겁화!!]
푸화아악- 파아악-!
사무엘은 스켈레톤 메이지를 통솔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무려 보스 몬스터인 리치 출신인 녀석을 낭비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언데드의 총지휘관은 요한이었고, 돌격 대장의 역할은 류페이가 맡고 있었다.
사무엘이 맡을 수 있는 일은 마법 병단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이지를 통솔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사무엘은 전혀 불만이 없었다.
까칠했던 녀석의 성격은 요한과 계약한 순간 사라지고 없었다.
이성이 있는 언데드지만, 어쨌든 언데드에 불과했다.
언데드는 술사에 충성하는 게 본능이었다.
[모든 화염 마법을 집중하라!!]
딱딱.
메이지들도 화염 마법을 집중해 배수로 악어들을 홀라당 태워 버렸다.
푸화아악-!
“그르르륵, 그르륵!!”
화염 속성에 저항력을 가진 배수로 악어들이었지만, 수십 기의 메이지들이 동시에 뿜어대는 화염을 다 견딜 수는 없었다.
“크에에엑!!”
덕분에 하나, 둘 육체가 바짝 타버린 배수로 악어들이 죽어 나갔다.
‘좋아, 좋아. 이게 바로 제대로 된 시체 수거반이지!’
요한은 시체 수집 스킬에 시체가 차곡차곡 쌓여 가는 느낌이 정말로 좋았다.
‘마치 게임에서 스택 쌓는 느낌과 비슷하단 말이야.’
냄새가 좀 역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약간 스택 버그를 악용하는 느낌이었지만, 이곳은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에 거리낄 게 전혀 없었다.
그렇게 모든 스택을 풀로 쌓은 요한은 본격적으로 지하철 던전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그르륵!!”
“캬르륵!!”
곳곳에서 끔찍한 외형의 혼종이 나타나 언데드 군단을 습격했다.
하지만 그들은 요한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
“이것들이 어디서 까불어!!”
퍽- 스걱!
요한의 주변으론 이미 언데드 무리가 빽빽하게 진을 치고 있었다.
지하이긴 했지만, 지하철을 위한 시설이라 그렇게 좁지는 않았다.
혼종이 나타나는 족족 류페이를 위시한 언데드 군단에 썰려 나갔다.
물론 요한도 가만히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본 스피어!!’
파바박-!
“그륵그륵!”
‘티쓰! 약화!’
이런 식으로 뒤에서 공격 스킬과 저주 스킬도 사용해 주며 전투를 적극적으로 보조했다.
덕분에 사냥 속도는 훨씬 더 빨라졌다.
“진격!! 앞으로 진격!!”
척척척-!
요한의 언데드 군단은 드디어 완전체를 이루었다.
엄청난 언데드 무리가 앞으로 나가면서 거슬리는 모든 몬스터를 갈아 버렸다.
그리고 덕분에 요한은 정말 다양한 혼종의 시체를 획득할 수가 있었다.
‘확실히 연구할 가치가 있겠어.
물론 내가 아니라, 영감이겠지만 말이야.’
솔직히 여전히 네크로맨서의 자세한 것은 알지 못했다.
뭐 좀 가르쳐 달라고 네크로맨서 영감의 영혼을 강림시키긴 했지만, 느긋하게 배울 시간이 없었다.
그러니 대충 몇 가지 내용만 배웠을 뿐이었다.
‘뭐, 어때. 천천히 알아 가면 되는 거지.’
딱히 급할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군단으로 휩쓸고 다니다 보니 보스 몬스터가 서식하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감히, 우리의 의식을 방해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가 없도다!!”
“혼종의 악마시여. 제물을 바치노니 무지하고 어리석은 저 생명체의 생명을 거두소서!!”
“오오오오, 혼종의 악마시여!!”
'녀석들이군. 확실히 내가 찾던 존재들이 맞아. 근데…… 어째 혼종 추종자란 인간이면서 생긴 건 혼종 못지않냐.’
요한의 말대로 혼종 추종자는 분명히 인간이었다.
하지만 총 10명의 혼종 추종자는 모두 꼽추로, 허리가 굽었고 굽은 허리 부위엔 마치 고치처럼 생긴 무엇인가가 녹색 빛으로 빛나며 달려 있었다.
마치 심장 같은 느낌도 있었는 데, 두근거리며 펌프질을 스스로 했기 때문이다.
‘설마, 본인의 몸을 혼종화시킨 거야?'
혼종 추종자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꼭 저 녀석들을 내 부하로 삼아야 할까?’
어지간하면 그러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