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92화 (92/250)

16화

당연한 말이지만, 김 씨 남매의 서울 시티 투어는 평범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요한이 시티 투어를 하러 왔다는 소식에 사장까지 직접 나와서 요한 모시기 작전을 했다.

결국, 요한은 평범한 버스가 아니라, 시티 투어에서 급하게 제공한 리무진을 타고 서울 여행을 즐길 수가 있었다.

“와아, 오빠. 서울이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였어!!”

“그러게, 나도 29 평생을 서울에서 살았는데. 몰랐네.”

혼란의 시기를 겪으며 40%가 파괴되었던 서울은 오랜 부침을 딛고 일어나 새롭게 태어났다.

이번엔 좀 더 계획적이고 미적 구조를 생각해서 복구한 덕분에 세계적인 야경 강국이 되었다.

처음 본 서울 야경을 보다가 갑자기 유나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오빠.”

"응."

손에 와인 잔을 쥔 채로 반대쪽 창문으로 야경을 즐기던 요한이 대답했다.

“얼마 전에 물어봤잖아. 여전히 판사가 꿈이냐고. 그리고 나는 대답을 유예했었잖아.”

“그랬지.”

“지금 말할게. 나 판사가 꿈이 맞아.”

"왜?"

“……이렇게 화려한 서울에도 빈민이나 사회적 약자가 존재하잖아.”

“그래, 맞아.”

“그들은 돈이 없고, 약자란 이유로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어. 실제로 우리도 그랬고.”

“……그랬지.”

부모를 잃은 남매는 정말 힘든 시절을 보냈다.

고아란 이유로 꽤 많은 차별과 멸시, 그리고 무시를 당해야 했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힘도 돈도 아무것도 없었고, 어떻게 자신을 보호할지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그 덕분에 요한의 성격은 삐뚤어졌다.

하지만 반대로 동생인 유나는 오히려 더 올곧아졌다.

그녀는 좀 더 단호해진 표정으로 요한에게 말했다.

“오빠, 난 누구보다 약자를 위한 판사가 될래. 그게 내 목표야.”

“그래, 알았어.”

요한은 따뜻한 눈으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는 유나가 무엇을 하든지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 생각이었다.

지금까진 그저 최소한의 것만 유지해 주는 게 전부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인맥이 되어 준 지금, 동생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었다.

‘뭐, 정작 본인은 필요 없다고 하겠지만.’

굳이 대놓고 도와줄 필욘 없었다.

유나 모르게 도와줄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게 유나가 꿈을 명확하게 정하면서 시티 투어의 분위기가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그날, 김 씨 남매는 정말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

***

즐거운 서울 시티투어를 끝내고 유나는 곧바로 공부 모드에 들어갔다.

요한은 그런 동생을 보며 1학년은 즐기라고 했지만, 유나는 고개를 저었다.

훌륭한 판사가 되기 위해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방해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요한은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쫓겨났다.

오빠가 집에 있으면 신경 쓰여서 집중이 안 된다는 이유였지만, 실제론 그만 빈둥거리라는 우회적 표현이었다.

“에잉, 누굴 닮아서 이렇게 잔소리가 많은지.”

요한은 천국과도 같은 집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상당히 저기압 상태였다.

[흘흘흘, 젊은 아가씨가 당차구먼.]

“시끄러워요, 영감.”

[흘흘흘.]

그래서 요한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미루고 미루던 연구실로 와 네크로맨서 영감과 함께 네크로맨서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젠장, 좀 더 놀고 싶었는데.”

투덜투덜.

여전히 억지로 집에서 나온 게 불만인 요한이었다.

[흘흘흘, 이렇게 된 김에 그저 열심히 네크로맨서에 대해서 연구해 보지. 아직 모르는 게 많지 않은가.]

“에휴, 내 팔자야.”

귀찮았지만, 연구실에 온 이상 더는 게으름을 피울 수는 없었다.

귀차니스트인 그였지만, 기본적인 상식은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영감.”

[흘흘, 왜 그러는가.]

“구울은 어째서 뇌를 파먹는 걸까?”

문득 그런 궁금증이 들었다.

[그거야 간단하지. 이성이 없는 좀비지만, 본능적으로 이성을 탐하는 거지. 언데드가 어째서 생명체를 무한히 증오하는지 아는가?]

“그, 글쎄다.”

[흘흘흘, 바로 언데드가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탐욕 때문이라네.]

“아하.”

그는 뛰어난 네크로맨서이지만, 기본적인 부분이 당연히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뚝, 하고는 네크로맨서의 능력을 얻었으니 기초 지식을 쌓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크로맨서의 영혼을 강림시킨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었다.

그래도 역시 그의 힘의 핵심은 특성이었다.

네크로맨서의 지식은 부차적인 문제고 특성을 활용하는 게 가장 좋았다.

‘일단 프로그램 특성은 유용하게 잘 사용하고 있단 말이지. 문제는 이 A.I란 말이야…….'

A.I란 인공지능을 말하며 지능이 없는 존재에게 지능을 넣을 수 있는 능력으로 요한은 추측했다.

지능이 부족한 언데드에겐 어떻게 보면 코딩보다 더 무서운 특성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특성을 어떻게 쓰는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음, 일단 A.I 특성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닌데. 위저드 사례만 봐도 말이야.’

그에겐 이성이 있는 언데드가 총 3기가 있었다.

밴시 하늘과 듀라한 류페이 그리고 리치 사무엘까지.

하지만 이들은 요한의 고유 언데드는 아니었다.

전부 야생 언데드와 계약한 관계일 뿐이었다.

즉, 아직 요한의 힘으로 이성이 있는 언데드를 만들어 내진 못했다.

해결 방법의 하나가 A.I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흠…….'

하지만 문제는 이 A.I 특성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흠, 아무것도 모르는 분야를 개척하려면 경험적 지식으로 접근하는 게 가장 좋네.]

“경험적 지식?”

꽤 어려운 단어였다.

[흘흘, 과거에 자네가 겪었던 일 중에서 혹시나 이 일과 비슷한 일이 있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추측 및 추론을 해 보는 게 가장 현명한 일일세. 물론 그게 틀릴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올 수도 있고 말이야.]

“아아……."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역시 떠오르는 상대는 아무래도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지능이 있던 위저드였다.

‘지금은 비록 파괴되었지만, 그때 녀석을 어떻게 손에 넣었더라?’

물론 처음엔 평범한 스켈레톤 메이지였다.

‘아, 맞아. 처음으로 사냥한 마법형 몬스터로 스켈레톤을 만들었더니 스킬에 없는 메이지가 튀어나왔었지.'

이게 다 시체를 베이스로 하는 네크로맨서의 특성 덕분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A.I의 비밀은 마법형 몬스터라는 건가?’

만약에 틀리더라도 이 정도 의미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일단 해 보자.”

[흘흘, 역시. 내가 뭐라고 했는가.]

“고마워, 영감. 나중에 봐.”

[수고하게. 흘흘.]

요한은 곧바로 헌터 협회에서 운영하는 몬스터 연구 센터로 향했다.

부릉-!

화려한 스포츠카 1대가 연구 센터를 방문했다.

“누구십니까?”

보안 업체 직원은 매일 같은 삶의 반복에 지친 얼굴로 방문객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했다.

이곳은 아무래도 헌터 협회 산하단체인 데다가 헌터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 스포츠카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딱히 스포츠카란 이유로 소란 떨건 없었다.

위이잉.

창문이 내려가고 운전자의 얼굴이 보였다.

“허, 허헙!!”

“방문하러 왔습니다.”

무미건조한 말이 튀어나왔다.

“기, 기, 김요한 허, 헌터님. 바, 방문을 환영합니다. 위, 위에 보고 하고 곧바로 문을 열어 드리겠습니다.”

보통 이곳 센터를 방문하려면 복잡한 절차가 있어야 했다.

몬스터 연구라는 중요한 일을 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S급 헌터라면 말이 달랐다.

얼굴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신분 증명이었다.

“기, 김요한 헌터님의 바, 방문입니다!”

“뭐, 뭐?!”

“빠, 빨리 위에 연락하고 일단 문부터 열어 드려!”

"예, 예!”

정말 오랜만에 보안 업체 직원의 표정에 다급함과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아무리 헌터가 매일같이 오가는 곳이었지만, S급 헌터를 보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문이 열리고 요한은 안으로 들어갔다.

요한이 왔다는 소식에 연구소장까지 버선발로 튀어나와 90도로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김요한 헌터님.

센터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렇게까지 나오지 않으셔도 되는데.”

귀찮은 건 딱 질색인 요한은 이렇게 과하게 반응하는 직원들의 태도에 살짝 짜증이 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직원들은 사무적인 미소로 요한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하하하, 이곳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몬스터 연구 센터로 현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흠, 그렇군요.”

한가롭게 연구소 투어나 하러 온게 아니었다.

“그럼, 제가 필요한 정보가 있겠군요.”

“아, 예. 물론입니다. 무엇이든 말씀만 해 주십시오.”

“인간과 지능이 비슷한 마법형 몬스터를 찾고 있습니다.”

헌터 덕후인 요한이라도 그 많은 포탈을 전부 다 꿰고 있진 않았다.

인기 많고 유명한 곳은 100곳을 넘게 알고 있긴 했지만, 그는 홍대병이 있는 게 아니었기에, 인기가 없는 포탈까지 다 달달 외울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일일이 찾는 것도 귀찮고 해서 곧바로 몬스터에 대한 모든 정보가 있는 몬스터 연구 센터로 온 것이다.

“흠, 인간과 지능이 비슷한 마법형 몬스터라……."

소장은 고민하는 척하면서 부하 직원에게 눈치를 주었다.

“아, 기, 김요한 헌터님. 이쪽으로 오시죠. 중앙 서버실로 가시면 모든 정보를 다 얻을 수 있습니다.”

“아, 그래요?”

“예,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그렇게 요한이 직원과 사라지자 소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어제 기사 보니까 S 호텔이랑 서울 시티투어에 예약 없이 갔다던데. 이곳까지 연락 없이 오는군. 아니, 미리 연락하고 오면 어디가 덧나!”

정말 수명이 10년은 감소한 느낌이었다.

“제발 다음엔 오지 마라, 좀!!”

그냥 밑에 애들이나 시킬 것이지, S급이 되어서 굳이 직접 오는 요한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중앙 서버실로 향한 요한은 슈퍼컴퓨터 앞에 앉았다.

“곧바로 찾아 드리겠습니다.”

사실 이곳은 검색 사이트는 아니었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이곳에 있는 정보를 거의 꿰뚫고 있었다.

“일단 약 10종류쯤 되겠군요.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네."

끼리릭.

바퀴 달린 의자를 발로 밀어서 화면 앞으로 움직였다.

그곳엔 연구원들이 찾은 10종류의 몬스터가 화면에 있었다.

“일단 약한 순서대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일단 첫 번째는……."

“흠, 잠시만요.”

“아, 예.”

“필드 포탈도 포함되어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물론 요한 헌터님이 건 조건에 해당하는 포탈이 필드 쪽에 있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S급 헌터이신데 필드 포탈은 좀……."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하시죠.”

“아, 예. 첫 번째로는……."

요한은 몬스터 센터 연구원의 설명을 쭉 들었다.

‘잘 왔네.’

그가 모르는 정보가 연구원의 입에서 술술 흘러나왔다.

굳이 그가 찾으려고 할 필요도 없이 고급 정보가 편하게 굴러 들어오자 이곳에 온 보람이 느껴졌다.

“……이렇게 총 10종류입니다.”

“좋네요. 이 정보, 문서화 좀 시켜 주세요.”

“아, 그…… 아, 알겠습니다.”

원래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차마 S급 헌터에게 당신을 믿을 수 없어서 그럴 수 없다고 할 만한 배짱은 없었다.

정보를 입력해 A4 용지로 뽑아냈다.

“여깄습니다.”

“오, 좋네요. 덕분에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겠어요.”

“다, 다행입니다.”

“보상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센터로 10억 정도 기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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