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90화 (90/250)

14화

듀라한이 건넨 건 놀랍게도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던 도끼 든 거한이었다.

“강인철이?”

이하응은 진심으로 놀랐다.

검은 날개 길드의 든든한 기둥이자 돌격 대장이었던 녀석이었다.

분명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평소처럼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지금은 싸늘한 시체가 되어서 목이 잘려져 있었다.

“근데, 누가 듀라한 아니랄까 봐.

목만 잘라 오냐.”

요한은 시체를 앞에 두고서도 곧바로 류페이에게 농담을 건네고 있었다.

“왜, 주인. 그러면 안 돼?”

“아니, 뭐. 상관없어.”

“……지금 뭐 하는 거지?”

“응, 아. 설마, 겨우 부하가 죽은 거로 화난 거야?”

“뭐?”

이하응은 어이가 없었다.

겨우? 부하?

“지금 사람의 목숨을 뭐로 보는 거냐.”

“푸하하하하!!”

이하응의 궤변에 요한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큭큭, 방금 그거 정말 재밌는 농담이었어. 지금 네가 내 앞에서 감히 목숨을 논해? 중국에 나를 죽이라고 화룡 길드에 의뢰한 네가?”

"......."

이하응의 입이 닫혔다.

확실히 시비를 건 쪽은 그였기 때문이다.

“고매하신 길드 마스터께서 남을 죽이려고 했다면, 본인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하셨어요?”

“……그렇군. 사과하지. 내가 잠시 착각했군.”

“좋아, 좋아. 그렇게 나오셔야지.

그래야 내가 당신을 처리할 때 좀 더 화끈하게 할 수 있지.”

“미안하지만, 그럴 리는 없겠군.”

“뭐?”

“항복한다.”

“뭐, 뭐?!”

요한은 갑작스러운 이하응의 태도 변화에 어안이 벙벙해져 버렸다.

삐이이잉-!!

주변이 안개로 자욱한 상황이었지만, 여전히 길드전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아, 아. 방금 누군지 모르겠지만, 항복, 항복했습니다!! 이 안개가 좀 걷히면 좋겠습니다만.]

“……사무엘!!”

[주인의 뜻대로.]

리치 사무엘이 양팔을 들어 올리자, 그가 만들었던 안개가 걷혔다.

[오오, 안개가 걷혔습니다. 과연 승자는?!]

해설자가 일부러 더 흥분한 척, 오버하며 소리쳤다.

안개로 인해서 관객들의 불만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라도 달래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내가 항복했소.”

[어, 어, 뭐죠?! 이, 이하응 헌터가 항복이라뇨?!]

웅성웅성.

“마, 말도 안 돼!!”

“이하응 공격대가 겨우 김요한 헌터 1명한테 졌다고?!”

“헉. 야, 야 저, 저길 봐봐!!”

“헉!!”

“끄으으으.”

“사, 살려 줘……."

목이 잘린 거한을 제외하고도 2명이 더 죽고 나머지 11명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뭣들 해, 생존자들을 어서 치료해야지!!”

이하응이 소리쳤다.

“예, 예!!”

대기하고 있던 검은 날개 길드원들이 후다닥 앞으로 나와서 부상자들과 사망자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협회 소속 관리자가 다가와 둘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냥 내가 졌소. 그것뿐이오.”

"......."

분명히 승리자는 요한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여전히 뚱한 표정이었다.

“왜, 제대로 싸우지 않았지?”

“내 실책이다. 네크로맨서에게 싸우기 좋은 환경을 주면 얼마나 강력해질 수 있는지를 간과했군.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가 불리하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영악한 놈.”

“칭찬 고맙군. 이번엔 내가 패했지만, 다음번엔 꼭 이 피 값을 받으러 오겠다.”

“뭐, 언제든지 도전만 하라고. 쿨하게 받아 줄 테니까.”

"......."

이하응은 몸을 돌려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걸 요한이 막아 세웠다.

“어허, 어딜 가.”

"?"

“이겼으니 내기 조건이었던 4조원을 넘겨야지?”

꿈틀.

이하응의 미간이 거칠게 움직였다.

속에서 욕지거리가 차올랐지만, 필사적으로 참았다.

그는 지금은 철저한 패배자였다.

패배자가 말이 길어져 봤자 추할 뿐이었다.

“약속은 지킨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라, 길드 실무자가 할 일이다.”

“오, 그래?”

"......."

이하응은 한차례 요한을 노려보더니 그대로 길드원들을 데리고 자리를 벗어났다.

“우, 우와아아아!!”

“와아아아!!”

"......."

한쪽을 가득 채우던 한 무리의 사람들 틈에서 일부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들은 요한에게 걸었던 일부 소수의 사람이었다.

그들은 길드전 자체의 관심보다는 도박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급하게 배팅을 바꾸려고 했지만, 역배팅을 즐기는 그들은 그대로 배팅을 유지했다.

오히려 검은 날개 길드 배당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고는 아예 요한에게 몰아서 걸었을 정도였다.

그런 사람들이 대박 난 것이다.

“……망했다.”

처음 요한에게 걸었다가 배팅을 옮겨 돈을 잃게 생긴 사람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대, 대박이다!!”

다만, 그런 일반인들과 달리 언론사에서 파견한 기자들은 사정이 달랐다.

그들은 대다수가 돈을 잃었지만, 그래도 당장 몇 푼의 돈보다 더 중요한 대박 특종을 건질 수가 있었다.

속이 쓰린 건 비슷했지만,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단 나았다.

찰칵찰칵찰칵-!

그들은 미친 듯이 셔터를 눌렀다.

“아, 젠장. 미치겠네.”

“왜 그러십니까?”

D 일보에서 파견한 김 기자는 머리를 거칠게 긁었다.

그는 그나마 기자 중에서 몇 없는 도박을 하지 않은 사람 중 하나였다.

돈에 욕심이 없다기보다는 그냥 귀찮았으니까 하지 않았다.

“이거 특종이잖아. 천하의 검은 날개 길드의 정예 공격대인 이하응공격대를 김요한 헌터 혼자서!”

“그렇죠.”

신입 기자인 남 기자가 보기에도 이건 정말 대박 중의 대박, 특종이었다.

그러니 더더욱 아쉬워하는 사수의 표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인마. 영상이 없잖아, 영상이.”

“아……!!”

남 기자는 조금 전까지 이곳에 자욱했던 안개가 떠올랐다.

“하아, 젠장. 개부장 그놈한텐 상식 따윈 안 통하는데. 아오!”

다른 기자들도 김 기자와 똑같은 이유로 한숨이 커졌다.

"......."

누구도 예상 못 한 승리를 거머쥐고 자리를 떠나는 요한을 조용히 쳐다보는 엘레노아.

그녀의 눈은 알 수 없는 욕망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

김요한 VS 검은 날개 길드의 길드전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사람들이 기다리던 뉴스였기에 전국 모든 사람이 이 뉴스로 대화를 나누었다.

“와, 어떻게 혼자서 검은 날개길드를 깨트릴 수가 있지?”

“대박, 진짜 공격대가 아니라 혼자서라니……."

단순히 공격대 VS 공격대였다면이 정도로까지 핫하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5대 길드이긴 했지만, 그들은 완전한 무적은 아니었으니까.

또 단기 결전은 아무래도 이변이 많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변이 많다고 해도 혼자서 공격대를 깬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D 커뮤니티]

- 와, 대박!

- 대박! 대박! 대박!

- 미친, 혼자서 공격대를 깼다고. 그것도 5대 길드를!!

- 이거 설마, 짜고 치기 아니냐?

ㄴ 제정신인가, 지금 5대 길드주가 내려가는 거 보고 그따위 소리 하는 것임?

- 나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만큼 어이가 없는 소식인 건 사실.

- 하아, 젠장. 100만 원 잃었다.

오늘 마누라한테 죽겠다.

- 위에 축하축하!

- 으아아아아아!!

- 근데, 이제 어떻게 되는 것임?

- 뭐가?

- 5대 길드가 단 1명한테 깨졌잖음. 5대 길드의 근간이 흔들릴 대사건인데. 김요한을 고용한 러셀길드가 5대 길드에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면 6대 길드로 늘어나던가.

- 안 될걸……?

ㄴ Why?

- 대한민국 꼰대 영감들이 여전히 러셀 길드는 영국 길드라고 거품 물고 반대하는데. 대한민국의 기둥이라고 불리는 5대 길드를 과연 손볼까? 난 아니라고 본다.

- 하긴…….

대한민국은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폐쇄적인 국가로 유명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왜 폐쇄적이지?’ 이런 느낌이 들 수도 있었다.

대한민국만큼 서구 문화를 잘 받아들이고 변화가 많고 역동적인 나라는 드무니까.

하지만 겉만 그렇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유교적이고 보수적인사상이 많이 남아 있었다.

대한민국이 개방적이라고 느꼈던 외국인도 1년만 살아 보면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 숨이 턱턱 막힐수가 있었다.

***

“후후.”

“끄응.”

요한은 현재 승자로써 권리를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여유 만만한 태도로 검은 날개길드에서 파견한 협상가와 협상을 하고 있었다.

“당장 4조 원을 현금으로 드리는 것은 무립니다.”

“아니, 그러면 왜 그런 무리한 조건을 받아들인 거야?”

“그, 그건……."

그저 대리인에 불과한 협상가가 그것까지 알 리가 없었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현금은 되는 대로 주고 나머진 부동산이과 아이템 등으로 받도록 하지.”

“……양보 감사드립니다.”

“감사는 무슨, 어차피 4조만 챙기면 되는 일이라서.”

“후우.”

협상가는 검은 날개 길드 소속으로 일하면서 이렇게 답답한 협상은 처음이었다.

늘 갑의 위치에서 상대방을 대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갑이 문제가 아니었다.

애초에 협상이 아니라, 양해 수준에 불과했다.

4조 원을 현금으로 주는 건 무리란 것을.

결국, 요한은 1조 원을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1조 원은 부동산, 그리고 나머지 1조 원은 아이템, 마지막 1조 원은 채권 형태로 받기로 합의를 했다.

현금은 곧바로 지급, 나머지 부동산과 아이템 그리고 채권은 매니지먼트를 통해서 협의하기로 했다.

“쩝, 모두 현금이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 어떤 길드도 그런 큰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흐흐, 그건 알고 있어. 그리고 사과는 언제 할 거야?”

“사, 사과 말입니까?”

“그래, 분명히 내 조건은 4조 원과 사과였는데?”

“하아.”

협상가는 잊었으면 하는 일까지다 기억하는 요한이 원망스러웠다.

“일주일 후, 마스터께서 정식으로 기자 회견을 하실 생각이십니다.”

“오, 그거 다행이군. 그럼, 더 할말도 없는데 이만.”

“……살펴 가십시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협상가는 눈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요한은 그런 협상가가 우스울 따름이었다.

밖으로 나오자 옆에서 조용히 있던 제임스가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정말 대박을 터리셨군요.”

“훗, 대박은 무슨. 그냥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얻은 거지.”

암살을 시도한 대가로 길드의 중요 헌터 3명을 잃고, 거금 4조 원까지 잃었다.

5대 길드 타이틀을 계속 달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마음 같아선 이하응까지 죽이고 싶었지만, 그건 다음 기회를 노려야 했다.

원래는 죽일 생각이었는데, 영악한 이하응이 너무 일찍 항복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두고 보자, 다음엔 꼭 멱을 따주마.’

그의 원한은 이 정도로 쉬이 사라질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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