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이하응의 기본적인 능력은 신체 변화 및 강화였다.
신체 강화 능력을 바탕으로 한 그의 능력은 S급으로 분류될 만큼 엄청난 능력이었다.
“내가 처리하고 오겠다.”
파박-!
“오오!!”
뒤에서 가만히 지휘만 하던 이하응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대원들이 반색했다.
솔직히 나중에 천천히 움직일 거로 예상했는데, 일찍 움직여 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마스터, 힘내십쇼!”
“여기는 제가 맡고 있겠습니다!”
‘드디어 오는군.’
요한의 눈이 경계심으로 바뀌었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5대 길드 마스터는 부담이었다.
꿀꺽.
긴장감에 저절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하지만 자신감은 여전했다.
‘이곳은 네크로맨서가 100% 힘을 낼 수 있는 필드야. 내가 절대질 수 없지.’
만약에 아무것도 없는 도심에서 싸웠다면 100% 그가 불리했을 것이다.
그는 어디까지나 시체를 다루는 네크로맨서였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이미 그가 다 작업을 해 둔 곳이었다.
절대 불리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턱.
“오, 이제 왔네?”
“제법 잔재주를 열심히 준비했군.”
“어때, 마음에 들어?”
둘은 서로 마주 보는 순간부터 신경전을 나누었다.
“부족하지만, 노력한 흔적은 보이는군,
“하, 인정해 줘서 고마워해야겠는데?”
"......."
순간 둘은 말이 없어졌다.
확실히 이대로 붙으면 요한이 불리했다.
1:1에선 그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요한에게 저주나 본 아이덴티티스킬이 있긴 했지만, 같은 S급 헌터를 상대하기엔 무리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늘 그랬듯이 네크로맨서답게 상대해 주면 되는 일이었다.
‘본 골렘.’
구구궁-!
당연한 말이지만, 요한은 이미 뼈 수집 스킬의 최대치까지 뼈를 수집해 놓은 상태였다.
쿵-!
무려 골렘 3기가 이하응의 앞에 나타났다.
“……또 잔재주군.”
짙은 안개 속에서 이미 수많은 언데드와 대치한 이하응이었다.
그것을 무시하고 곧장 이리로 왔는데 언데드가 또 나타나자 아무리 그라도 살짝 질릴 수밖에 없었다.
“아까부터 계속 잔재주, 잔재주타령하면서 중얼거리는데. 설마, 중 2병처럼 ‘싸움은 정정당당하게 1:1로 붙는 거야!!’라는 개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지?”
“뭐?”
“아니, 그렇잖아. 세상에 정정당당한 싸움이 어딨어. 아니, 애초에 네크로맨서를 상대로 네가 말하는 정정당당이란 게 정정당당이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상대를 하거나 대꾸를 해 주지 거참.”
"......."
신랄한 비난에 이하응은 할 말을 잠시 잃었다.
“그러니까, 종알종알하지 말고 진지하게 싸우자, 응?”
“건방진 녀석.”
“응, 이제 알았냐. 킥킥.”
회사를 그만둘 때도 보았지만, 실제 성격은 상당히 까칠했다.
그래도 참을성은 좋은 편이라 군대를 겪으며 사회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웠기에 별 탈 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가 있었다.
다만, 굳이 참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선 신랄하게 나오는 것이었다.
“네놈을 노예로 쓰려면 죽이면 안 되니, 필요 없는 입이나 찢어 주마.”
촤악-!
이하응의 변화된 팔이 더욱 부풀어 올랐다.
이젠 작은 인간의 체구에 맞지 않는 마치 괴물의 팔처럼 변했다.
그만큼 더 강력해졌다는 뜻이었다.
“그딴 잔재주가 나한테 통할 것 같으냐!!”
쾅-!
단단히 화가 난 이하응은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스윽.
요한도 이제 정말 말싸움은 끝,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임을 인지했다.
‘가볍게 인사부터. 본 스피어!’
촤악!
날카로움을 자랑하는 갈비뼈가 이하응을 향해서 날아갔다.
턱- 콰직!
“이따위 장난질을!!”
나름대로 강력한 공격 스킬임에도 갈비뼈는 허공에서 이하응의 변화된 팔에 잡혀서 그대로 가루가 되었다.
‘휘유, 역시 S급 헌터님이신가.’
그 모습에 요한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한 번 붙어 보았던 사사키와는 정말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팍-!
다시 공중으로 뛰어오른 이하응.
고오오오오.
“헛, 막아!!”
거친 마나 폭풍이 이하응의 양팔을 중심으로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기겁한 요한은 얼른 본 골렘의 위치를 조정했다.
스윽.
그러면서 슬쩍 스마트폰을 내려다보았다.
스마트폰 화면엔 본 골렘 1기를 기준으로 한 1인칭 시점이 펼쳐져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본 골렘의 위치를 조정한 것이다.
콰앙-!
그야말로 엄청난 기세였다.
‘보인다, 보인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엔 그런 이하응이 똑똑히 보였다.
‘큭큭, 이거 대박인데.’
확실히 이하응은 정말 빨랐다.
강화 계열 헌터가 보통 그렇듯이, 특히 신체 변화를 특성으로 한 강화 계열 헌터는 정말 강했다.
보통 강화 계열은 소환 계열 못지않은 좋지 않은 계열로 통했다.
다른 계열 헌터들이 화려하고 강력한 스킬을 뻥뻥 터트릴 때, 강화계열 헌터는 스킬뿐만이 아니라, 본인 고유의 실력까지 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즉, 강화 계열은 정말 손이 많이 타는 계열이라 오랜 수련과 훈련을 거쳐야 빛을 보는 스타일이었다.
그렇다고 그 빛이 화려하냐?
그것도 아니었다.
훈련을 안 하면 0.5인분, 10년이 넘는 무술 및 전투 훈련을 거치면 1.5인분 정도?
하지만 예외가 있다면, 특성에 신체 변화가 있다면 달랐다.
신체 변화는 일반적인 강화 계열과는 차원이 다른 힘과 속도를 만들기 때문이다.
기술이란 게 부족한 힘과 속도를 보충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역으로 힘과 속도가 압도적이라면 굳이 기술이 필요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신체 변화 특성이란 게 딱 그런 능력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똑똑히 볼 수가 있었다.
‘큭큭, 이야. 혹시나 했는데. 이게 진짜로 되네?’
본 골렘을 스마트폰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그는 그것에 착안해 정말 많은 것을 연구했다.
오랜만에 순수 프로그래머로 돌아간 기분이 들 정도였다.
회사에서 일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아마추어 때의 열정이 되살아났다.
‘일반 본 골렘은 불가능하지만, 스마트폰 프로그램을 짜서 자동 타케팅 프로그램을 짜 넣었지.’
그의 전공은 게임 쪽은 아니었다.
그래도 공부 정도는 해 두었다.
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 언제, 어떻게 다른 분야로 이직할지 모르니 말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요한이 다 잘하는 건 아니었고 게임 회사에 들어가면 꼭 필요한 분야 정도는 익혀 둔다는 느낌으로 공부해 둔 것이다.
그는 언젠가는 더 넓은 물에서 놀고 싶었으니까.
그때의 공부가 지금 도움이 되었다.
각성몽 안에서 다양한 형태의 전투 보조 프로그램을 짜 둔 덕분에 이하응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가 있었다.
스마트폰 화면의 U.I를 클릭했다.
‘이 버튼을 누르면 본 크래쉬가 나가지.'
스윽- 쾅!
“큭, 이 무슨!”
이하응은 당황스러웠다.
덩치만 크지 무식하고 느려 보이는 골렘 따위가 자신의 움직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공격을 해 왔기 때문이다.
‘겨우 소환체 따위가 내 움직임을 읽어?!’
그것도 상대방은 소수 정예의 소환 계열 헌터도 아니었다.
그의 움직임을 캐치했던 유일한 소환체는 청룡을 다루며 용 조련사란 별명으로 유명한 S급 헌터 이용이 유일했다.
물론 움직임을 캐치했을 뿐, 그를 이길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요한은 소수 정예가 아니라, 다수의 소환체를 부르는 소환계열 헌터였다.
그러니 소환체의 클래스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내 움직임을 이렇게 명확하게 읽는 거지?’
으득-!
‘내가 겨우 이 정도로 당할 성싶으냐!’
속도가 잡혔다면, 힘으로 밀어붙이면 그만이었다.
“크하아압!!”
이하응이 기합을 내지르며 마나를 응축시켜 주먹을 내질렀다.
“헙!”
스마트폰으로 그 모습을 똑똑히 보던 요한은 기겁했다.
이건 도저히 본 골렘으론 막을 수 없는 수준의 힘이었기 때문이다.
본 골렘은 그대로 완전히 박살이 났다.
‘미친, 파워가 강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그야말로 무식하다는 표현이 아주 잘 어울릴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하지만., 씨익.
요한은 본 골렘이 부서졌음에도 불구하고 입가를 올리며 웃었다.
꿈틀.
‘이건?’
이하응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덜덜, 조금씩 손이 떨리고 있었다.
‘당했군. 충격을 일부 돌려주는 능력인가?’
본 골렘의 방어력이 얼마일지 확신할 수가 없어서 온 힘을 다해서 내질렀다.
덕분에 본 골렘이 버틸 수 있는 최대의 파워를 아득히 넘어간 충격은 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본 골렘이 가지고 있는 방어 스킬 중 하나인 받은 충격 일부를 되돌려 주는 스킬의 영향을 온몸으로 받아 버렸다.
방대한 마나를 내뿜은 대가를 조금 치른 것이다.
‘하, 이 무슨.......'
이하응은 어이가 없었다.
무슨 소환체 하나, 하나를 제거하는 데 이런 수고를 들여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문제는 더 있었다.
구궁-!
“여기 하나 더 등장이오!”
그가 꽤 힘을 들여서 부순 언데드는 요한의 손짓 한 번이면 얼마든지 되살아난다는 것이었다.
‘당했군.’
아직 전투는 한창이었지만, 이하응은 이번 전투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을 예감했다.
“흐아아압!”
콰앙-!
이번에도 본 골렘 하나가 박살났다.
‘크흠, 무식하긴.’
벌써 5기째의 본 골렘이 그 자리에서 박살이 났다.
즉, 그가 열심히 모은 뼈가 최소 400개가 소모된 것이다.
거기에다가 본 골렘의 스킬을 사용하며 소모된 뼈까지 하면 이제 정말 몇 개 남지 않았다.
털썩.
본 골렘을 전부 박살을 낸 이하응이 땅으로 내려왔다.
꿈틀.
도저히 인간의 것이라곤 볼 수 없는 녀석의 팔이 꿈틀거렸다.
“이제는 너를 지켜 주는 골렘 따윈 없군.”
“역시 S급이야. 본 골렘을 이렇게 허무하게 박살을 내다니.”
“자, 기다려 줄 테니. 어디 잔재주를 더 부려 보시지?”
“큭큭, 오냐. 내가 하라면 못 할 줄 알고?”
구궁-!
이하응의 주변 땅이 흔들리더니 그곳에서 곧바로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솟아났다.
‘위저드가 파괴된 덕분에 변이체는 더는 부를 수가 없다는 게 좀 아쉽네.'
정말 쓸모 있는 녀석들이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재미없군.”
이하응은 변이된 팔을 더 휘둘렀다.
콰가가강-!
엄청난 파동이 휘몰아치면서 주변 스켈레톤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기술 따윈 없는 오로지 힘과 속도 그 자체였다.
“하아.”
“큭큭, 벌써 포기했느냐?”
이하응이 웃으며 물었다.
“아니, 내가 포기는 왜 해. 어차피 지금까지 쭉 내가 하던 일은 시간 끌기였는데.”
“뭐?”
“미안하지만, 본 골렘은 내 전력이 아니었는걸?”
“뭐?”
“아, 마침 끝났나 보네.”
샤아아아.
[주인이시여, 명하신 대로 처리하였습니다.]
리치 사무엘의 등장.
“흐흐, 수고 많았어.”
툭-.
그리고 뒤이어 듀라한 류페이도 요한에게 뭔가를 넘겨주었다.
“이거면 돼?”
“응, 수고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