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이렇게 하나, 둘 빠져 버리면 언데드들에 대한 지휘를 그가 직접 해야 했다.
쾅쾅쾅-!
언데드 두 무리가 거칠게 부딪혔다.
하지만 뒤에서 보기에도 확실히 요한의 전력이 많이 부족했다.
‘흠……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는 스마트폰을 열어서 자신의 스킬 트리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평소처럼 시체에서 언데드를 일으킬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진 밀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무식하게 언데드를 일으키고 또 일으키면 금방 쓸어버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리치를 손에 넣기 위해서 언데드를 일으킬 수 없는 묘지 필드에 방문한 이상 감내해야 할 일이었다.
‘언데드를 적게 소환하면서도 싸워서 이길 방법이 필요한 순간이 꼭 지금뿐만은 아닐 거야. 만약에 내가 상대해야 하는 적이 시체를 남기지 않는다면? 아니면, 1~2명만 상대해야 한다면? 그때를 대비한 대책이 꼭 필요해.’
이 부분은 언제나 느끼고 있었다.
코딩이 가능한 네크로맨서는 같은 S급 헌터와 비교해도 정말로 강한 클래스였으니까.
하지만 조건부라는 확실한 약점이 있었다.
바로 시체가 있어야 한다는 점말이다.
‘내가 어중간한 헌터가 되고 싶다면, 굳이 그 단점을 탈피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면 반드시 그 약점을 극복해야 해.’
어떻게 보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할 수가 있었다.
왜냐하면, 점점 요한이 높이 올라갈수록 적은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그 적들은 결코 바보나 멍청이가 아니었다.
지금까지야 네크로맨서에 대한 진짜 이해가 부족했기에 제대로 싸움을 걸지 못했을 것이다.
네크로맨서=시체라는 것은 상식이지만, 이게 정말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칠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으리라.
그냥 평범한 소환 계열 헌터와 똑같이 여기면서 말이다.
하지만 몇 번 전투를 겪어 보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약점이었다.
그러니 살기 위해서라도 꼭 그 약점을 이겨 내야 했다.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러셀길드에 딱 붙어서 철저한 보호 속에 살던가.
‘그럴 수는 없지.’
그는 지금은 엘레노아를 믿었다.
하지만 그건 믿을 만한 상황이기에 믿을 수 있는 것일 뿐이었다.
언제 누가 어떻게 자신을 배신할 것을 100% 예상할 수 있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 음. 그 인도의 유명한 예언가 정도면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요한은 미래를 보는 재주는 없었다.
강한 힘엔 강한 책임이 따르는 법이었다.
거기에다가 그에겐 지켜야 할 예쁜 여동생도 있었다.
절대 약해지거나 누군가에게 100% 의존할 수는 없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상황은 그 약점을 탈피할 중요한 기회기도 하지.’
궁하면 통한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까진 별생각 없었는데 지금은 반드시 떠올려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역시 내가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은 본 아이덴티티 쪽인데…….'
뼈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스킬이 있으면 편할 것이다.
보통 조건부 스킬이 더 강한 편인데 그에겐 뼈 수집이라는 스킬도 있었다.
수집한 뼈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면 보통 스킬보다 훨씬 강력한 스킬을 만들어 낼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서 본 골렘처럼 말이야. 아, 생각난 김에 본 골렘 좀 소환해야겠다. 본 골렘.’
후드드득-!
그가 스킬을 사용하자 허공에서 뼈들이 나타나 뭉치더니 거대한 골렘을 만들어 냈다.
거대한 골렘의 위용은 대단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위용에 비해서 실용성은 아무래도 떨어졌다.
거대한 덩치 때문에 그만큼 속도가 느렸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위협적이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일단 시간은 벌었어.’
그리고 요한은 스마트폰으로 본 아이덴티티 스킬을 열어 보았다.
[본 아이덴티티 Lv.58]
스킬 설명: 네크로맨서는 평생을 시체와 함께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직접적인 공격 마법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다가 다양한 뼈를 연구하던 중에 한 네크로맨서가 연구하던 뼈에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것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뼈로 그들만의 새로운 공격&방어 마법을 만들어 내고 기뻐합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스킬을 깨우치게 될 것입니다.
〈스킬 현황〉
▶ 티쓰: 단단한 짐승의 송곳니를 날리는 스킬. 송곳니의 개수는 스킬 레벨 X3에 비례한다. (쿨타임 10초)
▶ 본 스피어: 커다란 갈비뼈를 날리는 스킬. 레벨에 따라서 날릴 수 있는 뼈의 크기가 달라진다. (쿨타임 30초)
▶ 본 월: 커다란 뼈 더미를 만들어서 벽을 세우는 스킬. 레벨에 따라서 방어력이 결정된다. (쿨타임 1분) (1시간 동안 지속 가능)
▶ 뼈 수집: 시체의 뼈만 골라서 수집할 수 있다. 최대 수집 제한은 레벨(x 10)이다. 수집한 뼈는 다양한 스킬 활용이 가능하다.
▶ 본 골렘: 수집한 뼈 80개를 사용해 본 골렘 1기를 불러낼 수가 있다. 수집한 뼈의 상태에 따라서 그 능력이 천차만별인 골렘이다.
‘흠.......'
딱히 특별한 건 없는 스킬 트리였다.
당장은 그래도 성장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뭐가 좋을까. 무슨 스킬을, 어떻게 활용해야 쓸모가 생길 수가 있을까…….'
쿵쿵-!
요한이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본 골렘까지 본격적으로 전투에 들어갔다.
덩치가 큰 녀석답게 잘 버텨 주었다.
‘에라이, 모르겠다. 일단 있는 걸 잘 활용해 보자.’
원래 아이디어란 게 억지로 생각한다고 해서 떠오르는 종류의 물건이 아니었다.
‘티쓰, 본 스피어, 본 월!!’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적극적인 공격 스킬인 티쓰와 본 스피어 그리고 방어 혹은 이동 방해 스킬인 본 월까지 아끼지 않고 사용했다.
파바박-!
엄청난 뼈 무리가 스켈레톤과 스켈레톤 워리어를 향해서 쏟아졌다.
콰가각-!
녀석들은 방패를 들고 요한의 스킬을 막았지만, 100% 다 막아 낼수는 없었다.
꽤 큰 충격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그래, 역시 일단 있는 것부터 잘 이용해야지. 새로운 것은 그다음에 고려해 볼 일이야!’
신이 난 요한은 더욱 적극적으로 본 아이덴티티 스킬을 뿌려 대기 시작했다.
저주 스킬도 있었지만, 언데드에겐 요한이 가진 저주 스킬이 통하질 않았다.
그가 가진 3개의 저주 스킬 약화, 출혈, 시야 차단은 다 생명체를 대상으로 하는 스킬이기 때문이다.
띵-!
그때 요한의 스마트폰이 한 차례 울렸다.
포탈 외부에선 메시지나 다른 알림음이겠지만, 포탈 내부에서 스마트폰이 울렸다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어, 안내인 씨.”
[플레이어. 특별한 전달 사항이 있습니다.]
“특별한 전달 사항?”
하필이면 지금 특별한 전달 사항이라니?
[아무래도 모르고 계시는 거 같아서요. 방금 들어온 정보입니다만.
본 골렘에 프로그램이 입혀졌습니다.]
“응, 그게 무슨 뜻이야?”
[아무래도 플레이어의 특성인 프로그램은 단순히 코딩만 하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어, 뭐라고?”
코딩만 하는 게 아니라니?
요한은 바로 안내인의 말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프로그램 특성은 아무래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특성인 것 같습니다. 지금 플레이어는 본 골렘에 접속해 본 골렘을 직접 조종이 가능합니다.]
“뭐, 뭐?!”
안내인의 말이 맞는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본 골렘의 약점은 바로 느린 것과 생물체를 기반으로 하는 언데드가 아니라 물체나 마찬가지인 녀석이라 컨트롤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굼뜨더라도 덩치가 커서 잘만 이용하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가 있었다.
“어, 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현재 플레이어의 스마트폰 오른쪽 위에 붉은색으로 떠있을 겁니다.]
“아, 오, 그러네.”
[그것을 클릭해 보십시오.]
“오케이.”
안내인이 시키는 대로 터치를 하자 느낌표가 사라지고 화면이 되었다.
“오우?”
요한의 스마트폰 액정에 마치 FPS 게임을 하듯이 화면이 떠올랐다.
요즘 스마트폰 사양이 그야말로 컴퓨터와 맞먹는 사양이라서 높은 사양의 FPS 게임도 충분히 가능할 정도였다.
아주 깔끔한 화질의 화면이 요한의 스마트폰에 떠올랐는데 화면 안에 들어오는 내용물은 아주 익숙했다.
“……정말 됐잖아?”
바로 그와 조금 떨어진 앞에서 딱히 의미는 없지만, 열심히 발을 구르고 있는 골렘이 보는 시야각이었기 때문이다.
‘와, 이게 진짜로 돼?’
놀랄 노 자란 단어는 바로 이럴때 써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더 있습니다.]
“여기서 더 있다고?”
[예, 일반 골렘 상태론 없는 스킬이 플레이어가 접속한 상태에선 생겼습니다.]
"......?"
[오른쪽 아래를 보시면 됩니다.]
안내인의 말대로 오른쪽 아래쪽에 마치 모바일 액션 RPG 게임을 하는 것 같은 스킬 U.I가 떡하니 존재하고 있었다.
‘미친!!’
단순히 조종하는 것도 대단한 건데, 아예 없던 스킬까지 생겼다.
‘정말 사기야, 사기.’
[직접 컨트롤로 전투에 임할 수가 있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100%제약이 없을 수는 없기에. 본 골렘의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선 수집해 놓은 뼈가 소모됩니다.]
“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어차피 본 골렘을 소환할 때 말고는 쓸 곳도 없는 뼈 수집이었다.
지금 본 골렘을 1기 소환할 때 쓴 80개 말곤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오히려 소모할 수 있는 거리가 생긴 게 더 기쁜 일이었다.
스킬 U.I엔 총 4개의 스킬이 있었다.
[본 골렘 정보에 사용 가능한 스킬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오케이, 땡큐.”
요한은 얼른 스킬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 본 크래쉬: 본 골렘이 사용할 수 있는 기본 스킬. 땅을 주먹으로 강하게 내려쳐 주변 3m까지 날카로운 뼈 가시를 생성한다. 뼈가 닿지 않은 3m부터 5m까지는 충격파로 상대방을 잠시 주춤하게 만들 수 있다. (뼈 소모 10개, 재사용 대기 시간 1분)
▶ 뼈 던지기: 본 골렘의 육체 일부를 뜯어서 던지는 스킬. 마나가 담긴 뼈에 가격당하면 3초간 30% 느려진다. (뼈 소모 15개, 재사용 대기 시간 30초)
▶ 뼈 갑옷: 패시브 스킬로 받은 피해의 10%를 적에게 돌려준다.
▶ 리사이클: 큰 충격으로 본 골렘이 파괴됐을 때, 본 골렘으로 소모한 뼈의 50%를 되돌릴 수가 있다.
‘스킬도 다 좋아.’
마음에 쏙 들었다.
스킬 구성 자체가 본 골렘과 아주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어디 한번 플레이해 볼까?’
지금까지는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플레이해 보기 위해서 그는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 겸 검을 허리에 있는 검집에 넣었다.
그리고 양손으로 스마트폰을 잡았다.
아주 전형적인 모바일 게임을 하는 자세였다.
‘어디 보자, 이렇게 움직이는 건가?’
오른쪽 아래엔 스킬 U.I가, 왼쪽 아래엔 움직이는 U.I가 있었다.
둘 다 깔끔한 원형 디자인으로 스마트폰의 액정 크기에 맞게 크기도 잘 설정되었다.
스윽.
그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쿵-!
‘오호.’
본 골렘도 맞춰서 움직였다.
‘좋아, 제대로 해 보자고.’
그는 모바일 액션 게임의 경험이 많았다.
대부분의 여가를 친구와 보내기 보다는 혼자 보내다 보니 TV나 스마트폰 컴퓨터가 더 익숙했다.
물론 친구들과 노는 다른 사람들도 요즘엔 뛰어노는 게 아니라, 컴퓨터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을 함께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요한은 그들보단 조금 더 전문적으로 즐길 수가 있었다.
혼자 노는 것의 장점은 굳이 친구들과 취향을 맞출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일단 제일 처음엔 바로 이 스킬이다.’
툭.
손가락이 스킬 U.I를 눌렀다.
구구구궁-!
본 골렘의 팔이 위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