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시간이 지날수록 화룡 길드 측헌터들은 지쳐 갔다.
반대로 요한이 이끄는 언데드 군단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강해졌다.
요한의 마나 회복 스킬 덕분에 그가 무한대로 소환 및 사냥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을 잘 모르고 있었다.
스걱- 푹!
“크흡!”
슬슬 A급 헌터마저도 하나, 둘쓰러지기 시작했다.
“부, 부마스터님. 이, 이대로는 저희 다 죽습니다.”
“도, 도대체 이게 사람이야. 아무리 S급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하잖아!! 그리고 저 녀석은 독까지 섭취했을 텐데 왜 이렇게 쌩쌩해!! 그게 얼마짜리 독인데!!”
아무리 S급이 최강 소리를 듣더라도 그가 이번에 고용한 사천 마녀의 독은 S급 헌터도 중독시키는 극독 중의 극독이었다.
이미 당소소의 손에 2명의 S급 헌터가 유명을 달리했을 정도로 그녀는 매우 유능하고 위험한 암살자였다.
정부에서도 그녀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뒤쫓고 있었지만, 워낙 변장술과 은신술에 조예가 깊어서 잡히질 않았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그녀의 뒤를 쫓고 있었지만, 뒤에선 그녀를 고용해 정적이나 말을 듣지 않는 헌터를 제거하기도 했다.
“부, 부마스터님. 서, 설마 사천의 마녀가 실패한 건 아닐까요.”
“뭐?”
장진은 그때야 아차 싶었다.
사천의 마녀의 위명에 너무 의존한 탓에 중독이 됐는지 안 됐는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일부터 벌였다.
‘사천의 마녀가 그동안 잡히지 않은 거지 100% 암살에 성공한 건 아니잖아!!’
그녀의 암살 방식은 아무래도 독이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S급을 죽이기 위해선 독을 직접 체내로 주입해야 했다.
외부에서 뿌리는 독도 나쁘진 않지만, S급 헌터를 죽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니 눈치가 빠르거나 주변 경계가 철저한 S급 헌터는 그녀가 죽이기 힘들었다.
만약에 그녀의 암살 성공률이 100%였다면, 그 위험성 때문에 이미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젠장, 아무래도 독이 실패한 것 같군.”
“부, 부, 부마스터님. 그, 그러면 이제 어, 어찌합니까?”
부마스터의 개인 비서 헌터는 E급의 별거 아닌 평범한 헌터였다.
그의 임무는 전투나 사냥이 아니라 보조 스킬로 부마스터가 시키는 일이나 잘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 미쳐 돌아가는 전투 현장이 미치도록 무서웠다.
빨리 이곳에서 빠져나가 고향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계실 부모님이 보고 싶었다.
"큭큭큭."
갑자기 부마스터 장진이 웃었다.
“부, 부마스터님?”
비서는 이 상황에서 웃는 부마스터를 보고 미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상대하려고 했던 건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었군, 괴물이었어.”
장진은 중독 시도가 실패했을 거라는 확신이 들자 이번 작전이 애초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같은 S급 헌터를 이긴 S급 헌터를 독으로 중독시키지도 못하고, 같은 S급 헌터도 없이 이기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
그는 미친 게 아니라 체념한 것이다.
푸화아악-!
“끄아아악!!”
“뜨거워, 살려 줘!!”
“으아아악!!”
이곳 화룡 길드가 며칠 빌린 시골 호텔 앞은 그야말로 인세의 지옥이 강림한 모습이었다.
시체가 되살아나서 인간을 물어 뜯어 죽이고 해골 마법사들은 지옥의 겁화를 뿜어냈다.
살이 타들어 가는 냄새와 피 냄새가 사방을 진동시켰다.
“크크크, 정청이 너도 참 불쌍하구나.”
“아, 안 돼. 이, 이럴 수는 없어.”
그는 이제 막 화교라는 차별에서 벗어나 위로 올라가려던 참이었다.
어렵게 공부해서 러셀 매니지먼트에 입사했다.
그리고 최근 기회가 생겨서 큰돈을 받고 요한을 속이는 임무를 얻었다.
그는 외국에서 사는 중국인 화교였지만, 언젠가 성공해서 중국에 돌아가는 게 꿈이었다.
그런 꿈이 순식간에 뭉개지려고 하고 있었다.
“이대로 절대 죽을 수 없어!!”
그는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도 있었다.
파바박-!
E급 헌터인 그는 유일한 패시브스킬, 바람의 발걸음을 사용해 최대한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콰앙-!
“헉!”
그런데 그 순간.
피비린내로 진동하던 호텔 5층의 한쪽이 폭발하면서 그곳에서 무엇인가가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무엇인가는 쭉 뻗어 나와 정청의 앞에 내렸다.
쿵-!
“으헉!”
주변 땅이 크게 흔들렸다.
정청이 막 뛰려던 순간이라 진동에 중심을 잃어 스킬이 취소되었다.
“음, 이건 또 뭐야.”
“사, 살려….”
스걱-!
정청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검을 휘둘러 목을 베었다.
그 존재는 바로.
“여, 듀라한. 늦었네?”
요한은 반갑게 그녀를 맞이해 주었다.
“주인, 그건 내 종족의 이름이라고 부르려면 이름을 지어 주던가, 아니면 생전의 이름이라도 불러 달라고.”
여전히 왼손이 들고 있는 머리가 투덜거렸다.
“괴, 괴물!!”
“흐이이익!!”
듀라한, 그녀가 등장하자 그나마 남아서 항전하던 중국인 헌터들의사기는 완전히 바닥이 되었다.
“하, 항복하겠습니다.”
“제,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챙그랑.
그들은 적극적으로 항복 의사를 표현했다.
“뭐야, 벌써 끝났어?”
요한은 김이 샜다는 표정이었다.
아직 화끈한 학살도 시작하기 전이었다.
그런데 벌써 항복이라니, 대륙의 기상에 실망감이 들었다.
물론 저들의 말을 알아들은 건 아니었다.
무기를 버리고 양팔을 위로 드는 행위를 이해한 것이다.
“제, 제발 사, 살려 주십시오. 저, 전 이곳에 끄, 끌려온 한국인입니다. 김요한 헌터님, 제발!!”
“응?”
한쪽에서 익숙한 한국어가 들려왔다.
그곳엔 20대 중반의 젊은 청년이 다급한 표정으로 달려오려다가 스켈레톤 워리어에 제지된 상태였다.
‘뭐지?’
그는 곧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넌 뭐냐?”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몰라도 그는 여전히 요한의 적이었다.
당장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적 말이다.
“저, 저는 겨, 경기도 광주 출신의 최순환이라고 합니다. 사, 사실 이곳에 시, 신혼여행을 왔습니다.
그, 그런데 이 녀석들이 크흑. 여행자인 저희 부부를 납치해 아내는 인신매매단에 팔고 저는 현상금 헌터 무리의 노예로 팔았습니다. 제, 제발…… 저, 저를 살려 주십시오.
저는 이대로 죽을 수 없습니다. 아내를 찾아서 꼭 구해 줘야 합니다.
제발. 흑흑!!”
대성통곡을 하는 남자.
“흠. 안타까운 사정이긴 한데.”
문제는 이 말을 100% 믿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샤릉.
‘어?’
그런데 그때.
최순환의 주변으로 미미한 빛이 나더니 그의 뒤로 순수한 여성 영혼이 하나 나타났다.
울고 있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아니, 잡으려고 했지만 닿지 않아 그대로 통과했다.
‘아, 이 영혼이 녀석이 말한 그 아내인가. 죽었네…….'
네크로맨서가 된 이후인 건지 아니면 원래 그의 성격이었던 것인지 감정보다는 이성을 우선으로 하는 그였지만, 지금 상황에서조차 아무런 느낌이 없을 리가 없었다.
한쪽 무릎을 꿇고는 엎드려 울고 있는 남자의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믿어. 살려 줄게.”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미안한 소식을 하나 들려줄게.”
“예, 예?”
갑자기 미안한 소식이라니?
“네가 말한 그 아내란 사람. 혹시 긴 생머리에 붉은색 장미 머리띠를 착용하고 흰색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고 붉은색 보석이 박힌 반지를 끼고 납치됐어?”
“그, 그렇습니다. 그, 그런데 그걸 어떻게?”
순환은 물론이고 그의 곁에 있던 여성 영혼도 깜짝 놀라 요한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자신이 보이냐는 표정이었다.
“네크로맨서는 죽은 자의 영혼을 볼 수 있지.”
“그, 그, 그, 그……."
남자는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면서도 0.001%의 가능성을 믿고 아내를 구하기 위해서 버텨 왔다.
그런데 지금 와서 그녀가 죽었다니?
“미, 믿을 수가 어, 없습니다. 그, 그녀가 죽다니요. 그, 그럴 리가……. 아, 안 돼. 흑흑.”
애써 부정해 보았지만, 눈에서 차오르는 눈물은 막을 수가 없었다.
그는 요한과 만난 적도 없었으며 특히 아내는 김요한이란 존재 자체를 몰랐다.
그리고 설사 알았다고 해도 납치될 당시의 복장까지 안다는 건 신이 아니고서야 알 도리가 없었다.
만약에 요한이 신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그의 말은 더 정확하다는 뜻이었다.
‘쯧.'
그는 더욱 크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여성 영혼도 슬퍼하며 그를 감싸안았다.
요한은 슬픔에 몸부림치는 남자를 내려다보다가 잠시 주변을 돌아보았다.
‘오, 저 녀석인가?’
다른 놈들보다 심하게 떨고 있는 중국인 헌터를 발견했다.
“어이.”
위저드에게 눈짓을 하자, 눈치가 빠른 위저드는 고개를 끄덕이곤 곧바로 워리어를 시켜서 덜덜 떨고 있는 중국인을 데리고 왔다.
풀썩-!
“사, 살려 주십시오. 저, 전 모, 몰랐습니다. 제, 제발!!”
“야, 너. 혹시 중국어 할 줄 알아?”
아무리 짙은 슬픔이라도 요한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덜했다.
“흑흑, 크흠. 아, 예. 제가 일하던 회사가 중국 계열이라……."
곧바로 최순환은 요한의 물음에 반응해 코를 먹으며 대답했다.
“괜찮은데. 좋아, 내가 너 살려주는 조건으로 통역 좀 해야겠다.”
“예, 아, 알겠습니다.”
일단은 사는 게 먼저였다.
설사 아내가 죽은 게 사실이라도 그녀의 시체라도 찾아야 했다.
“그리고 이 녀석이 네가 말한 그 현상금 헌터가 맞아?”
“아, 저, 예.”
“잠깐만, 혹시 중국은 노예가 합법화된 거야?”
“그, 그건 아닙니다. 제가 노예로 끌려다니며 듣기론 현상금 헌터처럼 음지에서 활동하는 헌터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짐꾼 회사 대신 노예를 쓴다고 들었습니다.”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로 짐꾼 회사는 오로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 하나만 있었다.
이 짐꾼 회사는 몬스터 사체와 마석을 담당하기에 그야말로 부가가치가 엄청난 사업이었다.
헌터 자체는 100% 통제할 수 없어도 이 짐꾼 회사를 독점함으로써 세금 외에도 엄청난 국부를 독점하고 있는 중국 정부였다.
그리고 헌터들에 대한 제재 목적으로 짐꾼 회사의 비용을 비싸게 하여서 그들에 대한 압박도 함께했다.
그러다 보니 불법이지만, 유지 비용이 적은 노예를 암묵적으로 거래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중국은 인구가 넘쳐 나는 국가였으니 말이다.
“흐음, 그렇다는 건 다른 녀석들도 노예를 데리고 있을 수 있다는 거네?”
“예, 예. 제가 100% 확인해 본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노예를 데리고 있을 겁니다.”
“그렇단 말이지.”
이번에도 위저드에게 눈짓을 했다.
“그럼, 정해.”
“예?”
“이 녀석 말이야. 네가 죽일래아니면 내가 죽여 줄까?”
“그, 그게……."
“너를 노예로 부렸던 녀석이잖아. 맺힌 게 많을 거 아니야?”
“그, 그, 괜찮습니다. 어차피 저 녀석이 제 아내를 데려간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사람을 죽인다는 게 좀……."
보통의 사람이라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 깜빡하고 있었네.’
헌터가 되면서 살인 자체에 무감각해진 요한이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를 죽인다는 표현을 너무 쉽게 했다.
‘쩝, 뭔가 씁쓸하구먼.’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과거로 돌아갈 마음은 없었다.
“그렇다면, 눈 감아.”
“예?”
“눈 감아.”
“아, 예.”
최순환은 얼른 눈을 감았다.
스걱- 스격-!
“끄아아악!!”
“으, 으아아악!!”
“사, 살려 줴!”
"으으으......."
이어지는 절규와 비명에 최순환은 눈과 귀를 함께 막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