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짝-!
기억은 지울 수 없었지만, 뺨을 때려서 정신을 차리는 동시에 반성했다.
조금 더 주변에 신경을 써야겠다고 말이다.
배신은 배신이었지만, 딱히 크게 믿은 것도 아니었고 러셀 매니지먼트에서 붙여 준 인력이었다.
그러니 딱 이 정도가 적당한 반성이었다.
“하여튼 빵즈 X들. 지들 일 하나 제대로 못 처리해서 부탁하는 꼴이라니. 쯧쯧.”
‘응?’
방금 뭔가 중요한 말을 들은 듯했다.
‘설마, 역시. 중국과 아무 접점도 갈등도 없었는데. 굳이 중국 길드가 나서서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지. 나를 싫어하는 누군가가 의뢰를 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지.’
그제야 이 사태를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단순히 이들을 뚫고 나가는 게 아니라. 누가 의뢰했는지 알아내야겠네?’
주변을 돌아보며 S급 헌터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S급은 안 보이네. A급은 많지만 말이야.’
헌터의 수준으로 국력이 나뉘는 이 시대.
인구 10억의 중국이라면 당연히 인구 3억의 미국과 인구 4천만의 한국이 나란히 G3를 형성하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S급의 각성이었다.
이 S급 헌터는 인구가 많다고 무작정 나오는 등급이 아니었다.
정말 타고난 극소수의 인간만이 받을 수 있는 등급이었다.
그러다 보니 무작정 인구가 많다고 S급 헌터가 많은 게 아니었다.
미국, 중국, 한국이 특별히 S급이 많고 헌터 인프라가 잘 깔려 있어서 G3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중국이라도 S급을 보는 건 마찬가지로 힘들었다.
‘이번 작전에 길드 마스터가 없는 거 보면. 저 부마스터란 녀석의 단독 작전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S급 헌터를 상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같은 S급을 동원한다는 간단한 규칙을 어길 리가 없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무식하게 숫자로 밀어붙이는 건 중국 고유의 방식이었다.
다만, 상대가 너무 좋지 않았다.
‘어디 보자, 이번 전투로 괜찮은 영혼과 시체를 좀 많이 얻을 수 있겠는데?’
인간 헌터의 영혼과 시체는 정말 얻기 힘든 재료였다.
같은 인간을 실험이나 능력의 재료로 사용한다는 꺼림칙함도 있었지만, 재료 자체를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이 중세 유럽의 혼돈 시기도 아니고 인권이란 개념이 확립된 시기.
인체 실험은 그 자체로도 비윤리적이고 추악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실에 있는 재료 대부분이 몬스터였다.
‘하지만 이런 비밀스러운 전투 후에 얻는 인간의 시체와 영혼을 실험하는 것까진 막을 수 없겠지.’
“자자,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죽여.”
“와아아아!!”
현상금 10억 위안에 이미 눈이 돌아간 현상금 헌터들이었다.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요한에게 달려들었다.
피승-!
“파이어 크로스!!”
“지옥의 겁화!!”
“뇌전 지옥구!!”
쿠르릉- 푸화아악!
근접 전문 헌터들이 달려드는 그 틈을 이용해 원거리 헌터들이 각자의 주요 스킬을 날렸다.
화살과 화염, 전기 공격이 짤뽕되어 요한에게 쇄도했다.
‘본 월.’
그런 공격들을 무표정으로 보던 요한이 조용히 스킬을 사용했다.
구르르릉- 카카카캉!
“헉!!”
“뭐, 뭐야?!”
“우리 공격이 이렇게 허무하게 막혔다고?”
말 그대로 그들이 신경 써서 날린 스킬들이 뼈로 된 벽에 닿자 그대로 증발해 버렸다.
“제기랄, 계속 퍼부어!!”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다시금 공격을 마구 퍼붓기 시작했다.
보통이라면 근접 헌터들이 위험하기에 그러면 안 되었다.
타이밍을 잘 체크해서 정확하게 공격하는 게 정석이었다.
하지만 이번 전투에선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었다.
“젠장, 근접 헌터들이 저 빌어먹을 방쯔 자식에게 닿지를 못하잖아!!”
“이렇게 된 이상. 원거리 스킬로 압도한다. 모두 마나를 아끼지 말고 퍼부어!”
“예!”
“흐아아압!!”
“더스트 토네이도!!”
몇 차례 더 강력한 원거리 공격이 요한의 본 월을 두드렸다.
하지만 요한은 그 공격을 아주 잘 막아 냈다.
마나 소모가 꽤 있었지만, 그 정도야 마나 회복 스킬로 복구가 가능했다.
“준비됐어?”
[킥킥. 난 언제나 준비됐지, 요한.]
어느새 요한의 뒤로 하늘을 중심으로 한 유령 군대가 포진해 있었다.
아직 그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충분히 위력적인 세력인 것만은 확실했다.
“자, 그럼. 공격해.”
[꺄하하, 가자. 가서 인간들을 괴롭혀 주자!!]
[우으으으으.]
우웅-!
하늘이 먼저 본 월 위로 치솟아 날아가자 유령들이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이, 위저드.”
딱딱.
바로 요한이 보유한 원거리 병기인 위저드를 불렀다.
“너도 준비됐어?”
끄덕.
특이하게 이 녀석은 턱뼈를 두드리는 것과 고개를 끄덕이는 것.
2개의 행위를 나누어서 할 줄 알았다.
스켈레톤이면서도 지능이 꽤 있는 녀석이었다.
덕분에 요한이 아주 편해진 부분도 있었다.
그렇게 원거리 전투가 나름대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을 때.
근거리 전투도 정말 격렬하게 벌어지는 중이었다.
챙챙-!
“뭐, 이런!!”
“겨우 소환수 따위가 뭐 이렇게 강해!!”
“거기에다가 잘 안 죽어!!”
스켈레톤 워리어의 강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아무리 요한이 코딩으로 워리어를 강화했다고 해도 A급 헌터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콰직-!
거기에다가 이번 전투엔 화룡 길드 소속의 A급 헌터가 다수 동원되었다.
원거리 헌터는 대부분 용병 형식으로 현상금 헌터를 동원한 것과는 달랐다.
그건 그가 화룡 길드의 부마스터이자 근접 헌터 부대를 담당하는 부대장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A급 헌터에겐 스켈레톤 워리어 1기는 그리 어려운 상댄 아니었다.
“모두 정신 차려. 상대는 겨우 소환체야. 똑바로 싸우란 말이야!!”
“예, 예!!”
말은 그렇게 했지만, A급 헌터들은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무슨 소환체 따위가 이런 힘을?’
보통 소환체가 강하려면 10기 이내의 소수 정예를 표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이 알고 지내는 헌터 중에서도 소환 계열 헌터가 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크로맨서는 질보단 양으로 경쟁하는 소환 계열 헌터.
그런 네크로맨서의 기본 소환체인 스켈레톤 워리어가 생각보다 훨씬 더 강했다.
푸욱-!
“크악!”
A급 헌터는 몰라도 그 이하의 헌터들은 워리어에게 하나둘씩 당하기 시작했다.
그게 재앙의 시작했다.
‘시체 폭발.’
쾅-! 쾅-! 쾅-!
“크아아악!!”
“으아아악!!”
교황청은 공식적으로 네크로맨서라는 클래스를 인정하지 않는다.
교인 중에 네크로맨서가 나온다면 헌터를 못 하게 하고, 그래도 헌터 생활을 한다면 파문했다.
네크로맨서의 힘이 신의 뜻에 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큼 네크로맨서의 힘은 확실히 악질이었다.
이번에도 잘 싸우던 근접 헌터 몇 명이 쓰러지자 요한은 벽 너머에서 그것을 인지하고 곧바로 시체 폭발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옹기종기 뭉쳐서 스켈레톤 워리어와 싸우던 하급 헌터들이 떼로 사망해 버렸다.
“저, 저런!!”
“뭐, 뭐야?!”
“네크로맨서에게 저런 스킬이 있었다고?!”
교황청과 이유는 달랐지만, 어쨌든 네크로맨서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의 헌터들이었다.
당연히 네크로맨서의 자세한 능력을 알 리가 없었다.
그들은 그저 네크로맨서를 평범한 소환 계열 헌터로만 인지하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높은 등급의 소환계열 헌터들은 소환 스킬 말고도 강력한 스킬 하나씩은 꼭 가지고 있었다.
이건 그저 그들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까닭일 뿐이었다.
“진슈펑!”
“왕린!!”
스킬 한 방에 꽤 많은 헌터들이 쓰러졌다.
들썩들썩.
“역시!!”
“그래, 이대로 죽으면 천하의 왕린이 아니지!!”
피를 흘리며 쓰러졌던 헌터들의 몸이 들썩였다.
그것을 보고 동료 헌터들은 환호했다.
“으어어어.”
“그어어 어.”
“뭐, 뭐야?!”
“헉!”
“조, 좀비?!”
하지만 곧 그들은 일어난 동료의 정체를 보고 기겁해야 했다.
시체 폭발에 휘말린 동료들은 깨어난 게 아니라, 되살아난 것뿐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 빌어먹을 저주받은 클래스방쯔 따위가!!”
“감히 왕린에게 이런 치욕을 주다니!!”
“정정당당하게 싸우자, 이 빌어먹을 방쯔야!!”
중국어로 온갖 욕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중국어를 한마디도 못 하는 요한이 통역도 잃은 마당에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그아아악!!”
“으아아악, 제기랄!!”
지금부터가 진짜 전투의 시작이었다.
스켈레톤을 비롯한 각종 좀비와 구울까지 일어나자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나마 꽤 많은 숫자의 A급 헌터 덕분에 라인이 유지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외의 헌터들은 언데드를 감당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그야말로 핏물 위에서 벌이는 난전이었다.
아군, 적군을 분간하는 것조차도 힘이 들었다.
“야, 진평. 여기서 뭐 하는……. 으아악, 좀비!”
“그어어억!”
콰드득- 으득!
“커, 커, 커헉.”
떨어졌던 동료의 뒷모습만 보고 어깨에 손을 얹어서 말을 걸었던 중국인 헌터 1명이 알고 보니 좀비였다.
그 헌터는 그대로 좀비에게 반항 한 번 못해 보고 잡아먹히는 신세가 되었다.
이런 식의 혼란이 계속되니 중국인 헌터들의 사기가 순식간에 떨어졌다.
아군임에도 아군을 믿지 못하는 지경까지 다다랐다.
“오, 오지 마!!”
덜덜.
헌터 1명이 사방으로 검을 휘두르며 그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았다.
“어이, 허춘. 지금 뭐 하자는 거……."
푸욱-!
“커헉!”
“오, 오지 말라고 했잖아!!”
팀장급 1명이 그런 헌터에게 접근했다가 그대로 배에 검을 맞았다.
“이, 이, 이……."
부들대던 팀장급은 손을 들어서 반격하려고 했다.
겨우 이 정도로 쓰러질 헌터의 생명력이 아니었다.
“으아악!”
푸확-!
“커헉!”
하지만 공포에 질린 헌터는 자신을 공격하려는 팀장의 태도에 더 겁을 먹고 검을 휘둘러 아예 끝장내 버렸다.
풀썩.
팀장급 헌터는 그대로 숨이 넘어가 쓰러졌다.
“허억, 허억.”
그렇게 주변에 아무도 없어진 헌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덥석-!
“으, 으아아악!!”
그가 잠시 방심한 틈을 타서 뒤로 접근한 좀비 3기에 그대로 잡혀서 산 채로 온몸이 물어뜯기는 고통을 받다가 죽어야 했다.
“사, 살려 줘!!”
“나, 나, 나 현상금 필요 없어!!”
슬슬 겁을 먹고 도망치는 헌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으흐흐흐, 어딜 도망가려고.]
“으으아아악! 귀, 귀신이다!”
하지만 도망도 절대 쉽지 않았다.
어느새 외곽을 지키고 있던 유령들이 도망친 헌터들을 요격했기 때문이다.
[꺄아아아악!!]
“끄아아악!!”
음파 공격에 귀를 막고 땅을 데굴데굴 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