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상황이 매우 급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딱딱.
그때 스켈레톤이 요한을 부르듯이 턱뼈를 두드렸다.
“응? 아.”
“읍읍!”
스켈레톤 3기가 여전히 당소소를 잡고 있었다.
이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하지 않겠냐는 눈치를 보냈다.
“흠.”
잠시 고민을 한 요한.
힐끔.
본능적으로 원귀 무리를 쳐다보았다.
[억울해…….]
[내가 왜…….]
[내가 뭘 잘못했다고…….]
죽은 사람의 모든 영혼이 원귀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중에 특별히 한이 많은 몇 사람만이 원귀가 되는 것이다.
‘음?’
워낙 원귀를 많이 봐 왔던 요한이기에 이번 원귀들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저 본능적으로 힐끔 보았던 원귀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원귀가 하나 있었다.
당소소는 독을 잘 사용하기로 유명했다.
보통 원귀들은 죽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혼은 본래 형체가 없는 무형의 기운이었는데 그 기운이 원한으로 강해지면서 형태를 갖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전의 모습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요한의 눈에 띈 원귀는 바로 목이 잘린 원귀였다.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은 채로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인 원귀.
하지만 더 특이한 것은 녀석의 손에 검이 한 자루가 들려 있다는 점이었다.
‘목이 없는 원귀가 무기를 들고 있다고?’
굉장히 특이한 경우였다.
보통의 원귀는 무기를 비롯한 물건을 들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가끔, 아주 가끔 어린아이가 죽었을 때, 품에 인형을 안고 있는 예는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주 가끔, 그 아이가 인형에 집착이 심할 때나 가능했다.
어쨌든 자세히 보니 머리가 없는 원혼은 원귀들 사이에 있어서 잘못 느꼈던 부분까지 느낄 수가 있었다.
‘저 녀석은 진짜다.’
보통 원귀를 언데드로 쓰기엔 살짝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특별한 힘이 작용해 태어난 언데드와 그냥 원한으로 인해서 만들어진 원귀와는 차이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목이 없는 원귀는 언데드로 써도 될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어이, 너."
[.......]
목이 없다 보니 말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인지했기에 다른 곳을 향하던 몸이 움직이며 요한을 향했다.
“마치 듀라한같이 생긴 게 마음에 드네. 나랑 계약하자.”
[.......]
“쩝, 목이 없는 애한테 대답을 바라냐. 그냥 내 언데드 해라.”
그러면서 요한은 그의 마나를 목이 없는 원귀에 주입했다.
하늘에게도 했던 간단한 계약 행위였다.
사실 이 계약은 공정 계약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언데드를 지배하기 위한 일종의 작업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것을 그냥 계약이라고 표현할 뿐이었다.
스아-.
그와 동시에 갑자기 그 원귀 주변으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응?"
갑작스러운 상황에 요한도 살짝 당황했다.
잠시 후 목이 없는 원귀의 왼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무엇인가를 바치려고 하는 것 같은 행동이었다.
그러더니 다시 뭔가 힘이 작용하기 시작하더니 왼손 위에 뭉치기 시작했다.
“어?”
처음엔 방패라도 생기나 했던 그의 추측을 놀리기라도 하듯이 그곳에선 사람의 머리가 하나 생성되었다.
더 놀라운 점은 그 머리의 주인은 여성이었다.
[머, 머리가 돌아왔어.]
원귀한테 이런 말 쓰기엔 뭣하지만, 상기된 표정으로 왼손의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
[와, 드디어 살 것 같네.]
뭔가 거친 말투였다.
[저 빌어먹을 X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것만 생각하면 아오!]
거친 것을 넘어서 공격적인 말투였다.
‘뭐, 딱히 상관은 없지만.’
[어이, 주인.]
“나 부른 거냐?”
[그래, 주인. 나한테 주인이 너 말고 또 있냐.]
“왜.”
[저X 나한테 주라.]
그러면서 머리로 제압당한 채로 있는 당소소를 가리켰다.
“읍읍!”
언데드가 된 원귀는 일반인 눈에도 보였다.
헌터의 눈에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스켈레톤에 제압당한 채로 탈출 기회만 보고 있던 당소소였다.
그런데 그런 계획이 무산될 위기가 닥치자 당황한 것이다.
“흠, 달라는 게 무슨 말이지?”
[주인은 모르겠지만, 난 저X의 몸을 숙주로 삼아서 진정한 듀라한으로 깨어날 거야.]
“진정한 듀라한?”
살짝 의아한 표현이었다.
[사실 나는 지금 상태론 큰 힘은 없어. 난 다른 영혼 언데드와는 달라. 하지만 특이한 능력인 ‘생체 탈취’라는 능력이 있어. 난 원귀야. 원한의 대상이 된 육체를 빼앗아 언데드화 시킬 수가 있어. 그렇게 되면 주인은 영혼 즉 이성을 가진 언데드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거야. 그것도 가장 끔찍한 언데드 중의 하나인 듀라한의 주인이 말이야.]
“오, 그거 괜찮은데?”
요한은 바로 반응했다.
[그치?]
‘듀라한이라니 그야말로 대박이잖아!'
그저 평범한 영혼 언데드 1기를 획득한 것으로 생각했다.
다른 원귀와는 달리 원한이 더 깊고 가진바 힘이 특이했던 것뿐이었다.
거기에다가 그가 보는 손해라곤 그가 부릴 수 있는 유령의 숫자가 하나 주는 것뿐이었다.
스킬 레벨에 따라서 부릴 수 있는 영혼의 숫자가 정해지니 말이다.
고정 영혼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 말곤 딱히 손해는 없었다.
“그래, 어차피 딱히 필요도 없는데. 너 줄게.”
“읍읍!!”
당소소의 가치는 이미 사라진 지오래였다.
처음엔 증인으로서의 가치가 있었지만, 이미 화룡 길드가 요한을 죽이려고 한 시점에서 그녀의 가치는 0.
그러니 굳이 짐밖에 되지 않는 녀석을 살려 둘 이유는 전혀 없었다.
당소소는 살려 달라는 듯이 소리를 내었지만, 스켈레톤에 단단히 제압된 상태.
말이 밖으로 새어 나올 리는 없었다.
“내가 어떻게 해 줄까?”
[아주 간단해. 녀석의 목을 베어 줘.]
“너랑 똑같이?”
[응? 아, 뭐. 똑같이 벨 필요는 없고. 그냥 몸과 머리만 분리되면 돼. 그게 내가 녀석의 육체를 차지할 수 있는 조건이니까.]
“쉽네?”
[이렇게 대신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쉽지. 나 혼자였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
“아, 하긴. 물리력이 없다고 했지."
[쿵, 아쉽지만. 난 평범한 언데드가 아니라 원귀니까.]
“그렇단 말이지.”
요한은 시선은 그대로 앞으로 둔 채 팔만 살짝 올렸다.
"읍읍읍!!"
당소소는 뭐라고 말하고자 했지.......
스걱-!
스켈레톤 워리어는 가차 없이 검을 휘둘러 당소소의 나약한 목을 일격에 쳐 버렸다.
깔끔한 일격에 당소소의 목은 그대로 몸에서 분리가 되었다.
[으핫, 이제 이 육체는 내 것이다!!]
듀라한은 그대로 당소소의 몸으로 다이빙했다.
쿠당-!
그 순간 방의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한 무리의 헌터들이 안으로 진입했다.
요한이 이곳에서 잠시 원귀에게 신경이 팔린 틈에 녀석들이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저 녀석을 죽여라. 현상금이 무려 10억 위안이다!!”
“와아아아아!!”
숙소를 습격한 건 화룡 길드뿐만이 아니었다.
상대가 아무리 요한 1명이라도 S급을 얕볼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요한에게 10억 위안(한화로 약 1,650억 정도)이라는 거금의 현상금을 걸고 현상금 헌터를 모집한 것이다.
그야말로 중국다운 엄청난 물량공세였다.
아마 다른 평범한 상급 헌터였다면, 이 함정에 걸렸을 것이다.
뭐, 그 전에 당소소가 건네는 극독을 마시고 해롱해롱했을 테니 어렵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가 요한이라는 점이었다.
‘이거 고맙게 나와 주시는데?’
주변에서 느껴지는 수십, 수백의 평범한 헌터의 기운에 반색했다.
네크로맨서를 상대할 때 철칙이 있다.
1. 언데드와 싸우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술사를 바로 노릴 것.
2. 네크로맨서와 싸울 때는 소수 정예로 덤벼야지 절대로 숫자로 밀어붙이지 말 것.
시체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면 네크로맨서의 힘을 절대 감당할 수 없다.
보통 네크로맨서를 상대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이었다.
하지만 화룡 길드는 그것을 잠시 잊은 듯했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중국은 네크로맨서를 탄압하는 정부였다.
중국 궐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하찮은 능력이라면서 말이다.
그러니 네크로맨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었고 평범함을 넘어선 S급 네크로맨서인 요한에게 그들이 평소에 하던 대로 물량 공세로 덤빈 것이었다.
‘뭐, 무슨 배짱인지는 몰라도. 제대로 갚아 줘야지.’
목숨을 노린 대가는 아주 간단했다.
‘목숨으로 갚으면 되는 일! 일어나라 나의 아이들아!’
지잉-!
허공이 열리면서 언데드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언데드 따위 곧바로 부숴 버리고 술사를 노리자!!”
“우와아아아!!”
쿠당탕탕-!
온갖 집기가 엉망진창으로 나뒹굴었다.
‘쟤들 바보야, 미친 거야?’
술사를 노리려고 하지 않고 곧바로 언데드에게 달려드는 헌터들.
‘중국 X들은 살짝 모자란 인간이 많다더라니. 진짜였나 보네.’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가 없었다.
“다 죽여.”
딱딱.
턱뼈를 두드려 대답한 스켈레톤워리어들이 움직였다.
“이거나 먹어라, 뼈다귀야. 폭풍강타!!”
후웅.
거대한 배틀 엑스가 거친 바람을 일으켜 허공을 찢으며 스켈레톤 워리어를 향해 쇄도했다.
챙-.
“어, 어?”
하지만 그런 배틀 엑스는 스켈레톤 워리어의 검에 허무하게 막혔다.
배틀 엑스를 휘둘렀던 헌터는 당황했다.
하지만 그 당황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스걱.
“커헉!”
곧바로 다른 스켈레톤 워리어가 녀석의 가슴을 베었기 때문이다.
“녀, 녀석들 가, 강해!!”
“젠장, 어쩔 수 없어. 힘으로 밀어붙여!”
“와아아!!”
첫 번째 충격에 2~3명의 희생이 발생했음에도 무식하게 돌격을 감행하는 중국인 헌터들이었다.
푹-!
“커헉!”
하지만 야인이나 마찬가지인 하급 헌터가 대다수인 현상금 헌터들이 요한의 강력한 언데드를 상대로 이기는 건 절대 요원한 일이었다.
스걱-!
“커헉!”
하나, 둘 스켈레톤 워리어가 휘두른 칼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라이즈 좀비, 라이즈 스켈레톤워리어.’
그렇게 쓰러졌던 헌터들은 요한의 스킬로 언데드로 되살아났다.
시체 수납의 한계로 부족했던 언데드 군단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쾅-!!
“크아아악!!”
숙소의 정문이 부서지고 밖으로 나오자 그곳엔 더 많은 헌터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여어, 멍청한 한국인. 늦었네?”
익숙한 목소리의 한국어가 들렸다.
“응?”
그곳을 보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요한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던 통역사 정청과 화룡 길드의 부마스터가 떡하니 서 있었다.
“하, 너도 한패였냐?”
요한은 이 일이 벌어지고 같은 건물에 묵고 있을 정청을 걱정했었다.
하지만 그는 배신자였다.
‘내가 미쳤지.’
그런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가능하다면 뺨을 때려서라도 기억을 지우고 싶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