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채팅창]
ㄴ 오오, 저건 본 골렘이잖아!!
ㄴ 크흐, 역시 네크로맨서답게 골렘도 뼈로 소환하네.
ㄴ 와, 솔직히 방금 방광이 쫄깃했다.
ㄴ 이제부터 진짜 시작인 듯.
전 세계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이번 방송은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무려 S급 헌터끼리 붙는 대결이었다.
굳이 인기 헌터인 요한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흥미로워할 사건이었다.
[채팅창]
ㄴ 으으, 누가 이길까?
ㄴ 음, 마음으론 김요한인데. 실제론 사사키이지 않을까. 아무리 그래도 여긴 시체가 없잖아?
ㄴ 흠, 나도 그렇게 생각함. 개인적으로 네크로맨서인 요한을 응원하지만, 이기긴 힘들 거 같음.
이런 의견에 반론하는 소수의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는 환경의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요한이 진다고 생각했다.
그저 이 재밌을 것 같은 싸움을 놓칠 수 없어서 구경하는 것이라고 했다.
“잔재주를!!”
‘모르는 단어.’
전투 중에도 요한은 사사키가 내 뱉는 단어를 ‘안다’, ‘모른다’로 분류하고 있었다.
구궁-!
어느새 본 골렘은 3기로 늘어나 있었다.
인형의 집에서 정말 3박 4일을 사냥하면서 엄청난 숫자의 뼈를 수집했다.
본 골렘 3기쯤은 불러내도 별로 티가 나질 않을 정도였다.
“훙, 생긴 건 확실히 대단하지만. 약점이 너무 뻔하다!”
파박-!
사사키도 엄연히 경험 많은 S급 헌터였다.
순식간에 본 골렘의 단점을 파악했다.
바로 덩치나 단단한 맷집과 달리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그래서 빠르게 이동해 다리 사이를 통과해 버렸다.
[채팅창]
ㄴ 오오, 사사키 상!!
ㄴ 멋있다!!
일본인들 특히 우익들이 주로 모여 있는 채널에선 사사키가 뭘 할 때마다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가 착각하고 있는 게 있었다.
요한은 굳이 시체가 없어도 언데드를 부를 수가 있었다.
‘나와라!!’
파지직-!
허공이 찢기면서 시체 수납 스킬로 아공간에 보관하던 언데드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시체 수납 스킬의 레벨은 50.
총 49기의 언데드가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딱딱딱-!
처음에 요한은 시체 수납으론 100% 스켈레톤만 보관했다.
코딩이 어려운 좀비보다는 마음 껏 코딩이 가능한 스켈레톤이 가성비가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킬이 성장한 지금은 아니었다.
특히 구울의 존재가 그의 결정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구울은 좀비와 똑같이 생전의 능력을 70%만 사용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저 신체 스팩만 70%였던 좀비와는 달리 구울은 생전의 모든 능력을 사용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성장하면서 상대하는 몬스터의 수준도 함께 올라갔다.
“크아아아악!!”
[채팅창]
ㄴ 헉! 저, 저건?!!
ㄴ 서, 서리한의 거, 거인!!
ㄴ 주, 준 보, 보스 몬스터를 언데드로?!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요한이 불러낸 구울은 바로 준보스 몬스터에 해당하는 서리한의 거인이었다.
“헉!”
사사키도 갑자기 등장한 준보스 몬스터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시체라곤 죽은 먼지조차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언데드를 소환한 것도 놀라운데 그 언데드가 준보스 몬스터라니?
이건 완전히 그의 계산 착오였다.
‘젠장, 완전히 계산 밖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상황을 100%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
‘뭐, S급이라면 이 정도는 예상했어. 저것도 무한정이 아닐 게 분명 해. 즉, 저것들만 해체한다면 내가 이겨!!’
성격은 좀 오만하고 건방지고 민족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사사키였지만, 실력 하나는 확실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살벌한 헌터 결투 문화가 뿌리내린 일본에서 길드 마스터로 살아남을 수는 없었을 테니까.
‘그리고 아무리 언데드가 강하다고 해도 결국, 술사를 죽이면 끝나는 일!’
처음부터 그는 되도록 요한을 죽일 생각이었다.
‘춍 따위에게 S급 헌터는 어울리지 않아. 그리고 세계 최초의 S급 네크로맨서야. 나중에 큰 우환이 될 수도 있어. 죽일 수 있을 때 죽여야 해.’
실수라도 상대방을 죽인다면 상금은커녕 풍림화산을 뺏길 수도 있었다.
실격패로 처리될 테고 러셀 길드에서 항의하면 풍림화산 정도는 건네줘야 무마가 될 테니까.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풍림화산은 아깝지만, S급 춍 1명을 줄이는 것에 비하면 싸게 치는 거지.’
그는 일본의 미래까지 생각해 움직일 생각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개인의 이익이었다.
‘풍림화산은 잃을지라도 나는 국민 영웅이 되고 사쿠라 길드는 일본 최고가 된다!!’
결국, 그가 노리는 것은 그것이었다.
일본의 미래는 차순위일 뿐이었다.
파박-!
“차합!!”
그는 언데드를 무시하고 곧바로 요한을 공격하려고 했다.
후옹-!
‘헉!!’
콰앙-!
속도엔 꽤 자신 있는 사사키였다.
그의 능력은 바람, 바람을 이용한 검술이 그의 특기였다.
바람의 특성으로 그의 움직임은 굉장히 빨랐다.
하지만 서리한의 거인 구울은 그 움직임을 곧바로 포착하고 아이스 클럽을 휘둘렀다.
정확한 타게팅으로 인해서 뒤로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륵!”
구울은 마치 아깝다는 소리를 내었다.
‘젠장, 이게 뭐야!!’
사사키는 답답했다.
일개 소환물 하나에 이렇게 고전 해야 한다니?
“장난은 여기까지. 총공격!!”
딱딱-!
“그어어어!!”
[꺄하하하!!]
하늘에서 유령 군단이 쏟아져 나왔다.
“헉!!”
요한은 그야말로 행운의 사나이라고 불러도 되었다.
그와 계약한 밴시 하늘은 굉장히 뛰어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바로 그녀 스스로 유령 군단을 휘하에 둘 수 있는 것이었다.
하늘을 넣을 수 있는 시체 수납 한 칸으로 그가 부리는 모든 유령 군단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게 다 하늘과 계약한 덕분에 얻은 힘이었다.
[채팅창]
ㄴ 끝났네, 끝났어.
ㄴ 시체 없으면 네크로맨서도 별 거 아니라는 놈들 나와라.
ㄴ Good Luck, Bro.
유령 군단이 등장한 순간부터 이미 승부는 결정되었다.
‘이것은 덤이지, 약화.’
“크윽, 뭐지. 이 두통은?”
‘에게, 겨우 두통?’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격렬하게 전투를 벌이는 와 중엔 두통이라도 영향이 큰 편이다.
[꺄아아아아!!]
하늘이 음파 공격을 하고 서리한의 거인 구울이 앞장서고 그 뒤를 변이체들이 바짝 뒤쫓았다.
위저드가 스켈레톤 메이지를 이끌어서 마법 공격을 퍼부었다.
“으, 으아아아. 하, 항복!!”
콰가가강-!
그야말로 혼자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집중 공격.
사사키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항복을 해 버렸다.
요한은 실망스러웠다.
‘에이, 나름대로 일본에서 유명한 S급 헌터라기에 잔뜩 기대했는데. 별거 아니잖아.’
하지만 항복을 말하는 순간에 이미 모든 공격은 사사키에게 집중된 이후였다.
“오, 오야붕!!”
“젠장!!”
“오야붕을 구해!!”
사쿠라 길드 소속 일본인 헌터들은 당황하며 얼른 마스터를 구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오야붕!!”
"......."
이번 대결에 특별 심판을 맡은 일본 헌터 협회 소속 헌터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 이렇게 허무하게…….'
그는 S급은 아니더라도 A급의 상위 헌터였다.
덕분에 이번 결투에서 사사키 헌터와 요한의 격차를 제대로 느낄 수가 있었다.
‘이건 반칙이잖아. 네크로맨서라면 시체 1구, 1구를 이용해 세를 불려야 한다는 약점이 있다고!! 세를 불리는 데 성공하면 강한 거고, 그전까진 약한 거고!!’
그의 상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더 벌어진 건가…….'
그는 우익은 아니지만, 보수적인 인물이었다.
어지간하면 일본이 좋은 쪽으로 갔으면 했다.
하지만 우익은 아니어서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하아 신이시여. 우리 일본을 굽어살피소서.’
그의 기도가 있었지만, 최근 많이 바쁜 신이라 그의 기도를 들어 주기엔 힘들었다.
“커, 커헉. 크윽."
사사키는 죽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규칙에 죽이면 안 된다고 했는데, 굳이 죽이겠어. 실격패잖아.’
그렇게 되면 8,100억을 통으로 날릴 수도 있었다.
겨우 남의 나라 S급 헌터 1명 죽이고 8,100억을 잃다니 손해도 그런 손해가 없었다.
국가적인 입장에선 남는 일일지 몰라도 개인적인 부분에선 절대 손해였다.
“뭐 해, 결과 발표 안 해?”
엘레노아가 특별 심판의 뒤에서 말했다.
“아, 아. 스, 승자는 김요한 헌터!!”
짝짝-!
“꺄아, 오빠 멋있다!!”
이 넓은 공간에서 박수를 치는 건 1명, 기뻐하는 건 단 2명뿐이었다.
이곳에 있는 건 일본인들이라 자국 헌터의 패배에 기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온라인은 상황이 180도 달랐다.
[채팅창]
ㄴ 와, 방금 봤음?
ㄴ S급 헌터가 쪽도 못 쓰고 당했어.
ㄴ 아무리 클래스 차이라고 하지만, 너무한 거 아니냐?
ㄴ 어떻게 소환물이 저렇게 강해?
ㄴ 네크로맨서 떡상각인가?
ㄴ 에이, 그건 불가능하지. S급 네크로맨서니까 저렇게 강한 거라고!
ㄴ 그래도 모르지. 지금까진 초반에 안 좋다는 이유만으로 헌터 생활을 포기했던 네크로맨서들이 요한을 보고 재도전할 수도 있지.
ㄴ 아, 그럴 수는 있겠다.
ㄴ 큭큭, 일본 꼴좋다. 어떻게든 우리 물 한 번 먹여 보려고 이상한 수까지 해 놓고 패배.
ㄴ 쯧쯧, 한심하다 한심해.
특히 한국이 가장 환호했다.
이제 국력이 역전되어 한국이 더 강국이었지만, 여전히 과거사를 사과하지 않는 일본을 싫어했다.
위안부도, 강제 징용 노동자도 전부 죽고 없어진 지금, 일본은 더 뻔뻔하게 나오고 있었다.
어쨌든 결투에서 승리한 요한은 엘레노아와 함께 사사키에게 다가 갔다.
“치, 칙쇼!!”
“왜, 왜 왔어!!”
“우리를 조롱할 생각인가?!”
스릉-!
사쿠라 길드원들이 다가온 요한과 엘레노아에 과민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요한은 그런 애송이들의 반응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위저드에 눈짓을 보내자, 고개를 끄덕인 위저드가 직접 어딘가로 가 충격으로 날아간 풍림화산을 들고 왔다.
“헉!!”
“그, 그건?!”
움찔!
사쿠라 길드원들은 당장이라도 움직일 것처럼 굴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상대는 S급 헌터 2명이고 1명은 그들이 모시는 헌터보다 훨씬 강력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주변에 여전히 존재하는 언데드의 기세에 잔뜩 겁을 먹었기도 했다.
위저드는 양손으로 공손하게 풍림화산을 요한에게 건넸다.
아니, 정확히는 건네려고 했다.
“마스터한테 줘.”
딱딱-!
위저드는 몸을 돌려 엘레노아에게 한 손으로 대충 내밀었다.
그야말로 180도 다른 태도였다.
하지만 엘레노아는 그런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요한 씨?”
“이건 그냥 일본도잖아요. 러셀 길드가 가지고 전 돈으로 주세요. 8,000억이면 되죠?”
“아니요. 물가가 올라서 요즘 시세로 치면 9,300억 정도 드릴 수 있을 거예요.”
“오, 그렇게 해 주시면 저야 좋죠."
‘오예, 공짜 돈 9,300억.’
결투에서 이긴 대가였지만, 딱히 힘들지 않았기에 공짜 느낌이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