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화르륵-!
놀랍게도 불의 고리를 통과한 유령들의 몸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뭐야 저거?”
[꺄하하, 웃겨. 유령의 몸인데 몸에서 불이 나!!]
“헐……."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유령도 엄연히 언데드였다.
물론 영체다 보니 물리적인 타격은 거의 받지 않는다.
다만, 본능적으로 불을 싫어하는 건 있었다.
그런 언데드의 몸에서 불이 나다니?
‘설마?!’
요한은 위저드를 보았다.
끄덕.
그러자 위저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허탈한 웃음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위저드한테 저런 능력이 있었어?'
물론 위저드도 그의 코딩 작업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정보가 존재하는 신기한 녀석이기도 했다.
‘그게 이렇게 작용하다니…….'
자신의 언데드인데도 낯설고 신기했다.
전투는 계속되었다.
[키히히히!!]
녀석들은 정말 다양한 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바로 녀석들의 몸에 실이 연결되어 있으면서 그 실이 천장에 붙어 있다는 점이었다.
‘저 실이 인형을 조종하는 건가?’
그렇다면 요한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한 가지였다.
“미연, 저 실을 끊어 버려!”
“알았어.”
샤악- 촤자자작-!
미연은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내 그대로 단검을 동시에 열 개 넘게 던졌다.
팅팅팅-!
“엥?”
‘흠.......'
미연이 던진 단검은 보통 단검이 아니었다.
그녀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스킬 중 하나였다.
간단하면서도 마나 소모량 대비 가성비가 가장 좋은 스킬.
그렇다고 위력이 딱히 부족한 건 아니었다.
그런 스킬이 전혀 통하지 않은 것이다.
‘역시, 실을 끊을 수는 없고. 인형의 본체를 파괴해야 하는 건가.’
시름이 깊어졌다.
띠링-!
그때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응, 아. 맞다.’
인형의 집 분위기에 짓눌려 잠시 잊고 있었던 능력이 있었다.
바로 스마트폰으로 상대방의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것 말이다.
‘이거부터 해야 했는데, 깜빡했네.’
특히 이곳은 그가 처음 오는 곳인 데다가 정보도 제대로 없었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지문 인식으로 보안을 풀었다.
척-!
그리고 펼쳐서 큰 화면을 열었다.
# 저주받은 목각 인형 I
종류: 일반 몬스터
위험도: ???
설명: 보스 몬스터 인형 술사의 주술로 만들어 낸 몬스터. 몸에 붙어 있는 실로 조종하는 것 같지만, 실제론 인형 술사의 강력한 정신 능력과 염동력으로 조종하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나무 인형 같지만, 실제론 다양하게 수집한 시체를 나무처럼 보이게 작업해서 다루는 일종의 키메라다.
(이하 생략)
그 외에도 저주받은 목각 인형에 대한 설명이 많았다.
‘키메라? 시체? 이거, 천만다행인데?'
아무리 요한이 다루는 언데드가 정신 계열 공격이 통하지 않더라도 인형이 정말 목각 인형이었다면 골치가 아플 뻔했다.
언데드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시체에 한해서니까 말이다.
‘당장은 인형 술사의 주술의 영향으로 언데드를 일으킬 수는 없겠지만. 저 실을 끊어 버리면 언데드로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겠지.’
나쁘지 않았다.
“미연아, 저 실은 끊어지지 않아. 인형의 몸체를 노려야 해.”
“알았어.”
“그리고 조심해. 여기 보스 몬스터의 주술의 영향으로 인형에게 당하면 마찬가지로 인형 술사의 저주를 받아서 인형이 될 수도 있어.”
“응, 알았어!”
한마디로 이곳 인형 술사의 집은 그 저주를 내리는 터라고 할 수가 있었다.
‘확실히 내가 아니었다면, 위험할 뻔했지.’
언데드는 어떤 공격을 받더라도 정신 계열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미 죽은 존재가 그의 마나로 다시 깨어난 것뿐이다.
그러니 저주도 통하지 않고 정신 지배도 통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만약에 레이드한답시고 헌터들이 우르르 몰려왔다면 일이 복잡해질 뻔했다.
‘100% 상처를 입지 않고 사냥하는 건 불가능한 일일 것이고. 저주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인형이 되어 버린다면 전멸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일본으로선 8,100억의 수고비를 지급하기로 한 약속이 결코 손해가 아니었다.
이런 필드가 폭주하여 인형이 사방으로 쏟아졌다면 그야말로 역대급 재앙이 펼쳐졌을 것이다.
‘도쿄 인구 2천만이 전부 인형이 된다고 생각하면…….'
일본 전체가 위험할 수도 있었다.
딱딱-! 후웅-! 콰직-!
변이 스켈레톤 워리어 1기가 휘두르는 철퇴가 그대로 인형의 머리를 으깨 버렸다.
역시 스마트폰의 설명대로 나무가 아니라 뼈와 살로 이루어진 녀석답게 뇌수가 사방으로 튀었다.
휘익- 퍽!
머리가 으깨졌음에도 인형은 들고 있는 칼을 변이 스켈레톤에 휘둘렀다.
변이 스켈레톤은 능숙하게 방패로 막았다.
‘흠, 역시. 몸을 완전히 떡으로 만들어야 하는 건가…….'
인형도 언데드와 비슷하게 시체로 만들어진 의지가 없는 인형에 불과했다.
머리가 좀 부서졌다고 해서 움직이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몸 전체를 으깨 버려!!”
딱딱-!
“그억그억!”
퍽- 콰직!
전투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인형들의 전투 방식이 피해를 받더라도 억지로 공격을 넣는 것이었다.
확실히 산 사람을 상대하는 데 특화된 인형다웠다.
하지만 정작 상대하는 존재가 언데드이다 보니 전혀 소용이 없었다.
‘라이즈 스켈레톤!!’
원래라면 전투를 하는 과정에 상처를 입힌 인간을 인형으로 만들어 혼란을 일으켰어야 했다.
하지만 오히려 완전히 떡이 되어 실이 사라진 인형들이 스켈레톤으로 되살아나며 녀석들을 공격했다.
챙- 푸욱! 딱딱!
스켈레톤의 무자비한 공격에 인형들은 속절없이 밀리기 시작했다.
스윽- 탁! 스윽- 탁!
인형들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계속 벽이 열리면서 지원군이 속속 나왔다.
‘인해전술이라. 역시나 이것도 평범한 공격대가 왔으면 위험할 뻔했네.’
마나 회복 스킬이 있는 요한은 충분히 언데드를 꾸준히 유지할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일반 공격대는 어쨌든, 인간이기에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밀어붙여!!”
쿵쿵-!
스켈레톤 워리어는 방패를 앞장 세워서 인형들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스윽- 스걱!
미연의 활약도 절대 적지 않았다.
도저히 이 통로에 숨을 곳이 어디 있다고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중요한 곳에 모습을 드러내 인형의 목을 단번에 따 버렸다.
툭 데루르르르-!
목으로 끝나지 않으면 단검을 더 휘둘러서 사지를 끊어 버렸다.
사지가 끊긴 인형은 실을 잃고 힘을 잃었다.
불을 뿜는 고스트의 활약도 굉장했다.
[키헤에에에엑!]
[꺄아아악!]
공중을 날아다니며 음파 공격만 해 대던 녀석들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푸화아아악-!
걱정했던 대로 목조 인형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불은 그 어떤 것도 소멸시킬 힘이 있었다.
시체로 만들어진 인형 그 자체를 강한 열기로 태워 버렸다.
‘좋아, 좋아. 이대로 나아가자고.’
언데드 군단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정 시점이 지나고 그야말로 복도를 가득 메우는 숫자가 되었다.
그렇게 되자 인형들은 나오자마자 찔려 죽는 게 아니라, 밟혀 죽는 형국이 되었다.
덜컥-!
벽이 열리고 인형들이 튀어 나왔다.
그러는 순간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요한이 반응할 새도 없이 이미 어떻게든 죽어 없어졌다.
빡-!!
오랜만에 그의 손바닥이 위저드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야 인마! 애들 관리 잘하라고 했지. 저렇게 으깨 버리면 좀비로 일으킬 수가 없잖아!!”
딱딱…….
분명히 녀석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풀이 죽어 버린 위저드였다.
그런 식으로 어렵지 않게 오히려 언데드 군단의 세력을 늘리며 전진 하다 보니 복잡했던 인형의 집도 거의 클리어에 성공했다.
남은 것은 역시 보스 몬스터인 인형 술사 딱 1마리뿐이었다.
길을 따라서 움직이다 보니 도착한 곳은 일본식 다다미가 쫙 깔린 넓은 방이었다.
방 사이사이엔 역시 일본식 미닫이문이 몇 개 보였다.
하지만 그건 아무리 봐도 딱히 의미는 없어 보이는 장식용에 불과했다.
[낄낄낄, 결국 여기까지 왔군. 다른 녀석들처럼 중간에 내 작품이 될 줄 알았는데 말이야.]
보스 몬스터로 등장한 인형 술사는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게 로브를 눌러쓴 모습이었다.
그 로브의 색이 와인색이라는 것 말곤 딱히 큰 특징은 없었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분명히 설명에 녀석은 염동력과 인형술을 주로 사용한다고 했어. 지금까진 인형을 조종하는 데만 사용했다면, 지금부턴 적극적으로 염동력을 사용하겠지.’
조심해야 했다.
자칫 염동력에 잘못 당했다간, 반항 한 번 제대로 못 해 보고 인형이 되어 버릴 게 분명했다.
“위저드, 공격해.”
끄덕-.
고개를 끄덕인 위저드가 본격적으로 언데드 군단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척척척척-!
방패를 앞세워서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중간에 무슨 함정이 있을 줄 모르니 천천히 대응할 생각이었다.
[킬킬, 하긴. 네크로맨서의 언데드나 인형 술사의 인형이나. 비슷한 구석이 있지. 그래서 더 흥미롭단 말이야. 네놈의 언데드와 나의 인형. 둘 중 뭐가 더 강할까. 낄낄낄.]
인형 술사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 지 연신 웃어 댔다.
[나와라, 나의 작품들아!!]
촤아악-!
인형 술사의 손끝에서 실이 뿜어져 나왔다.
촤악-!
그러자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인형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진짜라 이건가?’
복도에서 봤던 인형들은 그냥 평범한 인형이 무기를 쥐고 있는 형태였다.
전투용으로 만든 게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녀석들은 180도 달랐다.
제대로 된 무장에 복장까지 갖춘 완벽한 전투 인형이었다.
딱딱딱-!
몇 개의 인형은 자유로운 관절을 이용해 일반적인 생명체에선 볼 수 없는 기이한 형태를 띠고 있기도 했다.
파바박-!
녀석들은 빠르게 언데드 군단을 향해서 마주 달렸다.
‘흠…….'
그 모습을 본 요한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지금까지는 확실히 쉬웠어. 하지만, 보스 몬스터의 힘은 어떻게 될지 몰라.’
콰가강-!
2개의 군단이 첨예하게 뒤얽혔다.
쾅-! 쾅-! 쾅-!
묵직한 힘과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언데드 군단과 빠른 움직임과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퍼부으며 그런 언데드 군단에 대응하는 인형 군단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었다.
보스 몬스터는 실력 있는 헌터들이 팀을 이루어야만 상대할 수 있는 게 상식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단신으로 그런 강력한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 중이었다.
챙챙-!
팔이 4개라 4개의 검을 사용하는 인형이 스켈레톤 워리어 1기와 싸웠다.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 대는 검의 속도에 워리어는 정신을 차리지 못 했다.
쿵-!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