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61화 (61/250)

11화

복잡한 건 복잡한 거고 일은 일이었다.

일본 측에선 제발 좀 빨리 해결해 달라고 아우성인 통에 조금도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다.

“미안해요, 요한 씨. 마음 같아선 저도 함께 싸우고 싶지만……."

엘레노아는 정말 미안한 표정이었다.

왜 안 그러겠는가.

그녀처럼 책임감이 투철한 사람이 길드 차원에 들어온 의뢰를 팀장 1명에게 의지해야 한다니.

자존심이 상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냉정했다.

이번 임무는 확실히 요한같이 정신 계열에 강력한 헌터가 제격이었다.

욕심이나 자존심 때문에 굳이 위험한 곳에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바로 출발하죠.”

“네.”

그렇게 일본 협회 측 에스코트를 따라서 이번 사건의 원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엘레노아를 통해서 부탁한 일본 협회 관계자들은 정중히 요한을 향해서 허리를 숙였다.

일본 특유의 예의 문화였다.

하지만 요한은 그런 일본 협회 관계자들을 믿지 않았다.

‘일본 X들은 겉과 속이 많이 달라. 조심해야 해.’

경계를 잊지 않았다.

일본으로선 다행히 이번 이상 현상은 외부로 퍼지진 않았다.

즉, 아직은 포탈만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여느 포탈과 마찬가지로 이대로 계속 내버려 둔다면 곧 포탈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안에 있는 포탈이 폭발하며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그 일대에 안에 있던 몬스터를 마구 쏟아 낼 것이다.

그나마 포탈 안에선 규칙적으로 존재하는 몬스터였지만, 과부하로 인해서 쏟아져 나온 몬스터는 규칙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마구잡이로 주변으로 퍼져 나가며 모든 것을 파괴하고 죽일 것이었다.

특히 인간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 몬스터이니 가장 냄새가 진한 도쿄로 몰려들 게 분명했다.

‘쩝, 아무리 일본이 싫어도 그건 안 되는 일이지.’

일본이 싫다고 해도 몬스터보다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가자, 미연아.”

“응, 오빠.”

그렇게 포탈로 진입한 두 사람이었다.

끼익-!

포탈을 통과하는 순간 뭔가 낡은 문이 열리는 것 같은 소리가 함께 들렸다.

늘 그렇듯이 영 적응이 안 되는 멀미를 느끼며 시야가 확보되었다.

들어온 입구는 사라지고 그들은 한 낡은 목조 방에 들어와 있었다.

'방?'

던전 포탈은 정말 다양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막, 초원, 정글, 설원, 화산 등등의 오픈형 던전.

신전, 미궁, 피라미드, 지하, 광산 같은 밀폐형 던전까지.

정말 다양한 던전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런 협소한 던전이라니.’

마치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에나 나올 법한 방 구조였다.

‘설마, 이번 던전은 계속 이런 식인가. 방이나 복도에서 전투를 치르는?’

그럴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일본 측에게 얻은 던전 내부의 정보는 0이었다.

그러니 요한이 지금 내딛는 발걸음이 최초였기에, 정보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수밖에 없었다.

“으으, 어째 으스스한데?”

슥슥-!

미연은 하얗다 못해 뽀얀 살갗의 팔을 문지르며 말했다.

그녀는 어느새 양손에 단검을 쥐고 있었다.

“그러게. 빛이라고는 벽에 걸려 있는 촛불이 전부고 말이야.”

“기분 나쁜 곳이야.”

“그래…… 맞아. 정말 기분 나쁜 곳이야.”

그렇다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의뢰 문제가 아니라, 던전 포탈에 어떻게든 들어왔다면, 보스 몬스터를 죽여야 출구가 열리기 때문이다.

일본 정보 팀이 요한에게 아무런 정보를 주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정신 에너지가 관찰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

100여 명의 공격대를 몰살시킨 이력이 있었다.

일본으로선 절대 도박은 할 수가 없었다.

“가자, 미연아.”

"응."

덜컥- 끼이이익-!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자 역시 목조로 된 건물 내부로 추정되는 곳의 복도가 나왔다.

다만, 건물 내부라고 하기엔 상당히 넓은 곳이었다.

‘전투를 벌이기엔 크게 문제가 없겠네.’

스윽-!

그리고 벽을 손으로 문질러 보았다.

“왜 그래 오빠?”

“이거 얼핏 보기엔 평범한 나무지만, 만져 보면 나무의 느낌은 아니야.”

스윽-!

요한의 말에 미연도 한 번 만져 보았다.

“오, 진짜네?”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뭘?”

미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뭐긴, 이거지. 나와, 위저드.”

구궁-!

허공에서 스크래치가 생기더니 그곳에서 위저드가 튀어나왔다.

“와, 뭐야. 완전 해골이잖아?”

언데드를 태어나 처음 보는 미연은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커졌다.

“큭큭, 말했잖아. 내 클래스는 네크로맨서라고. 죽음과 시체를 다루는.”

“엑, 그건 좀 그런데……."

아무리 털털한 성격의 그녀라도 시체와 죽음은 남녀 관계없이 꺼려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으쓱-.

그 부분은 요한도 이해하는 것이었다.

“위저드 그거나 내놔.”

딱딱-!

턱뼈를 두드리며 두 개의 무기를 건네는 위저드.

어째 좀 아쉬워 보이는 건 착각일까?

그는 원래 스태프만 들었다.

하지만 바로 얼마 전 마검 요룬을 획득하면서 그의 무기는 2개가 되었다.

왼손엔 스태프를 오른손엔 마검 요룬을 든 것이다.

‘제대로 쥘 수만 있다면, 무기의 제한은 없으니까.’

현실은 게임이 아니었다.

슬롯이 딱딱 정해져서 그것대로 하는 게 아니었다.

‘나와라, 나의 군단이여!’

보통 언데드는 소환이 아니라, 일으키는 행위였다.

하지만 이번엔 확실히 소환이 맞았다.

왜냐하면, 보관하고 있던 언데드를 이곳으로 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딱딱-!

“그르르륵."

시체 수납이라는, 나름 아공간이라 할 수 있는 곳에 들어가 있던 스켈레톤 워리어와 변이, 그리고 구울과 좀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으윽, 징그러워.”

스켈레톤까지야 평범한 해골이니 언데드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넘어갈 수가 있었다.

하지만 썩어 문드러져 악취까지 풀풀 풍기는 구울과 좀비는 아무리 비위가 좋은 사람이라도 보고 견디기 힘들었다.

미연은 손으로 입을 막아야 했다.

‘하긴, 나는 워낙 좀비 영화를 좋아해서 쉽게 적응한 거지. 그렇지 않으면 적응하기 쉽지 않지. 언데드란 존재가 말이야.’

오죽하면 네크로맨서인 그도 가끔 밤에 언데드를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을 정도니 말이다.

“자, 가자!”

딱딱-!

“그어어어.”

척척척-!

아직은 숫자가 부족한 언데드 군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음, 조금 징그럽긴 하지만. 그래도 든든하네. 덩치 큰 녀석들도 몇 기 보이고. 은신하기 딱 좋아.”

“그러냐?”

“킥킥.”

미연은 장난기 가득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웃는 건데, 어째 살짝 소름이…….'

분명히 장난기인데 살기까지 섞여 있다고 느끼는 건 그만의 착각일까?

얼마나 움직였을까.

딱딱딱딱-!

마치 잘 연마한 나무 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인간인간인간인간인간!]

[인육인육인육인육인육!]

[침략자야!]

[죽여죽여죽여죽여죽여!!]

사방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적이다.”

슈아악-!

‘음?’

미연은 적이 느껴지자마자 모습을 감추었다.

‘이게 미연이의 은신술?’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로 정교한 은신술이었다.

물론 그녀의 말대로라면 제한이 있긴 하지만, 대단한 것은 대단한 것이었다.

철컥-~

'응?'

그때 벽이 마치 기계라도 되는 것처럼 공간이 생기면서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인형?’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인형들이었다.

‘설마, 여기 인형 술사의 집이야?’

들은 적, 아니 정확히는 본 적이 있었다.

공식적인 기록엔 없지만, 옛날의 한 헌터가 기록한 수필에 인형 술사의 집에 잘못 들어갔다가 A급 30명으로 이루어진 공격대가 전멸했다는 것 말이다.

분명히 그도 죽었어야 했다.

보스 몬스터의 근처도 가 보지 못하고 모든 대원이 죽었기 때문.

하지만 그는 기절 후 깨어나 보니 어느새 포탈 밖으로 나와져 있었다고 했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의 수필이 정식 기록이 될 수 없었던 이유도 보스 몬스터를 처리하지 않고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와 협회는 그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가 말했던 포탈은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조사는 받아야 했다.

그가 속해 있던 그 A급 헌터 30명의 공격대가 증발해 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그 헌터는 정신 병원에서 살다가 자살했다.

정말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매일 밤 죽은 동료들이 인형으로 나와 그를 원망하며 칼로 찔러 죽이는 꿈을 꾸었다.

1년 365일을 조금도 틀리지 않고 똑같은 꿈을 꾸는 통에 제정신일 수가 없었다.

‘이곳이 그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심해야겠지.’

“조심해. 이곳 절대 만만한 곳이 아니야.”

“알았어.”

마치 허공이 속삭이는 것 같은 그녀의 목소리였다.

‘아, 그런데 인형을 죽이면 언데드로 부활하나?’

그런 의문이 들었다.

어쨌든 지금은 전투가 먼저였다.

“공격!!”

딱딱-!

위저드가 전투를 지휘하기 시작했다.

쿵쿵쿵-!

언데드 군단이 인형들에게 달려 들었다.

[죽이자!!]

[죽이자!!]

인형들도 기죽지 않고 달려들었다.

“위저드.”

그 틈에 위저드를 불렀다.

딱딱-!

“저 녀석들은 인형이야. 나무로 되어 있을 테니까. 불로 지져 버려.”

딱딱-!

위저드는 로브를 뒤로 젖혀서 움직이기 쉽게 하고 스태프를 앞으로 내밀었다.

화르르륵-!

그러자 스태프의 끝에서 화염이 피었다.

언데드도 불이 약점인데 상황이 묘하게 되었다.

휘익-! 휘익-!

‘음, 뭐 하는 거지?’

위저드가 갑자기 스태프를 쥐지 않은 반대 팔을 허공에서 휘젓기 시작했다.

그러자 허공에서 불의 고리가 형성되었다.

딱딱-!

그러더니 요한을 쳐다보았다.

‘뭐?’

위저드의 뻥 뚫려 있는 눈을 보자, 녀석의 의지가 들리는 것 같 다.

‘유령들을 통과시키라고?’

끄덕-.

마치 생각을 읽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 위저드.

‘허 참, 하늘!,

[꺄아아아, 전투다!!]

잠잠하던 하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을 따르는 고스트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

[응?]

“고스트들을 저 불의 고리에 통과시켜 줘.”

[엥?]

하늘은 황당한 표정으로 요한을 보았다.

아니, 많이 순화해서 그렇지, ‘웬 미친X이지?’ 하는 표정이었다.

“……부탁할게.”

[흠, 알았어. 요한의 부탁이라면야. 얘들아 저 불의 고리 통과하자. 재밌겠다!]

끼이이익-!!

귀청을 찢을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유령들이 움직였다.

그리고 위저드가 만든 불의 고리를 통과했다.

스응- 화르륵-!

“!! ”

[어?!]

불의 고리를 통과하는 순간, 요한과 하늘은 거의 동시에 깜짝 놀랐다.

[뭐야, 이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