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60화 (60/250)

10화

8, 100억 그가 처음에 요구했던 금액인 6,000억보다도 2, 100억이나 증가한 금액이었다.

“제가 6,000억을 불렀는데 왜 8,100억이 된 겁니까?”

[요한 씨의 의견을 검토한 결과, 이번 일을 꼭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본 측에 거절한다고 했죠. 아예.]

“아, 그런가요?”

[네, 그랬더니 요한 씨 말대로 안달이 난 일본이 알아서 금액을 올리더군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급한 것 같아요. 결국, 8,100억이란 거금까지 지른 거 보니까요. 어떻게요 진행할까요?]

‘8,100억 정도면야…….'

국가 간의 감정도 중요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이득이 아니겠는가.

꼴도 보기 싫은 일본을 돕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8,100억이라면 참고 할 만한 금액이라고 생각했다.

“8,100억이라면 승낙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나머지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한 다음에 관련 내용을 보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전화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결국, 일본으로 가야겠네.’

그는 28년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일본으로 여행 간 적이 없었다.

헌터 경제 이후 대한민국이 일본 경제를 역전하면서 안 그래도 많던 관광객은 거의 2~3배가 늘었다.

왜냐하면, 지금은 가까우면서도 관광 강국인데다가 환율 변동으로 일본의 물가가 한국보다 싸졌기 때문이다.

일본 측에선 관광객이 늘어난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 이유가 한국에 경제를 역전당했기 때문이라 굉장히 자존심 상했다.

뭐, 관광 1선에서 일하며 먹고사는 일본인들은 딱히 상관없었지만 말이다.

“뭐야, 오빠 일본 가?”

옆에서 잠잠히 듣고 있던 미연이 물었다.

“그래, 일본에서 나한테 의뢰가 들어왔거든. 자기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겼다고 나한테 좀 해결해 달래.”

“뭐야, 일본 전체가 해결 못 하는데 오빠한테 해결해 달라니. 말이 돼?”

“음. 뭐, 굳이 해결하려면 못 할 건 없겠지. 다만, 해결하려면 인력이 소모되니까 옆 나라인 한국엔 인력 소모 없이 돈만 써서 해결할 수 있는 헌터가 있으니까 의뢰한 걸 거고.”

“아, 그럴 수도 있겠네.”

미연은 힙합에 빠져서 사회가 돌아가는 일은 잘 몰랐다.

하지만 그녀도 엄연히 S급 헌터였다.

거기에다가 헌터 시험을 수석으로 졸업한 사람이었다.

거기에다가 머리도 아주 똑똑한 편.

기본적인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나도 같이 가.”

“응?”

뜬금없는 그녀의 제안.

요한은 그런 제안에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같이 가자니, 그게 무슨?”

“안 그래도 요즘에 심심했거든. 힙합은 여전히 좋지만, 예전만큼 신나지 않고. 그렇다고 혼자 하는 사냥이 재밌는 것도 아니고. 오랜만에 오빠 만나서 옛날 생각도 나고 좋았고, 오랜만에 오빠 따라서 일본 여행이나 다녀올까 해.”

“끄응, 이거 여행 아닌데.”

으쓱-.

“뭐, 어때. 나 같은 S급 헌터가 함께 가면 뭐든 도움이 될 거 아니야?”

“뭐, 그렇긴 하지.”

그것도 평범한 S급 헌터도 아니고 솔로 사냥으로 3년 만에 레벨을 513으로 만든 천재 헌터였다.

도움이 많이 됐으면 됐지, 절대 방해는 아니었다.

거기에다가 어색한 사이도 아니고 개인적인 친분이 넘치는 관계이니 더더욱.

“알았어, 같이 가자.”

“꺄아, 재밌겠다. 가면 타코야키랑 초밥은 꼭 먹고 오자. 아, 일본식 돈가스도 오랜만에 먹고 싶어졌어.”

“뭐야, 돈도 많은 애가 그냥 일본 가서 사 먹으면 끝이잖아?”

“에이, 귀찮은걸. 서울 벗어나는 거 얼마나 귀찮은 줄 알아?”

“아, 너 원래 그런 녀석이었지. 까먹고 있었다.”

씨익-!

미연은 그저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워낙 자유분방한 성격이라 친하게 지내는 요한도 그녀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쟤는 연예인을 했어도 잘했을 거야.’

힙합은 뭐, 프로 수준이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편이었다.

캐릭터도 확실하니 걸크러쉬로 여성들의 호감을 한 몸에 받을 게 분명했다.

지만 주목받고 유명해지거나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성격 탓에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

한마디로 끼는 출중하지만, 그놈의 성향이 연예인과 어울리지 않았다.

“오빠, 언니. 지금 밖에서 뭐해!"

혼자 5코인째 노래를 부르던 유나가 밖으로 나와 짜증을 냈다.

“아, 미안, 미안. 바로 들어갈게.”

요한은 유나가 산송장들을 볼까 얼른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여어. 꼬맹이, 노래 잘 부르던데?”

“흥, 언니만 할까!”

앙숙이고 견원지간이지만, 그렇다고 서로를 미워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

원래는 조금 느긋하게 일본으로 가려고 했다.

수능이 이제 막 끝나서 여유롭긴 했지만, 아직 가장 중요한 논술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수능 못지않게 중요한 기간이라 그것만 보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일본이 서둘러 달라고 하고, 유나가 애 취급 좀 하지 말라면서 엉덩이를 차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수능 끝나고 사흘 만에 일본으로 향했다.

요한과 미연은 러셀 가문에서 제공한 전용기를 타고 일본으로 향했다.

“와우, 전용기는 처음 타 봐. 짱 좋은데?”

딱딱-!

미연은 풍선껌을 씹으며 처음 타 보는 전용기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S급 헌터인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전용기를 타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요한만 봐도 4,000억이란 고액 연봉자이지 않은가.

아, 물론 그건 오랜만에 매물로 나온 S급 헌터이기도 했고, 세계 첫 S급 네크로맨서라는 희귀성도 크게 작용했다.

그렇다고 다른 S급 헌터의 가치가 낮은 건 절대 아니었다.

어쨌든 미연이 마음먹고 열심히 사냥하면 전용기나 전세기를 타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타고난 귀차니스트인 미연은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니 상급 헌터이면서도 늘 일반 항공 비즈니스석을 탔다.

“그런데 놀랍네요.”

“네?”

“요한 씨에게 같은 등급의 이렇게 유능한 헌터 분이 지인으로 계셨다니.”

“흠흠, 뭐. 저도 오랜만에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잠깐, 그거 욕 아니죠?”

“네?”

“제 인맥을 좁게 보셨다는 거 아닌가요?”

"......."

‘젠장.’

엘레노아의 순수한 의문을 지닌 표정의 되물음.

요한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틀린 말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연을 제외하면 당장이라도 연락해 부를 수 있는 인맥은 없다시피 했다.

‘헛살았네, 헛살았어.’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인맥이란 건 지금부터라도 쌓으면 그만이니까요.”

“아, 예.”

그렇다고 요한이 아무렇게나 인맥을 쌓을 마음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일본에 도착하자, 공항에 일본 헌터 협회의 관계자들이 나와 있었다.

“하하, 나이스투 미츄 미스 러셀. 마이 네임 이스 쿠보라 오모리.”

아주 전형적인 일본식 발음의 영어가 후덕한 인상의 중년의 입에서 나왔다.

“일본어를 잘하니, 굳이 영어를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하, 그렇군요. 일본어에 능숙하시다니 기분이 좋군요. 이쪽으로 오시죠.”

냉정한 그녀의 태도.

일본식 영어 그것도 미국식을 바탕으로 한 일본식 영어를 듣고 있자니 엘레노아는 귀가 썩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심 그런 엘레노아의 모습을 보곤 과거 생각이 났다.

‘그래, 엘레노아는 이런 성격이었지.’

요한과 있을 때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원래 그녀의 성격은 냉정하고 칼 같으며 도도하고 날카로웠다.

이상하게 요한과 있으면 평범해졌지만 말이다.

일본 헌터 협회 관계자를 따라서 향한 곳은 역시 도쿄에 있는 협회 본부였다.

“원래라면 호텔에서 환영식이라도 해야겠지만, 상황이 조금 급해서 바로 이쪽으로 모셨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엘레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의 메인은 분명히 요한이었다.

하지만 러셀 길드 자체로 처음 들어온 국제적인 의뢰였다.

러셀 길드의 발전을 위해서 본가까지도 신경 쓰고 있는 와중이라 엘레노아가 굳이 직접 나선 것이다.

그들은 일본 헌터 협회 대회의실에 모여서 이번 일의 간단한 브리핑을 받았다.

‘아니, 한국에 의뢰했으면서 사용하는 언어가 영어랑 일본어가 웬말이야. 역시 이래서 일본인이란. 쯧쯧.'

“음, 킴 상. 무슨 문제라도?”

쯧쯧-.

속으로만 한다는 게 입 밖으로 소리가 나가 버렸다.

브리핑 도중에 혀를 차는 요한의 모습에 일본 측 관계자가 물었다.

“음, 나?”

아무리 일본어를 제대로 모르는 그였지만, 간단한 것까지 모르는 건 아니었다.

저 간단하고 짧은 문장까지 못 알아듣지는 않았다.

“아, 흠홈. 그냥 딴생각하다가 그만. 계속하시죠.”

그 말을 엘레노아가 통역해 주자 브리핑은 다시 시작되었다.

“……이렇게 된 거예요.”

브리핑이 끝나고 엘레노아가 다시 요한에게 설명해 주는 작업을 해야 했다.

“흠, 도쿄 바로 옆에서 정신 계열 몬스터 나오는 필드가 나왔다니. 일본은 옛날부터 참 재앙 운이 좋은 거 같네요. 지진에 쓰나미에 방사능에 헌터 시대엔 정신 계열 몬스터가 수도 바로 옆에서 나오다니.”

으쓱-.

“뭐, 덕분에 우리는 돈 벌게 됐잖아요.”

“하긴 뭐, 그렇죠.”

“어떻게 가능하시겠어요?”

“브리핑 내용만 보면 딱히 어려운 건 없어 보이던데요. 어차피 언데드한텐 정신 계열 능력이 통하지도 않으니. 빨리 해치우고 한국으로 돌아가도록 하죠.”

“네, 준비는 따로 해 두었으니 바로 시작하는 거로 할게요.”

“네, 어차피 일본에 오래 있을 마음은 없으니까요.”

“오빠.”

“응?”

“나도 갈래.”

“뭐, 안 돼. 위험해. 넌 언데드가 아니라서 정신 계열에 당할 수도 있어.”

“아냐, 괜찮아. 나 특성에 강인한 정신력이란 게 있는데. 은신 상태에선 어떤 정신 공격도 통하지 않아.”

"뭐?"

"네?"

그녀의 말에 엘레노아와 요한 동시에 놀랐다.

“에, 왜, 왜 그렇게 보는 건데?”

“정신 면역이라고?”

“아, 아하하. 100% 완벽한 건 아니야. 어디까지나 은신 상태일 때만 면역이니까. 그래서 오빠의 그 언데드 군단 속에 숨어 있다가 그대로 녀석들 목을 베고 다시 숨으면 정신 공격은 통하지 않을 것 같았거든. 이 특성을 테스트해 볼 곳도 없고 해서. 오빠랑 함께 싸우면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

“흠…… 뭐,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한데.”

“그렇지?!”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엘레노아는 부정적이었다.

“당신은 S급 헌터에요. 당신을 무료로 부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미 8,100억으로 계약한 일을 갑자기 더 달랄 수도 없어요.”

척-!

미연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띤 채로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이번 사냥은 개인적인 일 때문에 부탁하는 거니까, 특별히 공짜로 해 드리겠습니다!”

“네?”

“진짜로?”

이번에도 요한과 엘레노아는 똑같이 놀랐다.

S급 헌터를 돈으로 쓰는 일은 정말 많은 액수가 필요했다.

하지만 미연은 그 거금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응, 응? 어차피 내가 돈 욕심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고 싶은 일 하고 사는 거지. 이거 해 주는 데 얼마, 저거 해 주는 데 얼마 따지는 거 딱 질색이야.”

“하아, 그래. 그래라.”

“히히, 잘 생각했어, 오빠. 나중에 비싼 밥이나 사 줘.”

“뭐, 그거야 어렵지 않지.”

얼떨결에 최고의 인력이 공짜로 붙어 버렸다.

‘사실 미연이 따라오겠다고 했을 때부터 살짝은 예상하던 일이었는 데.’

하지만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 돈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공짜라.......'

요한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13장. 키메라 제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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