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요한은 각성몽 말고도 자유롭게 실험 및 연습을 할 곳이 필요하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진 돈도 없고 능력도 부족해 차마 실천에 옮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돈과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 상황.
곧바로 실천에 옮긴 것이었다.
‘이곳이 이제 처음 생긴 나만의 공간이란 거지?’
단순히 지내는 방이 아니라, 뭐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드디어 생긴 것이다.
미국 드라마를 볼 때마다 남자들이 차고에서 뭔가 열심히 취미 생활을 하는 게 참 부러웠던 그였다.
드디어 그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스케일은 훨씬 커졌지만 말이야. 뭐, 오히려 이게 더 좋은 거니까 상관없지만.’
마음껏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니겠는가.
***
며칠 후, 공사가 완전히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요한은 다시 와부읍으로 향했다.
탕탕탕-! 드르륵-!
“어이, 거기 좀 제대로 해 봐!!”
“아이씨, 거기가 아니잖아!!”
“제대로 똑바로 못 해?!”
건장한 백인과 흑인들로 구성된 인부들이 가득한 현장.
영어로 된 고성이 오갔다.
‘뭐야, 벌써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됐다고?’
겨우 3일 만에 재방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곳 와부읍은 언제 조용했냐는 듯이 온갖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대대적인 보수 공사 소리가 가장 컸다.
“와, 마스터가 진짜로 이곳을 제대로 꾸며 보려나 보네?”
“아, 네. 사실 저도 좀 당황했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진지하게 이곳을 발전시키려는 것 같았으니까요.”
솔직히 제임스도 엘레노아의 행동이 보여 주기 식, 일명 돈지X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몇 시간도 안 되어서 건설 업체를 직접 선별해 공사를 시작했다.
러셀 가문 소속은 아니지만, 영국에서 협력 업체를 직접 불러서 영국식으로 재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절레절레-.
요한은 고개를 저었다.
‘정말 엘레노아의 스케일은 감당하기 어렵다니까.’
그야말로 부자 위의 부자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그들은 잠깐 공사 현장을 구경한 뒤 곧바로 요한이 구매한 건물로 향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2층 상가 건물이었다.
“이곳은 원래 외국계 회사인 CAMILA에서 연구실로 사용할 예정이었던 건물입니다.”
“오, 건물이 상당히 예쁘네?”
“네, 보통 흔히 유행하는 양식으로 건물을 짓는 한국 건설사와는 달리 유럽의 유명한 건설사가 지은 건물이죠.”
“아깝네. 열심히 지은 것 같은데.”
“흠흠, 그래서 여길 사서 관리도 한다는 소식에 해당 설계사가 술 마시고 감사하다고 전화 왔었습니다.”
“푸하하하!!”
그야말로 글로벌 진상이라고 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건축물에 애정이 있다는 건 흔히 볼 수 없는 일이었다.
보기 좋은 진상이라고 생각했다.
제임스가 구매한 연구실 건물은 상당히 컸다.
전체적으로 둥근 형태의 건물이면서 약간 뭐랄까, 육상 경기할 때의 트랙처럼 생겼다.
“일단 건물 스팩은 간단합니다. 지상 2층에 옥상이 있고, 지하론 3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하 3층이라……."
“원래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 보안을 철저하게 하려고 튼튼하게 지었답니다. 그래서 지하 3층은 층별로 확실히 분리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건 마음에 드네.”
“일단 직접 보면서 확인하시죠.”
“그래.”
달달 외운 것 같은 제임스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확인한 연구소 건물은 요한의 마음에 쏙 들었다.
지상 1층은 로비 같은 느낌에 주방까지 딸려 있었다.
2층은 일반 가정집으로 방이 무려 5개나 되었다.
지하가 본격적이었는데 지하 3층은 넓은 공간이었다.
특수 합금으로 외벽을 만들어 어지간한 헌터가 스킬을 써도 흠집도 나질 않는다고 했다.
지하 1층과 2층은 연구실로 공간이 잘 나누어져 있었다.
공간마다 다른 실험을 하더라도 서로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없게 설계되어 있었다.
“어떠십니까?”
“내부도 아주 마음에 들어. 수고 했어, 제임스.”
“하하, 마음에 드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누고 제임스는 다른 일이 있다면서 연구실을 나섰다.
요한은 지하 1층 연구실에 있는 메인 연구실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이 이제부터 나만의 건물이다. 이 말이지?’
정말 감개무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곳에서 진정한 네크로맨서의 끝을 봐 볼 생각이었다.
‘처음엔 그저 돈과 힘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클래스가 내뿜는 영향인지 뭔지 몰라도 요한은 점점 네크로맨서 힘도 힘이지만, 그들이 얻고자 했던 죽음 그 자체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점점 네크로맨서의 힘을 가진 헌터가 아니라, 진짜 네크로맨서가 되어 가는 중이다.
'하지만 완전히 그러기엔 부족한 게 너무 많아.’
연구실도 있고 그가 보관해 두었던 실험 자료도 충분했다.
하지만 단순히 힘만 얻은 그가 학문적으로 다가가기엔 너무 복잡한 과정이었다.
‘스승 같은 1:1 맞춤형 선생님이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부스럭- 와삭!
공사장 인부들을 위해서 매점에서 사 온 과자를 털어 넣었다.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한 것이 딱 그의 취향이었다.
‘아 참, 『죽음의 서』그걸 확인해 볼까?’
저렴하게 구매했지만, 그에게 있어서 엄청난 보물이 될 수도 있는 책.
하지만 아직 제대로 해독이 되질 않아 쓰지 못한 책이었다.
잘하면 그곳에 이 모든 문제의 해답이 숨어 있을 수도 있었다.
“위저드!”
지잉- 딱딱!
부름과 동시에 허공에서 독립적인 스켈레톤 메이지인 위저드가 등장했다.
녀석은 오른손엔 요한이 준 스태프, 그리고 왼손엔 『죽음의 서』 를 들고 있었다.
‘딱 전형적인 게임 속 마법사 같네.’
그가 디자인했지만, 꽤 멋있으면서도 웃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아, 그래. 얘한테 입힐 로브도 사야 하는데, 바쁘구먼.’
편해지고자 한다면, 매니지먼트에 직접 부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헌터와 관련된 일은 직접 하려고 했다.
“책.”
딱딱-!
위저드는 길게 말하지 않아도 척 척 알아듣고 『죽음의 서』 를 건넸다.
촤르륵-!
요한은 『죽음의 서』 를 펼쳐 보았다.
‘흠…… 확실히 처음 펼쳤을 때 보다 해독이 되는 단어가 많아졌어.’
그는 천천히 안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해독이 거의 다 된 페이지가 눈에 띄었다.
[강령술.]
‘강령술이라? 소울 마스터리와 다른 개념의 스킬인가?’
얼핏 보면 둘 다 비슷한 스킬인 것 같았다.
페이지를 넘겨서 자세히 내용을 살펴보았다.
[강령술은 원하는 영혼을 불러 올 수 있는 기술이다. 다만, 영혼은 무척 예민하고 변덕이 많으며 까칠한 존재이다. 한 번 죽은 자들이니 당연한 일. 하지만, 어떤 방법이든 괜찮은 영혼을 불러낼 수만 있다면,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다. 과거의 지식을 얻거나 다른 차원의 존재를 불러서 새로운 지식이나 문명을 접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른 차원도 가능하다고? 아니, 애초에 다른 차원이 가능…… 아, 하긴. 포탈도 있고 몬스터도 있는데, 다른 차원이 없을 리가 없겠지.’
쉽게 납득이 되었다.
‘어쨌든 다른 차원이라, 그러면 혹시 나 말고 순수한 네크로맨서의 영혼을 불러내는 것도 가능하려나?’
다음 내용을 살펴보았다.
[평범한 강령술은 방법과 요령만 안다면 누구나 영혼을 불러내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아, 그래서 심령술사들이 있을 수 있는 거구나. 사실 안 믿었는데 방법이나 요령만 알면 가능한 일이었다니…….'
물론 진짜로 누구나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책을 쓴 사람이야 재능이 충만하니 누구나 가능할 거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하든지 재능은 꼭 필요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단계는 오직 죽음과 시체 그리고 영혼을 연구하는 네크로맨서만이 가능하다.]
‘그 이상의 단계?’
[바로 불러낸 영혼을 네크로맨서가 직접 제작하거나 획득한 시체에 이식해 언데드로 깨우는 것이 가능하다.]
‘헉!’
책의 내용을 본 요한은 정말 깜짝 놀랐다.
‘부, 부, 불러낸 영혼을 넣어서 언데드로 만들 수도 있다고?! 마, 만약에 정말 만약에 이순신 장군의 영혼을 불러내 상급 언데드에 넣으면? 처, 척준경 영혼을 불러내 나중에 만들 수 있는 데스나이트에 넣으면?!’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단순히 프로그래밍된 언데드가 아닌, 압도적인 경험과 실력을 갖춘 언데드가 탄생하는 것이었다.
헌터 시대가 아님에도 헌터만큼의 활약을 선보인 위대한 영혼들을 수집하는 것도 매력 있는 일이었다.
‘이, 이건 반드시 배워야 해!!’
아래 적힌 내용을 더욱 꼼꼼히 읽어 보았다.
‘단순한 강령술은 확실히 좀 손이 많이 간다뿐이지 쉬워. 요령만 알면 더 쉬워지겠고. 하지만 불러 낸 영혼을 언데드로 만들려면 아직 해독해야 할 부분이 많아.’
아무리 그라도 해독만큼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스킬로 된 것도 아니라, 그냥 시간이 지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코딩 작업이 그랬듯이 말이다.
‘좋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자고. 일단은 네크로맨서 영혼을 불러내 과외 선생으로 삼는 것부터!’
시간은 빠르게 흘러 2주일이란 시간이 지났다.
‘다 됐다!’
아무래도 그가 불러낼 영혼은 타 차원의 영혼.
같은 차원의 영혼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다.
‘아니, 무슨 얼어 죽은 쥐의 꼬리도 사용하래?’
『죽음의 서』 에서 요구하는 재료들은 돈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얼어 죽은 쥐의 꼬리는 그나마 양반이었다.
목이 막혀 죽은 늑대의 방광이나 익사한 참새의 부리까지.
정말 다양하고도 이상한 재료들이 필요했다.
그것을 조합해 만든 끈적한 액체로 『죽음의 서』 에 그려진 마법진과 똑같이 그려야 했다.
연구실 하나를 통째로 비워서 작업했다.
‘아, 진짜 귀찮아 죽겠네.’
하지만 참아야 했다.
상위 강령술을 익히기 위해선 반드시 과외 선생님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꼭 강령술을 마스터하고 말겠어!!'
그리고 강령술을 계기로 삼아서 『죽음의 서』 안에 있는 다양한 지식도 원했다.
‘강령술 말고도 내가 익힐 만한 게 정말 많을 거야. 이제부터라도 『죽음의 서』 에 더 관심을 써야 겠어.’
알고 보니 정말 억만금을 줘도 구할 수 없는 종합 스킬북이었다.
현재 공식적으로 알려진 종합 스킬북은 딱 1권이었다.
바티칸 서고에 있는 『바티칸 책자본』 이 바로 그것이었다.
힐러에게 있어서 성경과도 같은 이 책은 바티칸의 주교 이상이 되어야 열람할 수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바티칸 시국은 힐러들의 천국이 되었으며 도시 하나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G3 다음가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가 되었다.
오죽하면 바티칸이 위치한 이탈리아보다 바티칸이 더 큰 나라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정작 이탈리아는 절대 그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물론 음식은 이탈리아가 더 맛있겠지만.’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공식적인 종합 스킬북은 『바티칸 책자본』이 유일했는데 요한이 『죽음의 서』 라는 종합 스킬북을 손에 넣은 것이다.
‘자, 이 제 마법진도 만들었겠다, 영혼을 불러내 볼까.’
“모든 힘의 근원이자 절대 거부할 수 없는 힘인 죽음이여. 그대의 힘을 빌리고자 한다. 태고부터 존재해 온 죽음에서 작은 영혼을 불러내고자 하노니,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라!!”
우우웅-!
마법진이 울리기 시작하더니 연기가 치솟았다.
‘됐나?!’
요한의 감각에 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