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51화 (51/250)

1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4개 길드 마스터는 국내 최초로 S급 헌터면서 징역을 살게 되었다.

본래라면 이것저것 재판을 질질 끌다가 국민의 관심이 멀어지면 조용히 집행 유예를 선고했을 것이다.

가장 큰 명분은 역시 포탈 사냥의 활성화.

그들이 사회에 이바지한 것을 인정해 주자.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일이 되어 버렸다.

국민 여론도 최악.

매일같이 규탄 시위가 발생하고 러셀 가문도 공식적인 항의 서한을 보냈다.

도저히 조용히 처리할 엄두가 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헌터 검찰은 3년으로 기소했고 법원은 초범이고 반성한다는 이유로 2년을 선고했다.

집행 유예 없는 2년 선고에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환호했다.

처음으로 S급 헌터가 징역을 살 게 된 희대의 사건이었기 때문이었다.

또는 혹자는 아직 사회엔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에 기뻐했다.

어쩔 수 없는 정치적 논리 덕분에 어떻게든 떨어진 선고였지만 말이다.

이번 사건으로 확실히 요한의 인지도는 국제적으로도 올라갔다.

보통 국내의 S급 헌터가 국제적으로 유명해지려면 국제 활동을 해야 했다.

포탈 폭주 시기, 대혼란의 시기를 겪으면서 많은 국가가 파멸했다.

그리고 그 파멸한 국가의 땅엔 관리받지 않은 포탈이 많았다.

국제단체에서 매년 이런 주인 없는 땅을 관리하기 위해서 길드를 모집했다.

그리고 그런 여러 가지 국제 활동에서 눈에 띄는 활약이 있는 헌터가 국제적 명성을 얻는 것이었다.

얼핏 보면 그저 의무일 뿐 별 실익도 없는 의무 행사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이 행사는 인기가 많았다.

주기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포탈엔 순도 높은 마석을 품고 있는 몬스터가 많았다.

또 가끔 사냥하다 보니 숨겨진 아이템이나 스킬북 같은 것이 높은 확률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한은 그런 일련의 과정 없이 국제적 명성을 손에 넣은 것이다.

뭐, 운이 좋았기도 했지만, 세계 최초의 S급 네크로맨서인 사실이 알려진 것도 크게 작용했다.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네크로맨서는 희귀한 클래스였다.

“……아슬아슬 이사 세이프네.”

“와 오빠. 너무 유명해지는 거 아니야?”

“그래, 이건 나도 예상 못 했던 전개이긴 해.”

요한이 이사를 온 주택가는 입구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었다.

입구는 3개뿐이며 그곳에서 철저한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들어올 수가 있었다.

만약에 아직도 그 작고 오래된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왜냐하면, 이젠 국내 언론사는 물론이고 해외 언론사까지 요한을 취재하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이번 사건으로 요한이 얼마나 인기가 많은 헌터인지 자각했기 때문이다.

요한과 관련된 기사라면 과거 별 접점이 없던 동창생의 인터뷰만으로도 클릭 수가 상위권에 속했다.

현재 그런 관심 때문에, 유나는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어차피 출석 일수만 채우면 며칠이든 결석한다고 해도 대학 진학에 문제는 없었다.

“아 참, 오빠.”

“응?”

“어제 고모한테 전화 왔었어.”

“고모?”

“응, 3명한테 다.”

“다?”

"응."

“허 참, 평소엔 관심도 없으시던 분들이 갑자기?”

“역시, 그렇지?”

“당연하지,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누구시냐고, 저 아시느냐고 했지. 그러더니 애가 어떻게 고모한테 그럴 수 있냐고 서운하다고, 못 배웠다고 그러는 거야.”

“뭐?”

“킥킥, 누가 부모 없는 자식 아니랄까 봐 싹수없다고도 했어.”

빠직-!

요한은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정말 뻔뻔한 것도 정도껏 해야지. 사람들이 왜 그래?’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화나기보다는 허탈감이 들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둘 다 어려운 미성년자 시절, 장례식장에서 누가 남매를 돌보냐 가지고 친척들 간에 싸움이 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요한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모두 이곳에서 꺼져요!”

누가 돌봐 달라고 한 적도 없는 데 그것으로 싸우다니, 그것도 누구에게 떠넘길지를 말이다.

요한은 용납할 수 없었고, 그들의 밑으로 갈 생각도 없었다.

결국, 남매와 친척들 간엔 연락이 일절 없었다.

한마디로 의절을 한 것이다.

그것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말이다.

그런데 이제 와 보호자 흉내 내겠다고?

남매 둘 다 성인이 될 날도 이제 3달도 채 안 남았는데?

‘우스울 따름이지.’

“그래서 어떻게 대답했어?”

“에이 오빠. 나 몰라?”

“잘 아니까 물어보는 거야.”

“따순밥 먹고 헛소리하지 말고 닥치고 조용히 살라고 했어. 헷.”

“킥킥, 잘했어.”

슥슥-.

요한은 유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보통 여동생이라면 머리 헝클어 진다고 하지 말라고 짜증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워낙 우애가 좋은 남매다 보니 이 정도 스킨십은 자연스러웠다.

“그럼, 오늘 오랜만에 할머니나 뵈러 갈까?”

“할머니?!”

“응, 할머니.”

안타깝게도 남매에게 혈연으로 얽힌 조부모는 친가, 외가 모두 사망한 상태였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네 분 다 남매의 부모님보다 일찍 돌아가셨다.

하지만 지금은 지방으로 이사하였지만, 과거 이웃으로 살 때는 부모를 잃고 모르는 것투성이였던 남매를 친손주처럼 대해 준 할머니가 있었다.

그 할머니는 흔쾌히 둘의 법적 보호자를 자청했으며 다양한 일을 처리해 주었다.

남매에게 있어서 그 할머니만이 유일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응, 갈래, 갈래. 수능 치기 전에 할머니 뵙고 기운 얻고 싶어!”

“킥킥, 그래, 그래.”

특히 그때 아주 어렸던 유나는 그 할머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며 울 때마다 할머니가 안고서 달래 주었다.

먹고살기 위해서 바빴던 요한이라 그 할머니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럼, 바로 출발하자.”

“응!”

요한은 곧바로 유나와 차고로 가 차를 타고 할머니가 계신 곳으로 향했다.

아직 요한 개인이 타고 다니는 차량의 번호가 알려지지 않은 데다가 선팅이 짙어서 지나가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

남매는 고속도로를 타고 충청남도에 있는 부여군에 도착했다.

요즘엔 시골이 사라지고 도시 위주로 발달하다 보니, 지방이라고 해도 도시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었다.

띠링-!

[300m 앞 목적지가 있습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한 곳은 한 으리으리한 저택이었다.

“오, 오빠. 우, 우리 잘못 온 걸까?”

“아, 아니. 분명히 할머니가 알려준 주소는 여기가 맞는데?”

남매는 살짝 당황했다.

아무리 지방의 부동산 가격이 서울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라도 이건 좀 낯설었다.

분명히 남매 옆집에 살던 할머니는 평범한 서민 할머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는 그야말로 지방 부호의 저택과도 같은 곳이었다.

“일단 초인종부터 눌러 보자.”

“으, 응.”

만약에 아니라면 다시 연락해 보면 되는 일이었다.

차에서 내린 둘은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누구세요?]

“아, 저. 유나, 요한 남매인데요. 할머니 계신가요?”

[……잠시만요.]

“네.”

뚝-!

초인종이 끊기고 3분 정도 흘렀다.

덜컹-!

육중한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들어오세요.]

동시에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초인종에서 흘러나왔다.

“아…… 아무래도 할머니 집이 맞는 것 같은데, 유나야.”

“으,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

“그, 글쎄다. 우리가 모르는 비밀 같은 게 있었나 본데?”

“아, 그러고 보니 할머니 혼자 사시는 서민 할머니치곤 뭔가 우아하지 않았어?”

“으, 응…… 아 그러고 보니 좀 그랬던 거 같아.”

그 당시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기억은 마구잡이로 보정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자신의 기억이 진짜인지, 추억 보정된 허상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 양복을 입고 있는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회장님이요?”

“네, 이쪽으로.”

“아, 네.”

여전히 얼떨떨한 남매.

남자를 따라서 저택의 가장 위층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호호, 어서 오거라. 요한아 유나야.”

“어, 할머니이~!”

와락-!

정말 오랜만에 본 반가움에 유나는 평소대로 할머니의 품에 달려들었다.

“그래, 그래. 우리 강아지, 정말 오랜만이구나.”

“헤헤, 여전히 할머니 냄새가 좋아요.”

“호호, 할미를 놀리지 말거라. 다 늙어 빠진 노인네한테 좋은 냄새는 무슨. 늙은 사람 특유의 냄새만 안 나도 다행인 게지.”

“에에, 할머니한텐 그런 냄새 안 나는데요!!”

“호호.”

거의 5년 만에 보는 사이였다. 그런데도 마치 어제 헤어지고 오늘 본 것처럼 어색하지가 않았다.

그만큼 할머니와 남매의 사이가 각별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할머니.”

“응, 왜 그러니?”

“할머니 원래 이렇게 부자였어요?”

유나의 질문에 할머니는 살포시 미소만 지어 보였다.

‘응?’

요한은 그런 할머니의 미소에 어쩐지 슬픔이 가득한 걸 느낄 수가 있었다.

‘뭐지?’

“자, 요한이 너도 여기 앉아라. 내 천천히 다 말해 주마.”

“아, 네.”

요한은 할머니의 말에 군말 없이 소파에 앉았다.

“김 집사는 차 좀 내와.”

“예, 회장님.”

“그래, 어디부터 말해 주면 되려나……."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사연은 이랬다.

원래 그녀는 거대 그룹인 JK그룹의 사모님이었다.

하지만 남편인 회장이 병으로 죽고 그녀가 운영해 더 규모를 키웠는데, 나이가 들어 기운이 달리게 되자 아들에게 물려주었다.

그리고 조용히 살고 싶다며 신분을 숨기고 조용한 아파트로 이사해 살았다.

그쯤에 요한 남매를 만나서 즐겁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비보가 날아들었다.

유일한 가족이자 아들이 몬스터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말이다.

그녀는 아들의 죽음을 슬퍼할 새도 없었다.

현직 회장의 죽음으로 흔들리는 회사를 안정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은퇴한 그녀가 복귀했고 JK그룹은 겨우 안정이 되었다.

“그렇게 된 거란다.”

“훌쩍, 할머니 너무 슬퍼요.”

남편과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아내이자 어머니의 가슴이 어찌 멀쩡할까.

아마 그 누구보다 고통스럽게 갈가리 찢겼을 것이리라.

요한 남매는 그래도 서로를 의지하며 힘들고 외로워도 버틸 수가 있었다.

하지만 가족이 없는 그녀는 무슨 힘으로 버텼을까?

그냥 이를 악물고 버틴 것이리라.

“후후, 그래도 이렇게 예쁘게 잘 큰 유나를 보니 이 할미가 뿌듯하구나.”

5년 전보다 훨씬 거칠어진 손바닥이 유나의 볼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유나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유나와 요한은 할머니의 곁에 와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할머니, 이젠 자주 찾아될게요.”

“맞아요.”

“호호, 고맙구나.”

그런데 그때였다.

구르르릉-!

“어, 어?”

덜컹-!

“회,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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