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실시간 뉴스로 그림자 암살단 부단장의 자백과 관련 서류가 일파만파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 와, 미친. 지금 우리나라 20대 길드 중의 하나란 녀석들이 겨우 물 좀 먹었다고 S급 헌터를 죽이려고 한 거야?
- 뭐, 정말 뼛속까지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해도 용서하기 어려울 판에……. 그냥 꼴 보기 싫다고 암살?
- 저 녀석들 헌터랍시고 함부로 막 나가네.
- 여러분 일반인인 우리가 저들을 응징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 밝혀진 길드 배후 기업은 보이콧합시다!!
- 옳소!!
- 맞아, 이렇게라도 우리 일반인이 결코 바보가 아니란 것을 저들에게 보여 줍시다!!
- 맞다, 보여 줍시다!!
인터넷은 그야말로 활화산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어느 나라든 그렇지만, 기본적으론 헌터가 일반인보다 사회적 서열 상 위는 확실했다.
이제 인류 최대의 적은 이웃 나라가 아니라 포탈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인류와 포탈의 전쟁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현재 진형형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를 이루는 최대 계층인 일반인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헌터끼리 잘 먹고 잘살며 일반인을 노예로 부리는 게 아닌 이상, 여론과 민심이란 건 절대 무시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다가 이번 암살 의뢰는 확실히 헌터 세계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이었다.
특히 중소 길드들이 크게 분개하기 시작했다.
[중소 길드 연합 “대규모 길드 마음에 안 든다고 한 암살 의뢰, 용납할 수 없는 죄악”]
[유명 중소 길드, 이번 사건 조사에 일말의 의혹도 있으면 안 된다고 밝혀]
[유명 A 중소 길드 마스터는 이번 사태는 근본적인 길드 구조에 의한 사건이라고 주장]
중소 길드는 물론이고 헌터 협회까지 나섰다.
[헌터 협회 고위 임원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일. 철저히 조사하고 확실히 처벌할 것”]
헌터끼리 싸움은 철저하게 금기시되었다.
하지만 이건 싸움을 넘어서 살인 의뢰였다.
헌터 협회가 제일 싫어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대규모 길드는 어지간하면 건드리지 않는 협회였지만, 이번엔 어쩔 수가 없었다.
증거와 증인이 너무 확실했다.
이래도 대규모 길드란 이유로 쉬쉬한다면 국민들은 건드리기 힘든 길드는 몰라도 협회를 갈아 치워야 한다고 하리라.
“철저하게 조사해!!”
"예!!"
우레와도 같은 부협회장의 외침에 임원들은 막 입대한 이등병처럼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요한은 당분간은 증인을 본인이 데리고 있겠다고 했다.
‘또 알아? 스리슬쩍 죽이려고 할 지 말이야.’
헌터 중에선 다양한 능력자가 많았다.
구속 도구를 차고 있는 각성자 하나 조용히 묻는 거야 딱히 어렵지 않았다.
협회로선 떨떠름한 일이었다.
하지만 명분이 확실해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며칠 후, 이번 사건의 주범인 토르, 텐타클, 팬덤, 판도라 길드 마스터들이 줄줄이 헌터 협회에 끌려 왔다.
헌터는 일반 검찰이 아니라, 헌터 협회 산하 기관인 헌터 검찰의 수사를 받는다.
“여어, 마스터님들. 오랜만이야?”
까드득-!
“크윽, 김요한 이놈!!”
길드 마스터는 요한을 보자 살기를 흘렸다.
“어이쿠, 범죄자 나리께서 왜 그러실까. 또 죽이려고 암살자 보내려고?”
“흥! 난 그런 적이 없다. 밑에 놈들이 과잉 충성 경쟁을 벌인 것이지. 난 모르는 일이니까.”
“킥킥, 그럴 줄 알았어. 그 말 왜 안 하나 했다. 뭐, 그래. 네 말이 맞아. 적당한 놈 몇 명 추려서 자수시키겠지. 그런데 말이야, 그거 알아?”
“방금 기사가 났는데, 너희들을 후원했던 후원 기업이 발을 빼겠다고 이번에 발표했네?”
“뭐, 뭐?!”
“이거 어쩌나……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저금통을 잃어버리면 규모가 확 줄 수밖에 없는데 말이야.”
대기업의 국가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크아아아, 김요한!!”
“어어?”
파악-!
대규모 길드 마스터는 대부분 S급 헌터였다.
분노한 토르 길드 마스터가 힘을 개방해 요한에게 달려들었다.
“꺄아아악!!”
끔찍한 상황에 주변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
요한은 소환 계열 클래스 헌터.
소환체가 없으면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었다.
“나와라.”
구궁-! 채채챙 스윽-!
“헉!”
토르 길드 마스터는 더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목은 물론이고 온몸에 각종 무기가 닿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네, 네크로맨서는 시체가 있어야……!”
“이 바닥에서 남의 능력도 다 묻고. 촌스럽게 왜 이러실까?”
토르 길드 마스터를 중심으로 스켈레톤 워리어와 얼음 몬스터로 만든 구울이 빽빽하게 둘러쌌다.
“꺄아아악!!”
“저, 저게 바로 언데드!!”
“와, 진짜 멋있다!!”
“요한 오빠, 여기 좀 봐 주세요!!”
헌터의 모든 행사는 일반인에겐 좋은 구경거리였다.
찰칵찰칵찰칵찰칵-!!
기자에게도 좋은 기삿감이었다.
대한민국 헌터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길드 마스터가 협회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건 최초였기 때문이다.
구경꾼도 상당히 몰려온 상황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요즘 가장 핫한 요한의 능력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구경꾼들에겐 눈 호강이었다.
“크으, 네크로맨서는 그냥 음울한 시체 술사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보니까 진짜 멋있다!!”
“요한 헌터 최고다!!”
휘이이익-!
특히 요한은 현재 좋은 이미지를 가진 헌터였다.
그가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기존 대규모
길드의 경직된 질서를 파괴하는 도전자 같은 이미지가 생겨났다.
변화를 싫어하는 대규모 길드와 기존 질서를 깨고 변화의 바람을 원하는 일반인들이었다.
그 과정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요한은 국민대표 헌터같이 되었다.
물론 모든 국민이 요한의 편만인 것은 아니었다.
특히 대혼란의 시기를 겪었던 나이 드신 분들은 대규모 길드를 지지했고 그런 물 흐리는 요한을 달갑지 않아 했다.
거기에다가 결국, 요한은 러셀 길드에 들어가지 않았는가.
똑같은 놈이란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부일 뿐.
현재 요한은 국민 대표 헌터이자 인기 1위 헌터였다.
보통 유명한 헌터는 TV나 개인 방송을 통해서 더 인기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요한은 그런 과정이 없어서 국민적 호기심이 높은 편이었다.
“거기, 헌터 분들!!”
헌터 검찰 바로 앞에서 전투가 벌어질 뻔했다.
헌터 검찰에서 활동하는 특수 헌터가 호루라기를 불며 등장했다.
“난 죄 없는데. 이 사람이 날 공격하려고 해서 막은 것뿐이니까. 날 죽이려고 했는데, 목이나 베어 버려서 언데드로 쓸까……."
“크윽, 네놈!!”
토르 길드 마스터는 이를 갈았다.
물론 상대도 S급 헌터인 만큼 쉽게 목을 벨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는 건 중요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확실히 난 포탈 밖에선 취약할 수밖에 없네. 지금부턴 포탈 밖에서도 강해질 방법을 찾아야겠어.’
이럴 때마저도 강해질 방법을 고민하는 요한이었다.
‘음, 어떤 식으로 스킬 코딩을 해야 좋을까?’
“사정은 잘 알겠습니다. 그러니 요한 헌터님, 언데드를 좀 물려 주시죠.”
“뭐, 그거야 어렵지 않지.”
스윽'
요한이 손을 올리자 언데드들은 동시에 토르 길드 마스터의 몸에서 떨어졌다.
“크으, 크으!”
특히 얼음 군단 소속 몬스터로 만든 구울이 아쉬워했다.
‘특히 저 녀석들이 인간의 육체에 욕심이 많지.’
원래 인간 출신이라서 그런가, 원래 생명체에 무한한 악의를 품는 언데드 중에서도 특히 인간에게 심한 편이었다.
“가시죠, 마스터님.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하아.”
한숨을 크게 내쉰 토르 길드 마스터는 조용히 협회 직원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별것도 아닌 게 까불고 있어.”
탁탁-!
요한은 손바닥을 털곤 그도 특수 검찰청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를 붙잡는 사람들이 있었다.
“김요한 헌터님!!”
찰칵찰칵찰칵찰칵-!!
“응?”
기자들과 일반인들이었다.
“자, 잠시 인터뷰 좀 하시죠!!”
"음......."
잠시 고민을 해 본 요한.
“짧게 하죠.”
인터뷰 제의를 수락한 요한에 깜짝 놀란 기자들.
그들은 얼른 질문할 것을 머리로 정리했다.
“이번에 벌어진 그림자 암살단 살인 의뢰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 기자가 재빨리 질문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요한은 질문한 기자를 묘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애초에 헌터와 일반인을 떠나서 상대방을 죽여 달라는 의뢰와 같은 인간을 죽이는 일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구구절절 맞는 말에 기자는 민망해졌다.
“흠흠.”
그 틈을 이용해 다른 기자가 또 재빨리 질문했다.
“이번 그림자 암살단의 부단장을 사로잡으셨는데. 그렇다면 단장은 어떻게 됐습니까?”
이번 사건은 큰 그림은 잘 알려져 있는 데 반해서 자세한 내용은 알려진 게 별로 없었다.
국민들과 기자들이 가장 궁금한 것인데도 말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그림자 암살단의 단장은 꽤 유명합니다.”
끄덕-!
기자들은 요한의 말을 끊고 싶지 않아서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그림자 사냥꾼의 정체는 아무도 모르지만, 존재 자체는 매우 유명한 범죄자였다.
“그는 저의 뒤를 노렸고, 저는 그를 죽였습니다.”
“오오!!”
“그렇다면 그림자 암살단은 일망 타진됐다고 할 수 있겠군요?”
“예, 애초에 그림자 암살단은 그리 큰 규모의 암살단이 아닙니다. 뭐, 제가 모르는 소수의 잔당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전력은 제 손에 죽었습니다.”
“와아.”
요한의 입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일이 술술 흘러나왔다.
이건 그가 별생각 없이 하는 인터뷰가 아니었다.
확실한 여론전으로 몰고 가 요한의 입지는 올리고 가해자인 네 개 길드를 구석으로 몰기 위한 여론 몰이였다.
국민들이 자세히 알수록 그들은 빠져나갈 구멍을 잃게 될 테니까.
‘또 내가 만만치 않다는 걸 확실히 보여 줄 필요가 있지.’
그저 싸울 줄만 아는 멍청이가 아니란 것을 말이다.
이번 사건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자, 요한은 러셀 길드에게 이 일을 맡겼다.
이번 일에 가장 분노한 것은 러셀 길드였다.
이례적으로 엘레노아가 직접 기자 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을 공모한 4개의 길드를 규탄했다.
찰칵찰칵찰칵찰칵-!
“저희 러셀 길드는 물론이고 러셀 가문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반 인륜적인 암살 의뢰에 유감을 전하며 이 일을 절대 묵과할 수 없음을 알립니다.”
기자 회견은 짧았지만, 임팩트는 컸다.
세계적인 거대 가문인 러셀 가문의 이름을 걸고 하다 보니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세계가 주목한 사건이 된 것이다.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기에 일이 이 지경까지 된 거야!!”
쾅-!!
부협회장은 최대한 조용히 이 일을 처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날이 일은 커져만 가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저희 힘으론 도저히 김요한 헌터를 제어할 수가 없습니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강한 헌터지만, 뒤엔 러셀 가문이 버티고 있어서……."
“섬나라 따위가 뭐가 무섭다고!!”
"흠흠"
“죄, 죄송합니다.”
“당장 러셀 길드에 연락해. 이 일을 조용히 처리하자고 말이야!”
“아, 예!!”
‘무능한 것들!!’
으드득-!
부협회장은 이를 갈았다.
11장. 이상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