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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34화 (34/250)

9화

“지금부터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정부 측 관계자분께서 먼저 질의하시겠습니다.”

헌터 협회가 엄청난 돈을 굴리며 헌터 시장을 꽉 쥐고 있는 조직은 맞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한민국 자체를 관리하는 정부보단 아래일 수밖에 없었다.

“흠흠, 우리야 뭐. 간단합니다. 어차피 헌터 관련 업무야 협회 쪽에서 알아서 할 테고. 정부에서 알고 싶은 건 하나입니다. 김요한 헌터는 대한민국에 남을 것입니까?”

“네.”

“그러면, 뭐. 우리는 더 할 말이 없습니다. 이만 가 보도록 하죠.”

드르륵-!

정부 측 관계자는 흡족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갔다.

원래 이런 식이었다.

어차피 정부야 세금만 제대로 거두면 그만, 나머지 실무는 협회 쪽에서 담당하는 것이었다.

“정부 관계자의 질의가 끝났습니다. 다음은 협회 관계자분의 질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김요한 헌터에게 공식 요청합니다. 정말 특성을 공개할 수는 없습니까?”

아주 간단한 의례적인 질문만 했던 정부 관계자와는 질문 자체의 파워가 장난 아니게 달랐다.

웅성웅성-.

“워매, 누가 미친개 아니랄까 봐 요청하는 것도 미쳤구먼.”

“특성을 공개하란다고 하냐고.”

어떻게 보면 상당히 무례한 요청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협회 관계자를 쳐다보며 물었다.

“제가 왜 제 특성을 공개해야 합니까?”

협회의 미친개는 당당하고 오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신은 세계 최초입니다. 세계 최초! D등급에서 S등급으로 올라간 것 자체가 최초인데. 그것도 단번에 올라갔어요. 그것이 특성 덕분이라면 당신의 특성을 보유한 헌터는 누구라도 S등급이 가능하단 소리. 인류는 지금 위기에 직면해 있고 S등급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러니 특성을 공개해 주시고 S등급이 된 비법도 공개해 주시죠.”

그야말로 오만한 국가론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인류를 위해서 개인이 희생하란 소리와 딱히 다를 게 없지 않은가.

피식-!

하지만 요한은 그런 미친개의 말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왜 웃으시죠?”

“그런 거라면 제가 할 말이 있군요.”

“오오, 공개하는 겁니까?”

“아뇨.”

“예?”

“공개 안 합니다.”

“왜입니까. 설마, 개인의 욕심 때문에 인류를 저버리시는 겁니까?!”

“아뇨. 이곳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헌터시니 제가 할 말을 다 이해하실 겁니다.”

“음?”

“각성몽 안에 있는 목소리. 일명 NPC가 그러더군요. 제가 보유한 2개의 특성, 그것이 지금 저를 만들었다고.”

“오오!”

“그렇구먼. 2개의 특성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대단하군.”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으면서 마치 공개할 것처럼 구는 요한의 행동에 미친개가 눈을 빛냈다.

“그럼, 그 특성을 알려 주시죠!”

“그리고 NPC가 그러더군요. 이 특성 2개를 동시에 보유한 존재는 저뿐이라고요.”

“뭐, 뭐?”

“설마, 고유 특성이야?!”

“저, 저런……."

“틀렸군, NPC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으니까. D에서 S로 초고속 승급한 건 저 녀석이 앞으로도 유일할 거란 얘기군. 다른 고유 특성이 발현하지 않는 한 말이야.”

각성몽 속의 목소리, 즉 NPC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건 협회 관계자인 미친개가 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가 쓸 수 있는 패가 남아 있었다.

“그걸 어떻게 증명하실 수 있으십니까.”

“어, 하긴.”

“우리가 각성몽에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 딱히 확인할 길은 없지.”

“그래, 그래. 그저 김요한 헌터의 입으로만 듣는 게 전부니까.”

여론은 늘 이런 식으로 쉽게 변하기 마련이었다.

물론 요한도 이런 이야기가 나올 것을 예상했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어플 하나를 작동시켰다.

그리고 앞으로 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인간 플레이어 여러분 처음뵙겠습니다. 저는 김요한 플레이어를 담당하는, 당신들이 흔히 말하는 NPC 안내인입니다. 참고로 안내인은 김요한 플레이어가 저에게 붙여준 이름입니다.]

“뭐, 뭐야?!”

“각성몽 안의 NPC가 밖으로 나왔다고?!”

“미, 미친!!”

웅성웅성-!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혼란이 회의실을 덮쳤다.

“거, 거짓말이……. 저거 조작된 어플이 분명합니다!”

[정 의심스러우시면 질문을 해 보십시오. 당신들이 말하는 NPC란 존재인지 아닌지 직접 확인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참고로 제가 이렇게 밖으로 나와서 여러분들과 대화 할 수 있는 것도 제 플레이어의 고유 특성 덕분입니다.]

“끄응.”

그 후로 잠시 소란이 잦아들고 사람들과 안내인이 몇 가지 대화를 나누었다.

털썩-!

그 결과 사람들은 허무함에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저, 정말로 N, NPC가 밖으로 나왔어. 이게 바로 특성의 힘이란 말인가……."

“대, 대단하군. 정말로 대단해.”

“이러면 꼭 영입해야 할 이유가 늘었잖아……."

사방에서 몸값 올라가는 소리가 계속해서 울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협회 관계자분께선 더 할 말 있으십니까.”

“……없소.”

일반적인 재능을 가진 헌터였다면 협회도 영입 전선에 꼈을 것이다.

하지만 S등급 헌터라면 협회가 데리고 있기엔 너무 그릇이 컸다.

아무리 협회가 돈이 많다고 해도 쓸 곳도 만만치 않게 많았다.

S등급 연봉을 맞춰 주긴 어려웠다.

“자,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길드 분들의 영입 시간을 시작하겠습니다.”

“우리 LUKE 길드는 김요한 헌터에 연봉 800억을 드리겠습니다.”

“에게, 겨우 800억?”

“이번에 축구 스타인 로날도가 연봉 1, 180억에 재계약했다지 않았나?”

“미국의 복싱 스타가 작년에 3,200억을 벌었다더군.”

“뭐야, S등급 헌터를 스포츠 스타보다도 적은 연봉에 쓰겠다고?”

“미쳤군.”

“킥킥.”

“이, 이익!! 우리 LUKE 길드와 계약만 하면 모그룹 후원 계약도 맺을 수 있어서 스포츠 스타 따위는 금방 역전한다고. 그리고 마석 수입은 별도잖아!!”

보통 헌터와의 계약이라면 연봉은 없었다.

하지만 S등급 헌터라면 단순한 길드원으로서 맺는 계약이 아니었다.

길드가 손해를 감수하고 S등급을 길드원으로 두는 그 자체의 메리트가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모든 혜택과 마석 수입도 양보하고 연봉까지 얹어 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연봉 800억은 확실히 적은 액수는 아니었다.

“흥, 그래 봤자 결국 연봉은 800억. 스포츠 스타보다 못한 액수인 건 확실하지.”

“뭐, 뭐?!”

부들부들-.

LUKE 길드 부마스터는 치욕에 몸을 떨었다.

‘젠장, 하필이면 이때 MG 녀석들과 싸우느라고 보유한 현금이 부족해지다니!!’

평소였다면 무조건 1,000억 이상 배팅했을 것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현재 LUKE 길드는 포탈 1개의 소유권을 두고 MG 길드와 치고받느라 보유 현금이 별로 없었다.

“자자, 저딴 한심한 계약은 무시하도록 하죠. 어차피 지금 LUKE 길드와 MG 길드는 아무 의미 없는 싸움을 하느라고 똑같이 현금이 부족하겠죠. MG 길드도 비슷한 액수 제시할 거 아닙니까?”

“흠흠, 저희 MG 길드는 810억을......."

“푸하하하, 그걸 가지고 누구 코에 붙입니까. 800억이나 810억이나.”

“흠흠.”

MG 길드의 부마스터는 창피함에 헛기침하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런데, 귀하는 누구인데 이렇게 남의 길드를 함부로 깎아내리십니까?”

“아, 하긴. 다들 초면이시군요. 저는 검은 날개 길드의 새로운 마스터 이하응이라고 합니다.”

“거, 검은 날개!!”

“헉!!”

“5, 5대 길드 중의 하나인 검은 날개가 움직였다고?!”

“그, 그것도 마스터래!!”

“최근에 5대 길드에서 뭔가 움직임이 있다고 하더니 길드 마스터가 바뀌었던 거였어.”

“다른 길드 대부분이 부마스터가 움직였는데. 5대 길드는 마스터가 움직였다니!”

“게임 끝났군.”

이곳 회의실에 참석한 길드는 많았다.

하지만 상위 20위 길드에서 벗어나 있는 길드는 현금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아예 구경꾼 모드가 되어 있었다.

“끄응, 젠장. 검은 날개 길드라니.”

“엉덩이 무겁기로 유명한 5대 길드가 움직였다니……."

나머지 상위 길드 부마스터들은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5대 길드를 제외한 최강 길드인 삼족오 길드의 부마스터의 표정은 썩어 들어간다고 해도 부족했다.

‘제기랄, 그냥 평소처럼 가만히 기다리지 왜 하필 이번에 나서고 지X이야!!’

그렇게 생각한 삼족오 길드 부마스터였지만, 그만큼 이번 영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었다.

“흠, 다들 할 말이 없으신 거 같으니. 저희 검은 날개 길드에서 정식으로 제안하겠습니다. 김요한 헌터, 저희 검은 날개 길드로 오시죠. 연봉 3,300억을 맞춰 드리겠습니다.”

“허어!”

“역시…… 캐쉬 싸음을 5대 길드와 붙어서 이길 수는 없지. 녀석들은 차원이 다른 존재니까.”

회의실엔 검은 날개 길드를 제외한 모든 길드의 패배 의식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아직 반전은 남아 있었다.

“다들 제안은 정말 감사합니다만…… 저는 이 자리를 빌려서 여러분께 명확하게 거절 의사를 보이려고 나왔습니다.”

“뭐, 뭐요?!”

"......."

구경꾼 상태인 중소 길드들은 요한의 충격 발언에 깜짝 놀랐다.

일개 헌터 1명에게 자신들의 길드 1년 운영비를 연봉으로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한다니.

그들로선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머지 대 길드 부마스터들은 쌤통이라는 표정이었다.

씨익-!

그러나 검은 날개 마스터는 오히려 이를 보이며 웃고 있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뭐, 뭐?”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성장한 네크로맨서에 공격대 사냥은 오히려 방해일 뿐이죠.”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아뇨. 오히려 진심도 아닌데 영입 제의를 한 제가 죄송할 따름입니다.”

검은 날개 길드 마스터 이하응은 손을 저었다.

“저는 그저 대한민국 헌터 역사를 새롭게 써 갈 분의 얼굴이나 한 번 보자고 이곳에 방문한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친분도 좀 쌓을 겸해서 말이죠.”

으쓱-.

이하응은 사람 좋은 표정으로 어깨를 한차례 으쓱거렸다.

웅성웅성-.

“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모, 몰라.”

삐질삐질-.

이 회의를 주최한 등록소 소장은 흐르는 식은땀을 주체하지 못했다.

‘도, 도대체 이건 무슨 흐름이야.’

드르륵-.

“자자, 김요한 헌터는 길드에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네요. 그러면 굳이 이 자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나요?”

“끄응.”

다른 대 길드 부마스터들은 침음성을 삼켰다.

‘길드로 돌아가면 마스터한테 개같이 까이겠군.’

‘그나마 다른 길드에 들어가지는 않았으니 면피는 되겠지만.’

‘쳇, 그냥 우리 길드에 들어오면 될 것을. 원하는 건 다 줄 수 있는 데 말이야.’

그나마 큰 소요 사태까지 가지 않은 것은 아무 길드에도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아직 대 길드들은 요한을 기하지 않았단 뜻이었다.

‘그래, 언젠가 우리 길드의 영향력을 보게 된다면 들어올 마음이 들겠지.’

‘아직 20대고 어려서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철부지일 뿐이지.’

그들은 조직의 강한 힘을 믿고 있었다.

개인으로 활동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들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갔다.

“하하, 요한 헌터.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저는 검은 날개 길드 마스터 이하응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김요한이라고 합니다.”

턱-.

2명의 젊은 천재는 그렇게 양손을 강하게 잡으며 악수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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