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챙챙- 촤악-!
요한이 이끄는 언데드 군단의 공격은 성벽 위로 한정되지 않았다.
성벽 위를 정리하고도 시간이 남아돌자 성벽 아래로 향한 것이다.
그곳엔 정예 개구리 병사와 개구리 지휘관이 있는 곳이었다.
“캐굴! 캐굴!”
이미 성벽 위의 소란으로 눈치채고 있던 정예 개구리 병사들이었다.
‘음, 그런데 이곳 개구리성 필드가 원래 이렇게 반응이 철저했나?’
아무리 헌터 덕후인 그라도 모든 필드의 특성을 소소하게 다 외울 수는 없었다.
대략적인 특징 정도야 10년이 넘는 덕후 인생인 그가 외우는 건 당연했지만 말이다.
‘이상하네……. 이런 수준의 몬스터라도 일반적인 헌터는 상대하기 벅찰 텐데 말이야.’
오히려 그에겐 더 좋은 현상이었지만 말이다.
“캐굴캐굴!”
정예 개구리 병사와 지휘관은 사력을 다해서 요한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다.
“자, 다 쓸어버려!!”
딱딱-!
성벽 위에서 한층 더 강해진 언데드 군단의 학살이 다시 재연되었다.
촤악-!
“키에에엑!!”
그야말로 개구리의 수난 시대였다.
***
9시 30분, 슬슬 각 공격대가 팀을 이루고 필드를 방문할 시간이었다.
개구리성은 그리 인기가 많은 필드가 아니라, 뒤늦게 예약을 한 공격대가 느긋하게 들어왔다.
“흐암, 피곤하다. 어제 밤새 게임을 했더니 피곤해 죽겠어.”
“뭐야, 치사하게 너 혼자 했냐?”
“얀마, 넌 여자 친구랑 모텔에서 밤샜잖아!”
“아 참, 그랬지. 아하하.”
“뭐야, 그새 여친이 바뀌었냐?”
“흐흐흐, 너도 알잖냐. 나는 한곳에는 영 정착하지 못하는 성격이란 거 말이야.”
“하긴……."
말만 들으면 이곳으로 들어오는 공격대 소속 헌터 모두가 성격이 이상한 것으로 보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지극히 평범한 헌터였다.
사실 목숨 걸고 활동하는 헌터가 일반인과 정신세계가 같을 리가 없었다.
물론 같은 예도 있긴 하지만, 보통은 뭔가 하나 나사가 빠지거나 어긋나 있는 헌터가 더 많았다.
개구리성 포탈에 진입한 그들은 전투 준비를 했다.
이곳의 개구리들은 흉포한 성격이라 언제, 어떻게 공격당할지 알수가 없기 때문이다.
"......."
“응?”
“뭐야?”
“왜 개구리 병사가 하나도 없지?”
홰앵-!
정말 조용했다.
예약하기 쉬운 필드라 느긋하게 이곳만 골라 다니는 공격대였다.
그런 그들이다 보니 이곳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니, 귀청 찢어져라 캐굴거리던 개구리들이 다 어디 갔어?!”
“뭐, 뭐야?!”
때문에, 그들은 아예 귀마개까지 챙겨 올 정도였다.
어느 필드보다 시끄러워야 할 공간이 조용하니 당황스러웠다.
“서, 설마 이상 현상?!”
“그, 그러면 보스가 나오려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이상 현상을 헌터인 그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각자의 무기를 꽉 쥐었다.
“이, 일단 확인해 보자.”
“지, 진짜로?”
“야, 그러다가 우리 죽으면 어떻게 해?”
“서, 설마. 아무리 이상 현상이라도 우리보다 훨씬 수준이 낮은 곳이잖아. 그리고 잘하면 대박 날지도 몰라!!”
“아, 그, 그렇구나!”
“좋아!”
그들은 없던 용기까지 짜내서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음……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없네?”
“뭐야, 이상 현상은 이상 현상인데. 공동 현상이야?”
텅 비어 있다는 뜻의 공동 현상은 과거부터 쭉 있었던 일이었다.
딱히 대단한 일이 아니었기에 공격대대원들은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허 참, 오늘은 그럼 공치는 거야?”
“쯧, 어쩔 수 없지 뭐. 그냥 산책 좀 했다고 생각하자.”
애초에 그들은 느긋하게 움직이는 타입이었다.
이곳 개구리성 필드에도 9시 30분이란 늦은 시간에 들어왔고, 성벽 아래까지 내려오면서 천천히 걸어온 탓에 점심시간도 지나는 중이다.
지금이라도 최대한 빨리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필드를 구한다면 몇 시간이나마 사냥이 가능할 터였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하는 그룹이 아니었다.
헌터는 크게 2가지로 분류가 되었는데, 사냥 자체를 인류 구원의 일로 보고 정말 최선을 다하는 부류, 소수파였다.
나머지 다수파는 헌터 자체를 직업으로 보고 일처럼 하는 부류였다.
뭐가 낫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개인의 선택 사항이었으니까.
어쨌든 그들은 급하게 굴 생각이 없었다.
“야, 그냥 들어온 김에 혹시라도 모르니까, 끝까지 한번 가 보자.”
“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
“그래, 심심한데 한번 해 보자. 혹시 모르잖아, 우리가 모를 이벤트가 발생할지?”
“오케이, 고고!”
***
이곳의 단골이자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이었지만, 끝까지 오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필드 자체가 워낙 광범위한데다가 개구리 병사와 싸우면서 오려면 족히 4일은 걸렸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끝까지 와 보는 것이었다.
“어, 잠깐만. 저기 저쪽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오, 역시 이벤트인가?!”
“가 보자!!”
후다닥-!
그들은 느긋하던 발걸음을 서둘러 뭔가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곳으로 향했다.
“하암, 졸려......."
“어?”
“어어?!”
매일같이 반복되는 사냥에 질린 그들은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기대했다.
하지만 눈앞에서 펼쳐진 건 이벤트 따위가 아니었다.
바로 백여 구가 넘는 몬스터 사체 위에서 따분함을 느끼고 있는 요한이 그들을 맞이했다.
“뭐야, 이거?!”
“설마 이거 당신 혼자서 다 잡은 거야?”
“음, 뭐. 그렇지.”
“도, 도대체 당신 정체가 뭐야?!”
“어, 잠시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뭐, 누, 누군데?!”
“아……! 마, 맞다. 저, 저 사람. 잠깐 유명했다가 어느 순간 사라진 그 네크로맨서다!!”
“아!!”
올튜브엔 잠깐 반짝였다가 사라지는 헌터가 부지기수로 많았다.
다만, 요한은 네크로맨서라는 꽤 특별한 클래스로 유명해진 경우라 조금 더 인상적이었다.
그러니 평범한 헌터인 그들이 쉽게 알아볼 수가 있었다.
“와, 그동안 잠잠했던 이유가 혼자 조용히 사냥만 다녀서 그런 거였어!!”
“와, 대박!”
“저……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사인 좀 해 주실 수 있을까요?”
“네?”
요한은 뒤늦게 온 헌터의 뜬금없는 부탁에 일순간 뻥진 표정이 되었다.
솔직히 그는 시비라도 안 붙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블랙 헌터라면 모를까, 일반 헌터를 손보는 건 아무래도 양심에 조금 찔리니까.
하지만 의외로 그들은 요한을 유명인 대하듯이 했다.
“저, 저. 사실은 네크로맨서 클래스 광팬이거든요. 좀비물도 빠지지 않고 다 봐요. 그, 그래서 정말 팬인데. 사인이랑 사진 좀 찍어 주실 수 있을까요. 그, 그 좀비도 함께요!!”
“네, 뭐. 그러시죠.”
“꺄아!”
여성 헌터는 정말 순수하게 좋아했다.
‘거참, TV에도 안 나오는 사람 사인이랑 사인 찍어서 뭐 하려는 건지…….'
어차피 모든 사냥이 끝나고 돌아 가려던 차였다.
딱히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 대충 사인도 해 주고 사진도 함께 찍고 웃으며 악수도 하고 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물론 그 전에 간단하게 각자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 저. 이거 SNS에 올려도 될까요?”
“아, 네. 뭐…… 딱히 상관은 없습니다.”
“에헤헤.”
‘거참, 대책 없이 밝은 여자야.’
그래도 시비를 거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밖으로 나와서도 그들은 마치 요한을 대단한 사람 취급을 했다.
“그, 그럼 들어가세요. 다음에 뵈면 아는 척도 좀 해 주세요!!”
“아, 네.”
그렇게 아쉬운(?) 이별을 하고 요한은 제임스가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척척-.
물론 그의 주변엔 8마리의 스켈레톤이 배낭을 메고 따라오는 중이다.
“저, 요한 헌터님!!”
지정된 장소로 가자 그곳에 제임스가 아침에 지시한 대로 꽤 큰 차를 불러서 대기하고 있었다.
"일단, 시키신 대로 큰 차를 가져오긴 했는데. 이걸 왜…… 헉! 서, 설마 뒤에 있는 배낭이 전부 마, 마석입니까?”
“그래, 맞아.”
꿀꺽-.
그야말로 엄청난 양이 아닐 수가 없었다.
솔로 사냥으로도 엄청난 거지만, 공격대로 기준을 잡아도 압도적인 양이었다.
“저기다 실으면 되나?”
“아, 예!”
“얘들아 저 트럭에다가 실어라.”
딱딱-!
언제나 말 잘 듣는 스켈레톤은 시킨 대로 위에 천막이 씌워져 있는 트럭에 배낭 10개를 실었다.
‘몬스터 사체도 없이 오로지 마석으로 배낭 10개 분량이라니…….'
그와 함께한 시간이 꽤 되었다.
네크로맨서의 특성상 혼자 다니느라고 몬스터 사체를 따로 분류하지 않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순수 100% 마석만으로 10개 배낭은 정말 엄청난 양이었다.
“언제나처럼, 알지?”
“아, 예. 맡겨만 주십시오.”
“그려, 수고.”
“아, 같이 안 가십니까?”
“아니, 혼자 갈 곳이 있어서. 따로 움직일 테니까 나머지는 알아서 해.”
“아, 예. 그럼!”
제임스는 요한이 보지도 않지만, 뒤에서 허리를 90도 숙여 인사를 했다.
순수 영국인인 그는 최근 한국 문화에 푹 빠져 있었다.
이런 자세로 인사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경을 표시한다고 배워 실행해 본 것이다.
제임스의 인사를 받으며 요한은 콜택시를 불렀다.
“어디로 모실까요?”
“서울 추모 공원으로 가 주세요.”
“아, 예!”
‘오우, 장거리 손님이다!’
요한이 향한 곳은 부모님이 봉안 된 곳이었다.
왠지 그냥 부모님이 뵙고 싶어서 찾아온 것이다.
간단하게 부모님 앞에서 약 30분 동안 그분들을 그리워했다.
‘어머니, 아버지. 저 이제 헌터 됐습니다. 이젠 걱정하지 말고 푹 쉬세요. 유나 행복은 물론이고 저 자신의 행복도 찾을 테니까.’
벌써 몇 년째 오는 곳이었지만, 올 때마다 눈가가 시큰했고 부모님이 더 그리워졌다.
꽃다발도 놓고 절까지 마친 요한은 매점에 잠시 들렀다가 휴게실로 향했다.
‘큼.’
시큰한 눈가를 닦았다.
부모님을 뵙고 나니 마음이 조금 후련해졌다.
그렇게 컨디션을 되찾자 스마트폰을 켜서 최근에 획득한 비장의 능력을 발동시켰다.
[김요한]
[레벨: 85]
[직업: 네크로맨서]
[특성: (프로그램) / (A.I) / (희생 성장) ]
[스탯]
힘: 8.17. 민첩: 9.0. 체력: 15.9. 지능: 21.71. 지혜: 22.19.
[스킬]
네크로맨시 Lv.30
저주 Lv.25
시체 마스터리 Lv.21
본 아이덴티티 Lv.28
마스터 프로그래밍 Lv.5
소울 마스터리 Lv.22
‘와…… 미쳤네, 미쳤어.’
레벨 2에서 시작한 사냥이었다.
좀 화끈하게 놀긴 했지만, 겨우 필드 포탈을 한 곳 돌았다고 레벨이 85였다.
‘희생 성장…… 완전 대박!’
요한은 생각했다.
‘이제는 재측정 받아도 되겠어.’
본격적으로 외부로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때였다.
[와아, 신기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