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29화 (29/250)

4화

“뜸 들이지 말고 말해 봐. 뭔데?”

“사실 그게, 엘레노아 헌터님께선 아무 말 없으신데. 요한 님의 최근 행보로 간부들 사이에서 말이 꽤 많습니다.”

“왜, 뭐?”

이후로 제임스가 뭐라고 말을 많이 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그러니까, 계약금 100억이나 챙긴 놈이 하급 필드 포탈에서 깔딱 되는 게 아니꼽다?”

“아, 아니…… 뭐, 꼭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만……."

제임스는 혹여나 요한이 기분 나빠할까 봐 눈치를 살살 보았다.

‘엘레노아 헌터님이 귀하게 모시라고 한 분이야. 이런 일로 탈퇴하겠다면 큰일이야.’

그에게 윗전의 정치 놀음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존경하는 엘레노아 헌터에게 명령을 받았고 그 명령은 아직 회수되지 않았다.

그러니 요한을 모시는 데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뭐, 나랑 상관없네.”

“예?”

하지만 이렇게까지 쿨하게 나올 지는 상상도 못 했다.

“예는 무슨 예야. 간부라고 해 봤자 그냥 러셀 매니지먼트에서 컴퓨터나 두드리는 월급쟁이잖아.”

“그, 그렇습니다.”

러셀 매니지먼트는 지분 100%를 러셀 가문에서 보유하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이사진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엘레노아 말고는 다 그저 그런 월급쟁이일 뿐이었다.

요한의 입장에선 아무런 영향력도 없는 일반인 월급쟁이를 무서워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거기에다가 믿는 구석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녀석들 비위 맞추려고 내가 러셀 매니지먼트와 계약한 건 아니지.’

상대할 가치도 없는 녀석들은 말 그대로 상대하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았다.

‘일반인 주제에 말이야. 어디서 헌터를 좌지우지하려고.’

헌터가 된 그였지만, 헌터 덕후질을 멈춘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덕질의 수준이 더욱 높아졌다.

‘헌터가 되어서 헌터 전용 커뮤니티에서 활동이 가능해진 덕분이지.’

일반인일 때는 정말 미친 듯이 노가다하고 발로 뛰어야 얻을 수 있던 양질의 정보를 이제는 아주 쉽게 얻을 수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러셀 매니지먼트에 대한 정보 수집도 빼놓을 수가 없었다.

‘최근 러셀 매니지먼트의 성장이 무섭지. 러셀 길드에 포섭할 헌터를 벌써 꽤 많이 영입한 상태니까.’

돈 많은 세계적 가문을 뒷배로 둔 매니지먼트답게 거침이 없었다.

‘뭐, 나랑 딱히 관계는 없지만.’

당분간은 길드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거기에다가 지금 하는 일만 끝난다면…….'

더는 눈치 볼 일도 없어진다.

“어쨌든, 마석은 잘 팔아 달라고.”

덜컥-!

요한은 제임스가 타고 온 차에 올라탔다.

“아…… 예, 예!”

그도 헐레벌떡 운전석에 올라탔다.

그날 밤, 요한은 당연히 스탯 점검을 위해서 각성몽에 접속했다.

- 어서 오십시오. 각성몽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어, 안내인 씨. 오늘따라 더 목소리가 쌀쌀맞은걸?”

- .......

최근 안내인과의 대화가 줄어서 그런지 목소리가 눈에 띄게 쌀쌀했다.

그나마 조금씩 감정이 실리던 것을 회귀한 느낌이었다.

‘뭐, 그건 어쩔 수 없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와 굳이 친하게 지내고 노력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상태!'

[김요한]

[레벨: 2]

[직업: 네크로맨서]

[특성: (프로그램) / (A.I) / (희생 성장) ]

[스탯]

힘: 1.5. 민첩: 1.5. 체력: 1.5. 지능: 1.5. 지혜: 1.5.

[스킬]

네크로맨시 Lv.2

저주 Lv.2

시체 마스터리 Lv.2

본 아이덴티티 Lv.2

마스터 프로그래밍 Lv.2

소울 마스터리 Lv.2

‘어, 어, 어……?!’

별생각 없이 상태창을 열었던 요한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변화가 온 것을 보고 기겁했다.

‘드, 드디어 됐다!!’

코딩에 올인하는 일요일 하루만 쉬면서 매일같이 사냥에 사냥의 반복이었다.

다른 헌터라면 미친 짓이라며 손가락질했을 노가다를 반복해도 레벨은 언제나 1이었다.

희생 성장 특성의 성질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젠 더는 그런 답답한 반복에 갇히지 않아도 되었다.

드디어 희생 성장 특성이 발현됐기 때문이다.

‘이, 이젠 난 S등급이다!!’

물론 정확한 등급은 재측정을 해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하긴 해야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지.’

S등급으로 재측정하면 조금 귀찮아지는 일이 생길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걸 감수하고도 S등급은 받을 가치가 있는 등급이었다.

헌터는 고세율 직업군이었다.

마석을 판매할 때 등급별로 내는 세금이 달랐다.

D등급 헌터는 마석 판매금의 55%를 세금으로 낸다.

하지만 S등급 헌터는 세율이 1%로 고정이었다.

원래는 면세였지만, 면세는 너무 심하다는 여론이 있어서 보여 주기식 세율인 1%로 조정된 것이다.

어쨌든 1%면 면세나 마찬가지였다.

가장 아까운 돈이 세금이란 말이 있듯이 요한이 굳이 55%의 세율을 참을 이유가 없었다.

물론 당장은 아니었다.

‘일단 레벨과 스킬 좀 성장시키고 적당할 때 재측정해야지.’

지금 당장 S등급을 받아 버리면 아직은 더 강한 길드에 휘둘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겠지만 말이야.’

***

요한은 새벽에 일어나 미리 아침을 차려 두었다.

[유나야, 맛있게 먹고 오늘 하루도 공부 열심히 해. 파이팅!]

이런 메모를 남겨 두었다.

아무리 급해도 동생을 챙기는 건 잊지 않는 오빠였다.

집을 나선 요한은 곧바로 제임스에게 전화를 넣었다.

뚜투루루- 달칵-.

[여, 여보세요…….]

아직 잠이 덜깬 제임스의 목 리.

“어이, 제임스.”

[아, 요, 요한 헌터님!!]

우당탕탕-.

‘얘 뭐 하는데?’

수화기 너머로 뭔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거참…….'

제임스는 뭔가 좀 허당기가 많은 남자였다.

하지만 그건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많이 보이는 것일 뿐, 상당히 유능한 인물이었다.

[이, 이런 새벽부터 사냥에 나가시는 겁니까?!]

“그래, 테스트해 볼 게 생겨서 말이야.”

[지, 지금 당장 필드를 알아보겠습니다.]

“아니야, 그걸 시키려고 전화한 건 아니야.”

어차피 지금 시간에는 거의 모든 필드가 비어 있을 게 분명했다.

스마트폰으로 예약만 하면 될 확률이 거의 100%였다.

그러니 그 문제로 전화한 것은 아니었다.

용건은 아주 간단했다.

“원주에 있는 3번 포탈에 갈 테니까. 오후 7시 30분까지 트럭을 가져와.”

[예, 트럭이요?]

“그래.”

[예, 아, 알겠습니다.]

“그럼, 마저 자.”

[아니, 요한 헌터님……!]

뚝-!

용건은 간단히.

그렇게 제임스에게 지시하고 난 뒤, 요한은 어플로 원주 3번 필드를 예약했다.

[예약이 완료되었습니다.]

‘역시, 어떤 미친X이 새벽 4시에 사냥하겠다고 나서겠어.’

물론 조금 일찍 나서는 헌터는 있을 게 분명했다.

원하는 필드 포탈에서 사냥하기 위해선 일찍 나서는 게 중요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7~8시쯤이지 이렇게 새벽은 아니었다.

그도 막혔던 성장이 뚫린 극적인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일찍 나서진 않았을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요한은 얼마 전에 구매한 차를 타고 강원도 원주로 향했다.

“하암, 졸려……."

헌터가 몰려올 9시 훨씬 이전이라서 원주 3번 필드 앞엔 초소에서 근무하는 초병 2명이 전부였다.

몰려오는 졸음을 쫓으며 근무를 서고 있었는데, 사수 근무자는 아예 헬멧까지 벗고 꿀잠을 자는 중이었다.

부릉-!

“응, 뭐, 뭐야?!”

갑자기 들려오는 차 소리에 당황한 부사수 근무자.

“기, 김 병장님!!”

“뭐야……."

부사수의 다급한 목소리에 졸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묻는 사수.

“이, 이상한 차가 오고 있지 말입니다.”

“뭐?!”

후다닥-!

혹시나 간부의 순찰이라고 생각한 사수는 얼른 복장을 점검하고 똑바로 섰다.

군대에서 흔히 하는 경계는 없었다.

이곳에서 근무를 서는 이유는 혹시라도 생길 비상사태를 대비하는 거지, 적을 경계하는 임무는 아니었으니까.

“누구 같냐?”

“간부는 아닌 거 같습니다. 머리도 길고 배낭까지 메고 있는 것으로 보아, 헌터인 것 같습니다.”

“후우, 그건 다행이네. 근데 이런 꼭두새벽부터 사냥한다고 나대는 건 뭔데?”

“그런데 혼자인데 말입니다?”

“뭐, 혼자. 그러면 솔로 헌터인가 보네.”

‘솔로 헌터’ 뭔가 표현은 슬프지만, 어쨌든 솔로 사냥을 전문으로 하는 헌터는 필드 포탈에선 신기한 존재는 아니었다.

그리 흔한 건 아니었지만, 드물지도 않았다.

“나가 보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혹시라도 새벽에 오는 헌터를 맞이하는 건 부사수가 아니라, 사수의 임무였다.

“에이씨, 귀찮게.”

교육만 받았지 실제로 새벽에 헌터가 오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갔다 올 테니까, 간부 오는 지 잘 보고 있어라.”

“예!”

“귀찮아, 귀찮아.”

구시렁구시렁-.

병장은 연신 구시렁거리며 초소를 나섰다.

“충성,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당연히, 포탈을 이용하려고 왔죠."

요한은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큼큼, 그, 그렇군요. 신분 확인 부탁드립니다.”

헌터 자격증을 내놓으란 소리였다.

요한은 자격증을 보여 주고 간단하게 방명록도 작성했다.

“신원 확인되었습니다.”

‘아씨, 진짜 귀찮네.’

“흠……."

김 병장의 표정에서 속마음이 훤히 읽혔다.

‘어디 보자…….'

요한은 일부러 포탈 안이 아니라, 밖에서 스켈레톤 메이지를 꺼냈다.

구릉-.

“헉!”

최첨단 슈트로 몸을 가린 일반 스켈레톤과 달리 메이지는 후드를 쓰지 않으면 해골이 훤히 보이는 스켈레톤이었다.

그러니 김 병장은 난데없는 해골의 등장에 깜짝 놀랄 수밖에.

스윽-

요한은 그러면서 김 병장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 그. 죄, 죄송합니다!”

졸린 나머지 헌터에게 건방지게 굴었던 김 병장은 얼른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헌터 앞에서 절대 건방지게 굴면 안 됐는데! 너무 졸려서 똥오줌을 못 가렸어!!’

전역이 얼마 안 남은 나머지 군기가 빠진 탓이 컸다.

부대 최고 왕고이다 보니 거만함이 몸에 묻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래 봤자 일반인인 그가 헌터에게 까불면 큰일 나기 쉬웠다.

배운 대로 즉석에서 최대한 예의 바르게 사과했다.

“다음부턴 조심해라.”

“예. 가, 감사합니다!”

빠른 사과에 요한도 더는 문제 삼지 않았다.

‘쯧, 요즘 애들은 이렇게 혼을 내야 정신을 차린다니까.’

그도 아직 20대면서 마치 40대인 것처럼 굴었다.

그렇게 김 병장을 지나 포탈에 들어갔다.

요한이 예약한 원주 3번 필드는 조금 특이한 곳이었다.

필드 전체가 하나의 성이나 마찬가지였다.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곳으로 크게 성벽과 성안, 이렇게 2개로 공간이 나뉘어 있었다.

성벽엔 비교적 약한 몬스터와 성 안엔 강한 몬스터가 서식했다.

별도로 존재하는 공간이라 자기 수준에 맞는 장소에서 사냥할 수가 있었다.

‘일단 간단하게 성벽 위의 몬스터를…….'

일단 사냥을 시작하기 전에 할 일이 있었다.

“메이지.”

딱딱-!

“날려 버려.”

딱딱-!

명령을 들은 메이지가 양손에 화염구를 생성하여 근처에 있는 몬스터에게 던졌다.

콰릉-!

“크에에엑!!”

강력한 화염 공격에 성벽 위에 있던 몬스터 1마리가 새까맣게 타버렸다.

띠링-!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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