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약 4시간 동안 구리 필드에서 정말 학살을 하고 다녔다.
애초에 그는 D등급을 아득히 넘는 네크로맨서 헌터였다.
그러니 E~F 공격대 적합 필드 몬스터가 그를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푹- 콰직!
“쿠엑!”
사무라이 복장을 한 일본 전통의 물의 요괴 1마리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이 녀석들이 갓파라고 하던가?’
여느 한국인과 똑같이 요한은 일본이 아무 이유 없이 싫었다.
그래서 헌터 덕후질 좀 할 때, 만약에 헌터가 된다면 이곳 구리 필드로 와서 인증샷 찍고 SNS에 올리는 것을 상상했었다.
‘하하,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철 없는 행동이었지.’
일본이 싫은 건 여전했지만, 굳이 일본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일본이 또 헛지X한다면 생각해 보겠지만.’
어쨌든 4시간 동안 정말 열심히 사냥을 한 덕분에 스킬이 한 단계씩 상승한 것 같았다.
‘물론 저주 계열은 각성몽에서 확인해 봐야겠지만.’
그는 주저앉은 채로 주먹으로 턱을 괴고 장고에 빠져 있었다.
‘음,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론 안 된단 말이지…….'
요한은 지금 꽤 욕심이랄까, 야망이랄까 자신의 힘에 대해 성찰을 하는 중이다.
‘확실히 지금도 나는 성장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엘레노아같이 S급 헌터와 비교할 건 아니지.’
요한이 노리는 건 애매한 A급이 아니었다.
그는 향상심이 굉장한 사람으로 어차피 하려면 최고가 되고자 하는 성격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뭔가 다른 조치가 필요해…….'
각성몽에서 상태창을 켜 놓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고개를 저었다.
‘코딩 작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무슨 대책을 미리 세우고 가야 해.’
그렇게 필드 안에서 마나가 가득한 공기를 마시며 고민에 고민을 해 보았다.
‘아, 잠깐만!’
그러다가 뭔가 번쩍하고 떠올랐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지금까지 놓치고 있던 무엇인가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스킬 자체를 코딩할 수가 있다면, 나 자신도 코딩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한 적은 없었다.
차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도할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나 자신도 스킬처럼 코딩할 수만 있다면, 아예 성장 자체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화악-!
요한은 바위에 앉아 있던 몸을 힘차게 일으켰다.
‘좋아, 바로 확인이다!’
그 길로 집으로 향한 요한은 유나와 인사를 나누고 잠들기 위해 곧바로 방으로 들어왔다.
- 각성몽에 접속하신 걸 환영합니다, 플레이어.
“안녕, 안내인 씨. 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
- 예, 물어보십시오. 대답해 드릴 가치가 있는 질문이라면 얼마든 지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까칠하긴…. 뭐, 그게 너의 매력이지만.”
이젠 그러려니 했다.
“저기, 혹시 저 프로그램 특성으로 내 능력을 코딩할 수 있어?”
- 글쎄요…… 지금껏 그런 시도를 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
살짝 실망감이 들었다.
하지만 곧 귀가 쫑긋할 말이 이어졌다.
- 하지만.
"응?"
- 시도해 볼 가치는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정말?”
- 네, 아예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군요. 다만, 이건 다른 사람은 시도조차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엥, 왜?”
- 제가 가진 정보에 따르면 A.I 특성과 프로그램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작업으로 나옵니다. 이 2개의 특성을 동시에 가진 건 플레이어가 최초이고요.
“아하!”
‘그래서 없었구먼.’
어쩐지 유일한 존재라는 생각이 되니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갔다.
‘자, 그렇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란 거지. 자, 시도해 볼까.’
촤악-!
손에 마나를 싣고 옆으로 촤악 펼쳤다.
그러자 여전히 낯설지만, 읽을 수는 있는 이상한 글자가 배열된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자, 일단 이것들은 대부분 스킬과 관련된 프로그램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다른 어딘가에 내 능력을 코딩할 메뉴도 있단 소리야.’
휙휙-!!
손을 빠르게 휘저어서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확인해 보았다.
얼마나 손을 휘저었을까.
‘있다!!’
놀랍게도 정말로 있었다.
손이 아프도록 한참 휘저어서야 나오긴 했지만 말이다.
‘와, 진짜로 있을 줄이야.’
두근두근-.
요한의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스킬처럼 내 능력도 새롭게 코딩할 수 있다는 거야.’
이미 코딩 작업으로 평범했던 스킬이 어떻게 바뀌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뭐, 겉으로 보기엔 막 대단한 변화는 아니었지만, 내실 자체가 달랐으니까.’
그가 이렇게 D급을 초월하는 실력을 보여 주는 건 확실히 프로그램 특성 덕분이었다.
‘남은 A.I 특성이 뭔지 잘 몰랐는데. 이렇게 나를 도와주는구나!’
본격적으로 코딩 작업을 시작했다.
‘이건 이렇게 고치는 게 좋으려나. 음…….'
무엇을 할지는 정하고 왔지만 어떻게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덕분에 잠깐 멈칫거려야 했다.
‘이거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구조인걸. 하긴, 헌터의 힘은 상식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미지의 힘이니까. 쉽게 생각한 내가 바보였지.’
깍지를 끼고 손가락 마디를 힘있게 풀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그의 눈이 의지로 활활 불타올랐다.
***
“으아, 죽겠다!”
털썩-!
호기롭게 시작했던 요한의 코딩 작업은 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동안 코딩에만 매달린 건 아니었다.
각성몽은 매우 훌륭한 수단이었지만, 너무 오래 있으면 정신에 큰 타격이 오기 때문이다.
헌터 학회에 따르면 각성몽 이용 적정 시간은 8~10시간 정도.
10시간을 초과할 경우 뇌에 무리가 와서 24시간을 사용할 경우 48시간을 꼼짝없이 휴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에 각성몽을 24시간 이용하고 48시간 안에 다시 들어올 때 영구적인 뇌 손상이 생긴다.
그래서 요한은 무리하지 않고 매일 10시간씩 각성몽을 이용했다.
그 이외의 시간엔 코딩 공부도 하고, 다양한 정보도 수집하고, 가끔 답답할 때 사냥을 했다.
생활 대부분을 코딩 작업에 몰두했다.
그야말로 엄청난 집중력이 아닐 수가 없었다.
와삭-!
‘흠.......'
요한은 하루에 10시간의 제한이 걸려 있다고 해서 오직 각성몽 안에서만 작업하지는 않았다.
그는 엄연히 전문 프로그래머였다.
매일같이 보는 코딩을 기억해 뒀다가 그의 태블릿 PC에 똑같이 이식했다.
언어 자체가 다른데다가 코딩 양 자체도 방대해서 하루, 이틀 만에 한 작업은 아니었다.
거의 미쳐가는 사투 끝에 태블릿 PC에 이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사과를 씹으며 태블릿 안의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이제 거의 다 되어 간단 말이지.’
아직 그는 등급 갱신을 하지 않았기에 D등급 그대로였다.
물론 실제로 등급을 갱신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성 때문에 강하다고 해도 등급 측정하는 기준은 특성까지 계산할 수가 없어서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한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특성으로 등급 측정하는 기준을 손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재측정을 하지 않았다.
‘일단 내 계산대로라면, 지금 내 등급은 아마 B 정도일 거야.’
특성 빼고 담백하게 능력으로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B등급 정도라면 그의 원래 등급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소환 계열이란 게 그런 한계가 있었으니까.
‘최소 A, 아니면 내 목표인 S등급 정도는 꼭 만들어야 해.’
그러기 위해선 뭔가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해 보였다.
고민은 각성몽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흠……."
오늘은 딱히 무엇인가를 하지 않고 살펴보기만 했다.
마나 보유량 자체는 인위적으로 건드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른 부분을 알아보는 중이다.
‘음, 이게 뭐지?’
그러다가 겨우 무엇인가를 볼 수가 있었다.
‘이런 구석에 몰래 코딩된 건 뭐야?’
평소에도 살짝씩 스쳐 지나가던 곳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별생각 없이 관찰만 하다 보니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다.
‘어, 어, 어……?’
조금 이상한 곳이다 싶어서 구경하던 중에 놀라운 사실을 알아낼 수가 있었다.
‘미친, 이거 특성 코딩이잖아!!’
요한의 특성인 프로그램과 A.I가 기록된 미지의 공간이 바로 여기였다.
‘자, 잠깐만. 그렇다는 건 특성을 코딩할 수도 있다는 건가?’
만약에 그럴 수만 있다면 대박이었다.
특히 요한에게 꼭 필요한 특성이 있었다.
‘바로 성장 전문 특성!’
현재 전 세계에 존재하는 S급 헌터의 공통점은 바로 성장 전문 특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외엔 극비라서 알려진 바는 없었다.
하지만 성장 특성자체가 S급 헌터의 공통된 특징인 것만은 사실이었다.
특성 자체는 등급을 결정하는 데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특성과 등급이 완전히 관계가 없다고 하긴 또 어려웠다.
애매한 부분이 많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꾸준히 연구 중이다.
‘내가 아무리 사기급인 A.I와 프로그램 특성이 있다지만, 성장 관련 특성이 추가된다면 어쩌면 S급을 넘어서 SSS급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헛된 기대가 아닐 것이라 확신했다.
‘자,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해 보자.’
‘으윽, 미치겠군. 특성 코딩이 어려울 거란 건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이러니 특성 하나 때문에 등급을 초월할 수가 있었다.
‘뭐, 그래도 아예 실패한 건 아니니까.'
조금 아쉽기는 했다.
처음엔 무조건 좋은 특성을 만들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허황한 생각인지는 하루 만에 느낄 수가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약이 있는 특성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생겨난 특성이 바로 이것이었다.
[김요한]
[레벨: 1]
[직업: 네크로맨서]
[특성: (프로그램) / (A.I) / (희생 성장) ]
[스탯]
힘: 1.0. 민첩: 1.0. 체력: 1.0. 지능: 1.0. 지혜: 1.0.
[스킬]
네크로맨시 Lv.1 저주 Lv.1
시체 마스터리 Lv.1
본 아이덴티티 Lv.1
마스터 프로그래밍 Lv.1
소울 마스터리 Lv.1
바로 [희생 성장].
그리고 희생 성장 특성의 가혹한 시련도 시작되었다.
바로 모든 능력치와 스킬 레벨이 1로 고정이 된 것이다.
‘이건 너무나도 가혹한 시련. 모든 것을 최초로 돌리고 그것을 성장률에 올인하는 것.’
그야말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표본과도 같은 특성이었다.
위험하지만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일이기도 했다.
‘이대로 내가 사냥을 하더라도 나는 수치적인 성장이 어렵지. 하지만 일정 수준이 지나치면 그야말로 고속 성장이 가능하기도 하고.’
그동안 죽지도 않아야 하고, 시련을 끝내기 위해선 꾸준한 몬스터 사냥도 해야 했다.
이 가혹한 시련을 이겨 내기 위해선 많은 조건이 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꼭 이겨 낸다. 반드시!!'
그리고 다시 태어날 것이다.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으득-!
단단한 각오를 다지며 이를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