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24화 (24/250)

24화

무장이 두꺼워진 리자드맨의 집중 공격.

챙- 푸욱!

“꾸륵!!”

1마리를 제거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했다.

하지만 요한이 이끄는 스켈레톤은 옛 로마 군단과 스파르타 전사의 전투 방식이 코딩된 정예 스켈레톤이었다.

1:1로 조금 벅차다 싶으면 귀신 같이 2~3기가 힘을 모아서 순식간에 1마리의 리자드맨을 처리했다.

“꾸왁꾸왁!”

마치 몰이 사냥을 하는 것처럼 리자드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우드득-.

요한은 목을 비틀어서 뭉쳤던 뼈와 근육을 풀어주었다.

직접 싸우는 것이 아닌데도 어쩐지 저절로 이렇게 되었다.

‘자, 제대로 붙어 볼까?’

그렇게 하고 싶었던 몰이 사냥이었다.

‘이번 기회에 레벨 제대로 올려 보실까.’

엘레노아, 크로우츠와 정식으로 형성한 공격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마치 공격대 사냥처럼 되어 버렸다.

아직은 요한보다 다 강한 헌터들이었다.

도움을 받는 지금이 기회였다.

‘제대로 놀아 보자고. 큭큭.’

요한 일행이 건물 청소를 거의 다 끝냈을 즈음해서 협회에서 정식으로 파견한 길드가 도착했다.

하지만 그들이 할 일은 비활성화 된 포탈 주변에서 턱을 잡고 고민하는 것뿐이었다.

이미 요한과 엘레노아가 주변 청소를 싹 끝냈기 때문이었다.

길드가 파견 와서 한 일은 리자드맨 잔당을 처리한 것뿐이었다.

‘거기에다가 마석은 우리가 다 챙겼지.’

정확히는 요한의 스켈레톤 12기가 배낭 하나씩 메고 열심히 뛰어 다니며 챙겼다.

엄청난 몰이 사냥이었다.

덕분에 얻은 마석도 엄청났고 요한의 마음도 든든해졌다.

‘뭐, 나머진 헌터 협회에서 알아서 처리하겠지.’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다.

물론, 도심에 포탈이 발생하는 일이 요한과 아예 관계없는 일은 아니었다.

자칫 그의 동생인 유나가 있는 곳 근처에서 포탈이 나타나면 매우 위험한 일이었으니까.

‘그건 알지만, 그렇다고 내가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건 아니니까.'

미지의 사실을 알아내는 건 협회에서 할 일이었다.

‘포탈에 들어갈 수 있었으면 또 모를까. 막혀 버렸으니…….'

요한으로선 리자드맨을 퇴치한 것으로 할 일은 다 한 셈이었다.

“저, 정말 감사드립니다!!”

상황이 정리되었다는 소식에 헐레벌떡 달려온 협회 직원들은 요한 일행, 아니 정확히는 엘레노아에 허리를 숙였다.

3명이 한 팀이었지만, 누가 봐도 엘레노아가 이 중 리더였기 때문이다.

‘뭐, 상관없나.’

어차피 긴급 지원은 보상도 없는 일이었다.

‘내 몫의 마석만 챙겼으면 되는 일이지.’

오히려 귀찮은 협회를 대신 상대해 주는 게 이득이었다.

“그럼, 전 여기서 가 보겠습니다. 동생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협회 직원을 상대하느라 바쁜 엘레노아 대신 크로우츠에 말했다.

“아, 먼저 가시겠습니까.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아뇨, 괜찮아요. 혼자 갈 수 있습니다.”

“아, 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실력 괜찮으시던데요?”

“아하하, 실력은 무슨. 오히려 크로우츠 씨가 더 대단하셨는데요. 그럼.”

“네, 살펴 가십시오. 마석 대금은 가격이 나오는 대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네, 부탁드려요.”

크로우츠는 요한에게도 상당히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

그렇게 크로우츠에게 인사하고 요한은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늦으면 유나가 걱정하니까.’

하나뿐인 소중하고 예쁜 동생이었다.

어지간하면 그런 동생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이번 계약금으로 100억을 건졌으니 대학이랑 결혼 비용 걱정은 없겠네.’

“끄응!”

요한은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었다.

리자드맨과 격렬하게 싸웠더니 정말 시원했다.

‘어째 나는 아무리 봐도 헌터 체질인 거 같단 말이야.’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헌터가 올리는 글들을 보면, 포탈에 1번 다녀오면 정말 최소 3일은 집에서 꼼짝도 하기 싫을 정도로 피곤하다고 했다.

그게 포탈이든 던전이든 상관없이.

하지만 오히려 요한은 전투 후엔 마치 사우나를 다녀온 것처럼 매우 시원했다.

‘거참,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체질이란 말이야.’

하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한평생 목숨 바쳐서 해야 하는 직업이었다.

힘들게 할 바에야 즐겁게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는가.

요한은 그렇게 생각하며 동네를 벗어나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띠릭.

문을 따고 들어가자 공허한 집이 그를 맞이해 주었다.

무척이나 외롭고 어두운 공간이었지만, 요한은 오히려 이런 공간이 더 익숙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는 그의 삶은 사회의 동화가 아니라 오로지 생존이었다.

그러니 따뜻한 사람들 틈이 아니라 쉴 수 있고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이 그에겐 더 가치가 있었다.

털썩.

재킷을 벗고 옷걸이에 깔끔하게 건 다음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냉장고에서 맥주캔 하나를 따서 입에 물었다.

벌컥벌컥벌컥-!

“캬하!!”

맥주 특유의 탄산의 청량감이 그의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크으, 맥주는 프리미엄 맥주가 최고지!!’

평소엔 5캔에 1만 원짜리 저렴한 맥주를 즐겼다.

하지만 헌터가 된 이후론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프리미엄 맥주를 구매해 냉장고를 채워두었다.

원샷으로 캔 하나를 깔끔하게 비우고 하나 더 꺼내 뚜껑을 따고 소파에 앉았다.

삑-!

TV를 켰다.

‘역시 퇴근 후에 맥주 1잔을 즐기며 보는 TV가 최고지.’

정말 이때만큼은 근심 걱정 없이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기분이 들었다.

[네, 저는 지금 혼란의 시대가 종식된 이후 처음으로 시내에서 포탈이 발생한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정부 당국과 헌터 협회에서 최선을 다해 현장을 수습 중이지만, 몬스터로 인한 피해가 너무 커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피해 상황이 집계된 게 있습니까?]

[피해액이 큰 것도 문제지만, 더 문제는 포탈이 갑자기 발생한 탓에 일반인의 피해가 큽니다. 이곳은 도시 외곽이다 보니 헌터보다는 일반인이 주로 거주하는 곳이라 초동 대처가 미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까지 파악된 사상자 숫자만 사망자 2,100명 부상자 약 3만 명 정도입니다. 부상자 중엔 중상자도 많고 파악이 되지 않은 실종자도 많아서 시간이 갈수록 사상자는 늘 것으로 추측됩니다.]

[...끔찍한 상황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

요한은 건조한 눈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

확실히 큰 사건이긴 했다.

많은 수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건물도 다수 박살 나 보금자리까지 없어진 사람만 수십만 명이었다.

죽은 사람은 안타깝긴 했지만, 어째선지 그닥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어째, 점점 죽음이란 것에 무감각해지는 거 같단 말이지. 네크로맨서라는 클래스 때문인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황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어차피 헌터로 살려면 사람 좀 죽은 것에 힘들어하거나 괴로워하는 것보단 이렇게 무감각한 게 낫지.’

특히 네크로맨서라 더 그런 경향이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꿀꿀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뭔가 자신이 괴물이 되어 가는 게 유쾌할 리가 없었다.

‘에이, 딴 거나 봐야지.’

리모컨을 들어서 좋아하는 E스포츠 채널이나 틀었다.

[아악, 역전이에요!!]

[대박, 대박입니다. 어떻게 이런식으로 역전을 할 수가 있죠!!]

“오, 오늘이 결승전이었나!!?”

아무 생각 없이 틀었다가 대박 경기를 보게 되자 기분이 급상승했다.

하지만 세상은 요한을 햄보카게 두지 않았다.

쿵쿵쿵-!

‘아, 씨. 또?’

맛있는 맥주를 마시며 기분 좋게 TV를 보고 있는데 천장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네.'

오래된 아파트다 보니 방음이 잘 안 되는 편이었다.

특히 윗집은 질이 안 좋아 보이는 남자 3명이 함께 살고 있었다.

첫 층간 소음 때는 갈등이 있었는데, 그들이 혹여나 악의를 품고, 유나를 해코지할까 봐 금방 포기했었다.

그때 겪었던 스트레스가 한 번에 밀려왔다.

‘이젠 조져야지. 조질 수 있으니까.’

더는 참을 필요가 없었고 참고 싶지도 않았다.

인내심에 한계가 온 것이다.

우득.

목을 풀고는 바로 윗층으로 올라갔다.

‘내가 직접 다른 이웃의 집에 가는 건 오랜만이네.’

이곳에서 한평생을 살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론 그 어떤 이웃과도 교류를 나누지 않았었다.

쾅쾅쾅-!

그의 주먹이 윗집 문을 거칠게 두들겼다.

"....."

반응은 바로 오지 않았다.

‘역시.’

그때도 그랬으니까 별로 개의치 않았다.

쾅쾅쾅-! 쾅쾅쾅-! 쾅쾅쾅-!

문이 부서져라, 두들기기 시작했다.

“어이, 양아치들 나 좀 보지!”

“아이 씨, 누구야!!”

5분 가까이 문을 두들기자 안쪽에서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열고 나왔다.

눈이 옆으로 쫙 째져 쥐 상에 비열함이 덕지덕지 묻은 남자였다.

“아랫집인데. 좀 조용히 삽시다. 조용히 TV 보는데 그쪽 쿵광거리는 소리 때문에 쉴 수가 없잖아.”

“아, 이 또X이 보소. 마, 내가 네 친구야?”

“조용히 하란 말이 안 들려요?”

“와따, 마. 오늘 도라삐겠네. 이 X것이.”

“와, 뭔데?”

안쪽에서 1명이 더 튀어나왔다. 이번엔 족제비 상을 가진 남자였다.

‘쥐새끼에 족제비까지, 난리 났네. 동물농장이야?’

생긴 것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 이 새X가 우리보고 조용히 해달라네.”

“뭐? 어이가 없네.”

둘은 요한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피식.

“웃어?”

“미쳤나?’

예전이었다면 이때 완전히 기가 꺾였을 것이었다.

몸을 쓰는 데 영 잼병인 요한이다 보니 누구와 싸운다는 것은 그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후회할 텐데?”

“뭐?”

“이 새X가 뭐라카노!!”

“키만 멀 때 같이 큰 새X가!!”

그들은 요한의 먹살을 잡으려고 했다.

그들은 근처 나이트클럽 가드들이었고, 정식 조폭까지는 아니어도 비슷한 생활을 하던 거친 놈들이었다.

그러니 전형적으로 찌질한 인생을 살았을 것 같은 요한이 층간 소음으로 항의를 하자 열이 받은 것이었다.

“오늘 뒤졌어!”

쥐 상의 남자가 주먹을 들었다.

“후회하지 마라.”

턱.

“응, 뭐야……!?”

“헉!”

그들은 드디어 보았다.

주변에 나타난 6기의 새하얀 뼈다귀 괴물을.

덜덜덜.

눈을 마주친 순간 그 어떤 공포보다 그들의 심장을 옥죄었다.

악몽 그 자체였다.

“허, 허, 헌…!”

말을 더듬은 쥐 상의 남자의 말은 끝까지 나올 수가 없었다.

스켈레톤이 그의 목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크헉!”

족제비 남자는 그대로 땅에 엎어져야 했다.

“여긴 시끄러우니까. 안으로 끌고 가.”

딱딱.

“아, 안 돼!!”

족제비 남자는 엎드린 상태에서 안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쳤다.

일반인인 그가 몬스터도 때려잡는 스켈레톤의 힘에 저항하는 건 불가능했다.

질질.

개처럼 끌려갔다.

쥐 상의 남자는 목이 잡힌 채 집안으로 들어갔다.

덜컹.

문이 닫히고 안쪽에서 소리가 들리더니 막 샤워를 끝낸 마지막 1명이 욕실을 나오고 있었다.

“무슨 소란…. 헉!”

그도 곧 스켈레톤에 붙잡혀 제압되었다.

3명은 요한의 앞에 무릎을 꿇고 열중쉬어 자세로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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