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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23화 (23/250)

23화

이미 상당한 민간인과 경찰, 그리고 근처에 있던 헌터마저 사망한 시점이었다.

지금 이 사태를 진압해도 비난을 피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어쨌든 더 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지금 진압해야 했다.

‘제기랄, 그러기 위해선 길드나 명문 공격대의 협조가 꼭 필요한데!'

헌터까지 나섰는데 포탈을 제어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은 서울이지만, 넓은 서울에서도 외곽 일반인 밀집 지역이었다.

마석 시대 이후로 마석의 활발한 유입 덕분에 물가가 많이 올랐다.

정부에서 마석을 구매하기 위해서 현금을 막 찍어 냈기 때문이다.

시장에 현금이 넘치니 당연히 현금의 가치가 확 떨어졌다.

그러니 서울 중심가의 집값은 미쳐 날뛸 수밖에.

그나마 요한이 사는 집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집이었다.

다만, 재개발 몇 번을 거치면서도 그 집만큼은 팔지 않았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서민이 서울 중심가에서 살기란 셋방살이 정도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서울 중심가엔 중산층 이상의 일반인과 헌터들이 거주하고 외곽은 일반 서민들이 거주하는 형태가 되었다.

E~F급의 하급 각성자라도 능력을 살려서 일하면 억대 연봉은 충분했다.

외곽에서 살 이유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번 포탈 사태는 일반인 피해가 막심했다.

부웅-!

“저, 저건 뭐야?”

이미 이 근처는 리자드맨으로 가득했다.

그런 위험한 곳으로 리무진 한 대가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경감님, 어떻게 할까요?”

“헌터인 거 같군.”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젠장, 이번엔 쭉정이가 아니었으면 좋겠군.”

희생된 헌터에겐 미안한 말이었다.

하지만 조금 잘 싸우는가 싶더니 곧 쪽수에 밀려서 죽은 헌터들을 보고 있자니 암담할 지경이었다.

끼익-!

빠르게 달려오던 리무진은 경찰차 무리 앞으로 다가와 멈췄다.

그곳에서 3명이 내렸다.

‘와, 미인이다.’

매우 급한 상황이었지만, 경찰도 남자다 보니 압도적인 미인의 등장에 마음을 뺏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그들은 강제로 정신 차려야 했다.

“그쪽이 이곳 책임자인가요?”

미인이 싸늘한 목소리로 윤현 경감에게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꿀꺽-.

“예, 예. 그렇습니다. 제가 이곳 책임자입니다. 혹시 헌터 되십니까?”

“네, 이곳 근처를 지나다가 소집령을 받고 왔습니다.”

운인지 실력인지 지금 상황에서 리자드맨은 이 근처에 쫙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윤현 경감이 이끄는 팀이 있는 곳엔 비교적 리자드맨이 적었다.

덕분에 멀지만, 포탈이 보이는 곳까지 별문제 없이 다가올 수가 있었다.

“이곳 인근엔 아직 대파하지 못 한 민간인이 수천 명입니다.”

“저희가 리자드맨을 맡을 테니, 여러분들은 민간인을 대피시키는 데 집중하세요.”

"......가능하겠습니까?”

윤 경감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눈으로 엘레노아를 쳐다보았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약 30분 전에도 똑같은 소리를 들었다가 10분 만에 다시 원위치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엘레노아는 대답할 가치가 없는 질문에 대답할 정도로 물렁한 성격이 아니었다.

“요한 씨.”

“아, 네?”

“오랜만에 함께 실력 발휘 좀 할까요?”

“저야 뭐, 언제나 준비됐습니다.”

스릉- 스윽-.

요한과 엘레노아는 각자의 무기인 지팡이와 세이버를 들었다.

꽈악-!

‘응?’

운전기사는 주머니에서 붉은색 장갑을 꺼내서 꼈다.

곧 요한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그와 눈을 마주치고 웃어 보였다.

“제 능력은 격투 쪽입니다. 이래 봬도 헌터용 장비입니다, 이거.”

“아아.”

‘와, 개부럽.’

헌터용 장비는 정말 비싼 물건인 데다가 돈이 있어도 귀한 건 사기도 힘들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우린 민간인 대피를 위해서 움직인다. 가자!”

“예!”

지금까지 버틴 것도 용한 일이었다.

경찰들은 빠르게 빠져나가 민간인 대피를 돕기 시작했다.

‘자, 그럼. 나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우웅-!

요한의 몸 주변에서 검은 기운이 몽실몽실 피어오르더니 그 주변으로 6기의 스켈레톤을 일으켰다.

“자, 스켈레톤아. 청소를 시작해 볼까?”

딱딱-.

스켈레톤은 턱뼈를 두드리며 힘차게 대답했다.

리자드맨들도 요한 일행을 적으로 인식하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카룩카룩!!”

몬스터답게 일정한 무장이 아니라, 개성 넘치는 무장을 한 리자드맨들은 적을 위협하는 소리를 내었다.

“자, 다 덤벼!!”

우렁차게 소리쳤다.

물론 싸우는 건 스켈레톤이지만 말이다.

“캬아아!!”

땅에서는 물론이고 건물 벽에 붙어 있던 리자드맨들도 달려들기 시작했다.

챙- 촤악!

“키에엑!!”

‘후우, 다행히 라자드맨의 수준은 그리 대단하지 않네.’

물론 그것도 요한의 기준에서였다.

이미 그가 이끄는 스켈레톤은 반복된 코딩 작업으로 인해 하나하나가 뛰어난 전사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네크로맨서의 스켈레톤과는 질적으로 차원이 달랐다.

촤악-!

방패로 막고, 짧지만 단단한 검을 휘둘러 리자드맨 1마리를 쓰러트렸다.

“쿠룩!”

동료의 죽음에 화가 난 리자드맨.

들썩들썩-.

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리자드맨이 곧 몸을 일으켰다.

“키륵!”

반가움에 소리쳐 보았다.

"크르르."

하지만 돌아오는 건 보통과 다른 목소리.

“키륵?”

리자드맨은 그런 변화에 의아해 다가가 보았다.

“크아아!”

콰드득-!

“쿠에에엑!!”

쓰러졌다가 일어난 리자드맨은 곧바로 앞에 있는 리자드맨을 덮쳤다.

그리고 그대로 목을 물어뜯었다. 그 리자드맨은 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요한이 재빨리 좀비로 되 살린 것이다.

‘오, 그냥 대충 혼란만 주려고 했는데. 의외로 1마리를 또 제압했네?’

비록 신체 능력이 70%로 제한이 된 좀비였지만, 목이 물리는 기습을 당했다.

그러니 70% 능력으로도 충분히 적을 제압할 수가 있었다.

콰드득-! 콰드득-!

리자드맨 좀비는 조금 전까진 동료였던 리자드맨을 맛있게 뜯어먹었다.

‘좋았어, 벌써 2마리째 득.’

요한은 이번엔 좀비가 아니라, 스켈레톤으로 일으켰다.

왜냐하면, 이번 기습으로 확실히 리자드맨들이 요한의 좀비를 경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뭐, 상관없나.’

효과는 1마리가 전부였지만, 어차피 노린 건 혼란이었다.

오히려 생각보다 더 큰 소득을 얻은 셈이었기에 아쉬운 건 없었다.

“캬륵!! ”

리자드맨들은 분노했고, 요한을 거세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7기가 된 스켈레톤은 더욱 단단하게 자리를 버티며 리자드맨과 싸웠다.

수적으로 우위인 리자드맨들은 뚫으려고 했고, 스켈레톤은 버티려고 했다.

챙- 촤악-!

“쿠륵!”

하지만 싸울수록 점점 스켈레톤들이 유리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스켈레톤도 1기씩 부서졌다.

하지만 문제는 1:1로는 스켈레톤이 더 강했다.

스켈레톤 1기가 부서질 때, 리자드맨은 세 마리가 죽었다.

물론 이곳엔 수백 마리의 리자드맨이 있었다.

거기에다가 요한의 스켈레톤은 10기가 한계였다.

리자드맨 30마리만 희생하면 스켈레톤을 다 제압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캬아아!!”

10마리의 리자드맨 좀비도 그렇고, 스켈레톤도 그렇고 죽은 만큼 다시 일어났다.

후두둑- 딱딱-.

이게 바로 네크로맨서의 공포였다.

예전이었다면, 이렇게 무식하게 싸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영혼 흡수로 마나 회복 스킬까지 획득한 그였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스킬을 사용해 마나를 회복했다.

“자, 다 쓸어버려!!”

딱딱-!

20기의 스켈레톤과 좀비, 그리고 2기의 고스트의 효과는 대단했다.

길거리에 가득하던 리자드맨이 빠르게 줄기 시작했다.

“엘레노아 씨, 이대로 저 포탈로 향하죠?”

“네, 알겠어요.”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아가씨."

“네, 아저씨.”

‘저 운전기사, 대단한데?’

요한은 잘 모르지만, 격투 스타일의 헌터의 이름은 크로우츠 러셀.

얼핏 보면 같은 가문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러셀 가문이 운영하는 보육원 출신이었다.

러셀 가문의 가훈 ‘최고의 자원은 뛰어난 인재다’에 어울리게 다양한 방식으로 인재에 투자하고 있었다.

그중의 하나가 유럽 곳곳에 보육원을 운영하며 될성부른 떡잎은 본가로 데려와 전문적으로 양성했다.

꼭 헌터가 아니라, 어느 분이든 재능만 있으면 러셀 가문의 든든한 후원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상위 1%에겐 ‘러셀’이란 성이 하사되어 직계는 아니더라도 방계로서 대우를 받을 수가 있었다.

다른 명문 가문은 이런 러셀 가문의 정책에 성을 더럽히고 가볍게 여기는 미천한 행동이라 비난했다.

하지만 인재를 최고로 여기는 러셀 가문은 정책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보란 듯이 성 하사 정책을 강화했다.

크로우츠 러셀은 헌터 분야 상위 1%의 엘리트로 A급 헌터였다.

A급 헌터가 무슨 운전기사를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크로우츠의 러셀 가문에 대한 충성심이 엄청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크로우츠 러셀이 앞장서고 요한과 엘레노아가 뒤를 따랐다.

“캬륵!"

리자드맨의 저항은 점점 거세졌다.

적들이 포탈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캬륵캬록!”

때문에, 다른 곳에 있던 리자드맨들까지 모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덕분에 다른 곳에 여유가 생겼고 대피 작전에 탄력이 붙었다.

S급과 A급, 탈 D급, 3명의 헌터가 뭉치자 그야말로 위력이 대단했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도심에 나타난 포탈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많은 숫자는 확실히 위력적이었지만, 요한 앞에서 숫자는 크게 위협이 아니었다.

탁탁- 파악!

몇 마리의 리자드맨이 언데드가 아니라 요한을 노렸다.

‘티쓰!’

파바박-!

“크엑!”

하지만 코딩으로 효과가 더 좋아진 티쓰를 맞고 중간에서 추락했다.

그리고 스켈레톤이 목을 베어 마무리했다.

“조금만 더 가면 돼.”

이젠 포탈이 있는 건물이었다.

[으어어어.]

[억울해, 억울해.]

‘응?’

건물 안은 리자드맨에게 학살당한 원혼으로 가득했다.

모든 사람이 억울하게 죽었다고 원혼이 되는 건 아니었다.

정말 강력한 삶의 미련이 원혼을 만들기 때문이다.

억울하다고 해도 일반인을 초월한 집착에 가까운 미련이 없으면 원혼이 될 수가 없었다.

성불은 그리 만만한 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투 다 끝나고 저것들을 어떻게 해 봐야지.’

원혼을 보곤 눈을 반짝이는 요한.

그는 원혼이 불쌍하기보다는 더 흥미가 갔다.

“캬룩!”

'음?'

건물 안엔 더욱 무장이 단단해진 리자드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나와 줘야지. 일반 리자드맨은 너무 시시했다고.’

“키륵키륵."

요한은 더욱 강한 좀비를 만들어 낼 생각에 흥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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