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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22화 (22/250)

22화

요한은 엘레노아와 근처 조용한 카페로 향했다.

룸 형식으로 된 곳이라 조용한 분위기에서 계약을 체결할 수가 있었다.

일단 계약이기에 엘레노아가 아니라, 그녀가 데리고 온 변호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계약금 100억에 매니지먼트 조건은 대표적으로 이렇습니다.”

'흠.......'

변호사가 계약서를 일일이 보여 주면서 설명해 주었다.

‘이거, 진짜인데?’

헌터 덕후인 그가 매니지먼트 계약서의 내용을 모를 리가 없었다.

좋아하는 솔로 전문 헌터가 어디와 계약을 맺었으며, 표준 계약의 기준으로 얼마나 좋은 계약인지 보는 것도 괜찮은 구경거리였으니까.

그리고 헌터 덕후 커뮤니티에서 목에 힘주려면 이런 부분까지 다 꿰고 있어야 했다.

‘참, 그때는 헌터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 없이, 그저 온라인에서 인기가 있고 싶어서 열심히 했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 요한의 교우 관계, 아니 인간관계는 엉망이 되었다.

돈이 없는 사람에겐 가혹한 한국은 부모라는 삶의 기둥을 잃은 청소년이 살아가기엔 너무 척박한 곳이었다.

정말 열심히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했다.

취미 생활도 집에서 공부하면서 잠깐 시간을 쪼개서 해야만 했다.

그게 바로 헌터 덕후의 길이다.

오프라인에서 교우 관계가 전혀 없다 보니, 온라인에서만큼은 인기인이고자 했다.

‘뭐, 그 덕분에 헌터가 된 지금엔 크게 도움이 되고 있으니까.’

굳이 필요한 정보를 일일이 돈 들여서 알아볼 필요가 없었다.

그의 머리에 담긴 정보가 대부분이었으니까.

‘역시 뭐든지 배우거나 공부해 두면 나쁠 게 없다는 성현의 말씀이 틀린 게 없지.’

평소엔 성현이라면 죽상을 쓰며 싫어하던 요한이었기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그의 생각이 어떻든 간에 계약은 계속 진행되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여기입니다. 저희 러셀 매니지먼트는 최고의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에 계약 이후 획득한 모든 부산물을 저희를 통해서 판매하는 것이 조건입니다. 동의하십니까?”

“네, 동의합니다.”

변호사는 이게 제일 중요하다고 하면서 특별한 것처럼 얘기했다.

하지만 실제론 이 조항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그렇게 그것에 합의하고 사소한 부분에서 몇 가지 조율하고 결국, 요한은 러셀 매니지먼트와 계약을 체결했다.

“다 됐습니다, 아가씨.”

“수고하셨어요.”

“그럼, 전 회사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네.”

“그럼.”

변호사는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서 인사를 하고 카페를 나갔다.

“아, 끝났네. 별일도 아닌데 피곤해.”

요한은 드디어 편해졌는지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수고하셨어요. 그리고 저희 러셀 매니지먼트와 계약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10분 내로 계약금이 지급될 거에요.”

“하하, 오히려 이쪽이 더 고맙죠. 계약금 100억은 업계 최고의 대우잖아요?”

솔로 헌터는 아무래도 매니지먼트 입장으로선 큰돈이 되기는 어렵다.

솔로 헌터는 이리저리 손이 많이 가는 대신에 마석이나 사체 판매 수수료는 그렇게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로 헌터는 죽기 전까지는 꾸준히 이익이 남는 계약이라서 모든 매니지먼트가 탐내는 존재였다.

“아뇨. 회사 사정만 아니었으면 더 드렸을 거예요.”

“네?”

“요한 씨의 잠재력은 제가 보증해요. 회사 사정 때문에 100억밖에 드리지 못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아, 아니에요. 죄송은 무슨.”

요한은 민망함에 손을 휘휘 내저었다.

물론 그도 자신의 힘이 D급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B나 A급 솔로 헌터도 계약금을 100억씩이나 받지 않는다.

S급 정도 되면 모를까…….

그러나 S급 정도 되는 헌터가 굳이 솔로 사냥을 고집할 이유는 없었다.

때문에, 상급 헌터가 정식으로 매니지먼트와 계약한 사례가 없었다.

띠링-!

그때 요한의 스마트폰이 울리며 은행 어플에 100억이 입금됐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와, 진짜 100억이 내 손에 들어 온 거야?’

솔직히 지금도 믿기지가 않았다.

헌터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인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앞에서 재능이 어쩌고 하는 말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몸소 느끼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일단 차부터 1대 뽑고, 이사도 가야겠지. 방은 최소 쓰리룸으로 해서 한 곳은 유나만의 공부방으로 만들어 주는 거야!’

유나는 현재 고등학교 3학년으로 매우 예민한 시기였다.

그러니 이사를 하더라도 잡음을 최소한으로 해야 했다.

“요한 씨?”

“아, 죄송해요. 어디까지 이야기 했었죠?”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봤습니다.”

“아, 그런가요. 당연히 솔로 사냥이죠.”

“역시, 그렇군요.”

이 부분은 엘레노아도 예상하였다.

왜냐하면, 알다시피 그녀의 가문이 전략적으로 부두 술사를 키운 적이 있어서 부두 술사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체를 일으키는 부두 술사의 특성상 확실히 공격대로 움직이는 건 제한이 많긴 해.’

하지만 그녀가 걱정하는 건 따로 있었다.

‘솔로 사냥은 아무리 잘하고 열심히 해도 결국,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거야.’

필드 포탈은 솔로 사냥이 가능한 곳이었다.

그리고 잘하면 하위 던전 포탈도 가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위 던전 포탈은 절대 솔로론 무리야.’

물론 일반 몬스터는 가능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던전 포탈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보스 몬스터 사냥이 필수였다.

그런 상황에서 일반 몬스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보스 몬스터를 혼자서 사냥한다?

‘그건 솔직히 불가능해. 아무리 뛰어난 헌터라도…….'

하지만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건 알아서 하겠지. 내가 참견 할 요소는 아니니까.’

그녀가 요한을 높게 보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일이 참견할 정도의 성격은 또 아니었다.

그저 실력과 재능에 맞게 대우하고 그 이후는 지켜보는 게 그녀의 스타일이었다.

둘의 대화는 꽤 오래 이어졌고, 슬슬 요한이 집으로 갈 시간이 되었다.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저 때문에 운송 서비스도 놓치셨을 테니까요.”

“네, 그럼 실례 좀 하겠습니다.”

“실례는 무슨요.”

덕분에 요한은 태어나 처음으로 리무진을 탈 수가 있었다.

“와아, 이 리무진 끝내주네요?”

“네, 저희 러셀 자동차에서 직접 개발하고 손수 제작한 차량이니까요. 이거 한국으로 들이느라 돈 좀 깨졌습니다.”

“아, 아하하.”

‘역시 마석 재벌, 스케일이 다르구먼.’

저절로 혀가 내둘러졌다.

그렇게 막 서울 시내로 접어들려던 차였다.

쿠궁-!

멀지 않은 곳에서 묵직한 충격음이 들렸다.

“방금, 엘레노아 씨도 들었죠?”

“……네.”

이 소리는 단순한 충격음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 충격음 뒤에 따라오는 미묘한 느낌의 마나가 문제였다.

“이 마나, 설마?!”

“……포탈이에요.”

“시내 한가운데 포탈이라니!?!”

전 세계에 포탈이 생겨나기 시작한 시기, 그때를 혼돈의 시대라고 불렀다.

세계 곳곳에서 생성되는 포탈, 그리고 포탈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

아직 헌터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던 시기라 세계는 혼돈으로 가득 찼다.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으며 각성자도 제대로 뭉치지 못하고 싸우다가 죽어 나가기 일쑤였다.

악몽의 시기를 거치고 겨우 모든 게 안정된 지금의 시대.

그런데 갑자기 포탈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왜, 지금. 내 근처에서!!’

그는 바보가 아니고 눈치란 게 있었다.

‘내가 실전으로 들어간 필드 포탈에서 지금껏 나오지 않던 보스 몬스터가 등장했어. 뭐, 그 이후로도 조금씩 목격이 된다지만, 어쨌든 내가 최초. 거기에다가 이젠 내 근처에서 포탈까지 나와?!’

이건 아무리 잘 생각하려고 해도 우연일 수가 없었다.

만약에 진짜 우연이라면 정말 극도로 고약한 성격의 우연일 것이다.

지이이이이잉-!

요한과 엘레노아의 스마트폰이 동시에 울렸다.

보통의 소리와 다른 오로지 비상 사태에서만 사용되는 진동이었다.

포탈 인근의 모든 헌터 소집 명령일 터.

“엘레노아 씨.”

“네, 아저씨. 포탈이 발생한 곳으로 가 주세요.”

“예, 아가씨.”

끼이익-!

리무진을 운전하던 기사가 숙련된 솜씨로 핸들을 틀었다.

“어, 기사분이 가시면 위험한 거 아닌가요. 가더라도 우리끼리 가야……."

“허허, 괜찮습니다. 제 몸 하나 지킬 능력은 있으니까요.”

“아……."

기사의 대답이 의미하는 바는 딱 하나였다.

‘무슨 미친……! 러셀 가문은 운전기사도 각성자야?’

각성자를 운전기사로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가문 중의 하나인 러셀 가문다운 일이었다.

어쨌든 리무진은 빠르게 포탈이 생긴 곳으로 향했다.

그쪽으로 가는 차선은 비어 있고, 빠져나오는 차만 많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삐용삐용-!

“모, 몬스터다!!”

“도, 도망쳐!!”

“꺄아아악!!”

콰강-!

포탈이 생성된 근처는 그야말로 인세에 펼쳐진 지옥과도 같았다.

“발사!”

탕-! 탕-! 탕-!

푸른 제복의 경찰들이 리볼버 권총을 쏘며 저항을 해 보기도 했다.

아직 탈출하지 못한 민간인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다른 설정처럼 마나가 없다고 해서 재래식 무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모 게임처럼 화약으로 탄을 발사하는 개념은 결코, 원시적이거나 위력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마나가 없는 총알이나 미사일 정도는 쉽게 처리하는 특수한 몬스터가 많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인류가 각성자 없이는 몬스터를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고.

특히 보스급 정도 되는 몬스터는 군대론 감히 대항하기 어려웠다.

어쨌든 시내 곳곳 다양한 경찰서에서 출동한 경찰들이 최선을 다해서 몬스터를 막아 내려고 했다.

“쿠륵쿠륵!”

이번에 갑자기 등장한 포탈에서 등장한 몬스터는 리자드맨이었다.

경찰들의 총알 세례에 몇 마리가 쓰러지긴 했지만, 조족지혈이었다.

“젠장, 이딴 리볼버로 뭘, 어떻게 하라고!!”

쓰러지긴 했지만, 죽은 녀석은 없었다.

몬스터의 가죽과 뼈는 워낙 두껍고 단단해서 소구경 탄엔 잘 죽지 않았다.

“머리를 맞추란 말이야!!”

“여기 탄알이 부족해!!”

혼란은 금방 찾아왔고, 애초에 총알을 비축해 두지 않는 한국 경찰 특성상 빠르게 탄알이 떨어졌다.

거기에다가, 리자드맨은 근거리 전투만 하는 게 아니었다.

후웅- 콰앙!

“으아아악!!”

리자드맨이 던지는 창에 경찰차 몇 대가 파괴되었다.

녀석들이 던지는 창엔 미세하지만, 마나가 담겨 있었기에 일반적인 위력이 아니었다.

“헌터 지원은?!”

“지, 지금 오고는 있습니다만. 여유는 없는 듯합니다. 이곳 말고도 워낙 넓은 지역에 퍼진 탓에.”

“젠장!”

쾅-!

근처 지구대 대장인 윤현 경감은 경찰차 보닛을 내려쳤다.

위를 보았다.

이 근처에서 가장 큰 회사 옥상에 떡하니 등장한 포탈이었다.

우웅웅-!

포탈은 지금도 계속 리자드맨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서울 중심가까지 퍼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대, 대장님. 저기!!”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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