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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21화 (21/250)

21화

블랙 헌터를 죽인 건 아무렇지 않았다.

죽어 마땅한 인간쓰레기였으니까.

하지만 죄 없이 죽은 안타까운 영혼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했다.

그렇게 요한은 무거운 마음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출구로 향했다.

차차차차차작-!

“뭐, 뭐야?!”

“김요한 씨!!”

“이 놀라운 사실이 정말입니까?!”

‘뭐, 뭐가?!’

엄청난 인파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 저 사람은 MG 길드 스카우터잖아?’

‘저 사람은 LUKE 길드 스카우터인데?’

헌터 덕후인 요한이 알 정도로 유명한 몇 명의 인물도 인파에 섞여 있었다.

하지만 기자들은 요한에게 여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조금 전 러셀 가문의 막내딸이자 영국 귀족 최초로 한국에서 헌터 생활을 시작하기로 하고 러셀 길드를 창립한 러셀 양이 공식적으로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그 사실은 미리 합의된 것인가요?”

“예?”

“말씀해 주십시오. 비록 러셀 양의 어머니가 한국인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최초의 외국인 길드 마스터입니다. 그것도 영국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 출신이요. 그녀는 이미 S급 헌터로 유명하죠. 그런 러셀 양이 첫 기자 회견에서 김요한 씨를 영입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미리 조율된 거 아닙니까?”

“그런데 왜 필드 포탈에서 나오시는 거죠. 충분히 던전 포탈에서도 활동하실 수 있을 텐데요!”

“혹시 약자 앞에서 강해 보이는 게 좋으신 겁니까?”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모든 국민이 궁금해합니다!!”

"......."

국민 팔이의 대표주자 기자들답게 그저 자신들의 특종을 위해서만 움직이면서 알 권리를 주장하고 있었다.

요한은 기자란 족속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많은 인파를 뚫고 지나갈 수는 없었다.

헌터가 됐지만, 소환 계열인 그의 육체는 그리 강인하지 않았다.

또 레벨이 올라도 지능과 지혜, 체력 정도만 오를 뿐 힘과 민첩의 성장은 더디기만 했다.

딱딱-.

‘아, 쟤들이 있었지.’

깜짝 놀란 탓에 언데드를 그대로 데리고 왔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얘들아, 주인님 행차하시게 길을 만들자. 공격은 하지 말아라. 기자 1명이라도 다치면 확 뼈다귀를 가루로 만들어 줄 테니까.”

딱딱-!

턱뼈를 덜렁거리며 대답한 스켈레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어?”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기자들은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했다.

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시체와 마나로 제작된 스켈레톤의 근력을 버티는 건 불가능했다.

웅성웅성-.

“와, 저것 봐. 저게 그 유명한 경찰 스켈레톤인가 봐.”

“맞아, 영상 봤어. 솔로 사냥으로 필드 포탈에서 최초로 등장한 보스 몬스터를 때려잡았다며?”

“에이, 그거 순 뻥카 아니야. 필드 포탈에서 보스 몬스터라니.”

“하긴, 그것도 의심스럽긴 하지.”

구경꾼들은 서로 잡담을 나누며 이 모든 것을 눈에 담거나 스마트 폰에 담았다.

그렇게 스켈레톤 덕분에 기자들을 뚫고 나온 요한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2번째 장벽을 맞이해야 했다.

“김요한 씨.”

“네?”

“안녕하십니까. MG 길드 스카우터 최승우라고 합니다. 귀하를 저희 MG 길드로 영입하고 싶습니다.”

“어허, 이봐. 순서를 지키라고. 나부터 왔잖아. 으하하, 안녕하십니까. LUKE 길드 수석 스카우터 오주환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길드 서열 13위인 저희 길드로 오시죠. MG 따윈 상대가 아닙니다. 으하하하!”

“뭐야?!”

LUKE와 MG는 각각 서열 13위와 14위로 1단계 차이였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앙숙으로 매우 유명했다.

각각 1대 마스터가 한 여자를 두고 다툰 일화는 너무너무 유명했다.

하지만 결과는 결국, 그 여자는 더 잘난 남자와 결혼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LUKE와 MG 스카우터의 눈치 싸움이 치열했다.

“거, 다들 좀 비키지?”

“누구야, 감히!!”

“헉!!”

“사, 삼족오 길드의 제3 공격대장 유정환!!”

“사, 삼족오 길드까지 왔단 말이야?”

‘삼족오 길드?’

LUKE와 MG 길드가 치열하게 대립할 때는 딱히 감흥이 없었다.

헌터 덕후인 그는 서열은 높지만, 의미 없이 으르렁거리며 시간을 낭비하는 두 길드를 탐탁지 않아 했기 때문이다.

두 길드의 신경전 때문에 죄 없는 중소 길드 몇 개가 날아간 일화는 유명했다.

워낙 큰 길드다 보니 서로 싸우면 큰 유혈 사태가 나기 때문에 정부는 철저히 두 길드의 충돌을 억제했다.

하지만 중소 길드 몇 곳을 포섭해 대리전을 붙였고 그 결과 죄 없는 중소 길드 몇 개만 공중 분해되었다.

‘마음에 안 드는 녀석들이지.’

하지만 삼족오 길드는 달랐다.

그야말로 최상위 길드라고 할 수 있는 서열 6위의 명문 길드였기 때문이다.

고구려의 기상을 이어받겠다며 모든 길드원은 왼쪽 가슴에 길드 상징인 삼족오 마크를 달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당신은 비록 D급 헌터지만, 재능이 무궁무진합니다. 부디 저희 길드로 오셔서 그 재능을 맘껏 꽃 피우시지요.”

“와, 미친. 삼족오 길드까지 나섰어.”

“1~5위 길드는 워낙 엉덩이가 무거워서 이런 데 안 오겠지만. 아무리 덜 무겁다곤 하지만, 천하의 삼족오라니……."

서열 1~5위 길드는 굉장히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워낙 강대한 길드이다 보니 어차피 유능한 헌터가 굳이 부르지 않아도 문을 두드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6위인 삼족오가 그렇게 만만한 길드란 건 아니었다.

1~5위 길드가 신계라면 삼족오는 인간계 최강 길드였다.

당연히 많은 헌터들은 삼족오 길드에 들어가는 것을 꿈으로 여겼다.

“저희 길드로 오시면 연봉 50억을 맞춰 드리겠습니다.”

“50억!!”

“미친!!”

“이거 이미 끝난 게임 아니야?”

아무리 헌터가 고소득 직업군이라고 하지만, 연봉 50억은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그리고 헌터의 연봉은 기본급 같은 개념이었다.

연봉은 연봉대로 챙기고 개인 사냥은 사냥대로 해서 돈을 벌 수도 있었다.

연봉은 기본급 그 자체였다.

하급 헌터는 길드에 들어가도 연봉 0원인 경우가 많았다.

길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도 가치가 꽤 높은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D급 헌터인 요한에게 50억 연봉은 어마어마한 대우였다.

그런 큰 금액을 배팅한 삼족오였지만, 그들은 딱히 그 돈이 아깝지 않았다.

‘어차피 이 녀석은 소속이 없는 녀석이지. 이적료도 없으니 연봉으로 사용해도 돼. 빌어먹을 러셀 녀석 때문에 좀 오버페이 했지만, 이런 인재는 우리가 선점해야지.’

일반인들과 책으로 공부한 전문가들은 요한의 가치를 잘 알지 못 했다.

그저 조금 있어 보이는 네크로맨서랄까?

애초에 네크로맨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클래스이니까.

하지만 현장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길드는 영상을 보고 눈치챌 수가 있었다.

‘이 녀석은 진짜다. 네크로맨서라는 클래스 특성상 D급으로 판명 났겠지만, 최강의 특성을 보유한 게 분명하다. 보통 D~E급으로 나오는 네크로맨서가 필드에서 나왔지만, 어쨌든 보스를 잡았다. 뭔가 있는 게 분명해.’

그렇게 올튜브 영상 이후로 물밑에서 신경전을 벌여 왔다.

아무리 대단한 녀석이라도 공개적으로 접근했다간 오버페이를 해야 할 테니까.

하지만 엘레노아의 기자 회견이 모든 것을 망쳤다.

결국, 모든 길드가 공격적으로 접근하며 쩐의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저…… 미안하지만, 전 길드에 들어갈 마음이 없는데요?”

“뭐, 뭐?!”

요한의 쇼킹한 대답에 모든 길드 스카우터와 뒤에서 이 모습을 구경 하던 기자들이 할 말을 잃었다.

‘지, 지금 저 녀석이 뭐라고 하는 거야?’

‘삼족오 길드를 깠다고?’

‘아니, 애초에 길드에 들어갈 마음이 없다고?’

‘미친 거 아니야?’

‘아니, 필드 포탈에서야 워낙 수준이 낮으니 솔로 사냥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언제까지 그 짓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식으로 길드와 척 지면 제대로 헌터 생활이나 가능하려나?’

다들 요한이 오만하고 건방지다고 생각했다.

특히 조직 문화를 중요시하고 외로운 늑대를 무시하는 성향이 강한 대한민국의 특성이 크게 도드라졌다.

그리고 그 틈을 뚫고 한 무리의 사람이 다가왔다.

“어, 어?!”

지나갈 때마다 놀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우르르-!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이 사람들이 옆으로 쫙 갈라졌다.

“러, 러셀 길드!”

“그, 그것도 마스터인 미스 러셀이 직접 왔어!”

요한은 그녀를 엘레노아라 불렀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름은 미스 러셀이었다.

이름을 부른다는 건 그만큼 친근한 사이란 뜻이었으니까.

“오랜만이에요. 요한 씨.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아, 안녕하세요. 딱히 오랜만……은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반가워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그때 제안 드렸던, 러셀 매니지먼트 건에 대해서 대답을 듣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음......."

“저희 러셀 매니지먼트와 계약해 주신다면 계약금 100억을 드리겠습니다.”

“헉!”

“배, 배, 배, 백억?!”

“그것도 계약금으로만?”

“미친!”

“아무리 매니지먼트 사업이 돈이 된다지만. 그래 봤자 그렇게 큰돈은 아니잖아. 그런데 계약금으로 저런 거금을 투척하겠다고?”

“이거 완전히 돈지X이잖아!!”

웅성웅성-.

소란은 점점 더 커졌다.

그리고 특종을 잡은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는 더, 더 요란스러웠다.

“대박이다!”

“이렇게 되면 김요한 헌터는 러셀 소속이 되는 건가?”

“뭐, 길드가 아니라 매니지먼트니까 조금 애매하지만, 어쨌든 그런 셈이지?”

“와우.”

무난하게 한국 길드에 영입되는 것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한 진행이었다.

기자들로선 그런 김빠진 진행보다는 이게 훨씬 기사로 쓰기 좋았다.

"......."

요한은 고개를 숙이고 잠시 고민을 해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고 엘레노아를 쳐다보았다.

“매니지먼트 계약, 하겠습니다.”

“대박!!”

웅성웅성-.

충격적인 상황 전개에 웅성거림은 더, 더 커졌다.

“쳇!”

“제기랄, 결국 러셀 가문에 뺏겼군.”

“제기랄, 돈지X에 또 당했어.”

분명히 한국이 G3 국가고 헌터 선진국은 맞았다.

하지만 영국도 G3에 포함이 안 되는 것뿐이지 헌터 선진국 중의 하나였다.

특히 영연방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그들의 저력은 대단했다.

또 한국은 자체 헌터 시장으로도 충분해 국제무대에선 큰 목소리는 없었지만, 영국은 부족한 내수를 해외 시장 개척으로 극복하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러셀 가문은 길드는 물론이고 다양한 사업을 하는 기업이자 가문이었다.

길드만 하는 그들론 돈 싸음에선 절대 이길 수가 없었다.

1~5위 길드라면 또 모르겠지만.

옛날엔 석유 재벌이 있었다면, 요즘엔 마석 재벌이 있었으니까.

러셀 가문은 영국 최고의 마석 재벌이었다.

“그러면 계약하러 갈까요?”

“네, 그러죠.”

엘레노아와 요한은 나란히 걸었다.

더는 누구도 요한의 앞길을 막지는 않았다.

그들 주변엔 영국에서 파견 온 헌터들이 경호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꽈악-!

‘제기랄!’

특히 삼족오 제3 공격대장 유정환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하고 있었다.

‘러셀, 김요한! 두고 보자, 이 치욕은 반드시 갚아 주마!!’

으드득-!

그의 눈엔 새빨간 핏줄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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