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퍼걱- 콰직!
마지막 남은 2명의 검투사도 어떻게든 버텨 보려고 했다.
같은 검투사 좀비에게 다리를 물리고 그리핀에게 머리를 뜯기고 마지막으로 스켈레톤의 공격에 목이 떨어져 나갔다.
아무리 그들이 전문 싸음꾼이었지만, 수적인 열세는 극복할 수 없었다.
“이겼다!”
딱히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자신에게 수준을 맞췄다면서 의외로 쉽게 결판이 난 것이다.
‘코딩은 반영이 안 된 건가?’
그저 의아할 따름이었다.
어쨌든 쉽게 이겼으니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 축하합니다. 스킬 획득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예스!”
드디어 마나 회복 스킬을 완벽하게 손에 넣을 수가 있었다.
게임을 좀 해 본 사람은 다들 알 것이다.
마나 회복 스킬이 얼마나 사기적이고 꼭 필요한 스킬인지 말이다.
‘흐흐, 이제 솔플을 할 때 마나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구나.’
물론 아예 무한은 아니고 제한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마나 회복 능력만으로도 대단한 스킬이었다.
상태창을 열어서 뿌듯한 마음으로 스킬을 보고 있을 때였다.
그의 눈에 한 가지 추가적인 변화가 눈에 띄었다.
‘저게 왜 빛나고 있지.’
네크로맨시 스킬이 반짝이고 있었다.
“안내인 씨. 이거 뭐야, 스킬이 빛나고 있네?”
- 추가적인 스킬을 획득했다는 신호입니다.
“어, 진짜?!”
- 네, 각성자의 스킬은 성장하면 할수록 새로운 스킬을 만들어 냅니다. 물론 세부적인 부분에선 차이가 있습니다만. 어쨌든 스킬은 성장하고 변화하죠.
“오오, 그렇다면 네크로맨시 스킬이 변화가 있다는 뜻인데. 어떤 걸까나!”
요한은 얼른 네크로맨시 스킬을 확인해 보았다.
▶ 콜 고스트 : 네크로맨서의 3대 언데드 소환술(라이즈 스켈레톤, 라이즈 좀비, 콜 고스트) 중의 하나인 스킬이다. 유령형 언데드인 고스트를 불러내는 스킬. 고스트는 하위 언데드답게 물리적 대미지가 없다. 하지만 착시, 착란, 환각 같은 정신적 공격을 가할 수가 있다. 약한 편이라 쉽게 소멸돼 잘 이용하기 위해서는 보조 수단이 꼭 필요하다. 스킬 레벨(1/2)만큼의 고스트를 소환할 수 있다. 소환된 고스트의 능력은 본체의 능력에 비례한다.
“와우, 그러면 드디어 3대 언데드 소환 스킬을 다 익힌 건가?”
- 축하드립니다, 플레이어.
“으흣, 땡큐. 안내인 씨. 자, 새로운 스킬이 2개나 생겼으니 그것을 해 볼까?”
요한이 말하는 그것은 역시 그것뿐이었다.
바로 새롭게 획득한 스킬의 코딩을 수정하는 일이었다.
촤르륵-!
"하아, 이렇게 손으로 쫙 펼칠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단 말이지.’
코딩 작업은 어려웠지만, 예비 동작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자신의 능력에 심취한 그는 몇 시간에 걸쳐서 수정 작업을 했다.
중간에 유나가 와서 깨우는 바람에 함께 저녁을 먹고 간단하게 집안일을 끝낸 다음에 다시 각성몽에 접속했다.
‘흐음…….'
오랜 작업에 지친 요한은 어느새 양반다리로 앉아서 작업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턱을 잡고 고민에 고민했다.
‘이걸 어떻게 손댄다?’
코딩은 만능이 아니었다.
확실히 수정 방향을 잡고 제대로 수정해야 그 수치가 제대로 적용됐다.
만약에 그러지 않고 그냥 좋은 것만 덕지덕지 붙이게 된다면 코딩이 꼬여서 스킬이 엉망진창이 되어 아무것도 아니게 될 수가 있었다.
약속의 3년 차를 겪은 프로 프로그래머인 그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영혼 흡수는 그냥 스킬 효율을 올리는 것이면 끝나는 작업이라 편하긴 했는데…….'
문제는 콜 고스트 스킬이었다.
‘이건 어떻게 수정 방향을 잡지?’
코딩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한 번 방향을 잘못 잡으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쉬운 것부터 하자. 일단 가장 쉬운 건 소환 효율을 올리는 것이니까. 레벨의 1/2당 1기를 레벨당 1기로 바꾸고.’
샥샥-.
손짓으로 코딩을 한다는 것.
처음엔 좀 어색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하다 보니 이 짓도 익숙해졌다.
굉장히 능숙한 손놀림으로 코딩을 수정했다.
'됐다. 일단 숫자 코딩은 끝났고 성능 코딩을 해야 하는데…… 어떤 점을 살릴까?’
스켈레톤은 어떻게 보면 간단했다.
피지컬 조금 성장시키고, 나머진 할 수 있는 동작과 움직이는 방법을 다 때려 부었다.
시쳇말로 무조건 강해지는 게 최고 아니냐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스켈레톤은 애초에 소수 정예의 언데드가 아니었다.
언데드 중에서도 최말단 병사에 불과했다.
거기에다가 지능은 정말 최악이라서 아무리 강해도 제대로 싸울 줄 모르면 그야말로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실제로도 싸우는 법을 기록하니 전투 효율이 몇 배나 상승했다.
유령도 그런 방향으로 접근할 예정이었다.
‘고스트도 언데드 중에서 최말단인 거 같은데. 물리적인 공격력은 없고, 능력이 착시 환각 착란 같은 능력이 주란 말이지.’
요한이 주목한 부분은 역시 환각이었다.
‘어차피 물리적인 전투 부분은 스켈레톤과 좀비가 알아서 해. 그렇다면 그 외 다른 부분을 강화하는 게 좋겠지. 약화 스킬과 함께 사용하면 딱 좋은 스킬이겠어.’
특히 여러 몬스터를 상대할 때, 적의 전력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가 있었다.
‘환각에 빠진 녀석은 전투 불능에 빠지겠지. 그렇다면 그만큼 적의 전력은 약해진 거니까.’
그렇게 정한 요한은 환각 능력을 강화하는 작업에 열중했다.
얼마나 집중했을까.
- 플레이어, 지금 밖에서 알람이 울리고 있습니다. 나가실 시간입니다.
안내인 씨는 바깥과 소통을 하는 일도 해 주었다.
“아, 벌써 그렇게 됐나?”
- 피곤해 보이시는군요.
“아, 좀. 그러네.”
분명히 몸은 자고 있었다.
하지만 코딩 작업에 열중해서 머리를 너무 쓴 나머지 눈은 퀭해 보였다.
“하암.”
꿈속에서 하품할 정도니 말이다.
‘마음 같아선 푹 쉬고 싶지만, 코딩 작업이 도무지 끝날 생각이 없으니.’
아직도 할 일은 많이 남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유령 소환 스킬을 시험해 보는 일이었다.
원래는 트레이닝룸에서 하려던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각성몽을 종료한다.”
- 예,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응, 내일 또 봐.”
- 웬만하면 휴식을 취하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강한 헌터라도 휴식 없는 사냥은 육체에 부담이 될 겁니다.
“걱정 고마워.”
- 딱히 걱정은 아닙니다.
시니컬한 목소리가 역시 매력적인 안내인이었다.
각성몽을 끝낸 요한은 평소처럼 유나를 등교시키고 스켈레톤을 이용해 집안일을 했다.
‘역시 편해, 정말 편해.’
각성자인 그가 집안일 정도에 힘을 들일 일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은 똑같이 드는 것이기에 스켈레톤 6기 동시에 시키는 게 훨~씬 시간 절약에 좋았다.
집안일을 끝낸 요한은 곧바로 헌터 중개소로 향했다.
이번에 새롭게 얻은 2개의 스킬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
“흡!”
요한은 버스에 올랐다가 깜짝 놀라 심장 마비가 올 뻔했다.
‘어우씨, 깜짝이야!’
바로 그의 눈에 귀신이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인간과 겹쳐 있거나 통과되는 등, 귀신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아, 소울 마스터리에 영혼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했지.’
정확히는 유령이었다.
귀신이나 유령이나 거기서 거기지만 말이다.
귀신은 정말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버스만 타고 있었다.
중간중간에 자세만 조금 변할 뿐, 주변 환경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뭐지.’
마음만 먹으면 그가 그대로 녀석을 흡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굳이 그러진 않았다.
‘마나도 가득 차 있고, 흡수한다고 해도 딱히 이득은 없으니까.'
마나 회복은 엄연히 영혼이 가지고 있는 힘에 비례한다고 했다.
딱 봐도 일에 찌든 회사원 같아 보이는 영혼은 흡수해 봤자 입만 버릴 것 같았다.
‘헌터 영혼이면 또 모를까.’
그 이후로도 요한은 3명의 영혼을 추가로 목격했다.
하지만 처음에만 놀랐을 뿐, 더는 놀라지 않았다.
중개소에 도착한 요한은 이번에도 포탈 지도를 보며 어디서 사냥 해야 할지 고민해 보았다.
‘영혼의 힘이 강할 것 같은 몬스터로 뽑아야겠어.’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 영혼의 힘이 수치로 기록된 것도 아니고 객관적으로 비교할 기준은 없었다.
그저 요한이 왠지 그럴 것 같은 몬스터를 꼽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역시 여기가 좋겠지?’
요한의 눈에 든 필드 포탈이 있는 지역은 바로 파주였다.
자세한 정보도 적혀 있었지만, 그걸 굳이 읽을 필요는 없었다.
그의 덕력은 포탈 정도는 달달 외우고 있었으니까.
포탈 코드는 PJ-01158E 파주에 있는 필드 포탈이었다.
‘하지만 여긴 유명한 별명이 있지, 바로 주술사의 땅으로 말이야.’
필드 포탈과 던전 포탈은 차이점이 많은 포탈이었다.
대표적인 부분이라면 특수한 능력을 사용하는 몬스터가 필드엔 적고, 던전엔 많다는 점이었다.
그런 필드 포탈이지만, 이 주술사의 땅 필드에 나오는 몬스터는 특수한 능력을 갖춘 몬스터였다.
이름에 걸맞게 주술사가 등장하며 인간과 흡사하게 생겼지만, 피부색은 갈색이나 푸른색이 대부분, 온몸에는 빨간색으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등은 기역 모양으로 굽어 있었고, 대신 스태프를 지팡이 삼아서 다녔다.
송곳니가 돌출되어 인상도 꽤 사나웠다.
녀석들은 신체적 능력은 별로였지만, 특유의 주술로 헌터를 상대했다.
하지만 필드 자체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다.
녀석들이 사용하는 주술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주술사의 땅으로 가 볼까나.’
목적지를 정한 요한은 데스크로 가서 이동 서비스를 예약했다.
‘솔로 사냥하니 이렇게 편한데.’
너무 편해서 이젠 절대 공격대 사냥은 못 할 거 같았다.
‘하긴, 네크로맨서인 내가 할 수 있을 리도 없고.’
클래스 특징 때문이라도 더더욱 공격대 사냥은 무리였다.
곧바로 파주로 향한 요한은 간단한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고 필드 포탈로 들어갔다.
“혼자 오셨나 봐요?”
그런 요한에게 말을 거는 존재가 있었다.
요한과 함께 신분 확인을 하고 포탈에 들어간 공격대대원이었다.
“아, 네. 혼자 왔습니다.”
요한은 의아한 마음을 담아서 자신에게 말을 건 남자를 쳐다보았다.
‘나한테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
아는 사이도 아니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모르는 사람에게 함부로 말을 거는 건 굉장히 실례였다.
정이 없는 문화이긴 했지만,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나온 개인주의 사회의 어쩔 수 없는 단면이었다.
그런 문화를 온몸으로 겪은 20대인 요한으로서 의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런 눈빛을 읽었는지 남자는 얼른 품에서 명함 1장을 꺼냈다.
“하하하, 너무 그렇게 보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BY 길드라고 아시는지 모르겠군요. 하하하.”
‘그러니까 더 이상한데…….'
요한이 그저 넉살 좋고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사람 좋게 웃는 남자를 보곤 경계를 풀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웃는 모습이 굉장히 선했기 때문.
하지만 요한은 인간 불신에 빠진 사람이었다.
부모님을 어린 나이에 떠나보내고 학교에선 부모 없는 남매에게 좋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그가 인간을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 네.”
하지만 일단 대충 대답해 주었다.
‘의심하는 티를 낼 필욘 없으니까.’
뒤에서 묘하게 바라보는 4명의 헌터도 거슬렸고, 왠지 귀여운 짓을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으니 말이다.
‘저런 놈들은 뭔가 켕기는 행동을 하기 마련이니까.’
헌터 덕후 12년 차의 일종의 직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