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인기 영상 1위답게 댓글만 1만 2천 개가 넘어가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베스트 댓글마다 대댓글도 어마어마했다.
일부 댓글에선 아예 검투장이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글을 읽는 요한은 기분이 좋았다.
‘아무리 낮게 잡아도 B+급 헌터란 말이지?’
일반인들은 요한을 최소 B급 헌터로 보고 필드 포탈에 와서 학살 놀이나 하는 파렴치한으로 생각했다.
덕분에 악플이 많았지만, 오히려 그 악플이 기분 좋게 만들었다.
‘후후, 나는 D급에 불과한데 B급 이라?’
이제 막 헌터가 되어서 성장할 여력도 많은 요한에겐 기쁜 일일 수밖에 없었다.
D급에 불과한 요한에겐 과분한 관심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요한은 절대 흥분하지 않았다.
‘이런 관심도 내가 더 활약하지 못하면 꺼질 거야. 그러니 정신 바짝 차리고 더 노력해야 해.’
그렇다면 역시 각성몽에 들어가서 점검하는 게 최고였다.
요한은 최근에 올라온 영상과 헌터 전문 뉴스를 훑은 다음에 낮잠을 청했다.
딱히 졸리진 않았지만, 각성몽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
- 어서 오십시오. 플레이어 각성몽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어, 안내인 씨. 웬일이야, 환영도 다 해 주고?”
보통 안내인은 굉장히 쿨하게 대할 뿐, 딱히 환영 인사는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인사를 하니 요한으로선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 별일은 아닙니다만, 플레이어의 고무적인 성장으로 추가 스킬을 습득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추, 추가 스킬?!”
- 예, 추가 스킬.
“그게 별거 아니라니!!”
요한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 .......
헌터 덕후인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헌터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탯이나 고급 장비가 아니었다.
바로 엄청난 스킬이었다.
뛰어난 헌터를 꼽을 때는 역시 스킬의 강함이 가장 확실한 기준이었다.
그래서 헌터 측정기도 헌터의 스킬이 내뿜는 고유의 파동을 분석해서 가장 배점을 높게 측정했다.
등급이 절대적이 아닌 이유가 아무래도 이런 식의 측정이 100% 정확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각성몽 안에서 배울 수 있는 스킬이 가장 가치가 높았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스킬북은 완벽한 랜덤이었다.
하지만 각성몽 안에서 배우는 스킬은 플레이어에게 꼭 필요한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 배울 수 있는 것일 뿐, 아직 배우신 건 아닙니다.
“아하, 그렇지 참……."
하지만 좋은 기회인 것은 틀림없었다.
“그래서, 무슨 스킬을 익힐 수가 있는 건데, 안내인 씨.”
- 보여 드리겠습니다.
“뭐, 그러면 나야 좋지.”
[소울 마스터리]
# 스킬 설명: 네크로맨서는 삶과 죽음을 다루는 존재인 만큼 영혼을 연구하는 존재들도 상당하다. 그들은 영혼이야말로 불멸의 존재로 인식하고 영혼 안의 힘을 다룰 방법 또한 오랜 시간 연구하며 후예들에게 전해지길 원했습니다. 불멸의 영혼이야말로 네크로맨서들이 추구하는 궁극의 에너지이자 존재다. 스킬 레벨이 오르면 영혼 자체를 다룰 수 있게 된다. 기본적으로 이 스킬을 보유할 경우 영혼을 보거나 만질 수가 있습니다.
〈스킬 현황〉
▶ 영혼 흡수: 제압한 영혼을 흡수하여 그 영혼이 가진 마나의 10%를 흡수하는 스킬. (쿨타임 10분.)
‘마, 마나 보충 스킬이다아아!!’
안 그래도 꼭 필요하다고 느꼈던 부분이었다.
네크로맨서의 스킬 특성상 마나 소모량이 엄청났기 때문.
‘저번 사냥에도 마나 부족 때문에 큰일 날 뻔했지.’
천운으로 그 순간 사냥이 끝난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가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천운이 따를지 모르는 거 아니겠는가.
실수는 병가지상사라고 하지만, 목숨을 걸고 벌이는 전투에서 그 한 번의 실수는 곧 죽음이었다.
그러니 대책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열심히 코딩하더라도 애초에 마나 소모는 고정값이라 건드릴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마나 회복 스킬이라니, 대박 그 자체였다.
‘우와, 와우!’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었다.
“이거 어떻게 익힐 수가 있는데?”
- 간단합니다. 이번에도 트레이닝룸에서 제가 내는 시험에 통과하시면 됩니다.
“뭐야, 어렵지 않네.”
- 예, 간단합니다. 몬스터들을 1번만 사냥하시면 됩니다.
“예스, 바로 시작하자.”
- 바로 말입니까. 원하시면 조금 더 점검하셔도 됩니다.
“아하, 그러면 잠시만 기다려줘."
- 예, 편하게 하십시오.
다시 정신 차린 요한은 프로그램 특성을 발휘하여 양손을 옆으로 쫙 펼쳤다.
그러자 녹색의 창이 촤르륵 펼쳐졌다.
‘확실히 아직 내가 읽을 수가 없는 글자도 많아.’
프로그램된 언어 자체가 달랐다.
그래서 프로그램 기술은 물론이고 언어 자체를 해독할 수가 있어야 코딩 자체가 가능했다.
아직 모르는 글자도 많아서 완벽하게 뜯어고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아직 손볼 수 있는 곳이 많았다.
워낙 방대한 데이터다 보니까 몇 시간 끄적인다고 다 알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디 보자, 트레이닝룸에서 무엇을 할지는 몰라도 일단 사냥이겠지?’
그렇다면 요한이 할 만한 코딩은 역시 스켈레톤이 최고였다.
‘아직 임시 장비니까…… 돈 더 모아서 헌터용 장비를 착용시킨 다음에야 제대로 힘을 발휘하겠어.’
헌터 장비는 정말, 정말, 정말 비쌌다.
길드 소속 헌터라도 등급이 조금 낮을 땐 각성했을 때의 그 무기 그대로 착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둘 다 비쌌지만, 그래도 무기보단 방어구가 조금 저렴했으니까.
요한은 스켈레톤에 로마 군단병의 진법을 기록했다.
그리고 검투 경기 기록을 참고하여 검투사의 전투도 기록했다.
‘기록하는 것만으로 100% 능력을 발휘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애초에 특수한 동작을 이식하는 것 자체가 쉽지가 않은 일이었다.
보통 게임에선 사람이 관련 장비를 덕지덕지 붙이고 그 동작을 해 보이고 그 모션을 기록하는 모션 캡처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특성엔 그런 게 없었다.
하나하나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구조라서 작업 하나 하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지잉지잉-!
요한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다 됐다!”
1시간 조금 넘게 소모하여 최소한의 코딩을 끝냈다.
- 이제 시작하시겠습니까?
“그래, 시작하자.”
- 그러면 트레이닝룸으로 이동합니다.
쉬익-!
‘흡!’
눈을 뜨고 있는 상황에서 배경이 바뀌는 건 상당한 멀미를 유발했다.
마치 빠르게 이동하는 KTX를 타는데 탑승감이 최악인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배경이 바뀌고 콜로세움 같은 곳이 나왔다.
- 지금부터 스킬 획득을 위한 테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테스트 내용은 검투사 10명과 괴수 그리핀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입니다.
“뭐?”
드르르록- 덜컹!
“와아아아!!”
요한이 있는 곳은 콜로세움 중앙이었다.
그를 기준으로 남쪽에서 10명의 검투사가. 북쪽에선 1마리의 거대한 그리핀이 문을 열고 등장했다.
‘흐음, 검투사와 그리핀이라……
- 그리핀은 실존하는 녀석과는 다른 다운그레이드 버전입니다. 플레이어의 수준에 맞췄습니다.
“오케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러면 조져 볼까?”
솨아아악-.
이미 그의 주변엔 어느새 6기의 스켈레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 쪽이 숫자는 조금 부족하지만, 새롭게 코딩된 녀석들은 아주 강해!’
“우라아아아아!!”
“크헝!!”
양쪽에서 거의 동시에 검투사와 그리핀이 돌격해 왔다.
쿵쿵-!
코딩된 대로 똘똘 뭉친 스켈레톤들은 방패를 이어서 방어진을 형성했다.
그렇게 3개의 세력이 강하게 충돌했다.
쾅-!
‘큭!'
조금 떨어진 요한의 몸이 살짝 떨릴 정도로 강력한 충돌이었다.
“버텨, 일단 버텨!”
끼긱- 끼긱-!
요한의 지시대로 양손으로 방패를 잡고 몸을 지지대로 삼았다.
덕분에 완전히 뒤로 밀리진 않았다.
“우와아아악!!”
쾅쾅-!
‘흠, 겉보기엔 그리핀 쪽이 더 세 보였는데. 의외로 검투사 쪽이 더 강한 거 같은데?’
요한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직접적인 전투는 스켈레톤이 하지만, 전체적인 전략은 그가 직접 짜야 했다.
열심히 코딩한 스켈레톤이었지만, 특유의 지능과 판단력은 언데드에 불과했다.
이런 디테일한 상황까지 입력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역시, 이쪽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야겠네. 약화!’
검투사 쪽 3기의 스켈레톤이, 그리핀에도 똑같이 3기의 스켈레톤이 붙어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과감한 전략적 판단을 했다.
약화 스킬을 그리핀에게 걸고, 스켈레톤은 2기만 남기고 그리핀에게 붙였다.
“녀석을 최대한 빨리 도륙해!!”
딱딱-.
턱뼈를 움직여 대답한 스켈레톤 5기는 방패까지 이용해 그리핀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커흥-!
상체는 사자인 그리핀이 포효하며 스켈레톤과 처절하게 싸웠다.
‘티쓰!’
파바박-!
공격 스킬까지 최대한 퍼부으며 화력을 더했다.
그리핀은 전력을 다해서 버텼다.
콰직- 콰드득!
“크헝!”
그러나 코딩으로 강화된 스켈레톤의 협공이 더 강했다.
평범한 스켈레톤이었다면, 피지컬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억지로 밀어붙였을 것이다.
하지만 요한의 스켈레톤은 피지컬이 부족한 것을 인식하고 기술적으로 싸웠다.
정면이 아니라, 최대한 약점을 파고들었다.
목과 겨드랑이에 검을 꽂고 비틀었다.
피가 철철 나면서도 몸을 틀어 보았지만, 결국 그리핀은 쓰러지고 말았다.
‘됐다!’
요한은 이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눈이 빛나며 스킬을 곧바로 사용했다.
‘라이즈 좀비!!’
콰직-!
스킬 사용과 동시에 마지막까지 버티던 스켈레톤마저 부서지며 10명의 검투사를 막던 스켈레톤은 완전히 무너졌다.
하지만 그 정도 피해는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그르르르."
그가 원하던 녀석을 좀비로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좋아. 살을 내줬지만, 뼈를 취했으니까.’
물론 검투사 10명이 그리핀 1마리보다 더 강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리핀 좀비가 아군이 된 것이고 공격이 한 방향으로 통일됐다는 점이었다.
‘즉, 이제부터는 내 모든 전력을 검투사에게 집중할 수가 있다는 거지!’
그게 가장 큰 이유였다.
“자, 스켈레톤, 그리핀 좀비. 검투사를 조져!!”
딱딱- 그르르르-.
남은 4기의 스켈레톤이 2기씩 1조를 이루고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하며 했다.
그리핀 좀비는 그런 스켈레톤과는 별도로 음직이며 검투사를 공격했다.
‘쳇, 좀비 지능도 올릴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아쉽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코딩은 없었다.
그렇게 스켈레톤 4기와 그리핀 좀비 1기의 공격에 검투사들은 1명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때다. 라이즈 스켈레톤!!’
스켈레톤 1기가 쓰러지자 그것을 곧바로 스켈레톤으로 일으킨 요한.
이게 바로 네크로맨서와 싸우면 안 되는 이유였다.
시체 제공 스킬만으론 채울 수 없는 8기를 다 채우고 좀비까지 일으키니 검투사들은 더는 버티지 못 하고 10명 다 처절하게 죽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