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후웅-!
갯벌 게는 다가오는 스켈레톤에 그대로 집게발을 휘둘렀다.
‘뭐, 뭐야?!’
요한은 아차 싶었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저 공격은 피해야 했다.
하지만 스켈레톤은 방패를 치켜 들고 공격에 맞선 것이다.
쾅-!
“엇!”
깜짝 놀란 요한의 입에서 비명과도 비슷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쿵-!
“어?”
그의 입에서 2번째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왔다.
평범한 인간 체형의 스켈레톤이 자신보다 3배는 더 큰 갯벌 게의 집게 공격을 방패로 쉽게 막아 낸 것이다.
“뭐, 뭐야?”
분명히 요한, 그가 직접 만들고 디자인한 스켈레톤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힘을 내고 있었다.
‘잠깐만, 그런데 왜 큰뿔 산양하고 싸울 때는 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거지?’
어쨌든 갯벌 게의 공격을 쉽게 막은 스켈레톤의 옆으로 다른 1기의 스켈레톤이 빠르게 움직였다.
촤악-!
벌목도를 크게 휘둘러 그대로 녀석의 다리를 잘라 버렸다.
쿵-!
옆으로 길게 늘어진 게의 특성상 한쪽 다리를 잃어버리자 제대로 균형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균형을 잃은 틈을 타서 스켈레톤 1기가 그대로 뛰어올라 녀석의 머리를 벌목도로 찍어 버렸다.
파각-!
“꾸륵!”
얼마나 세게 찔렀는지 벌목도는 물론이고 스켈레톤의 손까지 껍질을 파고들었다.
‘와, 이게 말이 돼?’
눈앞에서 벌어진 엄청난 전투에 입이 쩍 벌어졌다.
물론 그가 사냥 전날에 특별 코딩을 한 차례 하긴 했다.
지금까진 전투 기록이었지만, 어젯밤엔 전투 교본을 통째로 외워서 코딩에 넣은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효과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흐흐흐, 이거 대박인데?’
처음에야 당황스러웠지만, 금방 상황 파악이 된 요한은 속으로 웃었다.
자신의 스켈레톤이 생각보다 훨씬 강했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일단…….'
사냥에 성공했으니 그에 대한 보상을 얻을 차례였다.
“어이, 스켈레톤. 갯벌 게의 사체를 뒤져서 마석 가져와라.”
딱딱.
보통의 스켈레톤이라면 이런 복잡한 지시를 절대 수행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코딩으로 똑똑해진 스켈레톤은 별 어려움 없이 이런 일을 수행할 수가 있었다.
스켈레톤은 내장까지 훤히 드러나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갯벌 게의 몸속에 손을 그대로 집어넣어서 마석을 꺼냈다.
그리고 공손히 요한에게 마석을 건넸다.
‘크으, 이게 바로 마석이란 말이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의 옅은 푸른색의 보석.
이것이 바로 석유를 구시대의 유물로 만들어 버린 장본인이었다.
요한은 마석을 다 구경하고 배낭에 집어넣었다.
‘자, 다음 차례는 바로.’
마석을 챙기고 갯벌 게의 사체로 다가간 요한은 곧바로 주문 하나를 외웠다.
‘라이즈 좀비.’
후드득-.
네크로맨서의 꽃, 좀비를 일으키는 스킬이었다.
‘어?’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에라이!”
빡-!
요한은 그대로 갯벌 게의 다리를 자른 스켈레톤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큰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후려쳤다.
그러나 힘 스탯 자체가 별로 대단치 않은 요한이기에 별 타격은 없었다.
“너희들, 다음부턴 절대로 갯벌 게의 다리랑 집게 공격하지 마. 그냥 무조건 대가리를 찍어서 제압해. 알겠어?!”
딱딱-.
요한이 이렇게 스켈레톤을 갈구는 이유는 간단했다.
다리를 잘라 버린 탓에 좀비로 일어난 갯벌 게의 움직임이 굼떴기 때문이다.
좀비의 특성상 붙기만 해도 어느 정도 전투력을 발휘할 것이다.
하지만 다리가 없어진 탓에 속도가 느려진 건 꽤 큰 타격이었다.
‘이동 자체야 시체 수납으로 하면 그만이지만. 전투 중에도 움직일 때 불편하니까.’
“어휴, 답답해. 이 멍청이들아!!”
딱딱-.
요한이 스켈레톤들을 마구 갈궜다.
하지만 지능은 존재하지만, 이성이란 게 없는 스켈레톤들은 그저 갈구는 대로 대답할 뿐이었다.
“어휴, 이 답답이들!”
그렇게 한 5분을 스켈레톤 4기를 쭉 세워 놓고 갈구고 나서야 화가 조금 풀렸다.
어쩔 수 없이 시체 수납을 사용해 다리가 잘려나간 갯벌 게 좀비를 넣었다.
“자, 다음 사냥 가자.”
딱딱-.
어쩐지 스켈레톤들의 대답이 처량하게 느껴졌다.
***
쾅- 콰직!
“꾸륵!”
그야말로 대학살이었다.
네크로맨시 스킬이 상승해 6기의 스켈레톤과 6기의 좀비까지 해서 12기의 언데드를 몰고 다녔다.
“키야, 이거 너무 시시한 거 아냐?”
긴장했던 처음이 민망할 정도로 시시했다.
오히려 김이 빠질 정도였다.
찰칵-.
‘음?’
아주 작은 소리였다.
하지만 분명히 사진을 찍는 소리가 요한의 귀에 들렸다.
소리의 근원은 한 무리의 헌터 공격대에서였다.
웅성웅성-.
“와, 저거 봐. 언데드야. 나, 나 언데드 처음 봐.”
“언데드면 네크로맨서겠다. 부럽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공격대는 대부분 막공이나 정규 공격대라도 E~F급 헌터가 대부분이었다.
E~F급 헌터는 필드 포탈에서 활동해도 말이 전투 헌터지 반쯤은 생활형 헌터였다.
순수하게 전투를 위한 능력만 갖추고 있진 않았다.
100% 전투 스킬에 특화된 각성자라면 최소 D급은 받았을 것이다.
이게 또 굉장히 애매했다.
아예 생활 밀착형 스킬로 100% 채운다면 그 스킬을 활용해 일반인들 사이에서 활동하며 고액 연봉을 챙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보통 E~F급 헌터들은 전투 스킬 몇 개, 생활 스킬 몇 개, 이렇게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딱히 일반인 분야에서 큰 두각을 내기도 어렵고, 던전 필드에서 활동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대부분 E~F급끼리 모여서 공격대를 짜고 수준이 낮은 필드 포탈을 전전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 E~F급 헌터에 있어서 확실한 전투 클래스인 네크로맨서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총 10명의 헌터가 사냥도 쉰 채로 요한을 구경하고 있었다.
‘뭐, 상관없나.’
헌터로 활동하려면 유명세도 중요했다.
뭐, 헌터 활동 그 자체엔 영향을 끼치지 않겠지만, 뭘 하더라도 유명하면 편한 게 많을 수밖에 없었다.
얼굴만으로도 그가 누구인지 명확히 전달할 수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저, 저것 봐!!”
“뭐, 뭐야?!”
“도,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니야?!”
10명의 헌터는 당장이라도 도망칠 준비를 했다.
파바바박-!
놀랍게도 단독 활동을 하는 이곳 갯벌 필드 포탈의 몬스터가 떼로 몰려오고 있었다.
‘음?’
요한도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곧 정신 차리고 자신의 부하 언데드를 불러 모았다.
“얘들아, 손님들 몰려온다.”
딱딱-.
감정이 없는 언데드들이다 보니 그저 평소처럼 대답할 뿐이었다.
“스켈레톤 방패진!”
쿵쿵쿵-!
요한의 명령이 떨어지자 6기의 스켈레톤들이 빽빽하게 붙으며 방패를 이었다.
튼튼한 하나의 방패진이 만들어졌다.
튼튼한 방패진과 떼로 달려오는 갯벌 몬스터가 충돌했다.
쿠쿵-!
‘좋아, 일단 녀석들의 움직임은 제한시켰어.’
그다음은 간단했다.
“좀비들아, 너희들이 설칠 차례다!”
"......."
살아 있을 때는 꾸륵거리며 소리를 냈지만, 좀비가 된 놈들은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소리 없이 생명체를 공격할 뿐이었다.
콰직-!
"꾸륵꾸륵!"
방패를 타고 넘어간 갯벌 게 좀비들은 눈앞에 보이는 대로 다 물어뜯었다.
그 기세가 제법 살벌했다.
“어, 저것 봐. 혼자서 저 몬스터 무리를 상대하고 있어!!”
“대박, 야, 야. 동영상, 동영상!!”
10명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급히 촬영하기 시작했다.
전투는 그야말로 처절했다.
좀비들은 물어뜯고, 방패진을 푼 스켈레톤들은 약한 갯벌 몬스터를 도륙했다.
‘와, 레벨이 오르니까 소환할 수 있는 언데드 숫자뿐만이 아니라 수준까지 강해지네?’
스킬 설명란엔 별다른 메시지가 없어서 몰랐던 부분이었다.
어쨌든 좋은 정보를 얻었으니 기쁠 따름이었다.
콰직-!
전투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비록 녀석들이 떼로 몰려오긴 했지만, 12기의 언데드는 강력했기 때문이다.
“와, 미친. 대박!”
“왜 저 수준 가지고 여기 와서 사냥하는 거야?”
“양학 하는 재미로 하는 건가?”
요한은 이런 수준까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그가 선보이는 무력 자체로도 상당히 뜻밖이었다.
그런 것을 모르니 오해가 생기는 것이었다.
콰직-!
“꾸륵!”
그렇게 마지막 망둑어를 닮은 몬스터의 척추를 뽑으며 전투가 끝이 났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떼로 몰려 오면 이길 줄 알았나.”
어떻게 보면 시시한 전투였지만, 오히려 그런 시시함이 마음에 들었다.
‘쉽게 돈 버는 건 누구에게나 로망이니까 말이야.’
뒤적뒤적-.
스켈레톤들은 이제 굳이 요한이 시키지 않더라도 알아서 몬스터 사체를 뒤져서 마석을 꺼냈다.
그리고 각자 맡은 가방에 마석을 집어넣었다.
처음엔 요한의 가방에 챙겼던 마석이었다.
하지만 곧 요한의 생각이 바뀌었다.
‘아니, 힘 좋은 놈들이 있는데 왜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지?’
그런 생각으로 아예 모든 짐을 스켈레톤에게 맡겨 버렸다.
‘아예 1기 정도는 그냥 계속 일으켜 놓자. 어차피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물론 아예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일반 시내에서 위험한 스킬은 사용이 금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한 조항을 읽어 보면 위험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가 있었다.
‘칼하고 방패는 버리고 경찰 진압복만 입혀 놓으면 덜 혐오스럽고 말이야. 딱이네!’
그야말로 말 잘 듣는 졸따구 하나가 생기는 것이었다.
웅성웅성-.
그렇게 요한이 정리까지 다 한순간이었다.
아까 헌터들이 모여 있던 곳이 더 시끄러워졌다.
‘뭐야, 아까 10명이었는데 그새 늘었네?’
이젠 거의 서른 명쯤 되는 것 같았다.
다들 비숫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경악’과 ‘질투’가 대표적이었다.
쿠궁-!
그런데 이번 이상 사태는 그게 끝이 아닌 듯했다.
‘뭐야?’
갑자기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보통 필드 포탈은 환경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을 모를 리가 없는 요한이었다.
그러니 갑작스러운 지진이 더욱 놀라웠다.
‘도대체 오늘 왜 이래?’
몬스터가 떼로 몰려오질 않나, 포탈 안에서 지진이 발생하지 않나.
그야말로 온갖 이상한 일이 세트로 발생하고 있었다.
푸확-!
지진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갯벌 속에서 거대한 몬스터 1마리가 등장했다.
‘이번엔 낙지냐!!’
보통 거대한 게 아니었다.
신장만 5m가 넘고 촉수 같은 다리까지 하면 10m는 넘을 것 같았다.
“얘들아, 밀집 대형이다.”
딱딱-.
‘젠장, 저건 아무리 봐도 일반 몬스터는 아닌데. 그렇다고 보스라고 하기엔 필드 포탈엔 보스가 안 나온다고!!’
필드 포탈이 안전한 곳으로 불리는 이유는 수준도 수준이지만, 역시 보스급 몬스터가 없다는 데 있었다.
아무리 낮은 등급의 보스라도 특수한 능력을 사용하는 보스급 몬스터가 헌터를 가장 많이 죽이는 존재들이었다.
‘이거 진짜 심각하군.’
그야말로 이상 현상이라고 불릴 만한 상황이었다.
4장. 이상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