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원래 계획은 한우로 외식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띵-!
[오빠, 나 오늘 학교에서 저녁 먹고 공부하다가 늦게 들어갈 거니까. 저녁은 알아서 먹어아, 야근하려나? 오빠 일 열심히 해. 파이팅!]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공부 열심히 하겠다는데 오빠란 사람이 방해하면 안 되지.’
특히 고3인 여동생이기에 요한은 특별히 더 그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
우드득-!
“끄응.”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갑자기 시간이 비네. 뭐하지?’
계획했던 동생과의 시간이 갑자기 깨지자 할 일이 없어졌다.
‘일단, 밀린 집안일부터 하자.’
일반 가정집 기준으로 하면 요한의 집은 집안일이 별로 없는 편이었다.
요한이 게으름피우지 않고 매일매일 쓸고 닦고 등등, 집안일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안일 9단인 요한이 보기엔 지난 이틀간 급하게 움직인 탓에 집안일에 빈틈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래선 안 되지. 시체 제공, 라이즈 스켈레톤!’
구웅-!
가정집에서 스켈레톤 2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굉장히 이질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어이, 너희 둘!”
딱딱-.
“그거 벗고 이 앞치마를 착용한다. 실시.”
딱딱!
마치 실시를 복창하듯이 대답한 스켈레톤은 앞치마를 착용하고 요한이 제공하는 청소 도구까지 손에 쥐었다.
“지금부터 내가 지시한 곳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기본적인 집안일 스킬은 내가 코딩했으니까, 알고 있겠지.”
끄덕-.
“좋아, 집안일 실시!”
신호에 맞춰서 스켈레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소기를 돌리고 대걸레로 바닥을 뽀득뽀득하게 닦았다.
‘같이 하니까, 훨씬 편하네.’
유나가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함께 집안일을 했지만, 동생이 고등 학생이 된 이후엔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했다.
딱히 불편한 건 없었지만, 청소 능력이 코딩된 스켈레톤 2기가 도우니 이보다 편할 수가 없었다.
그날 밀린 집안을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
다음 날 요한은 전날 과식의 부담을 덜어 주는 가벼운 샐러드와 영양 요구르트를 만들어서 아침을 먹이고 학교로 등교시켜 주었다.
‘아, 적당히 돈이 쌓이면 차부터 사야겠다.’
여동생의 등교만큼은 직접 시키고 싶은 게 오빠의 마음이었다.
등교를 끝내고 외출할 준비를 철저히 했다.
‘일단 배낭을 챙기고 혹시 모르니 비상식량과 항생제랑……음.......'
챙길 게 너무 많았다.
보통의 헌터라면 굳이 이렇게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보통 이런 준비는 짐꾼 회사에서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한은 솔로 사냥을 결정하고 나서는 짐꾼 회사도 고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비용이 많이 들어. 나중에 레벨이 더 오르고 더 돈이 되는 포탈을 털면 모를까. 당장은 그냥 내가 직접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다행히도 요한에겐 짐꾼 회사가 없다고 해도 일부 대안이 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좋아, 필요한 것은 다 챙겼으니까. 사냥을 시작해 볼까.’
그가 향한 곳은 헌터 중개소였다.
그런데 어째서 중개소로 향한 것일까?
일부 자세한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중개소가 그저 공격대 인원을 모집하는 곳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그건 조금 잘못된 상식이었다.
물론 헌터 중개소의 주 업무는 그게 맞긴 했다.
하지만 다른 중요한 업무도 하는 게 있었다.
바로…….
‘어디 보자, 내가 갈 만한 적당한 필드가 뭐 있으려나…….'
헌터 중개소 메인 홀 벽면에 걸려 있는 거대한 대한민국 전자 지도.
그곳엔 현재까지 공개된 모든 포탈이 표시되어 있었다.
단순히 위치만 표시된 게 아니었다.
예약된 공격대 숫자와 현재 상태, 그리고 추천 레벨이나 특징 같은.
길드가 아니고서야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정보가 가득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굳이 이곳에서 공격대를 모집하지 않아도 됐지만, 헌터들이 중개소로 몰리는 이유였다.
‘내가 솔로 사냥을 할 만한 곳이 어디 있으려나…….'
대한민국은 엄연히 G3에 해당할 정도로 엄청난 헌터 강국이었다.
5, 100만이었던 인구가 줄어서 4,300만이 된 대한민국이 12억의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 3억의 인구와 세계 최고의 강국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다양한 종류의 포탈이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포탈이 위험한 이유는 언제라도 폭주하면 안에 있던 몬스터가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요한 상황에서 재능 있는 헌터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그야말로 위기가 기회라고, 대한민국은 살기 위해서 정말 죽을힘을 다해서 헌터를 육성했다.
아직 마석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전이었다.
헌터 육성을 위해서 엄청난 세금을 투자해 국민의 비난을 받고, 주변 국가의 조롱을 받았다.
하지만 헌터 협회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포탈이 하나라도 폭주하면 인근 10km 일대가 쑥대밭이 된다.
또 그것을 막기 위해서 헌터를 투입하면 다른 곳의 관리가 허술해졌다.
절대 그렇게 놔둘 수가 없었다.
생존하겠다는 의지는 다른 국가들보다 몇 보나 더 빠르게 선진적인 헌터 시스템을 갖추는 데 혁혁한 공을 이루었다.
또 그 어떤 국가보다 포탈 밀집률이 높은 탓에 그 영향인지 헌터로 각성하는 인구도 많았고 질도 높았다.
각성 대비 학원도 있을 정도로 교육열도 높았다.
이런 이유로 대한민국은 전체적인 국력은 낮아졌어도 헌터들의 활약만으로도 G3의 반열에 당당히 들었다.
그런 한국을 동경한 전 세계 국가들에서 한국의 선진 시스템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유학을 많이 오고 있었다.
‘일단 내가 D급이긴 하지만, 수준이 낮은 필드 포탈부터 돌아야겠지.’
솔로 사냥이었다.
일단 안정적인 성장이 먼저였다.
그러니 던전 포탈보다는 필드 포탈, 그중에서도 수준이 낮은 것을 찾고 있었다.
‘음, 조금 멀지만. 저기로 할까?’
차 타고 약 1시간 30분 정도 가야 하는 화성시에 있는 포탈이었다.
‘HS-00081 필드 포탈이라…. 괜찮겠는데?’
설명에 의한 이곳의 난이도는 별 ★☆, 즉 1개 반이란 뜻이었다.
‘보통 이런 곳은 F급 헌터들이 팀을 이루어서 움직이니까.’
그만큼 어렵지 않다는 뜻이었다.
‘좋아, 여기로 결정했다.’
목적지가 정해지자 바로 움직였다.
곧바로 데스크로 가 이동 서비스를 신청했다.
그러자 안내원이 약간 묘한 표정으로 요한을 바라보았다.
“……혼자 움직이십니까?”
“네, 무슨 문제라도?”
“아, 아닙니다. 일단 헌터 자격증부터 확인하겠습니다.”
“네, 여기요.”
간단하게 신원 확인을 끝낸 요한은 미니버스를 1대 빌려서 화성으로 향했다.
힐끔-.
버스 운전사는 1명의 헌터만 운송하는 희한한 경험에 연신 백미러로 요한을 살폈다.
“흠흠.”
그런 시선이 썩 기분이 좋지 않아 티가 나게 헛기침을 하자, 그제야 움찔한 기사는 다시는 백미러를 보지 않았다.
생각한 것보다 빠른 1시간 10분 만에 화성에 도착했다.
화성시에서 아주 작은 지역인 호곡리 인근의 평야였다.
지도에서도 정확한 주소가 없는 땅이었지만, 이곳에서만 포탈이 무려 6개나 나오면서 그야말로 지역 자체가 부흥하고 있었다.
포탈 자체는 매우 강력한 양날의 검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며 포탈 관리에 점점 노하우가 생기면서 오히려 지역에 포탈이 있냐, 없냐에 따라서 지역 경제가 부흥하냐 마느냐가 결정될 정도였다.
포탈이 있다는 건 헌터가 온다는 뜻이고 헌터는 지금 시대에 가장 큰 돈줄이었으니까.
단, 관광지는 예외였다.
“……흠, 정말 혼자십니까?"
HS-00081 포탈 경계를 담당하는 군인이 아까 그 안내원과 비슷한 눈빛을 보냈다.
‘하아.'
“네, 혼자입니다.”
살짝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흠흠, 알겠습니다. 신원만 확인하고 들어가셔도 됩니다.”
군인은 요한이 불편해하자 곧 태도를 고쳤다.
하지만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쯧쯧, 곧 송장 하나 치우겠네.’
물론 그도 이곳 HS-00081 필드가 그리 대단치 않은 곳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포탈 자체를 헌터 1명이 공략할 수 있는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헌터는 평범한 사람과 비교해서 엄청난 힘을 가진 초능력자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잘하는 만능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래서 클래스와 포지션으로 철저하게 구분하여 공격대를 편성하는 게 아니겠는가?
헌터들의 자율성이라는 명목으로 솔로 사냥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군인이 아는 상식으론 솔로 사냥은 높은 수준의 헌터가 몸 풀기나 유흥 수준으로 하는 게 보통이었다.
'헌터 코드를 보니 이번에 헌터가 된 햇병아리 같은데. 쯧쯧.’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추측이었다.
그러든가 말든가 요한은 묵묵히 절차를 마치고 포탈로 향했다.
이미 그는 기분 좋은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확실히 이번 솔로 사냥은 큰 도박이야. 하지만 성공한다면 대박이기도 하지.’
솔로 사냥은 분명히 한계가 있지만, 대가는 어마어마했다.
특히 요한은 짐꾼 회사도 부르지 않았다.
모든 보상을 혼자 독식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시체는 내가 긴히 써야 하니까. 수습은 어렵고 무게도 나가니까 말이야. 마석만 골라서 챙겨야겠다.’
어차피 가장 값이 나가는 것은 사체가 아니라 마석이었다.
마석은 21세기가 끝나 가는 지금 석유를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에너지이자 원료였다.
거기에다가 포탈만 있다면 무한정 공급받을 수도 있으니 가격도 안정적이었다.
사체 조각은 포기하더라도 빠른 사냥으로 마석만 많이 모을 수가 있다면 돈을 버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잉-!
푸른색 포탈을 지났다.
그러자 HS-00081 포탈의 진짜 모습이 드러났다.
‘이곳은 갯벌 필드라고 했었지?’
정확히는 해변이라고 부르는 게 맞지만, 갯벌이라고 불렸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사냥 시작이다.’
요한은 곧바로 시체 제공 스킬을 사용해 4구의 시체를 불러냈고 라이즈 스켈레톤으로 4기의 스켈레톤을 소환했다.
구궁- 딱딱-!
시체에서 조립되듯이 솟아오른 든든한 스켈레톤 4기.
“얘들아 가자!”
딱딱-!
턱뼈를 움직이며 스켈레톤이 앞장서서 움직였다.
이곳 HS-00081 필드 포탈은 인근 갯벌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환경 자체도 해변이나 갯벌이었다.
등장하는 몬스터 또한 갯벌에서 나는 생명체와 비슷했다.
다만, 더 크고 더 징그립게 생겼다는 게 다르지만 말이다.
“꾸륵꾸륵-!”
가장 먼저 등장한 녀석은 거대 게였다.
‘갯벌 필드에 등장하는 게는 총 3종류였지. 방게, 칠게, 농게였어. 방게랑 칠게는 전문가가 아니면 구분하기 어렵지만, 양쪽 집게가 똑 같은 거 보니 농게는 아니네.’
갯벌에서 나오는 몬스터 중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농게였다.
녀석은 옆으로 움직이는 게 주제에 상당히 빠른 데다가 한쪽의 거대한 집게를 휘두르는 실력이 대단했다.
다만, 옆으로 움직이는 게답게 움직임만 잘 견제하면 어렵지 않게 사냥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솔로 사냥이기에 요한은 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
‘하지만 방게랑 칠게라면 그렇게 어렵지 않지.’
“자, 가라! 스켈레톤들아. 녀석의 다리부터 집중적으로 공격해!”
딱딱-!
요한은 헌터 정보 공유 커뮤니티에서도 운영자 다음가는 등급의 특급 계급이었다.
그의 머릿속엔 정말 방대한 정보가 들어가 있었고 몬스터를 상대하는 방법 또한 그중의 하나였다.
탁탁탁-!
방호복으로 무장한 스켈레톤이 게의 다리에 붙어서 공격을 시작했다.
챙-!
"꾸륵꾸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