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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1화 (11/250)

11화

다음 날 아침, 더는 출근하지 않는 요한은 여유롭게 유나의 등교를 챙겨 주었다.

‘아, 그래. 이제 차를 사야겠네.’

20대 중후반인 요한은 회사원이지만 아직 차가 없었다.

지금까지야 굳이 필요가 없었지만, 이젠 있어도 될 것 같았다.

‘그러면 매일 아침 유나가 20분 정도 더 잘 수 있을 테니까. 그게 좋겠다.’

그저 모든 게 유나 기준으로 생각하는 오빠 되시겠다.

그렇게 머릿속에 해야 할 목록을 정리하고 집안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향한 곳은 헌터 중개소였다.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고 총 30정거장을 지나자 나오는 곳인 헌터 중개소는 서울 한복판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대적이고 거대한 공공 기관이었다.

삐벅-!

[헌터 등록증과 지문을 입력해 주십시오.]

정문에 사람은 없었고 간단한 확인 절차 후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웅성웅성-.

헌터 중개소 로비엔 사람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여기 있는 헌터들은 대부분 막공을 뛰기 위한 낮은 등급의 헌터였다.

애초에 이곳 헌터 중개소 자체가 일정한 공격대가 없는 헌터를 위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길드나 정규 공격대에 속해 있는 헌터는 이곳이 아니라 곧바로 포탈로 향했다.

굳이 중개소에 방문할 이유가 없었다.

‘어디 보자, 이곳에 있어야만 설치가 가능한 헌터 중개소 어플을 깐 다음에…….'

중개소 안에서만 활성화 되는 어플에 접속하자 관련 메뉴가 주르륵 나왔다.

‘어디 보자, 초보자도 가능한 막공 팀을 구해야 하는데…….'

헌터 시험을 수석으로 통과한 그였지만, 결코 오만하거나 자만하지 않았다.

‘수석 합격했다고 해서 D급이 오만할 자격이나 있냐고…….'

그래서 제일 잘하는 방식인 기초부터 차근차근히 전략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헌터 생활은 죽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 그러니 무리하지 말고 필드 막공부터 돌면서 천천히 해 보자.’

애초에 무리한 도전은 그의 성격도 아니었다.

‘어디 보자…….'

푹신한 소파에 몸을 묻고 스마트 폰으로 어플 메뉴를 확인해 보았다.

‘일단 필드 포탈이 좋겠지. 던전 포탈과 비교하면 벌이가 매우 적지만, 일반인과 비교하면 벌이가 많은 편이니까.’

이제 막 헌터를 시작하고 당장 벌이가 필요한 요한에겐 그게 적당했다.

‘아, 이거다.’

적당한 구인란이 눈에 띄었다.

# 레벨 10 이하의 초보 헌터 막공 팀원 구합니다. (강직한)

▶ 목적지: KP-000177 포탈 (가평)

▶ 총원 6명 (현재 4명)

▶ 필요한 클래스: 원거리 딜러, 힐러

‘내가 티쓰 스킬을 사용할 수가 있으니까. 원거리 딜러도 할 수 있겠지?’

물론 네크로맨서라는 소환 계열이지만, 원거리 딜링도 가능하니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어쨌든 요한은 몇 번의 클릭으로 참가 신청을 할 수가 있었다.

몇 가지 질문과 대답이 오가고 B 구역 2번 출구로 오라는 메시지가 왔다.

‘오케이, 됐다.’

푹신한 소파에서 몸을 떼고 곧바로 B 구역으로 향했다.

B 구역 2번 출구 옆에서 3명이 대기하고 있는 게 보였다.

“저, 혹시 이곳이 강직한 씨가 모집한 막공이 맞나요?”

살짝 어색한 물음.

“아, 네. 맞아요.”

더 어색하고 뻘쭘한 대답.

“아, 네……."

요한은 조용히 그들의 곁에 섰다.

딱 봐도 강직한이란 사람은 잠시 어디론가 간 것 같으니 말이다.

잠시 후 이곳으로 밝은 표정의 중년인과 딱 봐도 이제 막 고등학생 티를 벗은 것 같은 여자가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사람이 강직한씨 같은데. 옆에 여성은…… 아, 힐러인가?’

표정이 좋은 것으로 봐선 힐러일 확률이 높아 보였다.

‘아, 그런데 필드 포탈을 뛸 헌터를 뽑는데 힐러라니. 아니, 막공 시장에 제대로 된 힐러는 씨가 말랐을 텐데?’

헌터 덕후인 그가 그런 간단한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헌터 세계에서는 2가지의 가치를 따진다.

개인 능력과 조직의 필요성이 대표적인 2가지였다.

개인의 능력은 당연히 등급을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특성과 몬스터 상성, 클래스 등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개인 능력의 지표는 역시 등급이었다.

그리고 2번째인 조직의 필요성은 포지션을 뜻하는 표현이었다.

탱커, 딜러, 마법사, 힐러, 서포터.

총 다섯 가지의 클래스로 나뉘었다.

물론 여기서도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또 여러 갈래로 나뉘지만, 다섯 가지가 정석적인 분류였다.

여기서 가장 우선순위가 바로 힐러였다.

특히 공격대의 생존성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2개의 클래스가 힐러와 탱커였다.

그중에서도 힐러는 최고급 대우였다.

거기에다가 힐러로 각성하는 숫자까지 적으니 헌터 시험 합격자에 힐러만 나왔다 하면 전 길드에서 등급과 상관없이 데리고 간다.

등급은 낮더라도 특성 때문에 대박이 날 수도 있는 데다가, 낮은 등급의 힐러라도 도움은 되니까.

‘그런 힐러가 이런 저레벨 막공에 합류한다고. 아, 설마. 그래, 서포터겠지.’

보통 막공에선 힐러를 구인하더라도 99% 서포터로 채우는 편이었다.

실질적으로 힐러가 매우 귀했기에 그나마 전투 보조가 가능한 서포터는 숫자가 많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서포터겠지. 하지만…….'

강직한의 표정이 너무 좋은 게 마음에 걸렸다.

“하하하,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죠.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방금 막 저희 막공에 합류하신 이아라씨에요. 클래스는 바로 힐러랍니다!!”

“히, 힐러요?!"

“정말 힐러세요. 이아라 씨?”

“아, 네, 네. 힐러 클래스인 이아라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와아.”

짝짝짝-.

그들은 이아라 헌터를 박수로 맞이했다.

“부, 부끄럽네요.”

그럴수록 이아라 헌터의 얼굴은 붉어졌다.

요한도 얼떨결에 함께 손뼉을 쳤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아한 표정이었다.

‘진짜 힐러였네. 그런데 힐러가 왜 이런 하급 막공에 참여하는 거지. 정말 처음이라서 그런 건가. 아니, 오히려 처음이면 길드 소속으로 안전한 성장 팀으로 가는 게 나을 텐데?’

길드마다 전략적으로 키우는 헌터를 위한 성장 팀이 존재했다.

당연히 대부분 그 대상은 힐러와 탱커였다.

딜러는 워낙 많으니 상관없었지만, 탱커와 힐러는 정말 중요한 인력이니까.

‘이상해, 정말로 이상해…….'

하지만 그런 의심은 오래할 수가 없었다.

“어, 아. 혹시 김요한 씨?”

강직한이 요한을 보았다.

“아, 네. 제가 김요한입니다. 원거리 딜러입니다.”

“요한 씨도 반갑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6명이 다 모였으니 곧바로 출발할까요?”

“네, 그러죠.”

그들의 목적지는 가평에 있는 평범한 필드 포탈이었다.

어느 포탈이든 죽을 위험은 있지만, 그 정도는 포탈마다 조금씩 달랐다.

특히 그들이 향하려는 포탈은 레벨 10 이하의 초보 헌터들이 가기 딱 좋은 필드 포탈이었다.

“제가 예약은 다 해 놓았으니 바로 가시죠. 혹시 이곳에서 다른 볼 일 있으신 분 없으시죠?”

“네!”

“네, 좋습니다. 바로 가시죠.”

강직한 막공 대장은 미리 헌터 협회에 이동 서비스와 짐꾼 팀을 요청해 두었다.

이것은 헌터 협회에서 길드가 없거나 제대로 된 인프라가 없는 작은 길드나 정공 팀을 위해서 구축한 시스템 중의 하나였다.

적당한 금액만 지불하면 이동 서비스는 물론이고 짐꾼 회사와 계약도 시켜 주었다.

보통은 따로 직접 계약해야 하는 짐꾼 팀 같은 경우엔 협회에서 해 주니 인기가 매우 높은 서비스였다.

짐꾼은 헌터가 사냥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그들은 대부분 F급 헌터와 일반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의 역할은 헌터들이 사냥에만 집중하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일로는 사냥하고 나오는 몬스터 사체를 분해하고 판매를 대리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일반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헌터 협회 산하 조직이 아니라, 일반 회사 형태의 조직이었다.

가평 필드 포탈 앞에서 그런 짐꾼 팀들이 강직한의 막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헌터님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아하하, 네. 짐꾼분들도 잘 부탁드려요.”

“넵, 맡겨만 주십시오!”

그렇게 짐꾼들과 인사한 그들은 입구를 지키는 군인에게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서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후우, 이제 진짜 실전이네. 긴장되어라.’

이곳은 필드 포탈로 D급인 요한이 오기엔 약한 곳임은 분명했다.

막공 팀 전부가 E급이고 요한만 유일한 D급…….

‘아니지, 이아라 씨의 등급은 못 들었으니까 말이야.’

그러니 점점 더 수상하게 느껴지는 이아라 헌터였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요한이 나설 명분은 없었다.

그러니 조용히 입 다물고 팀을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

지잉-!

살짝 멀미가 나는 포탈을 지나자 그들이 지금부터 사냥해야 하는 필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이곳 가평 필드는 바위산 지대로, 등장하는 몬스터는 큰뿔 산양.’

“메에에에에!”

“크, 큰뿔 산양이에요!”

“와씨, 입구부터 등장이라니. 웬일이래?”

“자자, 전투 준비는 이미 다 끝냈으니 모두 적정 포지션으로 가 주세요. 짐꾼분들은 조금 물러나 주시고요.”

“네, 대장님!”

몬스터가 예상외의 지점에서 등장했음에도 강직한 대장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분하고 능숙하게 헌터들에게 지시와 명령을 내렸다.

“탱커 한 분만 큰뿔 산양의 시선을 끌어 주세요.”

“네, 나와 눈을 맞춰라. 워 크라이!!”

크롸아아앙-!

커다란 방패가 전부인 30대의 남자가 우렁찬 소리를 내었다.

“메에에에!”

그러자 큰뿔 산양의 붉은 눈이 탱커인 남자에게 향했다.

움찔-.

“빠, 빨리해 주세요. 제가 방어구가 없어서 조, 조금 불안하거든요?”

레벨 10 이하의 초보 헌터에 E급에 불과한 그가 멀쩡한 헌터 장비를 갖추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나마 그동안 열심히 한 덕분에 기본 방패에선 벗어나 제작 방패를 끼고 있는 게 전부였다.

“네, 네. 1분이면 됩니다. 딜러 세 분, 어서 큰뿔 산양을 공격해 주세요!”

“아, 네!”

파바박-!

두 명의 근접 딜러가 탱커의 뒤에 섰다.

쾅-!

“크흡!”

큰뿔 산양이 탱커의 방패를 향해서 박치기하자 그 틈을 노리고 각자의 무기를 찔러 넣었다.

푹푹-!

“메에에에!!”

몸에 칼과 창이 박히자 큰뿔 산양은 더욱 화를 내기 시작했다.

요한은 곧바로 공격하지 않았다.

눈을 부릅뜨고 큰뿔 산양을 쳐다보았다.

‘뭐 하는 거야?’

모든 것을 지켜보던 강직한은 요한이 눈만 부릅뜨고 있자 속으로 짜증을 냈다.

그가 보기엔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가만히 서 있는 것에 불과했으니까.

‘됐다!’

하지만 요한은 큰뿔 산양 옆의 회색빛의 아이콘만 기다리고 있었다.

‘약화!!’

지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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