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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10화 (10/250)

10화

깔끔하게 거절한 요한이 향한 곳은 꼭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는 회사였다.

지금까지는 혹시라도 헌터 시험에 불합격할 것을 대비해 사직서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합격을 넘어서 얼떨결에 수석까지 해 버렸다.

거기에다가 D급 헌터 주제에 러셀 가문의 관심까지 받고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하고 힘차게 회사 1층의 회전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 김 대리님?”

마침 1층 창구에 부서 후배가 업무를 보고 있어서 아는 척을 했다.

“오, 정 사원. 좋은 아침?”

“아니, 곧 점심시간…… 아니, 그리고 애초에 오늘 휴가 시잖아요?”

교육 날짜는 보통 주말이었지만, 최종 발표는 굳이 교육관에서 받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헌터 시험 결과 발표처럼 중요한 일을 메일로 받고 싶지가 않았다.

그 귀한 휴가까지 내고 굳이 등록소에서 결과를 본 것이다.

그리고 대망의 수석 합격 통지를 받았다.

더는 꼭 해야 할 일을 미룰 이유가 없어졌다.

“아 참, 정 사원. 부장님 자리에 계셔?”

“아, 네. 그런데 지금 기분이 별로 안 좋으세요.”

"왜?"

‘뭐, 이유는 많아 봤자 3개 중의 하나겠지.’

그가 모시는 부장, 일명 꼴뚜기로 불리는 남자는 전형적인 직장 꼰대 상사였다.

거기에다가 소인배에 무능하기까지, 곧 은퇴할 나이인데 서버 관리부 부장이나 하고 있었다.

보통 서버 관리부는 좌천이라고 할 정도로 부장이 할 일은 별로 없었다.

밑의 프로그래머 기술자들이나 할 일이 많을 뿐이니까.

꼴뚜기 부장은 그 스트레스를 부하 직원들에게 푸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3년 차인 요한과 특히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한은 그중에서 가장 만만했다.

실력은 가장 좋았지만, 집안도 안 좋고 흙수저에 라인도 없으니 뒤탈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곳 H사는 대기업 라인이어서 신입 사원 대부분이 명문대 출신에 방귀깨나 뀌는 집안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전문대 졸 인 요한이 만만해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 하지만, 난 괜찮아.”

씩-

요한은 정 사원에게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막 잘생긴 미남은 아니었지만, 웃는 모습은 참 매력적이란 칭찬을 많이 들었다.

평소라면 부장이 뿔이 나 있을 때는 절대로 부장 10m 이내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요한은 당당 그 자체였다.

아니, 오히려 부장을 더 보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다.

그런 요한의 모습을 본 정 사원은 고개를 갸웃했다.

‘김 대리님이 오늘 유달리 기분이 좋으시네.’

요한은 꼴뚜기 부장을 제외하곤 직원들과 두루두루 잘 지냈다.

그는 어지간하면 적을 만들지 않는 성격이었기 때문.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수고해 정 사원.”

“아, 네. 대리님은 바로 올라가시게요?”

“아, 응. 부장님께 할 말이 있기도 하고 말이야.”

“아, 네. 그러면 수고하세요.”

“수고~.”

‘정말 이상하네. 평소라면 부장님이 기분이 안 좋다는 소리만 들렸다 하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도망칠 궁리를 하시는 분인데…….'

S대 컴공과 출신인 그녀는 요한을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부류에 속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웃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간적으로 참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은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보통 저런 성격의 사람들이 해탈했거나 자살 직전에나 보이는 모습인데…….'

그러니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걱정은 그저 기우일 뿐이었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요한은 당당한 워킹으로 곧바로 익숙한 길을 따라서 부장실로 향했다.

똑똑-

“들어와.”

문이 열리고 그곳엔 인상을 팍 쓰고 있는 꼴뚜기 부장이 있었다.

똥배가 인상적인 비만의 몸, 옆 머리밖에 남지 않아서 휑한 머리, 심술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볼살과 눈까지.

그야말로 꼴뚜기상의 표본과도 같은 남자였다.

보통 조금 좋지 않은 인상이라도 웃는 낯이면 사람 인상이 좋아 보이던데 꼴뚜기 부장은 그런 것도 아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부장님!”

요한은 특유의 해맑은 인사로 부장실을 밝혔다.

“뭐?”

가끔 요한이 정말 기분 좋을 때 (유나의 모의고사 만점 같은) 나오는 이 특유의 인사는 사내에서도 특별하기로 소문나 있었다.

다만, 절대로 이 인사를 부장에게 한 적은 없었다.

꼴뚜기 부장 얼굴만 봐도 기분이 급격히 다운되기 때문이다.

이건 일종의 시비였다.

특히 기분이 안 좋은 부장의 귀에다가 해맑은 인사라니?

“좋은 아침, 아니 지금 점심시간이었구나. 좋은 점심입니다! 부장님. 어, 그런데 기분이 무척이나 안 좋아 보이시네요. 오늘 무슨 일 있으세요?”

꿈틀-.

꼴뚜기 부장의 미간이 요동쳤다.

그가 정말 화가 났다는 표시였다.

하지만 그는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스윽-.

그가 화내기 전에 요한이 그의 앞으로 하얀 봉투 1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이건?”

“사표입니다.”

“뭐, 뭐?”

꼴뚜기 부장은 당혹스러웠다.

분명히 그가 알고 있는 요한이란 남자는 함부로 사표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고3 수험생 여동생을 홀로 먹여 살리고 있어서 집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력이 가장 좋은 프로그래머임에도 합당한 대우보다는 갈구었으니까.

“지금 나하고 뭐 하자는 거야. 최근 그 기획서 때문에 나한테 시위하는 거야. 어?!”

“아아, 그 기획서요. 풉, 부장님이 알아서 하십시오. 저는 이제 관심도 없으니까요.”

"뭐?”

“그 기획서 어차피 겉만 번지르르하지 대충 작성한 건데. 부장님이 다~ 알아서 하시라고요.”

“뭐, 뭐?”

“아 참, 그 소식 들으셨어요?”

툭-.

요한은 꼴뚜기 부장의 책상에 손을 얹고 눈은 웃지만, 입은 전혀 웃고 있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

부들부들-.

평소에 밥으로 여겼던 부하 직원이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자 꼴뚜기 부장은 볼살을 부들부들 떨면서 분노했다.

“이곳 H사의 김요한 대리라는 남자가 이번에 헌터 시험을 통과하여 헌터가 되었다는 소식이요.”

“……뭐?”

꼴뚜기 부장은 지금 요한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지금 뭐라고?”

스윽-

요한이 품에서 헌터 자격증 카드를 꺼내서 그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제가 헌터가 됐다고요. 꼴뚜기 부장님. 그래서 ‘퇴사’하겠다고요. 현행법 아시죠. 그 어떤 이유라도 헌터 합격한 사람은 그날 퇴사할 수 있는 법?”

“그, 그래. 아, 알고 있지.”

“있지?”

순간적으로 날카로운 요한의 시선이 꼴뚜기 부장의 눈과 마주쳤다.

절대 일반적인 눈빛이 아니었다.

각성자의 마나가 담긴 눈빛은 기가 약한 일반인이 절대 버틸 수가 없었다.

“히익. 아, 알고 있습니다. 예, 알고 있고말고요!”

꼴뚜기 부장은 결코 된 사람도 아니고, 강자에겐 한없이 약한 소인배일 뿐이었다.

아무리 헌터라고 해도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렇게까지 비굴하게 굴지는 않았을 것이다.

순식간에 상황 파악이 되자 그는 금방 비굴 모드가 되었다.

“잘하자고요. 네?”

“그, 그럼. 자, 잘해야지요. 그, 그럼요. 암, 그렇고말고요.”

“그럼, 퇴사 문제는 걱정 없는 거죠?”

“그, 그럼요. 암, 그렇고말고요. 제, 제가 퇴직금 문제까지 싹 해결하겠습니다.”

씨익-.

“좋네요. 이것이 유능한 상사를 두는 맛 아니겠습니까?”

“하, 하하. 그, 그렇지요.”

“그러면 저는 꼴뚜기 부장님만 믿고 가 보겠습니다. 음…… 만약에 제가 여기를 한 번 더 온다면 아마도 우리 꼴뚜기 부장님 때문에 오는 게 아닐까요?”

“그, 그럴 일 저, 절대 없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참, 이것도 반납해야죠.”

스윽- 탁.

요한은 주머니에서 사원증을 꺼내 꼴뚜기 부장 책상에 올려놓았다.

이 행동은 정말로 퇴사하겠다는 증거나 마찬가지였다.

‘난 더는 이곳과 엮이고 싶지 않아.’

요한은 유능했고, 회사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실제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임원들도 그의 실력을 칭찬했다.

하지만 인간적인 정은 단 0.0001%도 없었다.

그가 최선을 다해서 회사에 충성하고 성과를 내도 실질적인 이득은 전혀 없었다.

학벌 좋고 능력 좋은 동기들은 사소한 성과에도 높은 인사 점수를 받고 진급했다.

하지만 전문대 졸에 인맥도, 라인도 없는 그는 회사의 이익을 아무리 높여도 칭찬 외엔 보상이 아무것도 없었다.

또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원들은 많았지만, 딱히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려울 때 도와 준 사람 역시 한 명도 없었다.

인간적으로 회사에 정이 있을 리가 없었다.

만약에 회사에 정이 남아 있었다면, 이렇게 갑자기 퇴사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조직이나 타인에게 피해를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싫어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회사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끄아아아!”

모든 것을 털어 버린 요한은 시원스럽게 기지개를 켰다.

“오늘은 유나와 외식이나 해 볼까?”

메뉴는 초밥으로 할 생각이었다.

예쁜 동생 유나는 초밥을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지금까진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나 초밥 뷔페를 가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오늘은 고급 일식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평소라면 절대 유나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는 요한이었지만, 그날만 특별히 유나의 공부를 방해했다.

“유나야, 오빠랑 외식하러 가자!”

“뭐야, 당신 누구야.”

냉정할 정도로 차가운 눈빛이 요한에 쏘아졌다.

“뭐, 너 그게 오빠한테 무슨 말 버릇이야?”

동생의 차가운 눈빛에 살짝 당황했다.

“아니, 당신은 우리 오빠일 리가 없어. 짠돌이 대마왕인 오빠가 외식한 지 3개월도 안 돼서 또 외식이라니. 말도 안 돼.”

하지만 곧 이 모든 게 장난이었다는 게 밝혀지자 긴장이 풀리는 동시에 괘씸함이 몰려왔다.

“뭐야, 너 죽을래!?”

꽈악-!

아주 오랜만에 어렸을 때처럼 그녀의 머리에 헤드락을 걸었다.

“깍, 오빠 기브업, 기브업!”

깜짝 놀란 마음에 꽤 아프게 헤드락을 걸었기에 유나는 진짜 아파하며 얼른 항복했다.

금방 풀어주긴 했지만, 서로 노려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렇게 가벼운 남매간의 우정을 확인했다.

“그런데, 진짜로 무슨 일이래? 오빠?”

“이번에 이 오빠가 제대로 승진을 했어.”

“승진?”

“응, 얼마 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대박이 터져서 특별 진급을 했어. 그래서 연봉도 정말 많이 올랐어.”

진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섞인 표현이었다.

딱히 이상한 부분도 없었기에 유나는 진심으로 기뻐해 주었다.

그렇게 둘은 초밥 무한리필집이 아닌, 태어나 처음으로 고급 일식 집에서 호화롭게 즐겼다.

초밥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둘이기에 식사 시간 내내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유나야 조금만 더 참아줘. 이 오빠가 헌터로 성공해서 이런 초밥 따위는 매일 질리도록 먹게 해 줄 테니까 말이야.’

외식이 끝나고 유나는 공부할 게 남았다며 집으로 먼저 들어갔다.

요한은 소화나 시킬 겸에서 오랜만에 번화가를 정처없이 걷기 시작했다.

둥둥둥둥-! 둠짓둠칫-!

저녁 시간이 지난 지 얼마 안 됐음에도 번화가는 이미 광란의 파티가 한창이었다.

젊은 열기로 가득한 이곳엔 술과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요한도 28살의 젊은 청년이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 쳤던 그에겐 주변 모든 게 낯설기만 했다.

‘세상이 변하고 몬스터가 인류를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한국 사람들 의 음주•가무 사랑은 변하지 않네.’

3장. 첫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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