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8화 (8/250)

8화

첫 실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자, 그러면 이제 좀비를 일으킬 차례지?’

네크로맨서는 첫 사냥이 어려워서 그렇지, 시체가 제공되기 시작하면 본 전투 능력을 발휘할 수가 있었다.

스켈레톤을 일으키듯이 시체를 빤히 보고 신호가 오자 스킬을 발동했다.

“라이즈 좀비.”

구그극-!

“찌에에에……."

죽은 모습 그대로 끔찍한 상태로 되살아난 마그넷 1호였다.

‘흐흐, 이게 바로 좀비지. 이게 바로 네크로맨서지!’

멍하니 자신만을 바라보는 마그넷 1호 좀비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뭐 해요. 안 가요?”

자신감으로 목이 빳빳해진 요한은 멍하니 서 있는 엘레노아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지금 가요.”

스걱-!

나름대로 치열하게 싸운 요한과 달리 보지도 않고 검을 휘둘러 마그넷 1호를 베었다.

굉장히 멋있어 보이는 동작이었지만, 그저 당연한 압도적인 힘 차이 때문에 나오는 평범한 장면일 뿐이었다.

S급 각성자에 31레벨의 (준)헌터가 연습용 몬스터인 마그넷 1호를 이러지 못하면 그냥 헌터를 접는 게 나았다.

그들이 착용한 교육용 시계 화면 한쪽에 있던 0이란 숫자가 1로 상승했다.

찍찍-!

그들의 앞에 이번엔 마그넷 1호 3마리, 2호 1마리가 나타났다.

파지직-!

특히 마그넷 2호는 맷집은 약하지만, 쇼크 공격이 상당히 날카로운 몬스터였다.

뭐, 그래 봤자 죽지는 않지만, 고통은 끔찍했다.

“이번에도 반으로 나누어서 2마리씩 맡도록 해요.”

“흐흐, 내가 바라던 바라고요.”

이미 자신감이 뿜뿜 솟아오른 요한에게 뵈는 건 없었다.

당당하게 2마리를 맡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감도 충만했다.

찍찍-!

요한이 얼떨결에 맡은 녀석들은 마그넷 1, 2호로 구성된 녀석들이었다.

녀석들은 요한을 잔뜩 경계했다.

아니, 정확히는 2기의 스켈레톤과 마그넷 1호 좀비를 경계하는 것이었다.

‘이제 숫자는 이쪽이 1기가 많아.’

다만, 마그넷 1호 좀비는 되살아 난 시체였지만, 마그넷 1호의 능력인 쇼크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

단순한 좀비에 불과하기에 신체 능력의 70%만 사용하는 게 가능할 뿐이었다.

‘네크로맨시 스킬이 2레벨이었으면 스켈레톤 2구를 더 소환했겠지.’

라이즈 좀비 스킬은 일으키는 시체에 따라서 능력의 편차가 상당히 큰 스킬이었다.

‘뭐, 어차피 이번 사냥은 실전 훈련이니까. 제대로 활용이나 해 봐야지.’

죽을 위험이 없으니까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즐거웠다.

“맨 앞에 스켈레톤이 서고 그 틈을 좀비 네가 물고 늘어져!”

딱딱-.

스켈레톤은 턱뼈를 이용해 대답 했다.

그에 반해 기본적인 지능마저 상실한 마그넷 1호 좀비는 그저 시킨 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아 참, 나한테 이것도 있었지?’

잠시 잊고 있었던 스킬이 떠올랐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마그넷 1호를 보자 녀석의 옆으로 검은색 바탕에 보라색으로 X자가 그려져 있는 이모티콘이 떠올랐다.

‘됐다. 약화!’

“찌, 찌찍?!”

마그넷 1호는 갑자기 몸에서 힘이 빠지자 당황했다.

물에 먹은 솜 같은 느낌이었다.

척척-.

진압 방패를 앞으로 들이밀며 진격해 오는 스켈레톤의 모습은 시위 진압하는 전경의 위용과도 같았다.

파지지직-!

두 마리의 마그넷 1, 2호는 동시에 쇼크를 사용했다.

하지만 고통 면역인 스켈레톤에겐 아무런 위협이 아니었다.

‘쓸어버리자고 전부다!!’

요한의 얼굴에 사악한 웃음이 지어졌다.

***

그 이후로 요한은 정말 엘레노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연습 필드 학살 모드를 발동했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선 실전 테스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저 이 즐거운 사냥을 더 즐기고 싶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학살 덕분에 스켈레톤과 좀비를 2기씩 더 불러낼 수가 있었다.

스킬 레벨이 1 증가했단 소리였다.

‘오늘 밤 각성몽에서 확인해 봐야겠네.’

치익-!

[교육 종료, 교육 종료. 전 교육생은 입구로 모이도록. 입구는 지금 보이는 불빛을 따라오면 된다. 이상.]

“아, 스읍. 벌써 끝났어. 아쉽네.”

요한은 이 즐거운 사냥을 더 할 수가 없다는 것에 진심으로 아쉬워 했다.

막 재밌어지려던 차였는데 말이다.

“엘레노아 씨. 재밌었죠?”

“아, 네. 저도 재미있었어요.”

뭔가 대충 대답한 것 같았지만, 실제로도 그녀는 꽤 재미있었다.

요한과 이유는 매우 달랐지만 말이다.

‘흥미로워. 아직 정식 헌터가 되지도 않은 부두 술사가 어떻게 싸울 수가 있을까?’

그녀는 S급 각성자에 (준)헌터였지만, 사냥을 그렇게 즐기는 성격은 아니었다.

딱 필요한 만큼만 사냥하는 게 그녀의 사냥 패턴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그녀의 성격과 180도 다른 재미와 즐거움으로 가득한 말 그대로 학살을 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생각과 달리 그녀의 마음속 체크리스트 맨 윗줄에 김요한이란 남자가 적혔다.

‘이 사람은 꼭 내가 만들 길드에 데리고 와야 해.’

평범한 부두 술사였어도 고민을 했을 터였다.

하지만 상대는 평범한 부두 술사가 아니었다.

‘아마도 엄청난 특성이 있는 거겠지.’

그렇지 않고서는 그가 보여 준 모든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같은 등급의 헌터, 낮은 등급의 헌터라도 특성에 따라서 180도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특성으로 인해서 전혀 예상 못 한 결과를 내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런 장면을 목격하다 보면 아무리 정점에 있는 러셀 가문이라도 누군가에게 함부로 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엘레노아와 요한의 동상 이몽 상황에서 빛을 따라 포탈을 벗어났다.

“안타깝지만, 이곳에서 교육생의 절반이 떨어졌군. 다들 수고가 많았고 다음에 다시 도전하든 일반인으로 사는 삶을 살든 꽃길만 있길 바란다.”

이무기 이재성은 탈락한 교육생들에게까지 독설을 날리진 않았다.

“……감사합니다.”

쇼크에 당해서 기절했던 탈락한 교육생들은 어깨를 축 내리고 터덜터덜 포탈을 벗어났다.

그들은 이제 재시험을 준비하든, 일반인의 삶을 살든 결정할 것이었다.

“나머지 교육생들은 정말 수고가 많았다. 뜸 들일 거 없이 바로 순위를 발표하겠다. 1위는 엘레노아&김요한 팀이다.”

“크으, 역시.”

“역시 엘레노아가 있으니까.”

“젠장, 꼭 이기고 싶었는데.”

1위가 밝혀져도 딱히 큰 반응은 없었다.

다들 당연하다는 분위기였다.

웅성웅성-.

그와 동시에 요한을 따갑게 째려 보는 눈빛도 많았다.

버스충을 시기 질투하는 분노의 눈빛이었다.

‘나도 엘레노아 씨와 했으면 당당하게 1등이었을 텐데!!’

‘젠장, 하찮은 D급 주제에!!’

특히 엘레노아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아는 엘리트 각성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등급이 A~B라서 S급인 그녀와 엮일 수가 없었다.

가장 강한 S급인 그녀와 같은 D급 중에서도 약체인 소환 계열인 요한이 엮이는 건 당연했다.

애초에 E~F급 능력자들은 별도의 테스트 및 교육이 준비되어 있어서 이곳에 없었다.

‘그 녀석, 탈락했나 보네.’

요한은 그러든가 말든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자신과 유일하게 친했던 유재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쩝, 또 혼자야?’

겨우 탈출했다고 생각한 혼밥을 또 해야 한다니 앞이 깜깜했다.

집에서 혼밥을 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급식소나 구내식당에서 혼밥을 하는 건 영 별로였다.

‘쳇, 다른 D급 각성자를 찾아봐야 하나.’

요한에겐 순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단순히 성적 발표가 아니라 세부 성적도 함께 발표되었다.

[1위 팀 성적]

엘레노아 러셀 : 228점.

“크으, 역시 엘레노아군. 무려 228점이라니. 보통 이 시험은 60~80점만 돼도 괜찮은 성적인데. 큭큭, 그러면 저 D급 성적은 뻔하겠군. 엘레노아가 다 잡아서 단 1점도……."

그의 말은 다 이어지지 못했다.

그의 눈에 요한의 성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김요한: 318점.

“3, 318점!?!”

“아, 아니!! 어떻게? 쟤 D급이잖아?!”

웅성웅성-.

1위 발표가 났을 때보다 웅성거림이 훨씬 컸다.

압도적인 1위로 예상했던 엘레노아의 성적을 훨씬 상회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같은 S급도 아니고 상위 등급 중에서도 가장 하위로 취급받는 D급 각성자가 말이다!

“이, 이게 정말 가능해?”

“조작 아니야?!”

“마, 맞아. 혹시 저 녀석, 막 협회 고위 간부 자식 아니야?!”

오죽하면 그런 결론이 나오기도 했다.

“모두 조용!!”

쿠르르릉-!!

이무기 이재성이 목소리에 마나를 담아서 소리쳤다.

강렬한 카리스마에 교육생들은 입을 닫아야 했다.

“이번 결과…… 본 교관도 상당히 놀랐지만, 시험 과정에선 일체의 조작은 없었다. 그리고 김요한 교육생은 흙수저면 흙수저지, 이곳에 있는 몇몇 교육생들처럼 금수저는 아니니 의심은 버리도록.”

“끄응.”

‘아, 아니. 왜 내 신상을 마음대로 까발리는데!!’

요한은 이런 외침이 목젖까지 차 올랐지만, 차마 성질 더럽기로 유명한 이무기에게 반항할 배짱은 없었다.

그의 기행은 헌터 덕후인 요한이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뚜껑이 열리면 일반인이고 헌터고 눈에 뵈는 게 없는 게 이무기의 성격이니까.’

그나마 지금은 교관이라서 기본적인 예의를 차리고 있었지만, 정말 삔또가 나가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제기랄, 흙수저라니.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아, 그러면 혹시 능력 상성이 좋은 게 아닐까. 예를 들어서 전기 공격에 저항력이 있는 소환수를 소환하는 거같이 말이야.”

“아아, 그럴 수도 있겠군!”

틀린 결론은 아니었다.

그렇게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소란이 정리되고 2위부터 발표되었지만, 어떤 성적도 주목받지 못했다.

1위가 준 임팩트가 그만큼 강렬 했기 때문이다.

***

다음 날 교육관의 인원이 절반 가까이 줄어 있었다.

E~F급의 하급 각성자들은 적게 줄었지만, D~S급의 상급 각성자들 반이 줄었기 때문이었다.

오전의 이론 교육이 끝나고 점심 시간이 되었다.

이곳 헌터 등록소 교육관 식당은 당연히 무료였다.

달그락달그락-.

하지만 무료인 곳 치곤 그 질이 프리미엄 뷔페를 뛰어넘었다.

특급 셰프가 일일이 직접 만든 고급 요리들의 향연이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교육생들은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3개월 가까이 시간이 지나다 보니 식단 자체엔 적응했다.

하지만 다들 교육이 끝나면 이런 고급 식단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무덤덤했던 사람이 몇 명 있었다.

엘레노아와 금수저 집안의 각성자들은 당연했다.

의외인 점은 요한도 무덤덤했던 사람 중의 한 명이라는 것.

‘음, 괜찮은 요리사가 만들었네. 나쁘진 않아. 비싼 재료를 썼음에도 대량으로 만들다 보니 자잘한 실수가 보이긴 하지만, 그 부분은 이해해야지.’

오히려 단점을 찾아내기도 했다.

‘음, 오늘은 갈릭 허브 브리티시 안심 스테이크가 좋겠네.’

먹을 만큼 적당히 챙긴 요한은 한쪽 구석에 앉아서 식전 기도를 했다.

“자, 먹어 볼…… 허억!”

기도가 끝나고 눈을 뜬 요한은 깜짝 놀랐다.

“에, 엘레노아 씨?!”

“왜 그렇게 놀라는 거죠?”

“아, 아니…… 그, 그게……."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의 말문이 턱, 하고 막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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