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6화 (6/250)

6화

요한의 뇌리에 지난 2개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젠장!”

벌써 10번이 넘는 늑대와의 시뮬레이션이 끝났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 그 자체였다.

“아니, 어떻게 한 번을 제대로 잡지를 못하니……?!”

어려운 걸 시킨 것도 아니었다.

무기도 없으니 고기 방패라도 해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멍청한 스켈레톤은 그 간단한 명령조차 이행하지 못했다.

그 10번 중에서 3번이나 죽는 바람에 각성몽에서 강제로 깨어났다.

튜토리얼에서 사망해 각성몽에서 깨어나면 일정 시간이 지날 때까지 접속할 수가 없는 페널티가 있었다.

하루하루가 아까운 상황에서 3번의 페널티는 아주 컸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3번이나 페널티를 받으며 훈련했음에도 변화가 전혀 없다는 게 문제였다.

“끄아아아, 미치겠네!”

너무나도 답답한 상황인지라 평소에 잘 하지 않던 혼잣말까지 했다.

털썩-!

답답한 마음에 아무것도 없는 새 하얀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팔짱을 끼고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해 보았다.

‘도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당장 떠오르는 묘안은 없었다.

그렇게 팔짱을 낀 채로 다리를 들썩이던 그는 스켈레톤을 노려보는 중에 뭔가 이질적인 것을 발견했다.

‘이건 뭐지?’

고개를 돌려 보았다.

‘안 보여.’

다시 스켈레톤을 빤히 바라보니 약 15초 후에 다시 나타난 아이콘.

물음표 모양의 아주 작은 아이콘이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고 밝은 노란색이라 하얀색 천지인 이곳에서 눈에 띄지 않았다.

‘이거 어떻게 확인하는 거지. 확인.’

촤자자작-!

속으로 ‘확인’이라고 외치자 갑자기 그의 눈앞에 글자가 마구 적혀 있는 화면이 떠올랐다.

“헉!”

깜짝 놀란 요한은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그러자 화면이 사라졌다.

휙-!

얼른 다시 몸을 일으켜 앉고는 재빨리 물음표를 확인해 보았다.

촤자자작-!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었어. 그런데 이게 뭐지?’

복잡한 문자가 쭉 나열된 화면은 어쩐지 굉장히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이거 아무리 봐도 코딩 화면인데?’

프로그래머인 그가 모를 리가 없는 화면이었다.

“어, 어……?”

처음엔 뭐가 뭔지 아무것도 알수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더니 점점 화면 내의 문자가 읽히기 시작했다.

‘내가 이걸 어떻게 읽을 수가 있는 거지?’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여전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읽을 수 있는 문자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거 설마, 특성 때문이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그가 지금까지 다양한 루트로 정보를 얻었지만, 이런 얘기는 듣도 보도 못했다.

‘소환수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니!’

시간이 지날수록 보이는 문자가 많아지자 그의 눈에 전체적인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이거 문자가 다를 뿐이지. 프로그램 패턴 그 자체잖아!’

벌떡-!

두근거리는 심장에 더는 앉아 있을 수가 없는 요한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문제는 그의 손이 갈 곳을 잃어버렸다.

‘이,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키보드는 안 보이는데. 터치스크린 같은 건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부드럽게 눌러 보았다.

지잉-.

‘오, 뭔가 감각이 왔다.’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마나가 감응하는 느낌이었다.

‘잠깐만, 그렇다는 것은?!’

뭔가 느낌이 온 그는 양 손바닥에 마나를 주입해 화면에 가져다 대 보았다.

그러자 그의 의도대로 글자들이 움직이거나 변하기 시작했다.

‘이거야!!'

뭔가 이제 실마리가 좀 보이는 것 같았다.

요한은 정신을 다잡고 눈을 반짝이며 전체적인 그림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그의 표정은 무차별적으로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이거 완전히 깡통이잖아!!’

아직 모든 문자를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서 100%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보이기 시작한 문자로도 충분히 알 수가 있었다.

‘엉망진창, 뒤죽박죽.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허수아비군. 이러니 늑대를 잡으란 명령도 제대로 수행 할 수가 없지. 쯧쯧.’

만약에 다른 네크로맨서도 이런 식이면 성장 자체가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생기는 법.

‘어, 잠깐만.’

지잉-.

그의 손바닥이 부드럽게 화면을 쓸었다.

‘이거 수정이 되잖아!!’

단순히 화면을 만지고 글자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었다.

바로 이 엉망진창의 프로그램 자체를 만질 수가 있었다.

‘제대로 수정이 된다면 더는 멍청한 스켈레톤은 안녕이란 말이지!’

그야말로 대박 중의 대박이었다.

‘소환 계열 능력자가 가장 무서울 때가 바로 소환수가 강할 때니까!’

전체적으로 볼 때 소환 계열 각성자는 모든 클래스 중에서도 바닥은 확실했다.

그 이유가 성능이 매우 애매했기 때문이다.

소환수가 헌터를 압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환자가 압도적으로 강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소환사와 소환수의 협동으로 이 약점을 극복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각개 격파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런 소환 계열 헌터 중에서 최고가 없는 것도 아니야!’

전 세계적으로도 S급 소환 계열 헌터가 10명 정도가 있었다.

보통 서열이라면 그들이 S급 중에서 가장 약해야 하나 절대 그런 평가를 듣지 않았다.

물론 국가 재난급의 능력자인 그들이 직접 맞부딪히는 예는 없었다.

하지만 일명 전문가들이나 언론사에서 평가할 때 그들은 결코 하위에 랭크되지 않는다.

그만큼 고위 등급의 헌터는 클래스의 속성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 S급 소환 헌터의 특징이 바로 소환수가 어지간한 동급 헌터 만큼 강하다는 거지!’

물론 헌터 본인도 특별하지는 않지만, 몸을 보호할 수준의 힘도 있었다.

‘이거, 이거. 나 세계 최초로 D급에서 S급 헌터가 되는 거 아니야? 푸히히.’

요한은 그런 꿈에 잔뜩 부풀었다.

‘자자, 이럴 때가 아니지. 일단 녀석의 프로그램부터 고쳐 보자.’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명령어를 입력하는 일이었다.

‘늑대를 잡으라는 간단한 명령도 제대로 수행 못 했어. 일단 지능부터 어떻게 손봐야 해.’

다행히 스켈레톤 프로그램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서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잉- 지잉-!

그의 손이 화면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마치 유명한 교향악단을 수십 년간 지휘한 지휘자 같은 모습이었다.

‘후우, 일단. 이 정도만 수정하고.’

“어이, 스켈레톤.”

척-!

‘오!’

불러도 어디로 봐야 할지도 모르고 대충 턱뼈만 움직이던 스켈레톤은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부르기 무섭게 그를 향해서 몸을 돌려 차렷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곧 그는 생각을 접었다.

‘아니, 부를 때마다 나를 보는 건 확실히 비효율적이야. 일단 이건 없애야겠어.’

휘익-!

이렇게 그때그때 잘못되거나 아쉬운 부분을 수정했다.

‘자, 일단 이건 이렇게 됐고. 이젠 전투 패턴을 입력해야 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내가 전투를 어떻게 알아!!’

클래스를 정해 주는 시험에서도 말했다시피 그는 몸 쓰는 데는 영 재주가 없었다.

완전히 몸치까지는 아니어도 소질이 영 꽝이었다.

‘이걸 어떻게 한다. 그냥 단순 동작 정도는 입력할 수 있겠지만.......'

툭툭-.

이번에도 그의 습관인 팔짱을 끼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면서도 눈은 프로그램 창에 고정해 두었다.

혹시나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낮은 레벨의 스킬이자 네크로맨서의 기본 중의 기본인 라이즈 스켈레톤이었지만, 프로그램 데이터는 매우 방대했다.

짧은 시간에 전부 파악하는 건 불가능했다.

‘아, 잠깐만. 이러니까 스켈레톤이 무장이 안 됐지.’

프로그램 창을 꼼꼼히 살피던 요한은 무장 데이터 쪽에 Lock이 걸린 것을 확인했다.

‘음…… Lock이라…… 못 봤으면 모를까, 알고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휙휙-!

그의 팔이 이번에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Lock을 뚫는다!’

해커나 할 것 같은 일이었다.

참고로 해커나 프로그래머나 그렇게 큰 차이는 없었다.

아마추어들이야 2개의 분야를 별개로 취급하겠지만, 전문가가 보기엔 다 거기에서 거기였다.

그저 공격하는 역할이냐 수비하는 역할이냐에 따라 해커와 프로그래머가 갈리는 것이었다.

방패를 던지고 창을 잡으면 곧 해커가 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요한은 꽤 유능한 프로그래머였다.

‘복잡한 데이터로 되어 있지만, 우회로는 언제나 있는 법이지.’

그렇게 몇 번이고 수정하고 수정해서 결국, Lock을 뚫는 데 성공했다.

‘됐다. 자동으로 무장을 시키는 건 레벨 부족으로 어렵겠지만. 이제 내가 인위적으로 무장을 시킬 수는 있게 됐어.’

아무리 프로그램 특성이라도 레벨 제한까지 뚫을 수는 없었다.

‘후우, 이제 겨우 1단계를 밟은 느낌이야…….'

스켈레톤의 프로그램이 워낙 엉망진창이라서 수정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일단 오늘 밤새워서 수정하고 내일 제대로 된 전투 패턴을 넣을 방법을 생각해 보자.’

프로그래밍을 논할 때 프로그래머들이 말하는 건 딱 한 가지였다.

‘지독한 노가다.’

말 그대로 정말 인내와 끈기로 될 때까지 하고 또 해야 하는 노가다 그 자체였다.

‘이젠 각성몽에 풀타임으로 들어와야겠어. 출근이 조금 걱정이지만…….'

각성몽이 비록 꿈속이지만, 수면에 약간 방해가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지금 나한테 중요한 건 회사가 아니라 능력이라고!’

짝짝-!

양 볼을 양손으로 후려쳐 정신을 집중시킨 요한은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24시간을 모두 사용하기 시작하자 그의 눈은 꺼떻게 죽어 가기 시작했다.

다크서클이 무를까지 내려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후우, 피곤하다. 아직 할 일이 산더미같이 남았는데……."

아직 스켈레톤 전투 패턴은 시작도 못 했다.

하지만 라이즈 스켈레톤 스킬 말고도 수정해야 할 게 넘쳐흘렀다.

‘라이즈 좀비도 그렇고, 시체 마스터리도 그렇고, 본 아이덴티티도 그렇고 왜 다 엉망진창이냐고!!’

그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이것 자체가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인 것을 말이다.

말이 프로그램이지 그는 등급 선정에 큰 영향을 끼치는 스킬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띵-!

‘으잉, 알람인가?’

- 축하드립니다.

안내인의 목소리였다.

“엥, 뭐가. 안내인 씨?”

- 새로운 스킬이 등록되었습니다.

“뭐, 뭐?!”

얼른 상태창을 확인해 보았다.

[김요한]

[레벨: 2]

[직업: 네크로맨서]

[특성: (프로그램) / (A.I)]

[스탯]

힘: 1. 민첩: 1. 체력: 1. 지능: 1.1. 지혜: 1.1.

[스킬]

네크로맨시 Lv.2 저주 Lv.2

시체 마스터리 Lv.2

본 아이덴티티 Lv.2

마스터 프로그래밍 Lv.1

‘오오, 이건 뭐야?!’

두근두근-.

새로운 스킬의 등장에 요한의 심장이 세차기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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