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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3화 (3/250)

3화

'헌터를 좋아하지 않는 유나에게 굳이 걱정을 끼칠 필요는 없으니까.’

분명히 각성했다고 헌터를 한다고 하면 극렬하게 반대할 게 분명한 여동생이었다.

물론 요한이 반대 좀 한다고 헌터를 포기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뿐인 여동생과 마찰을 일으키며까지 가정불화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 언젠가는 들키겠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비밀로 해야지. 그리고 다행인 점은 유나는 정보 원시인이니까.’

일종의 디지털 다이어트.

동생인 유나는 그 흔한 스마트폰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인터넷은 꼭 필요한 인터넷 강의만 듣고 그 외의 작업은 일절 하지 않을 정도로 정보에 취약했다.

‘설사 내가 유명해진다고 해도 유나 친구들은 내 얼굴을 모르니 다른 사람이 알려줄 리도 만무하고 말이야. 완벽해!’

완전히 입을 싹 닫기엔 요한의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래 오늘은 특별히 유나가 좋아하는 메뉴로 외식을 하는 거야. 명분은 보너스를 받았다고 하면 되겠지!!’

괜찮은 명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결정한 요한은 곧바로 방을 나서서 유나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응.”

안에서 대답이 들리고 요한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공부해?”

“아, 응. 왜?”

“나 오늘 회사에서 보너스 나왔는데. 같이 외식이라도 할래?”

“외식?”

“응, 오늘은 메뉴 자유.”

“올, 짠돌이 오빠가 웬일이래.”

“보너스가 두둑하게 나왔고 곧 승진도 할 거 같거든.”

"오, 승진 오빠 제법인데?”

“오빠한테 제법이라니 맞는다?”

“킥킥.”

장난기가 참 많은 동생이었다.

“오늘 외식 메뉴 자유면 난 돼지 갈비로 먹을게.”

“뭐야, 내가 외식 메뉴 자유화를 선언하는 거 쉽지 않은데 좀 더 비싼 메뉴를 먹지?”

“아냐, 진짜로 돼지갈비가 먹고 싶어서 그래.”

“쩝, 알았어.”

그날 요한은 유나와 오랜만에 저녁을 먹으면서 즐겁게 지냈다.

다음날 유나는 학교로 요한은 회사로 출근했다.

요한은 당장 회사를 그만두지는 않았다.

‘혹시 모르잖아. F급 능력자이면 어떡해.’

네크로맨서는 그의 로망이자 꿈이었다.

하지만 같은 직업이라도 E급과 B급이 나뉠 만큼 능력의 편차는 매우 심했다.

만약에 F급 능력자라면 차라리 회사에 다니는 게 나았다.

회사에 다니면서 부업을 하는 게 벌이에 좋았다.

그러니 당장 신이 나서 회사를 그만두는 건 매우 경솔한 행동이었다.

예비 헌터 지망생 커뮤니티에 각성몽을 꿔서 신나는 마음에 회사에서 깽판 치고 퇴사했다가 후회했다는 썰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헌터 덕후인 요한이 경솔하게 굴 수는 없었다.

타다다다닥-!

요한은 오늘도 다른 날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띠리리리-!

“네.”

[김 대리님.]

“하아, 또 터졌습니까?”

[....네.]

“젠장, 운영팀은 도대체 뭘 하기에 매일 같이 서버를 터트려요?”

[저한테 그러셔도.]

“아 죄송해요. 이 대리님 잘못이 아닌데.”

[아니에요. 수고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전화가 끊기자 요한은 피곤함이 한 번에 쭉 밀려왔다.

프로그래머로서 그가 현재 맡은 일은 그룹 차원에서 야심 차게 개발하고 출시한 스마트 어플 서버를 관리하는 일이었다.

사실 그는 기획 및 개발에 더 특화된 프로그래머였지만, 사내 정치에 크게 밀려서 서버 관리라는 비교적 한직으로 밀려난 상태였다.

‘후우, 나 같은 개족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하루 이틀 있던 일도 아니고 피곤한 것 말고는 딱히 감흥은 없었다.

드르륵-!

그때 요한의 옆으로 누군가 다가 왔다.

“서버 또 터졌데?”

“그래.”

“쯧쯧, 어째 그룹에서 야심 차게 개발했다는 어플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냐. 그거 버그도 많다면서. 별점 장난 아니던데. 물론 5점도 있었지만, 그건 아무리 봐도 매크로였지만. 큭큭."

“시끄러.”

개족보 중에서 개족보인 요한과 친하게 지내는 직장 동료는 딱 1명 뿐이었다.

입사 동기이자 대학 동기인 최철민.

최철민도 요한처럼 실력은 좋았으나 개족보라 똑같이 서버 관리부로 좌천되었다.

이런 사내 문화에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요한과 달리 조직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원망과 반항심이 더 큰 최철민이라 서버가 터졌다는 소식에 오히려 좋아했다.

다만, 그러는 데는 좀 더 깊은 이유가 있었다.

“제기랄, 그 스마트 어플 기본 아이디어는 우리 거였잖아. 빌어먹을 부장이 훔쳐 듣고는 자기 아이디어라고 발표하질 않나. 우리가 뭐라고 하니 뭐? 그런 적이 없어!?”

으득-!

물론 서버 관리부 모든 사람이 부장을 싫어했지만, 그 정도는 최철민이 가장 심했다.

“두고 보라지, 내가 반드시 언젠가 복수하고 말 테니까!!”

“알았으니까, 가서 일이나 해.”

“재미없는 녀석.”

드르르륵-!

그래도 맡은 일을 내팽개치는 양아치는 아니었기에 최철민은 얼른 자리로 돌아가 터진 서버를 복구하기 위해서 작업을 시작했다.

‘흠, 최대한 빨리 이 회사에서 벗어나려면 역시 헌터가 돼야 해.’

점점 헌터가 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졌다.

요한은 헌터 덕후였다.

그것도 정식 커뮤니티에서 네임드로 활동하는 진성 덕후였다.

누구보다 헌터에 대해서 잘 알고 헌터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자 목표였지만, 헌터가 꼭 좋은 직업이 아님을 잘 알기도 했다.

‘무려 사망률이 10%에 달하는 끔찍한 직업이기도 하지.’

10%, 얼핏 보면 그렇게 대단한 수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걸 다른 사고와 결부시키면 이야기가 180도 달랐다.

현재 대한민국은 OECD 기준으로 암 / 교통사고 사망률이 각각 0.001652%, 0.0001%였다.

이것도 OECD 기준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각각 10만 명당 암이 165.2명, 교통사고가 10명꼴이었다.

하지만 헌터는 10만 명당 1만 명에 달했다.

한 해 100명 중에서 10명이 죽어 나갔다.

그러니 아무리 헌터가 선망받는 고소득 직업군이라고 해도 모든 각성자가 헌터가 되는 건 아니었다.

돈도 좋지만, 목숨을 잃으면 100억이든 1,000억이든 의미가 없으니까.

‘그러니 철저히 계획을 세워야지.

하지만 요한은 꼭 헌터가 될 생각이었다.

‘내 인생을 이대로 보람도 없고 의미도 없는 회사의 노예 프로그래머로 썩힐 수는 없어.’

프로그래밍은 요한의 유일한 특기이자 자긍심 넘치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은 그런 그의 꿈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순수한 프로그래머였던 요한에게 정치의 무서움을 알려주었고 개발 및 기획의 꿈을 안고 들어 온 그에게 서버 관리라는 단순 반복 업무만 주었다.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헌터가 되어서 돈이라도 많이 벌겠어!!’

자신도 있었다.

헌터 덕후인 그라면 지금까지 획득한 정보와 지식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할 자신도 있었다.

‘그래, 일단 일하는 척하면서 계획부터 세워보자. 철저한 계획만 짤 수 있다면, 죽지 않고 헌터 생활을 할 수도 있을 거야.’

그가 알기론 어떤 헌터는 40년 넘게 헌터 생활하다가 평화롭게 은퇴까지 한 거로 알고 있었다.

‘그 헌터를 목표로 열심히 해보는 거야.’

물론 그 전에 헌터 등급을 잘 받아야겠지만 말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네크로맨서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하는 거야.’

그는 스마트폰과 PC를 연동해 어플 하나를 작동시켰다.

바로 그가 직접 만들어 무료로 배포한 헌터 정보 커뮤니티 어플이었다.

처음엔 그저 헌터 덕후 활동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욕심에 만들었었다.

하지만 의외로 편리한 U.I와 요한을 필두로 한 운영진의 운영이 훌륭한 편이라 굉장히 빨리 인기를 쌓을 수가 있었다.

큰돈은 아니지만, 광고도 몇 개씩 붙어서 용돈 정도는 할 수가 있었다.

다만, 그 당시에 목돈이 필요해 다른 회사에 팔아서 그의 소유는 아니었다.

지금은 꽤 큰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중이라 정보의 양 자체는 방대해졌다.

또 요한은 이 어플 개발자 특혜로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 회원이라 모든 정보를 무료로 열람할 수 있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네크로맨서 정보를 달달 외우는 거야.’

등급도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이게 전부였다.

그가 만약에 금수저였다면, 현직 헌터를 스승으로 초빙해 이리저리 배울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시간이 홀러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타다다닥-!

하지만 오늘도 사무실엔 키보드 소리만 가득할 뿐, 누구도 퇴근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야근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적인 일이었다.

“아아, 미치겠네. 할 일도 별로 없는데 이게 무슨 X같은 짓이야?”

철민은 이런 무의미한 야근의 반복에 가장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다.

또 야근을 많이 한다고 월급을 크게 많이 주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원래 이쪽 업계는 이렇다는 이유로 프로그래머를 소액에 착취하는 것뿐이었다.

“야, 요한아.”

“왜, 인마.”

“너 만약에 헌터가 되면 회사 때려칠 거냐?”

흠칫!

그냥 평범한 만약에 농담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요한은 깜짝놀라 몸을 떨었다.

“뭐야, 왜 그래. 누가 더 욕했냐?”

“아, 아냐. 아무것도. 그런데 뭐라고?”

“아, 쯤. 친구가 말하는 데 집중 좀 해라. 만약에 각성몽을 꾸면 헌터 할 거냐고.”

“아, 맞다. 그거였지. 음, 등급이나 클래스가 잘 나오면 하려고.”

“올, 역시 헌터 덕후.”

“덕후는 무슨, 너는?”

“나는 음…. 각성하면 헌터 시험은 치는데 헌터는 안 하려고.”

“왜?”

“왜긴, 위험하잖아. 그냥 나는 비 전투 헌터로 억대 연봉 받으며 생활하련다.”

“너다운 발상이네.”

“쩝, 그러면 뭐하냐. 헌터는 그저 한여름 밤의 꿈같은 존재인데.”

“하하.”

그저 웃을 뿐인 요한이었다.

***

다음 날, 토요일.

요한은 아침 일찍 츄리닝을 입고 헌터 협회로 향했다.

정확히는 헌터 협회 산하 지부인 헌터 등록소였다.

덜컹덜컹-.

도로엔 전기로 가는 무인 버스가 오가고 있었다.

자동 주행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 일정 구간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차량에 한해선 99% 자동 주행 시스템으로 운영되었다.

처음엔 운동 노동자들이 반발했지만, 그것도 장기화하자 흐지부지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띵동-.

[다음 정류장은 헌터 등록소입니다.]

‘오, 다 왔다.’

처음 오는 곳은 아니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헌터 직업 견학 프로그램에 헌터 협회 지부나 등록소 견학이 가능했으니까.

요한은 시간이 날 때 벌써 3번이나 견학했던 나름은 단골 견학생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그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스읍, 하. 드디어 이곳에 견학이 아니라 제대로 된 용건을 가지고 방문하는구나!’

견학하러 왔을 때와 공기부터 달랐다.

달콤한 게 어쩐지 느낌이 좋았다.

‘등록소야 기다려라. 내가 간다!’

그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벼우면서도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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