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요한의 주변 배경이 또 바뀌었다.
이번엔 모래와 선인장만 존재하는 사막 한가운데였다.
정말 황량한 장소였다.
‘흠, 사막이라. 사막에서 무엇을 테스트하려는 걸까?’
- 1단계 전투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여전히 무미건조한 여성의 목소리가 끝이 나는 동시에 사막 모래가 들썩이면서 1마리의 늑대가 나타났다.
[사막 늑대]
녀석의 머리 위에 메시지 1개가 떠 있었다.
크르릉.
사막 늑대는 요한을 보자마자 송곳니를 드러내며 낮게 울었다.
울음에는 감출 수 없는 살기가 가득했다.
‘음, 이걸 어떻게 상대해야 하나?’
- 네크로맨서는 시체를 매개체로 전투를 수행하는 마법사입니다. 기본으로 제공된 스킬을 잘 활용하여서 사막 늑대 1마리를 사냥하세요.
‘아, 그런가. 나 네크로맨서였지. 그렇다면 역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시체 제공.’
요한이 속으로 시체 제공 스킬을 언급하자, 허공에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시체 1구가 나타나 앞에 놓였다.
‘오, 잠깐만 이거라면. 그런데 스켈레톤 소환 스킬은 어떻게 쓰지?’
- 이런 종류의 액티브 스킬은 사용 방법이 조금 복잡합니다. 시체를 바라보세요.
‘보라고?’
요한이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시체를 보자, 그곳에서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 그 기운이 정신을 통해서 제대로 느껴질 때, ‘라이즈 스켈레톤’이라고 외치면 됩니다. 앞으로 새로운 스킬은 이곳에서 갱신하시고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 그래, 그랬지. 자각몽은 1번 만 꾸는 게 아니라고 했어. 능력을 갱신하거나 확인하거나 훈련도 가능한, 그런 종합 플랫폼 같은 곳이었어.’
이제 그 블로그 내용이 생각났다.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그런 내용을 일일이 기억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를 않았으니까.
자각몽은 헌터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헌터들은 현실에선 이런 상태창이나 스킬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오직 자각몽 내에서만 능력치를 조정할 수가 있었다.
또 원하면 이런 형식으로 전투 훈련도 받을 수가 있다고 했다.
다만, 자세한 것은 블로그에 적어 두지 않았다.
헌터가 되어서 보라는 말만 해놓고.
어쨌든 요한은 목소리가 시킨 대로 해보았다.
‘라이즈 스켈레톤.’
목소리를 내고 해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입 밖으로 내뱉는 건 너무 중2병 같았다.
도저히 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목소리가 시킨 대로 스킬을 사용하자 시체에서 쑥, 하고 스켈레톤 1구가 올라왔다.
‘오, 됐다. 됐어!!’
새하얀 뼈로 이루어져 있는 스켈레톤이 시체를 뚫고 우뚝 섰다.
‘오오, 멋지다!’
네크로맨서에 로망이 있는 요한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게임에서 해보던 직업을 직접 해 보는 것이니 말이다.
‘응?’
스켈레톤을 보던 요한은 갑자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엥, 쟤 왜 무기가 없지?’
나름대로 멋있게 등장한 스켈레톤이었지만, 싸우라고 불러낸 녀석이 빈손이었다.
“야야, 빈손이면 어떻게 해!!”
황당한 마음에 소리쳐 봤지만, 스켈레톤은 그저 턱뼈를 움직이며 딱딱거릴 뿐이었다.
“어쩌자고 지금!!”
크르릉.
송아지만 한 사막 늑대를 상대하기엔 평범한 인간의 크기인 맨손 스켈레톤으론 절대 무리였다.
‘아니, 보통 스켈레톤 소환이라면 적어도 녹슨 칼이라도 주잖아!!’
몽둥이도 아니고 맨손이라니, 요한은 멘탈이 나갈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사박사박-.
‘흡!’
사막 늑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네크로맨시의 레벨이 낮아서 스켈레톤이 복잡한 명령을 수행할 수가 없습니다.
목소리가 대충 스켈레톤에 대해서 알려 주었다.
‘거참, 친절도 하셔라!’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건 요한과 비슷한 체격의 무기가 없는 맨손 스켈레톤으로 어떻게 사막 늑대를 사냥할 수 있느냐였다.
‘아, 그래. 이 네크로맨서는 단순히 언데드를 부리는 게 전부는 아니지.’
그에겐 네크로맨시 스킬 말고도 저주와 본 아이덴티티도 있었다.
‘그걸 잘 이용해야겠어. 이봐, 저주 스킬을 쓰고 싶은데?’
- 저주 스킬을 사용하고 싶은 상대를 쳐다봐 주세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무감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요한이 목소리가 시킨 대로 사막 늑대를 쳐다보니 주변으로 뭔가 아이콘 같은 게 떴다.
- 특수한 아이콘이 떴다는 것은 저주 스킬을 사용할 수가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콘을 보면서 스킬 명을 외치시면 됩니다.
‘야, 약화!'
“켁켁!”
사막 늑대는 약화 스킬에 사례가 들린 듯 기침했다.
'됐다. 그러면 이 본 아이덴티티 스킬은 어떻게 쓰는 거야?’
설명에 따르면 티쓰 1개밖에 없었다.
- 티쓰 스킬은 송곳니를 날리는 본 마법으로 꽤 괜찮은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오, 어떻게 쓰는 건데?’
- 공격 스킬은 먼저 그 스킬 명을 외치면 발동이 준비됩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형태와 맞추려는 목표를 잡으시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면 발동이 됩니다.
‘좋아, 그렇단 말이지. 티쓰.’
스킬을 외치자, 마치 게임처럼 요한의 눈에 특수한 궤적이 보였다.
‘이게 티쓰가 날아가는 궤적이구나.’
신기한 감각이었다.
그는 정확히 약화 상태에 빠진 사막 늑대를 노리고 티쓰를 날렸다.
스킬을 사용하자 본능적으로 어떻게 써야 할지 생생하게 느껴졌다.
쉬액, 하는 소리와 함께 요한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송곳니가 정확히 사막 늑대의 미간을 꿰뚫었다.
“깨갱!”
“됐다!”
깔끔한 승리라고 자부할 만큼 제대로 들어갔다.
‘뭐야, 별거 아니잖아!’
- 1단계를 완료하였습니다. 2단계로 넘어갑니다. 2단계도 사막 늑대 1마리입니다.
‘낙승이네!’
요한은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 2단계 사막 늑대는 연습용이었던 1단계와 달리 진짜 사막 늑대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플레이어를 공격합니다. 이곳에서 죽을 시 상당한 페널티를 받게 되므로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뭐, 뭐라고. 여, 연습용?!’
그저 약한 녀석이라고만 생각했던 사막 늑대가 연습용이었다니.
요한은 꽤 큰 충격을 받았다.
‘제기랄, 어찐지 너무 쉽게 맞더라니!’
파박-!
이번엔 이전과 달리 사막 늑대가 빠르게 움직였다.
요한은 다시 사막 늑대를 바라보면서 스킬을 사용했다.
‘티쓰!’
팍, 소리와 함께 송곳니가 빠르게 달려오는 사막 늑대의 정면으로 쇄도했다.
연습용 사막 늑대는 이 공격에 그대로 당했지만, 진짜 사막 늑대는 달랐다.
녀석은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가볍게 티쓰 스킬을 피했다.
‘헉!’
예상보다 훨씬 더 빨랐다.
“녀, 녀석을 잡아. 어떻게든 잡아!!”
움직임이 빠르다면 먼저 그 움직임을 막아야 했다.
몸 쓰는 것에 서투른 요한이 그 일을 하는 건 무리였다.
그렇다면 몸 쓰는 것을 스켈레톤이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명령을 들은 스켈레톤은 뼈가 비벼지는 소리와 함께 사막 늑대를 향해서 달려갔다.
‘약화!’
요한은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가장 먼저 했다.
“켁켁!”
이번에도 역시나 사막 늑대는 약화에 걸려 기침을 하며 괴로워했다.
‘후우, 다행히 이건 똑같네.’
약화라도 걸려서 정말 다행이었다.
스켈레톤과 사막 늑대가 부딪히기 직전이었다.
“그냥 녀석을 끌어안아!”
딱딱!
스켈레톤은 명령받은 대로 턱뼈를 움직이더니 몸을 날려서 사막 늑대의 목을 끌어안았다.
“컹컹!”
덩치는 평범했지만, 스켈레톤의 힘이 의외로 좋았는지 송아지만 한 늑대가 한 번에 떨쳐 내지 못했다.
“스켈레톤, 꽉 늘어져!”
꽈악-!
요한의 명령에 스켈레톤은 더 강하게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됐다, 티쓰!’
스킬을 사용해서 최대한 빨리 궤도를 조정해 송곳니를 날렸다.
퍼퍽!
“깨갱!”
이번에도 역시나 정확한 궤도로 날린 송곳니가 움직이지 못하고 붙잡혀 있는 사막 늑대의 미간을 꿰뚫었다.
“됐다!!”
요한은 환희를 내질렀다.
걱정했던 2단계를 완료한 것이다.
- 축하드립니다. 전투 튜토리얼 2단계를 모두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레벨과 스킬 레벨도 1씩 상승합니다.
“오?!”
요한은 자신의 스탯 창을 확인해 보았다.
[김요한]
[레벨: 2]
[직업: 네크로맨서]
[특성: (프로그램) / (A.I)]
[스탯]
힘: 1. 민첩: 1. 체력: 1. 지능: 1.1. 지혜: 1.1.
[스킬]
네크로맨시 Lv.2 저주 Lv.2
본 아이덴티티 Lv.2 시체 마스터리 Lv.2
‘크으, 좋다. 이게 바로 전투 튜토리얼 완료 보상이란 말이지?’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 스킬이 모두 1레벨씩 상승했다는 점이었다.
- 스킬 레벨이 상승할수록 스킬 자체의 능력도 상승합니다. 그리고 이번 전투를 현명하게 해결하신 덕분에 지혜와 지능이 0.1씩 상승하였습니다.
“아, 고마워. 저, 혹시 이름을 알 수가 있을까?”
-.......
목소리 자체는 냉랭했지만, 잊지 말아야 할 자세한 정보를 모두 알려 준 목소리였다.
왠지 호감이 가서 물어보았지만, 역시나 대답은 없었다.
‘역시 안 되는가 보네.’
- 제 정보는 차후에 아시게 될 겁니다.
“오, 그건 좋네.”
- 필요한 모든 단계를 완료하셨습니다. 각성몽을 종료하시겠습니까?
“아, 저. 각성몽은 그냥 바로 들어올 수가 있는 거야?”
- 각성몽은 각성자가 자는 순간, 들어올지를 정하실 수가 있습니다.
“아, 그렇구나. 그러면 이대로 각성몽을 종료해 줘.”
- 예,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히려, 너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날 가르쳐 주느라 수고가 많았어.”
- ……다음에도 또 뵙기를.
묘한 여운을 남기며 그렇게 각성몽은 끝이 났다.
“으헛!”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아이고, 머리야…….'
이것 또한 블로그에서 봤던 그 내용이었다.
‘첫 각성몽이 끝나면 꿈속에서 느껴야 했던 감각을 한꺼번에 느낀다고 했었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내가 이렇게 두통이 날 정도로 힘을 쓴 건가.’
아무래 생각해 봐도 특별히 두통이 생길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그저 억울할 따름이었다.
‘잠깐만, 그래도 어쨌든 나는 이제 각성자고, 헌터 협회에 등록만 하면 헌터라는 거잖아?’
두근두근.
요한의 심장이 거칠게 뜀박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나 이제 그 빌어먹을 프로 그래머 때려치워도 되는 거야?!’
그는 프로그래머로 약속의 3년 차인 3년을 버틴 보상을 업계 평균으로 받았다.
프로그램 자체는 좋아했지만, 지금 하는 일 자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IT 기업 특성상 너무 일이 고되고 힘든 데다가 그의 전공 특성상 단순 반복 업무가 너무 많았다.
거기에다가 상사까지 성격이 지X 맞아서 더는 버티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그런 고민 끝, 행복 시작이지!’
꽈악-!
요한은 주먹을 꽉 쥐며 기쁨의 각오를 다졌다.
누구나 동경하는 헌터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어두웠던 그의 삶에 희망의 등불이 피어난 것이다.
문득 하나뿐인 가족인 여동생이 생각났다.
‘일단은 유나에게 비밀로 하자. 굳이 시시콜콜 다 말해줘서 걱정시킬 이유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