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차원(2)-완결
칠흑의 빛을 내뿜고 있는 거대한 신전 앞. 하늘이 놀라고 땅이 뒤집히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강건우와 조율신을 따르는 신들 그리고 파괴신들의 전투였다. 전투는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파괴신들이 신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가헨을 앞세운 조율진영의 신들에게 무참히 죽어갔다. 강건우와 카라는 뒤편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싱거운데?”
“건우님이 파괴신 중 최강인 델프론을 죽이기도 했고요. 그때 강자에 속하는 파괴신들이 델프론에게 힘을 모아주느라 신력을 대부분 사용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사도들을 희생시켜서 힘을 회복하려 한 거였군.”
“네, 맞아요. 어중이떠중이 신들을 이용해서 시간을 벌고 있는 걸 거에요. 아마 신전안에서 힘을 회복중이겠죠.”
“정말 끝까지 마음에 안 드는 놈들이야.”
카라의 말에 강건우가 얼굴을 찌푸렸다. 높은 위치에 있는 신들이 힘을 회복하기 위해 하위의 신들이 희생하고 있었다. 지구의 인간들 사이에서나 볼법한 일에 잔뜩 짜증이 났다.
“신들 사이에서도 갑질이 있네.”
그때였다. 만신전을 지키기 위해 싸우던 파괴신들이 모두 쓰러졌다. 전투를 마친 가헨이 강건우에게 다가왔다.
“건우님, 신전을 지키는 신들을 모두 처리했습니다.”
“우리 쪽 피해는?”
“전무합니다. 파괴신들이 죄다 하위의 신들뿐이었습니다.”
“상위의 신들은 전부 만신전 안에 있다더군.”
강건우의 말에 가헨이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숨어있어봤자 살아있는 시간만 연장할 뿐입니다.”
“만신전 공격을 바로 시작해줘.”
“네, 건우님.”
가헨의 몸이 픽하고 사라졌다. 조율진영의 신들에게 돌아간 가헨이 만신전 공격을 시작했다. 신들의 신력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쾅! 쾅! 폭음이 울리며 만신전을 감싸고 있던 칠흑의 보호막이 연신 출렁거렸다. 공격이 계속되자 보호막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보호막이 깨지려 한다. 모두 파괴신들의 기습에 대비하라.”
가헨의 경고에 공격을 퍼붓던 신들의 표정이 신중해졌다. 공격이 이어지던 순간 보호막이 깨졌다. 만신전에서 파괴의 힘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만신전이 무너져 내리며 파괴신들이 나타났다. 온몸에 검은 기운을 뿜어내는 신들의 모습에 강건우가 비릿하게 웃었다.
“드디어 나타나셨군.”
강건우가 태초의 검을 뽑아 들고 파괴신들의 앞으로 나섰다. 숨 막힐 듯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 파괴신들의 얼굴에 절망감이 떠올랐다. 사도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힘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강건우의 힘은 압도적이었다. 강건우가 태초의 검을 앞으로 내밀며 입을 열었다.
“우주에 아무런 존재가치가 없는 너희들을 심판하겠다.”
-이익! 우린 신이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우주다!-
-제길! 이런 모욕을 당하다니.-
강건우의 말에 자존감이 높은 신들이 발끈했다. 강건우가 픽 웃음을 터트렸다. 소멸의 위기에서도 자존심을 세우는 꼴이 우스웠다. 강건우가 태초의 검에 힘을 집중했다. 터질듯한 회색의 기운이 터져나왔다.
-크흑! 어떻게 짧은 시간에 저리도 강해진단 말이냐!-
-도···. 도망을···.-
-바보 같은 소리! 이 행성을 벗어날 수 없단 말이다.-
파괴신들이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순간 강건우가 땅을 박차고 나갔다. 그 모습에 파괴신들이 신력을 불러일으키며 막아섰다. 하지만 강건우를 막을 수는 없었다. 태초의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파괴신들이 하나씩 죽어 나갔다. 압도적인 광경에 가헨을 비롯한 조율진영의 신들이 감탄을 뱉어냈다.
“흐압!”
강건우가 마지막 남은 파괴신을 죽였다. 마지막 남은 파괴신이 죽자 만신전이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카라가 고개를 내밀었다.
“건우님! 어서 신전 안으로 들어가세요.”
“안으로?”
“네, 안으로 가서 파괴자의 비석을 파괴하세요.”
“그게 여깄어?”
“네, 파괴자의 비석을 파괴해야만 파괴신의 진영에 소속된 신들이 자유의 몸이 돼요.”
“그게 무슨 말이야?”
강건우가 의아한 듯 물었다. 신들을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 준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새 다가온 가헨이 강건우에게 말했다.
“모든 신이 자의적으로 파괴신의 진영에 가담한 건 아닙니다. 억압 때문에 가입한 신들도 많습니다. 그런 신들은 파괴신 진영에 신력을 보태고 하위 던전을 만드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 신들이 마음대로 진영을 이탈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치가 파괴자의 비석입니다.”
“그래? 내가 맨 처음 가헨을 만났을 때는 이곳이 아니었는데?
강건우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가헨이 대답했다.
”만신전안으로 들어가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그때 그곳이 여기가 맞습니다.“
”그럼 콜로세움도 이 행성에?“
”네.“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헨은 왜 파괴자의 비석 관리신 이 된거야?“
”정말 부당하게 끌려오는 신들을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조율신님의 안배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군···.“
말을 마친 강건우가 신전 안으로 향했다. 가헨의 안내를 받아 신전의 깊숙한 곳에 도착한 강건우를 악마형상이 새겨진 거대한 문이 맞아주었다.
”여긴?“
“네, 맞습니다. 건우님이 저를 처음 만난 암흑의 무저갱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하···. 여기였단 말이지?”
강건우가 무저갱의 입구로 들어섰다. 익숙한 풍경이 강건우를 맞아주었다. 가헨이 강건우에게 말했다.
“그럼 비석이 있는 곳까지 한 번에 가겠습니다.”
“응.”
가헨의 몸에서 검은색의 기운이 일렁거렸다. 번쩍하는 빛과 함께 강건우와 가헨의 모습이 사라졌다. 잠시 후, 파괴자의 비석이 있는 최하층에 강건우와 가헨의 모습이 나타났다.
“파괴자의 비석···.”
강건우가 비석을 바라보았다. 신력을 뿜어내는 비석이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건우님만이 비석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가헨의 말에 강건우가 앞으로 나섰다. 성큼 다가가 손을 올리자 파괴자의 비석이 가늘게 떨렸다. 강건우가 조율신의 힘을 일으켰다. 웅! 웅! 비석에 남아있던 파괴신의 힘이 강건우의 힘과 공명을 일으켰다. 잠시 후, 비석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적! 쩌적!
강건우가 힘을 더울 끌어올렸다. 새어 나오는 파괴신의 힘을 강건우가 흡수했다. 그 힘은 곧바로 강건우의 힘으로 변했다. 비석에 남아있던 힘이 모두 흡수되자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암흑의 무저갱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건우님, 이제 나가셔야 합니다.”
“알겠어.”
잠시 후, 강건우와 가헨이 라헬이 기다리는 곳에 나타났다. 파괴신의 만신전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파괴자의 비석이 사라지자 행성을 반으로 가르던 칠흑의 기운이 사라졌다. 파괴진영을 정리한 강건우가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하얀색의 빛기둥이 눈에 들어왔다.
“라헬, 가헨. 이제 수호진영만 남았어. 마무리하러 가자.”
“네, 건우님.”
“건우님, 잠시만요.”
라헬이 강건우를 불러세웠다. 강건우가 고개를 돌려 라헬을 바라보았다.
“수호신 중에서는 정말 파괴신에 맞서 행성을 지키려는 신들도 있어요.”
“그런가?”
강건우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라헬이 더욱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시간이 지나오면서 최초의 목적이 변질되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신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런 신들을 견제하면서 끝까지 우주의 생명체들을 지키려 하는 신들도 있어요.”
“음······.”
“그러니 제발 그 신들에게는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길 바라요.”
라헬의 말이 끝나고 강건우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윽고 강건우가 결심을 내렸다.
“알겠어. 대신 내가 정하는 방법으로 우주를 위해 헌신해야 할 거야.”
“아아···. 고맙습니다. 건우님.”
“애초에 라헬의 부탁이니까 들어준 거야.”
“네.”
말을 마친 강건우가 등을 돌려 수호진영의 영역으로 향했다. 수호신의 만신전으로 향하는 길을 순조로웠다. 이상할 정도로 아무런 저항이 없었다. 순조롭게 나아가던 강건우의 눈앞에 만신전의 모습이 나타났다. 순백의 색으로 빛나는 만신전의 모습은 경건함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강건우를 비롯한 가헨과 라헬 그리고 조율진영의 신들이 만신전 앞에 늘어섰다.
“뭐 하는 거지?”
강건우가 만신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때였다. 굳게 닫혀있던 만신전의 입구가 열리며 수호신들이 쏟아져 나왔다. 강건우가 태초의 검을 뽑아 들었다. 순간, 수호신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항복하겠습니다.-
-저희는 데미트리스와 일부 신들의 강압에 못 이겼을 뿐입니다.-
-우주의 조화를 위해 남은 신생을 바치겠습니다.-
신들의 쏟아내는 말에 강건우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가헨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우습군! 파괴신들이 죽는 모습을 보니 겁이 났나 보지?-
가헨의 일침에 수호신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때 라헬이 강건우에게 말했다.
“건우님, 제발 용서해 주세요.”
“아니, 그동안 저질러온 죄를 이런 식으로 넘어갈 순 없지. 라헬.”
“네, 건우님.”
“조금 전 말했던 신들을 따로 골라내줘.”
“네······.”
강건우의 말에 라헬이 수호신 중 일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 말을 들은 수호신들이 무리에서 이탈해 나왔다. 정리가 끝나가 강건우가 차갑게 말했다.
“그동안 너희들이 저지른 잘못을 한순간에 용서 받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너희들은 이 행성에 유배되어 모든 힘을 일은 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강건우가 손을 뻗자 회색의 기운이 수호신들을 덮쳤다.
“끄아아악!”
“이···. 이럴 수가! 내가 필멸자가!”
“아······. 안돼!”
강건우가 수호신들의 신력을 모두 흡수했다. 신력을 잃은 신들이 평범한 육체로 돌아갔다. 이들은 앞으로 이 행성에서 유배된 채 고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었다. 수호신들을 안전하게 안내한 라헬이 강건우에게 다가왔다.
“건우님, 수호자의 비석이 있는 천상의 계단으로 안내할게요.”
“부탁해.”
라헬의 몸에서 하얀색의 빛이 뿜어져 나와 강건우를 감쌌다. 잠시 후, 강건우와 라헬이 수호자의 비석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강건우가 손을 뻗어 수호자의 비석에 힘을 불어 넣었다. 비석에 금이 가기 시작하며 순백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웅! 웅! 이윽고 비석의 힘이 모두 흡수되었다. 비석이 사라지자 천상의 계단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강건우가 라헬에게 신호했다. 라헬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아! 드디어!”
“오오!”
“이곳에 조율신의 힘이 돌아오고 있어!”
강건우가 수호진영의 만신전 앞에 나타났다. 만신전이 무너져 내리자 행성 전체에 조율신의 힘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강건우가 충만하게 차오르는 힘을 느꼈다. 강건우의 몸이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보라! 이제 억겁의 시간 동안 이어지던 대립과 살육의 시대가 끝났다. 이제 우주의 생명체들은 서로가 조화롭게 살아갈 것이다.-
강건우의 입에서 장엄한 신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 모습에 주변의 신들이 모두 고개를 조아렸다.
-나, 조율신 강건우가 말한다. 앞으로 라헬과 가헨은 우주의 신들을 조율하고 나를 보좌하는 임무를 맡기겠다.-
“영광입니다. 조율신님.”
“영광이에요. 조율신님.”
가헨과 라헬이 엄숙하게 대답했다. 강건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나의 역할을 다했으니 나는 다시 인간 강건우로의 삶을 살아가도록 하겠다.-
말을 마친 강건우의 몸이 번쩍하고 사라졌다. 주변의 모든 신이 떠나간 강건우를 찬양하며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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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폴리스의 상공에 커다란 균열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균열을 통해 하늘 요새가 나타났다. 그 모습을 아크로폴리스의 사람들이 발견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잠시 후, 하늘 요새가 아크로폴리스의 상공에 멈춰섰다. 그리고 이동 마법진이 조율자의 성 앞쪽에 새겨졌다. 조율자의 성 앞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건우의 부모님과 강지우 그리고 유아린의 얼굴에는 반가움이 가득했다. 이윽고 마법진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아크로폴리스의 인물들이 나타났다.
“건우?”
“주환아, 태정아. 우리 아들은?”
강건우의 부모님이 애타게 강건우를 찾았지만,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급기야 부모님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강지우가 부모님을 달래기 시작했다. 유아린이 앞으로 나서며 박태정과 김주환에게 물었다.
“건우 오빠는 왜 안 돌아 온 거예요?”
유아린의 질문에 두 사람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뒤편에 서 있던 송기현이 앞으로 나섰다.
“건우님은···. 곧 돌아오실 겁니다.”
“아! 그럼 무사한 거군요?”
유아린이 반색을 하며 물었다. 그러자 김주환이 피식 웃었다.
“이 우주에서 건우를 해할 존재가 있기는 할까?”
박태정이 강건우의 부모님에게 다가갔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건우님은 전 우주를 돌아보고 싶으시다고 하셨습니다. 아마 빠른 시일 내에 돌아 오실 겁니다.”
박태정의 말에 강건우의 부모님이 눈물을 멈추었다. 옆에 있던 강지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여간! 이 진상! 끝까지 걱정이나 시키고 말이야!”
강지우의 말에 일행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마겟돈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온 지구. 그중 한국의 서울에 있는 아크로폴리스. 수많은 사람이 강건우의 귀환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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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찬란한 황금색으로 빛나는 도시. 지구에 존재하는 가장 위대한 도시. 신들의 요람. 모두가 살기 원하는 지상낙원. 이 모든 것이 아크로폴리스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위대한 도시의 한가운데 조율자의 성이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와! 엄마! 저기 건우님 동상이에요.”
“그래. 건우님이 우리 지구를 구해주신 거 알지?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네! 엄마. 근데 선생님이 건우님이 언젠가는 지구로 돌아오신다고 했어요.”
“맞아. 꼭 돌아오실 거야.”
엄마의 말에 아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아마겟돈이 끝난 지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지구에는 많은 차원의 신들과 사절단이 방문했다. 강건우가 우주를 돌아다니며 지구와의 우호 관계를 쌓고 다녔기 때문이다. 지구 역시 제2의 신화시대가 열렸다. 신들은 더는 상상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들과 함께하며 인류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데 앞장섰다. 그런 노력 덕택에 지구는 유례없는 우주 시대가 열렸다. 이제 인류는 우주를 탐험하며 더욱 밝은 미래에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아크로폴리스가 존재했다.
“조던 왕자님, 이번 목적지는 어디죠?”
“네, 아린님. 건우님이 마지막으로 방문하신 제 109 우주로 갈 예정입니다.”
“네, 이번에는 꼭 건우 오빠를 찾았으면 좋겠네요.”
하늘 요새의 메인조종실 유아린이 창밖을 아련하게 바라보았다. 그동안 아크로폴리스의 사람들은 강건우를 찾는 데 매진했다. 신 토르와 팔크람은 하늘 요새를 더욱 개조해 우주여행에 적합한 함모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김주환을 중심으로 한 수색대를 조직했다. 유아린은 그 일원 중 한 명이었다.
“도대체 건우님은 왜 돌아오시지 않는 걸까요?”
조던 왕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 모습에 유아린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구를 찾아온 사절단이 제 109 우주 24 행성이었죠? 행성인들이 전부 정신체라던···.”
“네, 맞습니다.”
“그 사람들이 지구에 와서 말하길 행성을 지키던 신이 사라지자 온갖 괴물들과 우주를 떠도는 악신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하더군요.”“아마겟돈으로 주신을 잃은 행성 중에는 아예 불모지가 된 곳도 많습니다.”
조던 왕자의 말에 유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에는요. 건우 오빠는 그런 행성들을 구해주고 싶은 걸 거에요.”
“아······.”
“아마, 자신이 끝낸 아마겟돈의 뒷마무리를 완벽히 하고 싶은 거겠죠.”
강건우는 아마겟돈을 끝낸 이후 전 우주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신들이 사라져 위기에 빠진 행성. 행성을 잃고 악신이 되어버린 존재들. 강건우는 그런 행성을 방문해 문제를 해결하고 악신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런 강건우의 활약에 지구에 찾아오는 신들과 타 행성인들이 많았던 것이었다.
웅! 웅!
하늘 요새에서 막대한 차원력이 쏟아져 나왔다. 송기현이 차원 엔진을 작동한 것이었다. 잠시 후, 번쩍하는 빛이 터지고 하늘 요새가 사라졌다.
우주의 한복판에 하늘 요새가 나타났다.
“제 109 우주 24 행성에 도착했습니다.”
“총원 전투태세. 우리는 25 행성이 있는 곳으로 간다.”
조던 왕자의 명령에 승무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24 행성의 신은 강건우가 25 행성으로 향했다고 했다. 25 행성은 좌표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24 행성으로 온 것이었다. 잠시 후, 마나 엔진이 굉음을 뿜어냈다. 그리고 25 행성을 향해 전속력으로 나아갔다. 25 행성까지는 굉장히 먼 거리였지만 팔크람의 기술력이 합쳐진 마나 엔진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광속보다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나가는 하늘 요새가 25 행성의 영향권에 도착했다.
“왕자님, 전방에 거대한 신력이 포착됐습니다.”
“신력 패턴 분석결과! 건우님입니다!”
승무원의 보고에 메인조종실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잠시 후, 메인조종실에 아크로폴리스의 인물들이 나타났다. 김주환, 박태정을 비롯해 이진호, 송기현 그리고 팔크람이었다.
“건우를 찾았다며?”
“강건우! 아주 만나기만 해봐.”
김주환과 팔크람이 다소 흥분한 듯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박태정은 팔짱을 낀 채 묵묵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진호는 마나 런쳐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송기현은 차원력을 쏟아 부은 탓이었는지 지친 기색이었다.
“오라버니들! 모두 진정하고 자리에 앉으세요.”
유아린의 지적에 모두가 자리를 찾아 앉았다. 광속으로 날아가던 하늘 요새가 25행성 근처에 번쩍하고 나타났다.
“맙소사! 빨리 마나 쉴드를 최대치로 올려!”
조던 왕자의 외침에 하늘 요새를 마나 쉴드가 감쌌다. 그리고 이내 쾅! 하는 폭발음이 들려왔다. 하늘 요새가 격하게 흔들렸다. 승무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충격이 가시고 눈앞에 나타난 장면에 일행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거대한 뱀 모양의 검은 기운이 25 행성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을 강렬한 회색의 기운을 뿜어내는 존재가 막아서고 있었다. 우주를 수놓은 아름다운 회색의 빛나는 날개와 거대한 크기의 몸집. 손에 들린 검에서는 강력한 힘을 줄기줄기 뿜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자세히 살피던 유아린이 반가움에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건우오빠예요!”
“건우?”
“맞···. 맞습니다. 저 모습은 분명 건우님입니다.”
이윽고 강건우와 뱀 모양의 존재 전투가 시작됐다. 쾅! 쾅! 번쩍! 두 존재의 전투는 일견 장엄하기까지 했다. 강건우의 검과 뱀의 꼬리가 부딪힐 때마다 별이 생겨나는 듯 폭음과 빛이 우주를 가득 채웠다. 하늘 요새는 풍랑 위의 배처럼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게 두 존재의 전투가 이어졌다. 강건우는 뱀 모양의 존재를 행성에서 때어내려 노력하고 있었다. 반면 뱀 모양의 존재는 행성을 감싼 채 버티고 있었다. 그때 하늘 요새의 안으로 익숙한 존재가 나타났다.
“다들! 여기는 어떻게 온 거예요?”
“카라!”
“카라님!”
나타난 존재는 카라였다. 사람들의 반가운 얼굴에 카라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었다.
“아···. 오랜만이네요. 모두 잘 지냈죠? 근데 여기는 너무 위험해요. 건우님이 제대로 싸울 수가 없대요.”
“아···. 미안. 그런데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김주환의 질문에 카라가 대답했다.
”저 행성은 아마겟돈으로 존재하던 모든 신이 소멸했어요. 저 뱀 모양의 존재는 우주의 악신들 뭉쳐서 태어난 존재예요. 행성의 기운을 갉아먹으면서 힘을 키우고 있었어요.“
카라의 설명에 사람들이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많은 신들이 죽고 새로운 조율신이 탄생한 부작용이에요. 저와 건우님은 여태껏 저놈을 쫓아다녔고. 마침내 오늘 마주치게 됐어요.“
”카라님, 그런 강대한 존재라면 건우오빠가 위험하지 않을까요? 우리라도 도와줘야 해요.“
유아린의 말에 카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원래 쉽게 죽일 수 있는데 저 영악한 놈이 행성을 감싸고 있는 바람에.“
”아···.“
”아무튼, 여기 있으면 위험해요. 가까운 24 행성으로 가세요.“
카라의 말에 모두의 얼굴에 결연함이 서렸다. 박태정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여기까지 와서 건우님을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습니다.“
”맞아요! 우리도 오빠를 도울게요.“
”언제까지 건우 혼자 싸우게 할 수는 없지.“
사람들의 말에 카라가 한숨을 쉬었다.
”알겠어요. 그래도 위험하면 바로 피하세요.“
말을 마친 카라가 강건우에게 돌아갔다. 조던 왕자가 승무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주포 발사 준비! 목표는 행성을 감싸고 있는 저 존재다!“
조던 왕자의 명령에 하늘 요새가 전투준비로 바빠졌다. 전투는 치열했다. 강건우는 신력을 이용해 몸집을 크게 부풀렸다. 그리고 행성으로 다가가 뱀의 꼬리를 휘어잡았다. 당황한 뱀 모양의 존재가 입을 크게 벌려 강건우를 삼키려 했다. 그때였다. 쾅! 하늘 요새의 주포가 뱀의 대가리에 적중했다.
크아아아!
머리를 적중당한 뱀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그 틈을 타 강건우가 태초의 검을 뱀의 머리로 던졌다.
크아!
태초의 검이 뱀의 머리를 관통했다. 몸이 떨릴 만큼 악한 기운이 새어 나와 우주의 공간을 채웠다.
”흐아압!“
강건우가 온 힘을 다해 행성에서 뱀을 떼어냈다. 그리고 양손으로 잡아 갈기갈기 찢어냈다. 끔찍한 비명과 함께 악신의 결정체인 뱀 모양의 존재가 사라졌다.
”와아아아!“
”이겼어!“
하늘 요새 안이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사람들은 서로를 껴안고 기뻐했다. 그때였다. 하늘 요새의 창밖으로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존재가 나타났다.
”건우 오빠!“
”건우야!“
”건우님!“
강건우였다. 거대해진 몸을 원래대로 돌린 강건우가 번쩍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메인조종실에 나타났다. 강건우는 지친 모습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이었다.
”다들 잘 지냈지?“
강건우의 말에 유아린이 눈물을 쏟았다. 김주환과 박태정은 얼굴을 씰룩이며 울음을 참고 있었다. 이진호와 송기현은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일행을 한 번씩 둘러본 강건우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가자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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