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94화 (95/99)

아마겟돈(3)

하늘 요새 안의 주조종실에 조던 왕자를 비롯한 아크로폴리스의 초기 각성자들이 모여있었다. 조던 왕자는 근엄한 표정으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모든 화력을 적의 진영에 집중한다. 최대출력으로 발사하라.”

“네! 왕자님.”

“주포의 마나 응집률 90프로입니다.”

하늘 요새는 마나의 힘으로 움직이는 초거대 공중요새였다. 거대한 크기와 어울리는 주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조종실의 모습을 바라보던 박태정과 김주환이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주환, 우리도 전장에 합류해야겠어.”

“알겠어. 그럼 나는 진호랑 1팀부터 10팀까지를 이끌고 갈게. 나머지는 태정이 네가 맞아.”

“알겠다. 다치지 마라.”

박태정의 말에 김주환이 씨익 웃었다.

“하하, 내 걱정하지 말고. 너나 다치지 말라고.”

김주환이 몸을 돌려 조종실을 나갔다. 이진호가 그 뒤를 따랐다. 박태정이 조던 왕자에게 입을 열었다.

“왕자님, 주포가 발사되고 나면 저희는 전장으로 투입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태정님. 함께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저희는 요새를 벗어날 수 없는 몸이라.”

“아닙니다. 포격 지원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겁니다.”

아크로폴리스가 습격당한 소식 이후. 강건우는 박태정이 이끄는 부대에 합류했다. 그리고 하늘 요새를 구매해 아크로폴리스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럼, 무운을 비오.”

“감사합니다.”

박태정이 몸을 돌려 조종실을 나갔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던 조던 왕자가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전장의 기운···. 정말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군.’

잠시 감상에 빠진 조던 왕자의 귓가로 주포의 완충 소식이 들려왔다. 조던 왕자가 큰 소리로 소리쳤다.

“목표는 적의 소환진이다! 주포발사!”

콰콰콰콰!

조던 왕자의 명령이 떨어지자 하늘 요새의 전면에서 거대한 마나의 해일이 쏟아졌다. 일직선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지워버리며 뻗어 나간 주포가 소환진을 타격했다. 콰앙! 주포에 직격당한 소환진이 산산이 부서졌다. 조종실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그 장면을 조던 왕자가 묵묵히 바라보았다.

“모두 전투준비! 밑으로 이동하고 나면 바로 전장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

김주환이 부하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강제 각성자들이 타오르는 눈빛으로 김주환을 바라보았다. 자신들의 가족이 머무는 곳이 공격당하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전의가 가득 차 있었다. 김주환의 옆에 서 있던 이진호가 그런 강제 각성자들에게 말했다.

“지나친 흥분은 좋지 않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알겠나?”

“네!”

“악!”

“싹 쓸어 버리겠습니다!”

김주환이 한쪽 벽에 있는 마정석에 손을 올려 기운을 불어넣었다. 웅! 웅! 주변으로 마법진이 생겨났다. 하늘 요새의 하부에서 땅으로 빛기둥이 쏟아져 내렸다. 크리쳐들을 모두 태워버린 빛기둥이 이동 마법진을 땅에 새겼다. 그리고 번쩍! 빛이 터져 나오며 마법진의 위로 김주환을 비롯한 강제 각성자들이 나타났다.

“9팀, 10팀은 부상당한 드워프들과 해병대원들을 돕는다. 나머지는 나를 따라와!”

말을 마친 김주환이 전방을 향해 블러디 익스플로전을 날렸다. 쾅! 크리쳐들이 찢겨 나가며 틈이 생겨났다.

“돌격!”

“와아아!”

“우아아!”

김주환이 크리쳐들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뒤이어 마법진으로 박태정과 나머지 강제 각성팀이 나타났다.

“우리는 방어선을 보강한다! 11팀부터 15팀은 왼쪽으로 나머지 팀은 오른쪽으로 전개한다.”

박태정의 명령을 들은 강제 각성자들이 각자의 위치로 흩어졌다. 지원병력이 도착하자 드워프들과 해병대원들이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박태정이 빠르게 주변을 살펴보았다.

“권 중령님!”

박태정이 한쪽에 쓰러져 있는 권율 중령을 발견했다. 재빨리 다가가 엘릭서를 권율 중령의 입에 부었다. 권율 중령의 몸이 한차례 빛나더니 모든 상처가 사라졌다.

“으음···. 태정아. 나보다 팔크람님을···.”

“알겠습니다. 거기! 권 중령님을 치료실로 모셔가!”

“네!”

박태정의 지시를 받은 강제 각성자 한 명이 권율 중령을 부축해 사라졌다. 그때 옆에서 크리쳐에게 사격 중이던 이진호가 소리쳤다.

“팔크람님!”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팔크람이 박태정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진호가 몸을 날려 팔크람을 부축했다. 이진호의 얼굴을 확인한 팔크람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진호, 제때 와주어서 다행이야.”

“팔크람님, 일단 이것부터.”

이진호가 엘릭서를 내밀었다. 팔크람이 단숨에 마시자 몸에서 빛이 나며 상처가 치료되었다. 기운을 차린 팔크람이 박태정에게 다가왔다.

“태정, 부상자들이 많아.”

“네, 지금 치료실로 후송 중입니다.”

“응.”

팔크람의 얼굴에 안도감이 떠올랐다. 박태정이 팔크람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설마 파괴신들이 이런 식으로 공격해 올 줄 몰랐습니다.”

“아니야, 누구도 생각 못 했을 거야. 너무 자책하지 마.”

“.....알겠습니다.”

박태정은 이번 작전을 설계한 장본인이었다. 자신의 예상이 빗나가 많은 이들이 다친 것에 대해 심적 부담감이 컸다.

“지나간 일은 그렇다 치고. 건우···. 혼자서 파괴신들에게 갔어. 괜찮을까?”

“건우님이라면 큰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겠지? 그럼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하자고.”

박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림한 파괴신은 강건우가 해치울 것이었다. 자신들은 아크로폴리스를 지키는 데 힘을 쏟으면 될 일이었다. 박태정이 전장을 바라보았다. 적들이 몰려있는 중심부에 회색빛의 기운이 폭풍처럼 휩쓸고 있었다.

****

크아악!

크륵!

“쳇···.”

강건우가 갑옷에 묻은 크리쳐의 파편을 털어냈다. 모기떼처럼 달라붙는 크리쳐들을 얼마나 죽였는지 세는 것도 포기한 지 오래였다. 강건우가 아크로폴리스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하늘 요새에서 주포가 불을 뿜고 이동 마법진이 땅으로 쏟아지는 모습이 보였다.

“건우님, 이제 아크로폴리스 쪽은 태정, 주환님한테 맡기고 파괴신을 잡는 데 주력하세요.”

강건우의 품에 있던 카라가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강건우가 그런 카라를 한차례 쓰다듬었다.

“그래, 이제 크리쳐는 형들이 알아서 처리해주겠지.”

강건우가 검을 들어 크게 한 바퀴 돌며 휘둘렀다. 회색의 기운이 원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강건우의 공격에 적중당한 크리쳐들이 재로 변했다. 강건우가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크리쳐 무리의 뒤편에서 무심한 얼굴로 서 있는 파괴자들이 보였다.

“무게 잡고 앉아있네.”

강건우가 비릿하게 웃으며 몸을 날렸다. 콰쾅!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강건우가 회색의 기운을 쏟아냈다.

-이놈! 조율자!-

-흐흐흐. 드디어 만나는군.-

-스스로 사지에 걸어들어오다니. 배짱은 인정해주지.-

강건우의 공격을 막아낸 파괴신의 강림체들이 강건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공격을 마친 강건우가 땅에 착지했다. 그리고 뒤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후미에 있던 크리쳐들이 강건우를 반원형으로 둘러싸기 시작했다. 강건우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했다. 강건우가 전투집중[Epic]을 꺼내 사용했다. 강력한 고양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어떻게 된거지? 데미트리스는? 강건우의 등장이 너무 이르다.-

-설마, 수호신들이 약속을 어긴 건가?-

-역시! 간사한 수호신진영은 믿는 게 아니었다.-

-상관없다. 우리가 해치우면 될 일이다.-

파괴신들이 웅성거리며 대화를 나누었다. 자신들이 아크로폴리스를 파괴하는 동안 수호신들은 강건우를 붙잡아 두기로 했었다. 서로를 죽일 듯 미워하는 관계였지만 눈앞에 공통의 적을 두고 손은 잡아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 아크로폴리스의 피해는 가벼웠고 강건우는 자신들의 눈앞에 있었다.

“너흰 건드려선 안 될 것을 건드렸다.”

차갑게 말을 뱉은 강건우가 온몸에 힘을 끌어올렸다. 온몸이 찌릿찌릿해 왔지만 버틸 만했다. 데미트리스의 파편을 흡수한 덕분이었다. 강건우의 몸에서 풍기는 위압감에 파괴신들이 공격을 망설였다.

-사도들이여 우리의 적에 맞서라!-

파괴신의 강림체중 한 명이 소리치자 성벽을 공격하던 사도들이 일제히 날아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건우가 검을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콰콰! 쾅! 검에서 거대한 반월 모양의 기운이 크리쳐의 후미와 사도들을 휩쓸었다. 반월 모양의 검기가 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간혹 사도들이 처참한 모습으로 나뒹굴고 있었다.

“뒤에만 숨지 말고 직접 덤벼.”

-이···. 이···!-

-강하다.-

-역시 무리인 건가!-

강건우의 외침에 파괴신들이 동요했다. 자신들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존재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본능적인 두려움이 파괴신들을 망설이게 했다.

“겁나? 못 덤비겠나? 그렇다면 내가 가지.”

강건우가 땅을 박차고 나갔다. 온몸에서 회색의 기운을 줄기줄기 뿜어내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쾅! 쾅! 우르릉! 쾅!

한 명의 인간과 신들의 전투가 시작됐다. 빠르게 달려든 강건우가 쌍검으로 변형시킨 태초의 검으로 파괴신의 강림체들을 압박했다.

-이···. 이런 내가!-

번개 같은 공격에 파괴자의 목이 잘렸다. 뒤늦게 반응한 파괴신의 강림체들이 검은 기운을 줄기줄기 뿜어냈지만, 강건우는 검을 이용해 튕겨냈다.

-비켜! 멍청한 놈들!-

그때 다른 강림치들 보다 강력한 기운을 내뿜는 파괴자가 대검으로 강건우를 내리쳤다. 쾅! 강건우가 피한 자리에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다. 뒤편으로 물러나 신형을 가다듬은 강건우가 대검을 든 파괴자를 바라보았다.

“.....”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강건우가 무기를 고쳐 잡았다. 파괴신들이 힘을 모아 암흑의 장막을 펼쳤다.

-모두 강림을 풀고 만신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나에게 힘을 집중해.-

-큭···. 혼자서 가능하겠는가?-

-너무 위험한 선택이다.-

다른 강림체들이 서로의 의견을 말하며 다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대검을 든 파괴자가 크게 소리쳤다.

-그만! 지금 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 내가 현신하는 방법뿐이다.-

-....알겠다.-

-잊지 마라. 이 모든 건 너의 선택이었다.-

대검을 든 파괴자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나 델프론은 이제껏 져본 적이 없다.-

델프론의 말을 끝으로 파괴자들의 몸이 픽하고 쓰러졌다. 파괴신들이 강림을 끝내고 만신전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그리고 곧 하늘에서 검은 빛기둥이 델프론의 몸으로 쏟아져 내렸다.

-크하하하! 이 해방감!-

파괴자의 육신이 찢어지며 델프론의 본모습이 나타났다. 타오르는 듯 붉은 피부에 2미터가 넘는 키. 머리에는 커다란 뿔이 나 있었고 두 눈은 유황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두 손에는 범상치 않아 보이는 해머를 각각 들고 있었다.

-으하하! 최강의 전투형 신인 나의 힘을 맛볼 준비는 됐나?-

델프론이 웃자 주변의 대기가 떨렸다. 쿵! 쿵! 델프론이 강건우를 향해 한발씩 내딛자 땅이 울렸다. 담담한 눈빛으로 델프론을 바라보던 강건우가 무기를 고쳐 잡았다.

“자아도취가 심하군.”

말을 마친 강건우가 땅을 박차고 델프론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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