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92화 (93/99)

아마겟돈(1)

“기현?!”

공간을 찢고 튕겨 나온 사람은 송기현이였다. 강건우가 재빨리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걸치고 있는 장비는 심각하게 망가져 있었고 온몸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강건우가 재빨리 엘릭서를 구매해 송기현의 입에 부었다. 은은한 빛이 송기현을 감싸더니 상처가 아물었다. 기운을 차린 송기현이 눈을 떠 강건우를 발견했다.

“....건우형님.”

“기현, 정신이 들어?”

“형님···.”

송기현이 입을 열려는 순간 데미트리스의 공격이 날아왔다. 강건우가 송기현을 품에 안고 훌쩍 물러났다. 그러자 주변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강건우가 짜증이나 혀를 찼다.

“쯧···.”

강건우가 몸을 한 바퀴 회전하며 팔을 크게 휘저었다. 강력한 풍압이 사람들을 휩쓸었다. 달려들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강건우가 조금 전의 옥상으로 몸을 날렸다. 옥상 바닥에 송기현을 내려놓은 강건우가 봉인결계석을 대량으로 구매했다. 그리고 옥상 주변으로 흩뿌렸다. 건물을 보호막이 감쌌다.

“기현, 도대체 무슨 일이야?”

“형님, 큰일 났습니다. 아크로폴리스가 위험합니다.”

송기현의 말에 강건우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불길한 예감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자세히 말해봐.”

“파괴자들이 쳐 들어왔습니다.”

강건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자신들이 수호신 진영과 싸움을 시작하자 빈집을 털러 왔다. 이 모든 게 철저히 준비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건우의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아크로폴리스의 상태는?”

“수호신의 강림을 막아내느라 보호막의 잔여량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남아있는 각성자들과 시민들이 급하게 포인트를 모아 보호막을 재가동시켰지만 얼마 버티지 못할 겁니다.”

“.....”

송기현의 말이 이어졌다.

“권율 형님을 비롯한 해병대원들이 보호막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출격했지만, 역부족인 상태입니다.”

“기현, 안 되겠어. 아크로폴리스로 돌아가자.”

“안됩니다. 아크로폴리스 주변으로 봉인 결계가 펼쳐졌습니다. 저도 간신히 빠져 나왔습니다.”

“이 새끼들이······.”

강건우가 이를 꽉 깨물었다. 봉인 결계까지 설치하다니 아크로폴리스의 사람 하나하나까지 전부 죽이겠다는 심산이었다. 강건우의 눈이 차가워졌다. 더 시간을 끌 수 없었다. 순간, 건물에 둘러놓은 보호막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호호! 강건우. 어서 나와. 왜? 본거지가 공격받고 있다니까 마음이 급한가 보지?”

“.......”

강건우가 양손검을 움켜잡았다. 역시 수호신과 파괴신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이 확실했다. 더는 손속에 여유를 둘 상황이 아니었다. 강건우가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웅웅! 주변의 대기가 공명하며 건물이 흔들렸다. 카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내밀었다.

“건우님, 괜찮으시겠어요?”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야.”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아직 신의 힘을 완벽히 다루기에는 건우님의 몸 상태가 부족해요.”

카라의 걱정에 강건우가 희미하게 웃었다. 조율신의 힘을 계승한 이후 강건우는 매일 밤 꿈을 꾸었다. 그 꿈속에서 때로는 경험을 때로는 힘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조율신이 넘겨준 힘은 아직 인간의 몸인 강건우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거대했다. 그래서 최소한의 힘만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봉인을 풀어 재끼려 하고 있었다.

“이건? 조율신의 기운이?”

보호막을 두들기던 데미트리스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던 창조자의 기운이었다. 하지만 아직 완전해 보이지는 않았다. 데미트리스가 힘을 잔뜩 끌어 올렸다.

쾅!

강건우의 몸에서 터져 나온 조율신의 힘이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보호막이 깨지고 강건우의 검이 데미트리스에게 날아들었다.

“이익!”

콰쾅!

데미트리스가 방패를 들어 막았다. 하지만 검에 담긴 힘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졌다. 방패의 파편이 데미트리스의 시야를 가렸다. 데미트리스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헉!”

어느새 다가온 강건우가 데미트리스의 얼굴로 주먹을 내질렀다. 퍽! 데미트리스의 얼굴이 형편없이 구겨지며 튕겨 나갔다. 땅에 처박힌 데미트리스가 다급히 자세를 잡았다.

“아악!”

이번에는 강건우의 검이 데미트리스의 왼쪽 어깻죽지를 꿰뚫었다. 데미트리스가 느껴지는 격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강건우가 검을 사선으로 힘을 주어 눌렀다.

“꺄아악! 그만!”

데미트리스의 몸이 사선으로 갈라지며 신성력이 줄기줄기 세어나갔다. 강건우가 손을 뻗어 데미트리스의 목을 움켜잡았다.

“네 죽음이 신들의 몰락에 시작이 될 거다.”

“사···. 살려줘. 제발. 난 신이야. 이렇게 죽을 순 없어.”

“닥쳐.”

강건우가 목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펑! 데미트리스의 몸이 터지며 사방으로 신성력의 폭풍이 퍼져나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사방으로 날아가며 사상자가 나왔다. 허무한 죽음이었다. 강건우의 입에서 한줄기 피가 흘러나왔다. 무리하게 힘을 사용해 몸에 이상이 온 것이었다.

“제길···.”

강건우가 조율자의 상점에서 엘릭서를 구매해 마셨다. 몸이 회복되며 한결 나아졌다. 강건우가 데미트리스가 죽은 자리를 살펴보았다. 데미트리스가 죽은 자리에 여태껏 보지 못한 커다란 크기의 수정이 나타났다. 신의 파편이었다. 강건우가 신의 파편을 집어 들었다. 귓가로 알림음이 울리며 파편의 정보를 알려왔다.

“카라, 일단 보관 부탁해.”

시간이 없었다. 강건우가 무전기를 들어 박태정에게 소식을 전했다.

“태정이 형, 나야 건우. 지금 데미트리스를 죽였어.”

-건우님, 여기도 정리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아크로폴리스가 파괴자들의 공격을 받고 있어.”

-네?! 이런 빠르게 여길 정리하고 아크로폴리스로 돌아갈 준비하겠습니다.-

“난 기현이랑 차원 이동을 통해 합류할 게 마무리를 부탁할게.”

-네, 알겠습니다. 건우님, 무리하지 마십시오.-

“알겠어.”

무전을 끝낸 강건우가 송기현에게 다가갔다. 몸을 어느 정도 회복한 송기현이 차원 이동을 준비했다.

“태정이 형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부탁해.”

“네, 알겠습니다.”

송기현의 몸에서 붉은색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번쩍하고 두 사람이 사라졌다.

***

아크로폴리스의 성벽 앞에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각종 크리쳐들과 파괴자 그리고 초기 각성자들이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막아! 보호막을 지켜야 해!”

“큭! 물러서지 마! 우리가 무너지면 시민의 목숨이 위태롭다.”

“해병대의 정신을 보여주자!”

해병대원들이 필사적으로 막아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권율 중령은 성벽 위에서 전장을 침통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에는 권율 중령의 부관이 서 있었다.

“부관, 보호막의 수치는?”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포인트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지만, 적의 공격에 비하면 턱도 없습니다.”

“으음······. 기현이가 건우군을 무사히 만났어야 할 텐데.”

권율 중령이 침음성을 흘렸다. 수호신의 강림 이후 적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깎여나간 보호막을 회복할 시간도 주지 않은 번개 같은 기습이었다. 권율 중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황급히 보호막을 회복했지만, 적들의 공격이 너무 거셌다. 이대로라면 몇 분 내로 방어막이 뚫릴 것이었다. 생츄어리 공략에 나선 본대에 연락을 취하려 했지만 봉인 결계로 인해 무산되었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 송기현을 탈출시켰다.

“중령님! 보호막에 균열이 생깁니다!”

부관의 외침에 권율 중령이 보호막의 균열을 바라보았다. 그 어떤 크리쳐의 공격에도 굳건하던 보호막이 금이 가고 있었다. 해병대원들이 그쪽을 막아섰지만, 파괴자의 등장에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건우군, 제발 빨리 돌아와 주게···.”

그때였다. 권율 중령이 있는 성벽으로 팔크람과 드워프 강습병들이 나타났다. 성 밖을 바라보는 드워프들의 눈에는 투지가 가득했다.

“권 중령, 늦어서 미안해. 이제 우리에게 맡겨.”

“팔크람님, 드워프들은 이 안을 못 벗어나지 않습니까?”

크리쳐인 드워프 강습병들은 아크로폴리스를 벗어날 수 없다고 알고 있었다. 권율 중령의 말에 팔크람이 대답했다.

“아니. 이제 전부 크리쳐에서 벗어났어. 사도의 육체 덕분이지.”

그동안 드워프들을 하나씩 정상으로 돌리고 있던 팔크람이었다. 다만 신의 파편이 부족하고 육체를 구성할 재료들이 부족했었다. 그런데 마침 송기현이 가져다준 사도들의 육체가 좋은 재료가 되었다. 그 결과 모든 드워프들을 원래의 상태로 돌릴 수 있었다.

“사실, 당분간 안정화가 필요했는데.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었어.”

권율 중령이 드워프 강습병들을 바라보았다. 몸에서 회색의 기운이 은은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설마. 강제 각성을?”

“맞아, 드워프들에도 통할까 했는데. 다행히 통하더라고.”

“다행입니다.”

“그럼 바로 투입할 게 해병대원들은 좀 쉬게 해줘.”

“그래도 되겠습니까?”

권율 중령이 깜짝 놀라 물었다. 해병대원들은 벌써 몇 시간째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휴식이 필요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응, 맡겨달라고. 우리 애들은 엄청나게 강하다고.”

팔크람이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응, 강습병 적들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

“우아아아!

”우라!!“

”공주마마를 위해!“

팔크람이 앞장서 성문을 나서자 드워프 강습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따랐다. 성문이 열리며 지원군이 나타나자 해병대원들이 환호했다.

”드워프들이다!“

”팔크람님도 계셔.“

”이제 한숨 돌리겠어.“

드워프 강습병들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최첨단 장비로 무장하고 각성자의 힘까지 얻은 강습병들의 돌격에 크리쳐들이 짚단 베이듯 쓰러져갔다. 파괴자 진영의 초기 각성자들이 앞을 막아섰지만, 팔크람의 도끼에 허무하게 죽어 나갔다. 팔크람은 신의 사도였던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해병대! 모두 성안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돌아와. 그동안 여기는 우리가 맡겠다.“

팔크람의 외침에 해병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후퇴했다. 해병대원들이 물러서자. 드워프 강습병들이 성벽을 따라 길게 늘어섰다. 강습병들의 전개가 끝나자 팔크람이 손에 든 장치를 조작했다. 순간, 성벽에서 커다란 대포들이 빽빽이 나타났다.

”이···. 이건?“

권율 중령이 깜짝 놀라 외쳤다. 성벽에 이런 기능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때 팔크람이 크게 외쳤다.

”포격 시작!“

팔크람의 말이 끝나자 성벽의 대포에서 에너지로 이루어진 공격이 불을 뿜었다.

쾅! 콰쾅!

”으악! 도망쳐.“

”아악! 내 다리!“

”씨발. 대포 따위가 어떻게.“

비처럼 쏟아지는 에너지 포탄의 세례에 파괴자 진영의 각성자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일부 크리쳐들이 포격을 피해 성벽으로 돌격했다. 하지만 길게 늘어선 강습병들이 휘두르는 할버드에 허무하게 죽어 나갔다. 그 장면을 보다 못한 파괴자들이 앞다투어 성벽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지만, 보호막에 막혔다.

-멍청한! 고작 성벽 하나를 어찌 못한단 말이냐!-

순간, 하늘에서 검은색 빛기둥이 지상으로 꽂혀 내려왔다. 그것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빛의 기둥이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파괴자들의 눈빛이 검게 물들었다. 그 장면을 확인한 팔크람이 신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파괴신들이 나타났군.“

팔크람의 눈이 분노로 가득 찼다. 자신이 모시던 신을 죽이고 행성을 멸망에 이르게 한 원흉들이 나타났다. 팔크람의 분노와는 별개로 아크로폴리스에 절체절명의 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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