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복(5)
김한나의 몸에서 나오는 기세는 강렬했다. 빛의 날개에서 나오는 힘에 허공에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자신의 힘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김한나가 강건우를 바라보았다.
“느껴봐라. 신의 힘을!”
김한나가 두 손을 양옆으로 펼치자 번쩍하는 빛과 함께 한 자루의 창과 방패가 생겨났다. 김한나가 몸을 날려 강건우에게 쇄도했다. 주변을 지키던 초기 각성자들도 오민석과 해병대원들에게 달려들었다. 담담한 표정으로 서 있던 강건우가 양손검에 힘을 집중했다. 우웅! 우웅! 주변의 공기가 울리며 회색의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강건우가 검을 들어 횡으로 휘둘렀다. 쇄도해오던 김한나가 생각지 못한 힘에 크게 당황했다. 방패를 들어 강건우의 검을 막으려 했다. 콰앙! 김한나의 몸이 크게 꺾이며 뒤로 날아가 처박혔다. 압도적인 힘이었다.
“그동안 나는 놀고 있는 줄 아나 보지? 고작 헬리와의 전투가 내가 가진 힘 전부라 생각한 거야?”
강건우가 비릿하게 웃었다. 힘을 개방하자 해방감이 온몸을 감쌌다. 김한나는 충격이 컸는지 연신 피를 토하며 괴로워했다. 강건우가 옆을 바라보았다. 오민석을 비롯한 해병대원들이 힘겹게 적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강건우가 몸을 날려 수호진영의 초기 각성자들에게 난입했다.
“큭!”
“커억!”
“으아아!”
강건우가 휘두르는 검에 초기 각성자들이 허무하게 죽어 나갔다. 그때 강건우의 귓가로 오민석의 외침이 들려왔다.
“건우야, 내 동료들은 죽이지 말아줘!”
강건우가 휘두르던 검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오민석이 말한 세 사람을 찾아 주먹을 이용해 후려쳤다. 오민석의 동료들이 비명을 지르며 기절했다. 그 후 초기 각성자들을 처리한 강건우가 김한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김한나는 신성력을 사용했는지 어느새 회복해 있었다. 강건우가 검을 앞으로 내밀어 김한나를 가리켰다.
“고작 이 정도로 그리 거만하게 군거야?”
“이익! 강건우! 네놈의 본거지가 무너져도 그리 당당한가 보자!”
“무슨 소리지?”
강건우가 순식간에 달려들어 김한나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김한나가 신성력을 폭발시키며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강건우의 주먹이 몸에 꽂힐 때마다 신성력이 연기처럼 흩어졌다. 강건우가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김한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흥! 너를 노리는 자가 우리 수호신들뿐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
강건우가 김한나를 패대기쳤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김한나의 몸이 땅에 처박혔다. 강건우가 품 안의 카라에게 물었다.
“카라! 아크로폴리스와의 연결은?”
“....연결이 되지 않아요.”
“뭐?!”
순간 불길한 느낌이 강건우를 다시 찾아왔다. 강건우가 오민석과 해병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형! 여긴 나한테 맡기고 태정이 형한테 합류해. 아크로폴리스가 위험해.”
“뭐? 알았어.”
오민석이 박태정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해병대원들도 뒤를 따랐다. 강건우가 김한나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쓰러져있던 김한나가 돌연 창을 내질렀다. 캉! 강건우가 검을 들어 막았다. 팔목이 욱신거렸다. 김한나의 모습을 확인한 강건우가 눈을 크게 떴다.
“미쳤군···.”
“너를 죽일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
김한나의 모습은 끔찍했다. 몸 안에서 새어 나오는 흰색의 빛이 피부를 갈라놓고 있었다. 마른논이 갈라지듯 쩍쩍 벌어지는 틈사이로 신성력이 요동치고 있었다. 강건우가 양손검을 내질렀다. 캉! 신성력이 방패처럼 뭉쳐 강건우의 검을 막아냈다. 공격이 소용없음을 알자 강건우가 뒤로 물러났다. 잠시 후. 김한나의 육신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눈부시게 빛나는 데미트리스의 형체였다.
“이게 나의 진짜 모습이지. 네놈의 잘난 척도 이제 끝이야.”
데미트리스가 지구에 현신했다. 강대한 신의 기운에 강건우의 피부가 따끔거렸다. 카라가 넋이 나간 얼굴로 입을 열었다.
“미쳤어요. 직접 현신하다니···. 여태껏 모은 힘은 현신할 계획을 위해서였던 거에요.”
“아바타든 현신이든 내가 해치우면 돼.”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아마겟돈의 제약이 이 정도까지 약해졌다는 뜻이에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힘을 수습한 김한나가 공격을 시작해왔다.
“죽어라!”
김한나가 말을 내뱉자 생츄어리에 가득 찬 신성이 살의를 품고 강건우에게 몰려들었다. 사방에서 느껴지는 살기 어린 기운에 강건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쾅! 강건우가 황급히 힘을 끌어올려 공격을 막아냈다. 폭발의 기운에 주변의 건물들이 무너져 내렸다.
“신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마.”
김한나가 창에 힘을 모았다. 치직! 치직! 창에 스파크가 일어나며 강대한 기운이 실렸다. 김한나가 창을 횡으로 휘둘렀다. 창에 맺힌 힘이 채찍처럼 늘어나 전방을 휩쓸었다.
“말도 안 돼!”
김한나가 뾰족하게 소리쳤다. 공격으로 생겨난 흙먼지가 가시며 강건우의 모습이 나타났다. 믿을 수가 없었다. 강건우가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자신의 공격을 움켜잡고 있었다.
“흠···. 이 정도란 말이지? 잘 알았다.”
스파크가 튀는 손을 바라보며 강건우가 말했다. 강건우가 움켜잡은 손에 힘을 주자 데미트리스의 신성력이 픽하고 사라졌다. 데미트리스가 다시 힘을 끌어모았다. 비록 자신의 전투에 특화된 신은 아니었지만, 강건우의 힘은 상식 밖이었다. 힘을 모으던 데미트리스의 얼굴이 돌연 형편없이 구겨졌다.
“뭐 하는 거야! 지금 나를 버리겠다는 말이야?”
데미트리스가 다시 힘을 모았다. 신성이 뭉게뭉게 일어났지만 조금 전에 비하면 형편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라가 입을 열었다.
“건우님, 수호신들이 보내주던 신성력이 끊겼어요.”
“안될 거 같으니까 같은 편도 버리겠다는 건가?”
“아무리 제약이 약해졌다지만 자신들의 힘을 지구에 투사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니까요.”
당황하던 데미트리스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발견한 강건우가 재빨리 다가가 움켜잡으려 했다. 하지만 한발 늦었다. 뒤로 물러난 데미트리스가 자신의 힘을 개방했다.
“와라! 와서 나를 지켜라!”
김한나의 몸에서 뻗어 나간 힘이 생츄어리를 덮었다. 힘을 모두 개방한 데미트리스가 신전 안으로 날아갔다. 강건우가 쫓아가려 했지만, 신전에서 생긴 보호막에 막혔다.
“도망을 쳐?”
강건우가 양손검에 힘을 모아 보호막을 후려쳤다. 쾅! 보호막이 크게 흔들렸다. 강건우가 다시 검에 힘을 모았다. 한두 번만 더 내리친다면 보호막이 깨질 거 같았다. 쾅! 보호막의 빛이 희미해졌다. 강건우가 다시 힘을 모았다. 그 순간, 강건우의 등 뒤에서 커다란 괴성이 들려왔다.
“죽여라!!”
“나의 주를 지켜라!”
“으아아아!”
뒤를 돌아본 강건우의 눈에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어디론가 사라졌던 생츄어리의 시민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손에는 무기가 될만한 것들을 쥔 채였다. 두 눈의 동공이 하얗게 물든 모습이 정상인 상태는 아니였다.
“건우님, 저 사람들 모두 데미트리스의 신력에 세뇌당했어요.”
“사람들을 방패로 이용하겠다는 거야?”
강건우가 양손검을 뒤로 꽂아 넣었다. 그리고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부웅! 강력한 기파가 사람들을 덮쳤다.
“으악!”
“이 악마!”
“한나님을 지켜야 해!”
달려오던 앞줄의 사람들이 우수수 넘어졌지만, 사람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 모습에 강건우가 입술을 깨물었다. 몰려드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 모든 사람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그럴 마음도 전혀 없었다. 강건우가 신전을 감싸고 있는 보호막을 후려쳤다.
쾅!
“크흑! 제길. 보호막이 더 강해졌어.”
“건우님, 사람들의 몸에서 나오는 신앙심이 보호막을 강화하고 있어요.”
“제길···. 일단 물러나자.”
강건우가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사람들의 머리 위를 밟으며 근처의 건물 위로 올라갔다. 사람들이 아우성치며 손에든 잡동사니를 던져댔다. 강건우가 건물 아래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입구로 앞다투어 들어오고 있었다. 강건우가 혀를 찼다.
“쯧.”
“건우님, 방법을 찾아야 해요 언제까지 피해만 다닐 수는 없어요.”
“일단 옥상으로 올라오는 길 좀 막아놓자.”
강건우가 상점에서 봉인 결계 아이템을 구매했다. 인벤토리에서 봉인 결계를 꺼내 옥상 출입문에 던졌다. 네 개의 구슬이 옥상의 출입문으로 날아가 정사각형의 결계를 형성했다. 때마침 도착한 사람들이 문을 두들겼지만 뚫을 수는 없었다.
“일반인들을 방패막이로 사용하다니 진짜 짜증 나는 년이야.”
“건우님, 그냥 신전의 보호막을 뚫고 들어가죠.”
“보호막이 깨지는 여파에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어.”
“데미트리스를 빨리 처치하는 게 사람들을 구하는 방법이에요.”
카라의 지적에 강건우가 신음성을 흘렸다. 보호막이 깨지는 여파는 물론 자신과 데미트리스가 싸우는 여파도 문제였다. 하지만 결국 카라의 말이 옳았다.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는 데미트리스를 빨리해치워야만 했다.
“좋아. 최대한 빨리 처치해버리자.”
“네, 건우님.”
강건우가 조율자의 상점에서 전투집중[Epic]을 구매했다. 파삭! 강건우가 스킬스톤을 움켜쥐자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은은한 빛이 강건우를 감쌌다.
‘음···. 확실히 스킬스톤의 사용 효과도 전보다 좋아졌어.’
강건우의 정신이 또렷해지며 전신에 활력이 돌았다. 강건우가 조율자의 상점에서 전투를 보조할 스킬스톤을 구매해 사용했다. 온몸에 다채로운 빛이 번쩍였다.
‘조율자의 상점 구매제한이 풀리니 아주 좋은데?’
강건우가 온몸에 넘치는 힘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힘을 점검한 강건우가 양손검을 빼 들었다. 검에 힘을 집중하자 회색빛 기운이 터질 듯 집중됐다. 강건우가 옥상을 박차고 크게 도약했다. 건물 밑에 있던 사람들이 괴성을 지르며 물건을 집어 던졌다. 하지만 닿을 리 없었다.
“흐아아압!”
강건우가 양손검에 모인 거대한 빛의 기운을 크게 휘둘렀다. 쩌저정! 강건우의 검에 작렬하자 보호막이 산산이 조각나버렸다. 보호막의 깨진 여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으아악!”
“꺄악!”
“어어!”
강력한 여파에 사람들이 나뒹굴었다. 발 디딜 틈 없이 몰려있던 터라 도망갈 수도 없었다. 사람들끼리 엉키고 깔고 뭉개며 부상자가 속출했다. 강건우가 신전 앞에 나타났다.
“언제까지 숨어있나 보자.”
큰소리로 외친 강건우가 양손검으로 신전의 정문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쿵! 신전의 문이 땅에 떨어지며 육중한 소리를 냈다. 신전의 열린 문 사이로 흰빛의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갑작스러운 빛에 강건우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 순간, 쏟아지는 빛을 뚫고 데미트리스가 화살처럼 쏘아져 나왔다.
“강건우!”
캉!
대기를 찢어버릴 듯 찔러 들어오는 창을 강건우의 양손검이 쳐냈다. 그 반동을 이용해 몸을 빙글 돌린 데미트리스가 빠른 속도로 창을 찔러왔다.
“쳇!”
강건우가 창을 쳐내며 데미트리스에게 접근했다. 데미트리스의 방패에서 맹렬한 신성력의 돌풍이 일어나 강건우를 밀어냈다.
“흥! 어딜.”
갑작스러운 바람에 뒤로 밀려난 강건우가 자세를 고쳐잡았다. 뒤쪽에서 생츄어리의 사람들이 강건우를 향해 살금살금 다가왔다. 그 모습을 힐끗 바라본 강건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초월적인 존재끼리의 싸움에 평범한 일반인을 계속 이용하다니. 신으로서의 자존심은 어디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데미트리스, 무고한 사람들은 이용하지 마.”
“호호. 나의 신실한 백성들이자 나의 군대지.”
강건우가 얼굴을 찌푸렸다. 양손검에 힘을 실어 공격을 준비했다. 그때였다. 강건우 머리 위쪽의 공간이 찢어지며 사람이 퉁겨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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