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89화 (90/99)

서울 정복(3)

생츄어리가 터질 듯 빛나고 있었다. 하늘에서부터 빛기둥이 신전을 향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신전의 제단이 있는 방에 김한나가 있었다. 빛기둥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황홀한 표정이었다.

“아아. 드디어!”

시간이 지날수록 빛의 기둥은 강렬해졌다. 잠시 후, 김한나의 눈이 스르르 떠졌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김한나가 자신을 몸을 살펴봤다.

“아! 이 느낌, 필멸자의 육체. 너무 오랜만이야.”

수호신 데미트리스의 강림이 끝났다. 김한나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잠시 주변을 돌아보더니 이내 신전 밖으로 나갔다. 신전밖에는 김한나 소속의 초기 각성자들과 강제 각성자들이 모여있었다. 무심한 눈으로 좌중을 훑어본 뒤 손을 하늘로 뻗었다.

-보라. 이제 모든 수호신의 의지가 이곳에 펼쳐진다. 크리쳐와 파괴의 기운으로 물든 땅을 정화해 그대들에게 새 삶을 주리라!-

신성이 가득 담긴 선언이 끝나자 김한나의 손에서 동그란 빛의 구체가 떠올랐다. 구체는 하늘 위로 둥둥 떠 올라갔다. 하늘로 올라간 구체가 태양을 가렸다. 순간 전 지구가 하얀색으로 물들었다.

-보라. 오늘 전 세상이 기억할 것이다. 오늘의 기적을.-

하얀색 구체가 터지며 비의 장막이 서울을 뒤덮기 시작했다. 장막이 덮인 곳에서 크리쳐들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파괴자들의 남아있던 잔재들도 흩어져 버렸다. 서울 곳곳에서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기적을 베푼 신들을 찬양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예외인 곳이 있었다. 바로 아크로폴리스였다. 서울을 뒤덮어가던 빛의 장막은 아크로폴리스가 있는 강서구에 이르자 힘을 잃고 꺼졌다.

“오호호호! 그래 이 느낌이야. 인간들의 기운이 나에게 모이고 있어.”

김한나가 도열해 있는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온몸에서는 성스러운 기운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적들이 성지를 짓밟으려 하고 있어. 지금부터 성지를 지키기 위한 성전을 시작하겠어.”

김한나의 말이 끝 자나 초기 각성자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수호신을 위하여 싸우겠습니다.”

“성지를 지키겠습니다.”

“저희에게 수호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초기 각성자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각자의 휘하에 있는 강제 각성자들을 통솔하기 위해서였다. 혼자 남은 김한나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수호신의 힘으로 정화된 곳은 수호진영 각성자들에게 강력한 힘을 제공할 것이었다. 물론 김한나에게 강림한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흥! 먼저 싸움을 걸어온 건 너야. 후회해도 소용없을 거야 강건우.”

김한나가 등을 돌려 신전으로 향했다. 수호신의 만신전에서 내려오는 힘을 더 갈무리한 후 강건우와의 싸움에 나설 생각이었다.

***

아크로폴리스의 병력은 올림픽대로 위를 따라 이동했다. 간간히 크리쳐들이 나타났지만 허무하게 죽임을 당할 뿐이었다. 수 십 대가 넘는 전차들이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아크로폴리스의 병력이 타고 있는 전차는 팔크람이 제공해 준 것이었다. 연구소의 격납고에 보관되어 있던 바로 그 전차였다. 웬만한 크리쳐의 공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장갑. C 랭크 크리쳐 따위는 순식간에 지워버릴 화력의 무기. 드워프 기계공학의 정수가 담겨있었다.

“건우님, 정찰대의 보고입니다. 강림이 실행됐다고 합니다.”

“그래? 서울의 변화는?”

“서울 곳곳에서 크리쳐들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생츄어리의 장막으로 뒤덮였습니다.”

강건우가 살짝 놀라며 말했다.

“정찰대는 무사한 거야?”

“네, 생츄어리의 영역으로 바뀌긴 했지만 별다른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음···. 아크로폴리스는?”

“생츄어리에서 시작된 장막과 보호막이 충돌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다행히 보호막이 모두 사라지기 전 생츄어리의 장막이 사라졌습니다.

“다행이군. 이제 속도를 더 높여도 되겠어.”

“알겠습니다. 전속력으로 나가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박태정이 무전기를 들어 명령을 내렸다. 강건우가 타고 있던 전차의 속도가 빨라졌다. 도로 위를 거침없이 진격하던 아크로폴리스의 전차들 앞을 거대한 암석이 가로막고 있었다. 전차들이 줄줄이 멈추고 선두의 전차에서 강건우가 내렸다. 암석을 살펴보던 강건우에게 카라가 다급히 말했다.

“건우님, 빨리 전차를 뒤로 물리세요. 신의 사도에요.”

카라의 말이 끝나는 순간. 거대한 암석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거대한 사람의 모습을 갖춰갔다.

-네놈들이구나. 주의 대적자들!-

사람의 모습을 갖춘 암석의 입에서 천둥 같은 소리가 터져나왔다. 강제 각성자들이 괴로워하며 신음성을 흘렸다. 거인의 모습은 신화 속의 거인족을 닮았다. 크기는 빌딩 한 채만큼 컸다. 두 눈에는 신성이 담긴 금속의 눈이 번뜩이고 있었다.

“강제 각성자들은 뒤쪽으로 피해있으라고 해.”

강건우가 태초의 검을 꺼내 들었다. 암석 거인의 신성에 반응해 가늘게 떨고 있었다. 강건우가 태초의 검을 커다란 양손검으로 변형시켰다. 강건우의 주변으로 아크로폴리스의 초기 각성자들이 포진했다. 강제 각성자들을 태운 전차는 멀찌감치로 움직였다.

-후후. 현명한 인간이군. 하지만 모두가 죽는 것엔 변함이 없다.-

암석 거인의 오만한 말에 강건우가 피식 웃었다. 느껴지는 힘은 강했지만, 자신에게는 귀찮은 장애물일 뿐이었다. 단지 의미 없는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강제 각성자들을 대피시킨 것이었다.

“김한나가 보냈나?”

-하. 고작 각성자 따위가 나에게 명령할 수 있을 거 같은가?-

“.....수호신은 아직 강림 상태인 거군.”

-불경하다. 신의 존재를 함부로 입에 담지 말라.-

암석 거인이 기세를 내뿜었다. 강렬한 기운에 한강이 출렁이고 나무들이 흔들렸다. 암석 거인이 손을 한강 변으로 뻗었다. 주변의 구조물들이 거인의 손에 모이기 시작했다. 거인이 손에 모인 구조물들을 뭉쳐 커다란 몽둥이를 만들어냈다.

“다들 전투준비해!”

거인이 손에 들린 몽둥이를 아래로 내리찍었다. 콰앙! 강건우가 양손검으로 몽둥이를 쳐냈다. 몽둥이가 산산조각 부서지며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여파로 전차들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오민석을 비롯한 초기 각성자들은 무기를 땅에 박아 간신히 버텨냈다.

-이노오옴!-

자신의 공격이 막히자 암석 거인이 분노했다. 두 손을 하늘 위로 크게 들었다. 거대한 팔 크기에 하늘이 가려지는 것 같았다.

“건우님, 거인이 신의 힘을 모으고 있어요.”

“신의 사도라 이건가?”

“기운이 폭발하면 다른 사람들은 위험할 수 있어요.”

강건우가 몸을 날려 거인의 허벅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거인이 움찔했지만, 강건우의 속도는 압도적이었다. 순식간에 거인의 눈앞에 도착한 강건우가 양손검을 크게 휘둘렀다.

-크아악!-

강건우의 검이 암석 거인의 머리통에 박혔다. 갈라진 틈사이로 하얀색 빛이 새어 나왔다. 암석 거인의 몸이 흐트러지며 손에 모였던 힘이 땅으로 쏟아졌다.

“신의 가호!”

그러자 오민석이 방패를 앞세우며 쏟아지는 힘 앞에 섰다. 쾅! 신의 힘이 오민석의 방패에 부딪히며 허무하게 흩어졌다. 수호신의 힘을 다루는 오민석과 거인에게서 쏟아진 힘은 같은 종류였다. 그래서인지 오민석이 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너로구나! 비겁한 배신자.-

“시끄러워.”

강건우가 머리에 박힌 검에 힘을 실었다. 회색의 기운이 뭉실 거리며 뿜어져 나왔다.

“흐아압! 그만 뒤져!”

-크아악! 멈춰라. 사도를 죽이다니. 신의 분노가 너를 향할 것이다.-

“그러던지 말든지.”

강건우의 검이 암석 거인을 반으로 갈라놓았다. 암석 거인이 품고 있던 신의 기운이 요동치더니 폭발을 일으켰다. 후두두 암석들이 떨어진 자리에 신의 파편이 모습을 드러냈다.

“건우님, 신의 파편이에요. 어서 회수하세요.”

“알겠어.”

강건우가 신의 파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신의 파편이 강건우의 손으로 흡수됐다. 강건우의 귓가로 알림음이 울렸다.

[신의 파편을 흡수 가능합니다.]

[흡수한 신의 파편은 포인트와 랭크 업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의 파편을 분석 중입니다.]

[분석 완료.]

[제54 우주. 제2 행성 신의 파편.]

[해당 파편으로 획득 가능한 포인트는 100000000P입니다.]

[해당 파편으로 획득 가능한 랭크 업 포인트는 100 GP입니다.]

[다음 랭크 업까지 필요한 GP는 1000000 GP입니다.]

강건우가 신의 파편을 포인트로 교환했다. 지금 당장은 많은 포인트가 필요했다. 신의 파편을 회수한 강건우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사도를 이런 식으로 낭비하다니 무슨 꿍꿍이지?”

“건우님, 데미트리스의 직속 사도가 아니에요.”

“그게 무슨 말이야?”

강건우가 깜짝 놀라 물었다. 직속 사도가 아닌데 어떻게 지구에 모습을 드러냈는지 이해가 안 갔다.

“데미트리스는 23 우주의 제1 행성의 신이에요. 신의 파편과 정보가 일치하지 않아요.”

“설마, 다른 수호신들의 사도를 일부러 희생시킨 거란 말이야?”

“네, 목적을 위해 같은 진영에 속해있지만 결국 경쟁자들이니까요.”

“데미트리스답군.”

강건우가 인상을 찌푸렸다. 확장을 마친 생츄어리의 초입부터 신의 사도가 등장했다. 그 안쪽에 얼마나 강한 적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다. 카라는 잔뜩 화가 난 듯 씩씩거리고 있었다.

“이것들이 이제 규정이고 뭐고. 끝장을 보겠다는 심산인가 봐요.”

“아주 작정을 했군. 생각보다 힘든 싸움이 되겠어.”

강건우와 카라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곳으로 박태정과 일행이 다가왔다. 강건우가 박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형, 아무래도 계획을 수정해야겠어. 생각보다 적의 전력이 강해.”

“저 거인은 신의 사도입니까?”

“응.”

박태정의 질문에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박태정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신의 사도가 얼마나 더 존재하는 겁니까?”

“그건 나도 몰라. 하지만 수호신 진영에서 작정한 거 같아. 지금부터 초기 각성자들은 주변 경계에 힘써줘.”

“알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박태정이 무전기를 들어 지시를 내렸다. 강건우가 송기현을 찾았다. 암석 거인의 부산물을 옮기기 위해서였다.

“기현아, 이거 팔크람에 가져다 줘.”

“네, 알겠습니다.”

송기현이 부산물을 챙겨 차원 이동을 사용했다. 그사이 강제 각성자들은 난장판이 된 도로를 정리했다. 주변 정리가 끝나자 아크로폴리스의 병력이 이동을 시작했다. 선두에선 전차가 생츄어리의 장막을 뚫고 진입했다. 그 뒤를 나머지 전차들이 뒤따랐다.

****

우주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파괴신의 만신전. 온통 검은색으로 지어진 건물은 마치 주변의 빛을 빨아들일 듯 검었다. 만신전의 안쪽으로는 여러 가지 모습의 조각상들이 늘어서 있었다. 파괴신들의 모습을 조각해놓은 석상이었다. 고요한 침묵이 감돌던 이곳에 돌연 폭풍 같은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파괴신들의 석상이 세차게 울리더니 그곳 사그라들었다. 신전의 가장 위쪽에는 거대한 악마의 석상이 있었다.

-모두 모였나?-

악마의 석상에서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일반인이 들었다면 피를 쏟고 미쳐 죽어버릴 듯한 소리였다. 다른 석상들이 부르르 떨리며 질문에 대답했다. 악마의 석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조율자가 움직였다. 이제 우리가 움직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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