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87화 (88/99)

서울 정복(1)

“당장 꺼져! 쓸모없는 것들아.”

강남에 있는 김한나의 생츄어리. 그 중앙에 우뚝 서 있는 수호신의 신전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초기 각성자 몇 명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한강에서 크리쳐와 싸우던 각성자들이였다. 그들을 바라보는 김한나의 얼굴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그 옆을 최측근인 최진철이 지키고 있었다.

“한나님, 진정하십시오. 사람들은 강건우가 저희 소속인 줄 알고 있습니다.”

“이익! 오민석. 그 작자가 강건우를 만났다며.”

“네, 크리쳐를 해치운 후 같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오민석이 모든 걸 알려줬을 수도 있어.”

“....민석이가 그렇게까지 할까요?”

최진철의 말에 김한나가 사납게 노려보며 말했다.

“흥! 지난번 강건우를 만난 이후로 오민석의 행동이 이상해지기 시작했어. 사사건건 내 행동에 불만을 토했다고.”

“.....”

“아 몰라! 강림 준비는 얼마나 진행됐어?”

“거의 끝나갑니다. 빠르면 며칠 안에 강림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빨리 준비해. 강건우가 냄새를 맡았어. 방해받기 전에 끝내고 싶어.”

김한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김한나의 모습이 사라지자 최진철이 각성자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뭐해! 언제까지 자빠져 있을 거야? 빨리 일어나서 사냥이라도 가.”

“네! 알겠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쓰러져 있던 각성자들이 황급히 일어나 떠나갔다. 최진철이 한숨을 내쉬었다. 강림의 준비를 위해 필요한 포인트는 어마어마했다. 신의 파편이 있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찾아낸 A 랭크 던전은 이미 강건우의 손에 넘어간 상태였다.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강제 각성자들을 쉴새 없이 굴려 간신히 포인트를 맞출 수 있었다. 김한나의 강림에 대한 집착은 나날이 커졌다.

‘그 과정에서 민석이도 튕겨 나갔지. 과연 강림이라는 게 그 정도 가치가 있는 건지 모르겠군.’

강림을 준비하며 잃은 것이 많았다. 오민석은 생츄어리를 떠났다. 일부 각성자들은 김한나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다. 초기에 정착한 시민들의 불만도 날로 높아지고 있었다. 모자란 포인트 때문에 제한적인 식량 배급과 생필품 배급 때문이었다. 강제 각성자들의 사망자 수가 늘어나면서 그 가족들의 불만도 한몫이었다.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소문을 틀어막고 있지만···. 얼마나 갈지······.’

최진철이 신전을 나왔다. 신전의 바로 옆쪽으로 강림을 위해 준비된 성물이 놓여있었다. 생츄어리 전역에서 모이는 하얀색 기운이 성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한참 보던 최진철이 자리를 떠났다.

***

한강에서의 일을 마무리한 강건우가 아크로폴리스로 돌아왔다. 오민석도 함께였다. 강건우는 아크로폴리스로의 합류를 제안했었다. 처음 오민석은 그 제안을 거절했었다. 하지만 강건우의 끈질긴 제안에 마음이 흔들렸다. 결국, 김한나를 상대하는 것까지 힘을 보태겠다 결정했다. 강건우는 내심 아쉬웠지만, 천천히 설득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여긴···. 정말 대단하구나.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여.”

“하하. 형이 좋게 봐주니까 기분이 좋네.”

강건우와 오민석은 어느새 편하게 말을 놓고 있었다. 강건우의 끈질긴 요구 덕택이었다. 조율자의 성으로 향하는 길. 오민석의 얼굴이 점점 슬퍼지고 있었다. 생츄어리가 인류를 위한 최고의 방주라 생각했었다. 비록 열악한 환경과 제한적인 배급이었지만 사람들은 안전했고 삶을 꾸려나갔기 때문이었다.

‘김한나는 아크로폴리스를 선택받은 자들만 사는 곳이라 했었지. 마치 권력자들이나 있는 자들만의 폐쇄적인 사회처럼 말이야···.’

하지만 오늘 그 생각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강건우의 설명에 의하면 아크로폴리스는 꾸준히 인구를 늘려가고 있었다. 간단한 사전조사만 받으면 누구든 머물 수 있었다.

‘초기의 폐쇄적인 모습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망설이게 하는 원인이군···.’

아크로폴리스의 모습은 유토피아 그 자체였다. 비록 자세한 내부 사정은 몰랐지만, 사람들의 얼굴이 모든 것을 대변하고 있었다.

‘아마겟돈 이전의 삶보다 여기의 삶이 더 행복할 수도 있겠군···.’

오민석은 김한나와의 일을 해결하면 떠나려 했었다. 생츄어리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이곳이라면···.’

오민석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건우가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아는 만석 형이라면 절대 이곳을 떠나지 못할 거다.’

각자의 생각을 가진 채 두 사람이 조율자의 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도중에도 오민석은 몇 가지 질문을 해왔다. 강건우는 최대한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그때마다 오민석의 얼굴에 감탄과 깊은 갈등이 스쳐 지나갔다.

잠시 후. 두 사람이 조율자의 성에 도착했다. 박태정과 송기현이 마중 나와 있었다. 강건우와 오민석을 발견한 두 사람이 반가운 얼굴을 지었다.

“건우님, 잘 다녀오셨습니까?”

“기현이한테 들었어. 한바탕 했다며?”

두 사람의 말에 강건우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박태정과 김주환 그리고 오민석까지 전생과 현생에서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세 사람의 모습에 든든함을 느껴졌다.

“별일 아니었어. 크라켄의 아류 같은 크리쳐였는데. 생각보다 약하더라고.”

“....”

강건우의 발언에 오민석이 피식 웃었다. 지난번 만남과 달라진 게 없는 강건우였다. 거대한 세력의 수장이지만 형들 앞에서는 힘자랑하는 동생 같은 모습이었다.

“아···. 그런데 이분은?”

박태정의 질문에 오민석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아···. 내가 여러 번 말했었지? 인사해 초기 각성자 오민석 형이야.”

“아···. 이분이 바로 그···. 안녕하십니까? 박태정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주환입니다. 저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박태정과 김주환의 반응에 오민석이 어리둥절해서 했다. 강건우는 왜 자신에 대해 그리 말을 하고 다녔단 말인가. 오민석이 지난번 만남을 떠올렸다. 자신에게 친근감을 표현하며 살갑게 굴기는 했었다.

“안녕하십니까. 수호진영 소속이었던 초기 각성자 오민석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세 사람이 서로 인사를 마쳤다. 강건우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하하.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안으로 가자. 간단하게 차라도 한잔하자고.”

강건우가 조율자의 성안으로 앞장섰다. 세 사람이 뒤를 따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탁회의실에 도착 한 세 사람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건우의 부탁으로 오민석이 김한나 생츄어리의 실태와 강림의 목적에 관해 설명했다. 설명이 이어질수록 박태정의 얼굴에 분노가 차올랐다. 김주환은 탁자를 툭툭 치며 강림에 대해 생각을 했다.

“건우님, 더 지켜만 볼 수 없습니다. 이제 저희가 움직일 차례입니다.”

“건우야, 아무래도 강림은 막는 게 좋을 거 같다.”

두 사람의 말에 강건우가 턱을 쓰다듬었다. 아크로폴리스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개입할 시기였다. 강건우가 입을 열었다.

“아크로폴리스를 지킬 최소한의 인력을 제외한 전 각성자들을 준비시켜 줘. 김한나를 처리해야겠어.”

강건우의 결정에 회의실의 세 사람의 얼굴에 각오가 서렸다. 이번 결정을 통해 많은 사상자가 나올 것이었다. 하지만 웅크리고만 있을 시기가 아니였다. 과감히 서울을 정리하고 나아가 한국을 세력권에 두어야 했다. 그것이 강건우의 의지였다. 조율자라는 포지션에서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빠르게 아마겟돈을 끝내버리겠어.’

회의실 안에 뜨거운 의지의 열풍이 불어 닥쳤다. 네 사람은 시간 가는지 모르고 앞으로의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나온 이야기를 정리하고 회의를 마무리하자.”

강건우가 박태정을 바라보았다. 박태정이 태블릿을 조작해 원탁의 중앙에 홀로그램을 투영시켰다.

“오늘 나온 안건을 대충 정리해 봤습니다.”

박태정이 말을 이어갔다.

“첫째, 현재 아크로폴리스의 전력은 초기 각성자 5명. 건우님을 제외한 숫자입니다. 그리고 강제 각성자 800명입니다. 초기 각성자의 랭크 현황은 A 랭크 3 B 랭크 2입니다. 강제 각성자는 B 랭크 300명 C 랭크 500명입니다.”

박태정의 보고에 오민석의 얼굴이 경악에 가득 찼다. 강제 각성자가 B 랭크라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각성자의 수도 총 800명이었다. 김한나가 보유한 강제 각성자가 200명 남짓을 유지하는 걸 생각해본다면 엄청난 전력이었다. 다만 불안요소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초기 각성자의 숫자였다.

“일단 800명 중 권율 중령님을 포함한 100명의 해병대원들은 도시의 방어를 위해 남길 겁니다. 나머지 100명의 해병대원들은 건우님의 직속부대로 편성했습니다. 모두 B 랭크로 이루어진 강력한 전력입니다.”

“난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한데.”

강건우의 말에 박태정이 한숨을 쉬었다. 한숨 소리에 강건우가 움찔했다.

“알았어. 이번에는 단독행동은 자제할게.”

“네, 감사합니다.”

박태정이 강건우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리고는 다음 설명을 이어갔다.

“둘째, 압도적인 전력으로 김한나의 생츄어리를 정복한 후 서울 전역을 아크로폴리스의 권역으로 만듭니다. 이를 위해서 아크로폴리스의 랭크 업을 진행합니다. 다행히 오민석님의 합류로 마지막 조건이 채워졌습니다.”

“...그런가요.”

“네, 초기 각성자 보유 수 6명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랭크 업을 못 하고 있었습니다.”

박태정의 말에 오민석이 멋쩍은 듯 미소를 지었다. 박태정이 말을 이어갔다.

“셋째, 서울을 접수하고 나면 빠른 속도로 도시 정비를 시작합니다.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최대한의 여건을 제공합니다. 이를 위해서 팔크람님과 드워프들 그리고 해병대원들이 총동원될 예정입니다.”

오민석이 감탄성을 터트렸다. 아크로폴리스에 대해 알아갈수록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강건우라는 사기적인 강함을 가진 존재와 그가 가진 말도 안 되는 상점. 거기다 뒤를 받쳐줄 강력한 전력과 드워프라는 치트키까지. 오민석의 마음에 희망이라는 단어가 차올랐다.

“넷째, 서울을 안정시키고 나면 빠르게 전력을 보강합니다. 그러고 나서.”

한참을 말한 박태정이 목이 메는 듯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목을 가다듬은 박태정이 마지막 설명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면 한국에 있는 수호자와 파괴자들을 몰아내고 모든 지역을 정복합니다. 이를 위해서 조율자의 상점에서 하늘 요새를 구매할 예정입니다.”

박태정이 설명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강건우가 흡족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 이 내용을 아크로폴리스의 모든 사람이 알 수 있게 공표해줘.”

“네, 알겠습니다.”

강건우가 김주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주환이 형.”

“응, 말해 건우야.”

“아직 잠재랭크까지 업을 못한 게 누구누구지?”

“음···. 진호랑 기현이.”

이진호의 현재 랭크는 B 잠재랭크는 A였다. 송기현의 현재 랭크는 A 잠재랭크는 S였다. 두 사람 모두 포인트가 부족해 랭크 업이 미뤄지고 있었다.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던 강건우가 입을 열었다.

“둘 다, 던전 갈 준비하라고 해. 간만에 포인트 작업 좀 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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