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84화 (85/99)

성녀 혹은 악녀(3)

차원력 연구실의 중앙에는 여러 대의 캡슐이 놓여있었다. 중앙에는 신의 파편이 담긴 장치가 있었다. 예전에 보았던 그 장치였다. 신의 파편이 담긴 장치와 캡슐은 기다란 튜브로 연결돼있었다. 강건우가 캡슐에 호기심을 보였다.

“팔크람, 이건 무슨 장치야?”

“이건 차원력 정화 장치야. 회복실에 있는 캡슐을 변형해서 만들었지.”

“차원력 정화?”

“응, 차원의 힘을 중화시켜주지. 신의 파편만 충분하다면 말이지.”

강건우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팔크람이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옆에 서 있는 파도람의 어깨를 탕탕치며 말했다.

“파하하! 뭘 그리 놀래. 파도람이 여기까지 안내해줬지?”

“응, 그것도 궁금했어? 어떻게 된거야?”

“파도람은 제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이자 기술자였어. 내가 없었다면 신의 사도로 뽑혔을 수도 있을 정도로 신력에도 민감했지.”

“공주님. 무슨 말씀을···.”

파도람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팔크람이 파도람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처음 신의 파편을 이용해 차원력을 중화시키는 시도를 했었지. 그 대상이 파도람이였고.”

“차원력을 중화시키면 크리쳐에서 인간으로 돌아오는 거야?”

강건우가 반색하며 물었다. 팔크람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한번 크리쳐가 된 몸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아.”

“응? 그럼 파도람님은 어떻게?”

“일단 크리쳐에서 영혼을 추출해. 그러고 나서 새로 만든 몸으로 영혼을 안착시키는 거지.”

“그럼 파도람님도 그 방식으로?”

“응, 유전자 복제를 통해 만들어낸 육체야.”

“부작용은 없어?”

“아직 없어. 조만간 드워프들 모두에게 시술할 예정이야.”

팔크람의 말에 강건우가 매우 놀랐다. 영혼을 옮겨 새로운 육체에 넣는다니. 이건 신의 영역이었다. 팔크람이 설명을 이어갔다.

“뭘 그리 놀래? 새삼스럽게.”

“그건 그렇지만···. 아무튼 대단하네! 드워프의 과학력은 정말 엄청나.”

“하하. 육체를 새로 만드는 데는 인간 과학자들의 도움이 컸어. 우리는 이런 쪽으로는 아무런 데이터가 없었거든.”

“아. 그래서 인간 과학자들이 눈에 띄었던 거군?”

강건우가 지나오며 마주쳤던 인간 과학자들을 떠올렸다.

“응, 아주 큰 힘이 됐어. 고맙다 강건우. 아크로폴리스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고맙긴. 아크로폴리스도 이제 너 없으면 안 돌아가.”

“파하하. 역시 나의 능력은 대단해! 안 그래 파도람?”

“네, 훌륭하십니다. 공주님.”

팔크람의 질문에 파도람이 진중한 톤으로 대답했다. 강건우가 팔크람을 바라보았다. 오늘 이곳에 찾아온 이유를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팔크람, 헨릭의 아버지와 기사들 말인데.”

“응, 기현이한테. 이야기 들었어.”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강건우의 질문에 팔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걱정하지 마. 차원의 힘에 노출된 기간이 긴 편이 아니니까. 원래대로 돌릴 수 있을 거야.”

“그럼 역시 영혼만 뽑아서 새 육체에 넣어야 하는 거지?”

“응, 아마도. 하지만 혹시 모르지. 크리쳐가 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팔크람의 말에 강건우의 얼굴이 밝아졌다. 헨릭에게 소식을 전해준다면 정말 기뻐할 것이었다.

“좋아. 역시 팔크람이야.”

“내가 늘 말하지? 좋은 술 좀 잔뜩 보내 달라고.”

“하하. 알겠어.”

“그런데 강건우.”

대화를 나누던 팔크람이 강건우를 바라보았다. 과학적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빛이었다. 강건우가 왠지 모를 한기에 몸을 움찔했다.

“응? 왜?”

“네 몸 좀 빌려주라.”

“고···. 공주님! 제발 품위를···.”

팔크람의 폭탄 발언에 파도람이 깜짝 놀랐다. 강건우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몸을 빌려달라니 무슨 말이야?”

“흐흐. 카라한테 이야기 들었어. 엄청난 힘을 손에 넣었다며? 거의 반신급이라던데?”

“반신급 보다는 강해.”

“어쨌든. 신들의 힘을 연구하고 있었잖아. 스킬스톤도 완성단계고. 강건우 너한테 담긴 힘을 연구하면 확실히 연구가 끝날 거 같아서.”

“알았어. 꺼림칙하긴 한데. 시간을 내볼게.”

“고마워. 강건우.”

대화를 마친 강건우와 팔크람이 연구실에서 나왔다. 강건우가 팔크람과 파도람의 배웅을 받으며 연구소를 떠났다. 연구소를 나오자 카라가 고개를 내밀었다.

“건우님, 이제 어디로 가실 거에요?”

“성으로 돌아가자. 좀 쉬고 싶네.”

“네, 가시죠.”

강건우가 조율자의 성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조율자의 성에 도착한 강건우는 헨릭을 찾아갔다. 헨릭은 각성한 이후 강해진 힘을 통제하는 훈련 중이었다. 일반인이 각성한 것보다 훨씬 강력한 힘이었다. 각성 랭크도 B 랭크에 이르렀다.

‘이젠 강제 각성물약이라고 부를 수도 없겠어.’

조율자의 상점이 업그레이드된 후. 강제 각성물약을 통해 B 랭크로 각성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카라는 강건우의 격이 올라간 덕택이라고 했다. 조율신에게 받은 힘을 키워갈수록 상점도 같이 성장하는 것이었다. 헨릭의 훈련이 끝나자 프라이어 백작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헨릭은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었다.

“실패할 확률은 없는 겁니까?”

“매우 낮다고 들었다.”

“.....좋습니다.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다만 에일린에게는 비밀로 해주십시오.”

“당연하지. 굳이 말해줄 이유는 없잖아?”

“밝은 척하지만 마음이 여린 아이니까요.”

헨릭과의 일도 마무리 지은 강건우가 부모님을 만나러 갔다. 오랜만의 엄마표 밥상을 거하게 먹었다. 식사가 끝나고 강건우와 강지영의 작은 신경전이 있었다. 이유는 강건우의 애마 때문이었다. 강건우는 차 열쇠를 빼앗으며 눈을 부라렸다. 강지영은 유아린에게 신경 좀 쓰라며 반격해왔다. 할 말이 없어진 강건우가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언제나 여동생과의 싸움은 완패였다.

자신의 방에 돌아온 강건우가 차근히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먼저 무기를 바꾸기로 했다. 현재 강건우의 장비는 A 랭크 아크 데모닉 셋트였다.

‘진짜 오래도 썼다.’

강건우가 조율자의 상점에 접속했다. 봉인이 해제된 상점에는 강력한 무기와 방어구 들이 즐비했다. 신들이 사용한 무기도 있었다. 단지 이미 사용하고 있는지 구매할 수는 없었다. 가끔 구매할 수 있는 무기도 있었지만 끌리는 무기는 없었다. 한참을 살펴보던 강건우의 얼굴이 갑자기 밝아졌다.

‘찾았다.’

강건우가 망설임 없이 무기와 방어구를 구매했다. 각각의 장비당 1P가 빠져나갔다. 장비를 확인한 강건우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식으로 숨겨놓다니. 고약하군.’

[잠들어있는 검] - D 랭크

[잠들어있는 쉴드] - D 랭크

[잠들어있는 방어구] - D 랭크

허접스러운 이름에 형편없는 랭크의 장비였다. 하지만 장비의 진면목을 안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었다. 강건우가 인벤토리에서 장비들을 꺼냈다. 강건우가 조율신의 힘을 끌어냈다. 그리고 장비에 일일이 주입했다. 회색의 기운이 장비들을 감쌌다.

웅웅! 웅웅!

커다란 진동 소리와 함께 무기들에서 눈 부신 빛이 터져나왔다. 그 여파로 방에 있는 집기들과 잡동사니들이 엉망진창으로 날아다녔다. 빛이 사라지자 강건우의 눈에 장비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장비의 정보를 확인했다.

[태초의 검] - SSS 랭크

[태초의 방패] - SSS 랭크

[태초의 방어구] - SSS 랭크

‘맙소사···. 모든 형태로 변형 가능한 장비들이라니···. 이건 사기다.’

강건우가 황홀한 표정으로 장비들을 점검했다. 먼저 검을 손에 들었다.

‘어떻게 변형한다는 거지? 이렇게 생각을 하면 되는 건가?’

강건우가 양손검을 떠올리자 번쩍하는 빛과 함께 순식간에 양손검으로 변했다. 양손검을 떠올리자 두 개로 갈라졌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강건우가 방어구와 방패도 같은 방법으로 점검했다.

‘장비에서 느껴지는 힘도 엄청나군. 빨리 시험해 보고 싶을 정도야.’

조율신의 태초의 창세에 사용했던 무기였다. 힘을 잃고 잠든 세월이 길어 아직 온전한 힘을 찾지 못했다. 앞으로 강건우가 성장할수록 같이 성장해 나갈 것이었다.

‘음···. A 랭크 장비는 아린이를 줘야겠군.’

생각을 마친 강건우가 조율자의 상점을 둘러봤다. 끝없이 존재하는 품목들에 기가 질렸다. 그렇게 강건우는 밤새 조율자의 상점을 살펴보다 잠들었다.

****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강건우와 일행은 각자의 위치에서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냈다. 방대해진 아크로폴리스를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강건우는 더 많은 전문인력이 필요함을 느꼈다.

강건우와 박태정이 원탁 회의실에 앉아있었다. 박태정은 매우 바빠 보였다. 무언가를 확인하려 태블릿을 터치하며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강건우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빠져있었다.

“뭐라고? 그래? 알겠다. 정찰 나간 제우스팀은 현 시간부로 본부로 복귀시켜.”

제우스팀은 강제 각성 1팀을 일컫는 명칭이었다. 그동안 강건우는 팔크람의 연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그 결과 스킬스톤의 연구가 끝났다. 강제 각성자들은 양산되기 시작한 스킬스톤을 하나씩 받았다. 전력의 상승에 기뻐하던 강건우에게 더 좋은 일이 생겼다. 지구의 신 중 강력한 몇이 힘을 되찾은 것이었다. 아크로폴리스에 쌓이는 포인트 덕분이었다. 지구의 신들은 자신들의 힘을 이용해 초기 각성자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초기 각성자들을 중심으로 팀이 재편되었다. 즉 제우스팀은 제우스의 힘을 이용하는 초기 각성자가 팀장으로 있는 팀이었다.

“태정이 형, 시작된 거야?”

“네, 김한나의 생츄어리에서 강력한 신의 힘이 감지됐습니다. 아마 강림이 곧 시작될 거 같습니다.”

“결국, 밀어붙이겠다 이거지?”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강건우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수호신들이 강림을 강행한다면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아크로폴리스의 전력은 충분했다. 아니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강건우는 때가 왔음을 느꼈다.

“형, 지금 이 순간부터 최고 경계태세로 전환해줘.”

“설마, 생츄어리로 향하실 생각이십니까?”

“...응. 무슨 짓을 벌이는 것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기현이라도 데려가십시오.”

박태정이 송기현을 언급했다. 공격력은 부족하지만 유틸성은 최강인 송기현이였다. 강건우와 송기현의 조합이라면 어지간한 상황은 해결할 수 있었다.

“알겠어. 나 없는 동안 잘 부탁해.”

“여기는 걱정하지 마시고 다녀오십시오.”

박태정이 송기현을 부르기 위해 종합통제실로 돌아갔다. 강건우는 출발을 위해 조율자의 성 밖으로 나섰다. 성문에 도착한 강건우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송기현을 찾는 것이었다. 그때 뒤쪽의 공간이 찢어지며 송기현이 나타났다.

“건우형님, 저 왔습니다.”

“준비됐지?”

“네, 어디로 모실까요?”

“아니야, 차원 이동보단 걸어서 가자.”

“네? 걸어서요?”

송기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의 이동기라면 순식간에 다녀올 수 있었다. 강건우가 성문 쪽으로 향했다.

“김한나의 생츄어리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더군. 분위기도 살펴볼 겸 해서.”

“아···. 그렇군요.”

송기현이 강건우의 뒤를 쫓았다. 한참을 걸은 두 사람이 아크로폴리스의 경계에 도착했다.

“이 도로를 따라가면 금세 도착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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