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81화 (82/99)

결착(3)

던전 곳곳에 강건우 일행이 나뒹굴고 있었다. 강건우의 연락을 받은 일행은 한군데로 집결해 강건우가 있는 곳으로 왔다. 그곳에는 카라의 방어막에 막혀 잔뜩 화가 난 헬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헬리에게 박태정을 비롯한 일행은 좋은 화풀이 대상이었다. 상황을 살필 여유도 없이 헬리의 공격이 시작됐다.

“내가 막겠어!”

“태정아, 물러서!”

“태정 형님!”

박태정이 방패를 앞세워 헬리의 공격을 막아섰다. 콰아앙! 일격에 박태정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벽에 처박혔다. 깜짝 놀란 이진호가 마나 런쳐를 조준했다. 하지만 공격할 새도 없이 헬리의 발차기가 날아들었다.

퍼퍽!

“으악!”

이진호의 가슴이 움푹 파이며 의식을 잃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을 처리한 헬리가 헨릭을 바라보았다.

“흥! 상대할 가치도 없는 버러지로군.”

“으으···. 이 새끼가!”

헨릭이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팅! 하지만 헬리가 손바닥으로 가볍게 쳐냈다. 그 반동으로 헨릭의 검이 산산이 부서졌다. 순간, 김주환이 피의 힘을 잔뜩 끌어모아 헬리에게 블러도 익스플로전을 집중시켰다. 펑! 가죽 터지는 소리가 들리며 자욱한 피 안개가 헬리의 몸을 덮었다.

“크크크···. 이번 공격은 제법 쓸만한데?”

피 안개 사이로 헬리의 손이 불쑥 튀어나와 김주환을 움켜잡았다.

“으윽···.”

김주환이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안개가 걷히며 나타난 헬리의 모습이 나타났다. 김주환의 공격에도 생채기 하나 생기지 않은 모습이었다.

“네놈들을 죽이면 강건우의 얼굴이 볼만하겠군.”

헬리가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떠올랐다. 김주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장막 안의 카라와 강건우는 모두 정신을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헬리의 이마에 돋은 뿔에 검은색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지직! 지직! 강력한 힘이 응축되며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헬리가 김주환을 내팽개쳤다.

“크크···. 던전째 무너트려 주마.”

회색빛 장막에 막힌 헬리가 던전을 무너트릴 작정을 했다. 자신은 강림이 끝나면 만신 전으로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헬리님!”

“안돼!”

한쪽에 있던 제임스와 내팽개쳐진 김주환이 동시에 고함을 질렀다. 뿔에 맺혀있던 힘이 부풀어 올랐다. 사방이 검은색으로 물들어 가려던 순간이었다.

“멈춰!”

회색의 기운에 휩싸인 강건우가 헬리의 뿔을 양손으로 움켜잡았다. 콰아아앙! 움켜잡은 양손에서 엄청난 폭음과 함께 검은색 빛이 번쩍하고 빛났다.

“이···. 이럴 수가!”

폭발이 가시자 당황한 헬리의 얼굴과 분노한 표정을 한 강건우의 모습이 드러났다.

“감히! 내 동료들을!”

강건우가 힘을 집중하자 양손검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홍염의 검 스킬을 수십 번 중첩한 예전의 힘이 그대로 재현됐다. 모든 것을 녹일듯한 초열에 던전의 벽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강건우가 헬리에게로 쏘아져 들어갔다.

“헉!”

깜짝 놀란 헬리가 황급히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강건우의 검이 한발 앞섰다. 화르륵! 헬리의 오른쪽 어깨가 검에 적중당했다.

“크아아악!

끔찍한 비명소리와 함께 어깨가 뜯겨나갔다. 툭! 땅에 떨어진 잭의 신체가 재로 변해 사라졌다.

”제길! 헬리님!“

잭의 육체가 위험에 빠지자 제임스가 창에 힘을 실어 강건우에게 던졌다. 파삭! 강건우가 손을 휘두르자 제임스의 창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말도 안 돼. 실버 서펀트의 뼈로 만든 창인데···.“

제임스가 덜덜 떨며 중얼거렸다. 영광의 홀을 훔칠 때 같이 가져온 제국 황실의 강력한 무기였다. 그런 창이 손짓 한 번에 가루가 됐다.

”진정 나를 화나게 하는구나!“

헬리가 본신의 힘을 더욱 끌어왔다. 잭의 육체가 쩍쩍 갈라졌다. 갈라진 틈 사이로 검은빛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잠시 후, 잭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검게 물든 피부에는 작은 돌기가 돋아나 있었다. 등 뒤에는 박쥐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날개가 자리 잡았다. 두 눈에서는 녹색의 흉광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흐흐흐. 이제야 살 것 같군. 인간의 육체는 너무 나약해 빠졌어.“

”......“

강건우가 헬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헬리도 땅을 박차고 나섰다. 인간과 신이 충돌했다. 빠른 속도로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김주환은 간신히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시야가 흐려졌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품에서 회복 포션을 하나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고통이 약간 가시며 활력이 돌아왔다. 조심스럽게 쓰러져 있는 동료들에게 다가갔다.

“태정아, 정신 차려봐.”

“....으으. 건우님은?”

박태정의 몸은 엉망진창이었다. 갑옷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검과 방패는 산산이 부서진 지 오래였다. 입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김주환이 회복 포션을 들이부었다. 피가 멈추고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지금 파괴신을 상대 중이시다.”

“뭐?! 혼자서는 위험하실 거야!”

“진정해 일방적으로 압도 중이시니까.”

김주환이 강건우가 싸우고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박태정의 얼굴에 안도감이 떠올랐다. 강건우가 헬리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강건우의 공격이 적중할 때마다 헬리의 검은 기운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날개는 엉망으로 찢어져 볼품없게 변했다. 잔뜩 짜증이 난 헬리의 괴성이 던전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걸까? 굉장히 강해지셨어.”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섬뜩할 정도의 기세가 느껴져.”

“다른 애들은?”

박태정이 주변을 살펴보았다. 정신을 차린 헨릭이 이진호를 살피고 있었다. 입안으로 회복 포션을 넣어주는 모습에 박태정이 안심했다. 김주환이 박태정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한군데에 모여있는 게 좋겠어. 싸움의 여파에 휘말리면 건우님에게 방해가 될 거야.”

“알겠어.”

두 사람이 헨릭이 있는 곳으로 합류했다. 헨릭의 얼굴도 엉망이었다. 검이 부서지면 날린 파편이 곳곳에 박혀있었다. 이진호의 위중한 상태에 자신을 돌보는 것조차 잊은 것이었다.

“헨릭, 포션을 먹였으니까 괜찮을 거야. 이제 너를 살펴.”

“....죄송합니다.”

“왜? 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어,”

헨릭이 울먹거리자 김주환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박태정은 말없이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그때 어느 정도 회복한 이진호가 입을 열었다.

“형님들···.”

“진호야, 걱정하지 말고 네 몸부터 챙겨.”

“네···.”

강건우와 헬리의 전투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였다. 헬리의 검은 기운이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제기랄!”

헬리가 던전의 벽을 향해 공격을 시도했다. 강건우를 어쩔 수 없자 던전을 무너트리려 한 것이었다. 하지만 강건우의 방해로 계속 무산되고 있었다.

“으악! 이번에도 네놈을 놔줘야 한다니!”

“말은 똑바로 하지. 내가 네놈을 놓아주는 거다.”

“기다려라. 곧 나의 진짜 힘을 대면하게 될 거다.”

“시끄러워.”

강건우가 검을 횡으로 그었다. 툭. 잭의 육체에서 머리통이 분리되어 떨어졌다. 강림이 풀리자 잭의 육체가 모래처럼 흩어졌다. 이미 한계까지 버티고 있었던 것이었다. 잭이 사라진 자리에 신의 파편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건우가 신의 파편을 주워들었다.

[신의 파편을 흡수 가능합니다.]

[흡수한 신의 파편은 포인트와 랭크 업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의 파편을 분석 중입니다.]

[분석 완료.]

[제291 우주. 제15 행성 신의 파편.]

[해당 파편으로 획득 가능한 포인트는 500000000P입니다.]

[해당 파편으로 획득 가능한 랭크 업 포인트는 500 GP입니다.]

[다음 랭크 업까지 필요한 GP는 1000000 GP입니다.]

[축하합니다. A 랭크 던전 - 아스가르 제국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A 랭크 던전 – 아스가르 제국이 강건우님에게 귀속됩니다.]

[던전에 존재하는 타 세력이 전부 추방됩니다.]

쏟아지는 알림음이 끝나자 강건우가 고개를 돌렸다. 부상을 입고 처참한 모습의 일행이 눈에 들어왔다. 강건우가 조율자의 상점에 접속했다. 잠금 되어있던 모든 항목이 풀려있었다. 강건우가 엘릭서를 검색했다.

‘가격이 왜 이래?’

엘릭서의 가격이 대폭 하락해 있었다. 강건우가 엘릭서 5개를 구매했다. 5억 포인트가 빠져나갔다.

‘이렇게 쓰고도 한참 남았네.’

강건우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정신을 차린 카라가 강건우에게 날아왔다.

“건우님!”

“카라, 괜찮은 거야?”

강건우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카라를 바라보았다. 카라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네! 멀쩡해요. 오히려 전보다 더 좋아요.”

“다행이네.”

강건우가 성장하면서 카라 역시 성장했다. 카라가 기분이 좋은 듯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건우님, 드디어 진정한 조율자가 되신 것을 축하드려요.”

“그동안 왜 말해주지 않은 거야?”

“그게···. 솔직히 말씀드리면 S 랭크에서 봉인해제를 시도한 건 도박이었어요. 원래대로라면 SS 랭크는 넘어서 시도해야 했어요.”

“그래?”

강건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카라가 강건우의 어깨로 올라앉았다.

“네, 그분의 힘을 계승하기에는 인간의 육체는 너무 나약하니까요.”

“그렇군···. 그런데 어떻게 성공한 거지?”

“건우님의 의지가 육체의 한계를 넘어섰어요. 정말 잘하셨어요.”

카라의 칭찬에 강건우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것저것 물어볼 게 많아. 일단 형들을 치료한 다음 아크로폴리스로 돌아가서 이야기하자.”

“네, 건우님.”

대화를 마친 강건우가 일행에게 다가갔다. 바닥에 앉아있던 김주환과 박태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건우야.”

“건우님, 해내셨군요.”

“다들 괜찮은 거야?”

강건우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일행을 둘러보았다. 멀쩡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장비들은 모두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졌고, 몸은 만신창이였다. 하지만 표정만큼은 모두 밝았다. 강건우가 일행에게 엘릭서를 나누어 주었다. 회복 포션과는 달리 신비로운 빛이 영롱했다. 김주환이 감탄성을 뱉으며 말했다.

“와···.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엘릭서구나. 근데 이거 구매조건이 까다롭다고 하지 않았어?”

“이번에 랭크 업을 하면서 구매제한이 풀렸어.”

강건우의 말에 주변의 일행들이 깜짝 놀라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강건우의 어깨에 앉아있던 카라가 일행의 가운데로 날아들었다.

“일단 엘릭서부터 드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해요.”

“아···. 알겠어.”

“네, 카라님.”

일행이 엘릭서를 벌컥벌컥 마셨다.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오며 일행의 몸이 완벽하게 치유됐다. 엘릭서의 효능은 명불허전이었다. 한쪽에서 엘릭서를 멍하니 쳐다보던 헨릭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건우형님, 이건 보관했다가 아버지를 드려도 될까요?”

“헨릭, 백작님과 기사단은 따로 치료할 거야. 그건 네가 마셔.”

“혀···. 형님···.”

헨릭이 감동했는지 눈시울을 붉혔다. 강건우가 헨릭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그리고 자신들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헨릭, 너도 눈치챘겠지만 사실 우린 이 대륙의 사람이 아니야.”

“역시···. 다른 대륙에서 오신 거였군요.”

헨릭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역시 강건우는 다른 대륙에서 온 귀족의 후예가 분명했다. 헨릭의 말에 강건우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다른 차원에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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