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78화 (79/99)

카밀라 산맥(2)

카밀란 산맥 안에 있는 던전은 과거 제국을 뒤흔들었던 흑마법사의 연구실이었다. 던전의 앞쪽으로는 산맥 안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평지가 존재했다. 그리고 지금 흑마법사가 평생을 다해 연구했던 결실이 발현되고 있었다.

“크오!”

“크아!”

“크르르!”

말 그대로 몬스터의 바다였다. 서로 엉키어 움직이지 못하는 웃기는 일도 빈번했다. 그 몬스터의 바다가 외곽에서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김주환의 블러디 익스플로젼이 터질 때마다 몬스터들의 바다에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박태정은 방패와 검을 이용해 착실히 몬스터를 상대해 나갔다. 압권은 강건우였다. 양손검에 생겨난 홍염이 채찍처럼 길게 늘어졌다. 그 검이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몬스터들이 잿더미로 변했다.

강건우가 홍염의 검을 고쳐 잡으며 실소를 흘렸다.

“하···. 진짜 끝도 없이 몰려드네.”

“건우야, 끝이 안 보인다 안 보여.”

“건우님, 정말 모조리 해치우실 생각입니까?”

김주환과 박태정이 기가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벌써 상당한 숫자의 몬스터를 죽였다. 하지만 끝도 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강건우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친절히도 다 모아놨는데 싹 다 처리하자고. 포인트도 제법 짭짤하고.”

산맥의 몬스터들을 모드 처리한다면 슈타텐 영지는 안정을 찾을 것이었다. 몬스터들에게서 얻어지는 포인트가 제법이었다. 일거양득이었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몬스터들이 강건우 일행을 덮쳐왔다.

콰앙! 몬스터들의 뒤쪽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이진호의 사격에 몬스터들이 찢겨나갔다. 이진호는 나무 위에 올라가 강건우를 엄호하고 있었다. 헨릭은 그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모든 몬스터들의 시선이 강건우에게 집중되어있었다. 간혹 무리에서 새어 나오는 몬스터들은 헨릭의 몫이었다.

“우리도 다시 시작해볼까?”

“좋았어.”

“빨리 해치우고 파괴자들 잡으러 가시죠.”

말을 마친 강건우가 땅을 박차고 나갔다. 김주환과 박태정도 뒤를 쫓았다.

****

한편 던전의 깊숙한 곳에 제임스와 잭이 있었다. 두 사람의 가운데로는 마법 수정구가 놓여있었다. 수정구에는 강건우 일행과 몬스터들의 전투 장면이 보여지고 있었다. 수정구를 들여다보는 제임스의 얼굴은 초조해 보였다. 잭은 예의 무심한 얼굴이었다.

“젠장! 도대체 무슨 수로 여기를 찾아낸 거야?”

“제임스, 진정해. 그들이 슈타텐 영지로 찾아온 것도 우연이 아니었잖아?”

“아직 기사단이 완벽히 준비되지 않았단 말이야!”

제임스가 플레이어 백작가의 기사단을 언급했다. 잭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팔짱을 꼈다.

“느낌이 너무 불안해. 여기를 포기하고 떠나는 게 좋겠어.”

잭의 스킬들은 영혼의 힘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중에서 영혼잠식[Unique]가 대표적이었다. 상대방의 영혼을 빼내어 그 힘을 이용할 수 있었다. 영혼을 빼앗은 몸에는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도 있었다. 그런 잭은 직감이 매우 뛰어났다.

“잭, 불안하게 왜 그래! 그런 소리 좀 적당히 해.”

잭의 중얼거림에 제임스가 불만을 표시했다. 잭이 저런 말을 할 때면 항상 안 좋은 일이 생겼다. 제임스가 다시 수정구로 시선을 돌렸다.

“으음···. 괴물 같은 놈들···.”

제임스가 신음성을 내뱉었다. 다섯 명의 인간이 몬스터들을 지워버리고 있었다. 스킬이 사용될 때마다 몬스터들이 한 움큼씩 사라져갔다. 물론 몬스터들로 각성자들을 해치울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을 끌 생각이었다. 던전의 최심부에서 리차드 백작과 기사단의 크리쳐 화가 진행 중이었다.

수정구를 바라보던 제임스에게 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임스,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해?”

“하루! 딱 하루였다고. 제길!”

제임스가 땅을 걷어차며 욕을 내뱉었다. 카밀라 산맥은 거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들의 던전은 산맥의 중심부에 있었다. 이렇게 빨리 찾아낼 거라고는 생각조차 안 했다. 제임스의 모습을 바라보던 잭이 입을 열었다.

“제임스, 기사단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겠어.”

“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적들이 너무 강해. 여기서 초기 각성자들을 내보내봤자. 무의미하게 죽을 게 뻔해.”

“잭,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니야? 리차드 백작과 기사단에 내 모든 것을 투자했다고.”

“제임스,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나 또한 본거지 설정조차 안 하고 이곳에 모든 것을 투자했다고.”

제임스와 잭은 콜로세움 이후 미국에서 시작한 파괴자였다. 콜로세움부터 두 사람은 각별한 사이였다. 둘의 스킬은 서로 합쳐질 때 시너지 효과가 엄청났다. 그래서 미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쭈욱 붙어 다녔다. 그러던 중 A랭크 던전을 발견했고 이곳에 모든 것을 쏟아붓기로 했다. 본거지 설정조차 미루어 두었다. A 랭크 던전을 클리어할 경우 엄청난 보상이 있었다. 더군다나 자신들은 최초 발견자였다.

“제길! 저 새끼들은 왜 갑자기 나타나서는.”

“우리의 힘이 저들보다 약한걸 누구 탓하겠어.”

제임스와 잭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제임스가 결정을 내렸다.

“네 말 대로하자. 우리가 살아남는 게 중요하니까. 이번 위기만 벗어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야.”

“잘 생각했어. 그럼 부하들에게는 철수준비를 시킬게. 너는 기사단을 준비해줘.”

“알겠어.”

대화를 마친 두 사람이 각자의 일을 위해 흩어졌다. 덩그러니 남은 마법 수정구에서는 강건우 일행이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크오오오오!”

“크르르!”

전열의 몬스터들이 일정량 줄어들자 대형몬스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오우거를 비롯해 트롤, 와이번 등이었다. 간간히 트윈헤드 오우거나 변종 와이번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강건우 일행에게는 별다를 위협이 되지는 못했다. 그냥 포인트를 더 주는 몬스터일 뿐이었다.

“끄어어억!”

“꾸르륵!”

순식간에 대형몬스터를 처치한 강건우 일행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몬스터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여가고 있었다. 비릿한 피 냄새가 전장을 가득 채웠다. 시간이 지나자 몬스터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일부 몬스터들은 겁에 질려 도망을 쳤다. 그 수가 적어 굳이 쫓아갈 이유는 없었다. 강건우 곁으로 일행이 모였다. 이진호가 코끝을 찌르는 피 냄새에 얼굴을 찡그렸다.

“냄새 한번 고약하군요.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던전으로 진입할 거야. 안에는 파괴자랑 초기 각성자들이 다수 있을 테니 모두 조심해.”

강건우의 말에 일행이 무기를 고쳐잡았다. 강건우가 헨릭을 힐끗 바라보았다. 초조함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건우가 몸을 돌려 던전을 바라보았다. 주변의 빛을 빨아들이듯 칠흑의 색깔이었다.

“후우···.”

강건우가 심호흡했다. 마지막 남은 신의 파편을 회수한다면 던전을 클리어한다. 그때였다. 던전의 입구에서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는 기사단이 등장했다. 그 장면을 발견한 헨릭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대지방패 기사단! 건우형님, 저희 가문의 기사단입니다.”

강건우가 시력을 강화해 기사단을 살펴보았다. 말과 사람 두 눈이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온몸에서 검은색 기운이 줄기줄기 피어나고 있었다. 익숙한 기운이었다.

“헨릭, 아무래도 마족의 기운에 오염된 것 같아.”

“정말입니까?”

헨릭의 말에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헨릭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 벌어지는 일을 믿기 싫었다. 하지만 명백한 현실이었다, 헨릭이 애처로운 표정으로 강건우를 바라보았다.

“형님,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헨릭의 질문에 강건우가 침묵했다. 파괴자들의 의도는 명백했다. 기사단을 희생시켜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한마디로 버려진 패였다. 지난번 자폭한 기사 같은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강건우가 일행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다들 조심해. 상대하기 까다로울 뿐 아니라 최후의 순간 자폭을 할 수도 있어.”

“제길! 이것밖에 방법이 없는 거야?”

“건우님, 일단 물러나는 게 어떻겠습니까?”

김주환과 박태정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진호는 망연자실한 헨릭을 위로하고 있었다. 그 사이 기사단의 돌격이 시작됐다. 기마 돌격이 시작되자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다. 강건우가 이진호에게 말했다.

“진호야, 헨릭 데리고 뒤쪽으로 빠져있어.”

“.......”

이진호가 머뭇거렸다. 헨릭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원망스러웠다. 그때였다. 강건우의 얼굴이 갑자기 밝아졌다.

“다들 뒤로 물러나 있어.”

강건우의 발언에 박태정과 김주환이 깜짝 놀랐다.

“건우님, 설마 혼자 상대하시려는 겁니까?”

“건우야, 너무 위험해.”

강건우가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뒤로 물러나 있어. 나한테 생각이 있어.”

“알겠다.”

“건우님, 절대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헨릭이 끝까지 남으려 했지만, 박태정과 이진호가 붙잡고 갔다. 혼자 남은 강건우가 정면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기사단이 지척에 다다르고 있었다. 인벤토리에 양손검을 넣고 한손검과 방패를 꺼내 들었다. 한차례 심호흡을 한 강건우가 기사단을 향해 부딪혀갔다.

“히히힝!”

“크하하!”

돌격해오는 기사단의 한복판으로 강건우가 떨어져 내렸다. 쾅! 강력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돌격하던 기사단이 좌우로 갈라지며 강건우를 지나쳤다. 그리고 크게 반전해 다시 짓쳐 들어왔다. 강건우가 인벤토리에서 프로텍트 쉴드[Epic]와 전투집중[Epic] 스킬스톤을 꺼내 동시에 사용했다. 강건우의 몸 주변으로 반투명한 막이 생겨났다.

‘후···. 이 느낌은 언제나 적응이 안 돼.’

온몸에 고양감이 차오르며 정신이 또렷해졌다. 텅! 강건우가 방패를 들어 기사의 렌스차징을 막아냈다. 말 위의 기사가 반동으로 크게 나가떨어졌다. 기사단이 돌격을 멈추고 강건우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큭!”

사방에서 기사들의 공격이 쏟아졌다. 방패로 튕겨내며 칼등으로 기사들을 내리쳤다. 충격을 받은 기사가 땅으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중과부적이었다. 강건우의 갑옷에 생채기가 늘어났다. B 랭크에 이르는 갑옷의 성능이 아니었다면 위험할뻔했다.

‘제길! 안 죽이면서 상대하려니 짜증 나는군. 카라는 언제 도착하는 거야.’

강건우가 속으로 투덜거렸다. 순간, 강건우가 등 뒤에서 날아오는 싸늘한 기운에 황급히 피했다. 쾅! 하는 소리와 서 있던 자리가 움푹 파였다. 강건우가 식은땀을 흘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위풍당당한 체격에 다른 기사들보다 눈에 띄는 갑옷의 기사가 말에 타고 있었다. 역시 붉게 물든 눈으로 강건우에게 검을 겨누고 있었다. 검에서는 검은색 마나가 터질 듯 타오르고 있었다.

‘리차드 백작······.’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투구 사이로 드러난 얼굴이 헨릭과 닮아있었다. 강건우가 쓰게 입맛을 다셨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소드마스터에 다다른 강자를 죽지 않게 신경 쓰며 싸워야 했다.

‘조금만 더 견디자.’

강건우가 검과 방패를 고쳐잡았다. 그 순간 리차드 백작이 검을 크게 휘둘렀다. 강건우가 깜짝 놀라 방패를 들었다. 쾅! 강건우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엄청난 위력이었다. 리차드 백작이 비릿하게 웃었다. 그때 흙먼지가 갈라지며 강건우의 신형이 튀어나왔다.

“흐압!”

강건우가 방패로 리차드 백작을 후려쳤다. 리차드 백작이 말 위에서 나가떨어지며 땅으로 떨어졌다. 주변의 기사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강건우가 리차드 백작의 말을 차고 올라 포위망 밖으로 빠져나갔다.

“크아아악!”

“크륵!”

기사들이 일제히 괴성을 질러댔다. 어느새 정신을 차린 리차드 백작이 말에 올라탔다. 전열을 가다듬은 기사단이 강건우에게로 달려들었다.

“씨발! 답답해 죽겠네!”

강건우가 소리쳤다. 그 순간 강건우의 머리 위쪽의 공간이 갈리지며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건우님, 저희 왔어요.”

“건우님, 고생하셨습니다.”

강건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