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69화 (70/99)

합류(2)

원탁회의실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강건우의 호출을 받은 아크로폴리스의 주요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박태정과 김주환은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의견이 맞지 않은 지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이제 우리가 나설 때입니다. 밖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그들을 구한단 말입니까?”

박태정의 옆쪽으로 앉아있던 강제 각성 1팀장과 2팀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반대쪽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아직 아크로폴리스도 완벽히 자리 잡지 않은 상태입니다. 섣부른 행동은 큰 화를 부를 수 있습니다.”

“아직 각성자들의 경험도 부족합니다. 내실을 더 다져야 합니다.”

양쪽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격렬하게 말다툼을 했다. 박태정과 김주환은 여전히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원탁회의실에 고성이 난무할 때였다. 문이 벌컥 열리며 강건우가 나타났다. 회의실에 정적이 찾아왔다. 강건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지금 뭣들 하는 겁니까?”

강건우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로 전에까지 말다툼을 벌이던 사람들은 침묵하고 있었다. 그때 묵묵히 앉아있던 박태정이 강건우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다들 열정이 넘쳐서···.”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형들은 무엇을 하고 있던 거야?”

강건우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질책했다. 그러자 김주환이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다. 사실 태정이랑 나랑 작은 의견 차이에서 시작됐는데···.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

“죄송합니다.”

김주환과 박태정이 민망한 얼굴로 사과를 해왔다. 아크로폴리스의 조직이 커지면서 부작용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초기의 결집력 강했던 조직위에 새로운 인물들이 추가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오늘 회의는 필요 없을 것 같아. 형들은 남고 다들 나가.”

“......”

“.....”

강건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만 보면서 어찌할 줄을 몰라했다. 강건우의 눈 밖에 나기는 싫었던 것이었다. 그 모습에 강건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의견들은 어떤지 알았으니까 나가! 결정은 내가 해!”

“네! 알겠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강건우와 김주환 그리고 박태정만이 회의실에 남았다. 강건우는 아무 말도 없이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거운 침묵을 견디지 못한 김주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정말 미안하다. 예전 같으면 그냥 말다툼으로 끝났을 건데···.”

“죄송합니다. 처음에는 예전처럼 단순한 말다툼이었습니다.”

잔뜩 풀죽은 두 사람이었다. 지난번 강화도 작전 이후 박태정과 김주환은 작은 의견 차이가 있었다. 크라켄이 사라진 것이 확인되자 아크로폴리스에서 각성자들이 다시 투입되었다. 강화도에 남아있는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제법 많은 수의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구출 작전 중 크리쳐 들을 상대하며 피해가 제법 생겼다. 강제 각성자들 중 사망자도 나왔다.

“건우님, 이젠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아크로폴리스 밖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영웅 놀이를 하자고 각성자들을 죽음으로 밀어 넣을 순 없어. 아직 준비가 더 필요해. 던전 몇 번 돌아보지도 않은 햇병아리들이 대다수라고!”

강건우가 한숨을 쉬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두 사람의 말 모두 틀린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 말 모두 일리가 있어. 하지만 형들은 이제 가벼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야. 이런 식으로 분열이 생기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했어.”

“......”

“......”

강건우의 일침에 두 사람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의기소침한 두 사람의 모습에 강건우가 한숨을 쉬었다.

“형들의 역할이 앞으로 중요해. 이번일 토대로 앞으로는 잘 부탁해.”

초기 각성자에 아크로폴리스의 시작을 함께했던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마겟돈 전에는 평범한 시민이었을 뿐이었다. 강건우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제껏 형들이 잘해와 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너무 속상해하지는 마.”

“그래! 앞으로 잘해보자고.”

“감사합니다.”

강건우의 위로에 두 사람이 얼굴이 밝아졌다. 두 사람의 모습에 강건우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

“뭐? 어떤 소식인데?”

“권율 중령님과 이야기가 잘 끝난 겁니까?”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응. 아크로폴리스에 합류하시기로 결정 내렸어.”

“대박! 잘됐다.”

“정말입니까? 정말 기쁜 소식입니다.”

강건우의 말에 박태정과 김주환이 환호성을 질렀다. B 랭크 이상으로 이루어진 해병대가 합류였다. 아크로폴리스의 전력 운용에 커다란 전환점이었다. 이제 방어를 걱정하지 않고 외부에 힘을 투사할 수 있게 되었다. 박태정과 김주환이 서로를 민망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결국, 우리끼리 아웅다웅한 게 우스운 꼴이 됐네.”

“그러게 말이다. 건우님이 한 방에 해결해 주셨네.”

“그러게 왜들 티격태격하고 그래. 애들처럼.”

강건우의 장난 섞인 질책에 두 사람이 웃음을 터트렸다. 분위기가 풀어지자 강건우가 조율자의 상점에서 술판을 준비했다. 오랜만의 회식이었다. 박태정과 김주환도 어느새 예전처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참을 먹고 마시던 강건우가 입을 열었다.

“이제 아크로폴리스도 안정됐으니 개인의 성장에 집중해야겠어.”

“그럼 던전 공략에 나서는 거야?”

김주환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박태정의 얼굴은 담담했다. 강건우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좋아? 누가 보면 던전이 놀이터인 줄 알겠어?”

“그동안 애들 훈련하면서 얼마나 답답했는지 알아? 몸이 근질거려 죽는 줄 알았다고.”

“하하.”

강건우가 웃음을 터트렸다. 옆에서 듣고 있던 박태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번엔 저도 갈 수 있는 겁니까?”

“형도 가고 싶어?”

강건우의 질문에 박태정이 강렬한 눈빛을 보냈다. 비록 랭크 업을 할 수는 없지만, 강건우와 던전 공략에 함께하고 싶은 것이었다.

“형이 없어도 괜찮을까?”

“이제 자리가 잡혀서 괜찮을 겁니다.”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크로폴리스의 주요 사안들을 결정하는 박태정이였다. 자리를 비우면 업무 공백이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강하게 요청하는 것을 물리칠 수가 없었다.

“그래! 같이 가자. 무슨 일 있으면 카라를 통해서 연락하라고 하지 뭐.”

“감사합니다!”

박태정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기뻐했다.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나 휴가를 떠나는 기분이었다. 그 모습에 강건우가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박태정이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이번에 던전공략을 떠나는 인원은 누구를 생각하십니까?”

“나랑 주환이 형, 진호 그리고 형 이렇게 갈 생각이야.”

“던전은 어디로 가는 겁니까?”

“아크로폴리스에 남은 던전 모두를 공략할 거야.”

강건우의 말에 김주환과 박태정의 얼굴이 상기됐다. 오랜만에 전투의 쾌감을 느낄 생각 때문이었다. 기뻐하던 박태정이 무엇인가 생각났는지 강건우에게 물었다.

“건우님이 던전에 계시는 동안 기현 씨가 깨어나면 어찌합니까?”

“지구의 신들로부터 곧 깨어날 거라는 연락을 받았어.”

“그럼 깨어나는 걸 확인하고 떠나시겠군요.”

“응, 나눌 이야기도 있고 해서 기다렸다가 출발해야지.”

대화를 마친 강건우가 손뼉을 치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자! 지루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간만에 셋이서 뭉쳐보자고.”

“네, 건우님.”

“건우야, 오늘 밤새워 마시는 거다.”

강건우가 맥주캔을 높게 들었다. 박태정과 김주환도 같이 들었다. 맥주캔을 부딪쳐 건배를 한 세 사람이 즐겁게 웃었다. 그 후로도 세 사람은 술을 마시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다음 날 아침. 조율자의 성에 있는 회복실에서 기쁜 소식이 날아왔다. 바로 송기현이 의식을 찾은 것이었다. 급하게 나가려는 강건우를 설현숙이 불러 세웠다.

“아들! 아침 먹고 가야지.”

“어머니, 저 바빠요. 다음에 차려주세요.”

“다음에 언제? 바쁘다고 잘 오지도 안잖아?”

어머니의 말에 강건우가 식탁에 앉았다. 잠시 후 정성이 가득 담긴 아침상이 차려졌다.

“잘 먹겠습니다.”

강건우가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그 모습에 설현숙이 잔소리를 했다.

“천천히 먹고 가. 아픈 사람이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네, 천천히 먹고 있어요.”

밥을 다 먹은 강건우가 급하게 밖으로 나섰다.

“어머니 저 던전 공략 가서 당분간 못 와요. 걱정하지 말고 계세요.”

“그래, 항상 몸조심해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강건우가 회복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깨 위에 앉아있던 카라가 입을 열었다.

“이번 던전행에 기현님도 합류시킬 생각이신 거죠?”

“응, 어떤 힘을 가졌는지도 궁금하고. 그 힘을 잘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줘야지.”

강건우가 기대에 부풀었다. 권율 중령이 남은 이상 송기현도 남을 확률이 높았다. 초지대교에서 보여줬던 그 힘이 떠올랐다. 차원을 조작할 수 있는 힘을 이용한다면 엄청난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C 랭크 강제 각성자들을 차원의 힘에 노출해 랭크 업을 시도해 볼 수 있겠어. 대형 크리쳐를 사냥할 때도 꼭 필요한 힘이고.’

강건우가 회복실에 도착했다. 생각에서 빠져나온 강건우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특별해 보이는 캡슐 주변을 팔크람과 드워프들 그리고 인간 의사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강건우를 발견한 팔크람이 손을 들어 반겨 주었다.

“강건우, 딱 맞춰왔네. 얼른 이리와. 지금 막 의식을 완벽히 찾았어.”

캡슐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과 드워프들이 물러났다. 열려있는 캡슐에 송기현이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아직 의식을 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멍한 얼굴이었다. 강건우가 송기현을 향해 다가갔다.

“기현씨, 정신이 좀 드십니까?”

강건우의 목소리를 들은 송기현의 얼굴에 반가움이 가득 찼다.

“건우님, 제가 돌아온 게 맞군요. 정말 못 돌아오는 줄 알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강건우가 물었다. 지구의 신들은 분명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었다. 송기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힘들었던 신들과의 시간이 떠올랐다. 훈련을 빙자한 가혹한 시간이었다.

“제가 각성한 힘을 제대로 쓰려면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 후부터 이어지는 신들의 훈련은 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송기현이 설명을 이어갔다. 이어지는 훈련에서 송기현은 지구의 여러 신에게 가혹한 훈련을 받았다고 했다. 신들의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훈련이었다.

“인간을 훈련시키는 것이 오랜만이라며 너도나도 가르치려 드는데 정말 혼났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설명을 끝낸 송기현이 조심스러운 말투로 물어왔다.

“저기···. 권율 형님과 해병대원들은······.”

“아···. 모두 회복을 마치고 한 곳에 모여 계십니다.”

강건우의 말에 송기현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기세로 물었다.

“어딥니까?”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제가 안내해드리죠.”

“감사합니다. 그럼 빨리 가시죠.”

송기현이 벌떡 일어나 앞장섰다. 주변의 의료진들이 기겁하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송기현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 모습에 강건우가 피식 웃으며 뒤따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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