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68화 (69/99)

합류(1)

근미래의 도시를 보는듯한 아크로폴리스는 활기찬 모습이었다. 강건우는 조율자의 성 최상층에 있는 접견실에서 도시를 내려 다 보고 있었다. 해병대원 중 몇 명이 깨어난 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대부분 해병대원이 깨어났다. 깨어난 해병대원들은 의료진과 드워프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회복되어갔다.

“카라, 오늘 스케쥴이 뭐랬지?”

“일단 잠시 후 권율 중령님과의 면담이 있어요. 그리고 저녁에는 시민회관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시면 됩니다.”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일주일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강제 각성자들의 훈련을 점검하기 위해 트레이닝 센터를 방문했다. 차경한을 불러 지도를 가장한 참교육도 해주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하며 시민들과 가까워지는 시간도 가졌다. 팔크람의 연구에 도움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후···. 차라리 던전 공략이 낫지···. 이건 정말 못해 먹겠군···.’

강건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살인적인 스케쥴이었다. 그리고 오늘 권율 중령과 만남이 있었다. 해병대원들의 행보를 결정할 중요한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었다.

강건우가 시계를 바라보았다. 약속한 시각이 되어가고 있었다.

“오늘 대화가 잘 돼야 할 텐데···.”

“잘될 거에요. 아크로폴리스만한 곳이 어딨겠어요.”

“그렇지?”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접견실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건우님, 권율 중령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그래? 안으로 모셔.”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나가는 남자는 차경한이였다. 강건우가 차경한과의 일을 떠올렸다. 얼마 전 트레이닝센터에서의 참교육 이후 자신의 직속으로 배정했다. 차경한은 거만하고 남을 깔보는 성격이 문제였다. 하지만 루난 마을을 완벽히 공략하고 비밀을 알아낼 만큼 능력도 있었다.

‘성격이야 죽이면 되는 거고. 능력은 충분하니 한번 키워봐야지.’

차경한이 나가고 곧이어 권율 중령이 들어왔다. 당당한 체격에 선이 굵은 외모의 권율 중령이었다. 군복을 입고 온 것도 눈에 띄었다. 강건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중령님.”

“우리를 구해줘서 고맙네.”

“하하.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강건우가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권율 중령이 푸근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몸은 어떠십니까?”

“이곳의 의료기술이 대단하더군. 나이를 잊을 만큼 쌩쌩해졌네.”

“다행이군요. 이쪽으로 앉으시죠.”

두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권율 중령이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크로폴리스는 정말 신기한 거 투성이군. 처음 눈을 떴을 때는 외계인한테 끌려간 줄 알았지 뭔가.”

“하하. 그런가요?”

권율 중령의 말에 강건우가 크게 웃었다. 권율 중령이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해병대원들 모두가 자네를 뵙고 싶다고 얼마나 난리인지 모르네.”

“그런가요? 언제 한번 자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하하. 준비 단단히 해야 할 걸세. 다들 먹성이 장난 아니야.”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한테는 도깨비방망이가 있거든요.”

권율 중령이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강건우를 바라보았다.

“기현이는 아직 차도가 없는 건가?”

“아직입니다.”

강건우의 말에 권율 중령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송기현은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걱정이군······.”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다만 의식을 찾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꼭 좀 깨어날 수 있게 부탁하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고맙네.”

송기현을 걱정하는 탓인지 권율 중령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담담히 바라보던 강건우가 입을 열었다.

“해병대원들과 지내는 곳은 맘에 드십니까?”

“하하. 군인 인생에 비바람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신경 써준 덕분에 아주 호사를 누리고 있네.”

“맘에 드신다는 거죠?”

“물론이네. 대원들도 모두 만족 중이네. 여러모로 정말 고맙네.”

그 후로 여러 가지 대화가 오갔다. 강건우는 정부와 군대의 현황에 관해 물었다. 권율 중령은 아는 한도 내에서 성의껏 답해 주었다. 권율 중령은 아크로폴리스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게 자네가 가진 조율자의 상점이라는 것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군.”

“네, 도시의 유지에 필요한 것들을 포인트만 있다면 언제든지 보충할 수 있습니다.”

“정말 놀랍군···. 한 명이 능력으로 유지되는 도시라···.”

권율 중령이 진심으로 감탄했다. 강건우가 쑥스러움에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은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이 컸다. 하지만 아크로폴리스가 발전해 갈수록 자신에 대한 의존도는 낮아질 것이었다.

“뭐···. 앞으로 아크로폴리스의 힘만으로 살 수 있게 체질을 바꿔 가는 중이긴 합니다.”

“젊은 나이에 대단하군. 과거에 태어났으면 왕이 될 상이야.”

“하하···.”

권율 중령의 공치사에 강건우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분위기가 부드러워지자 권율 중령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마겟돈이 시작되고 나서 이렇게 편안히 지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네.”

권율 중령이 아크로폴리스 밖의 상황을 떠올렸다. 인간들은 사방에서 덤벼드는 크리쳐 들을 피해 다녀야 했다. 먹을 것은 턱없이 부족해 사람들은 굶주림에 찌들어 있었다. 그나마 안전한 곳도 인간들끼리 벌어지는 살인, 강간, 약탈,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이었다.

“앞으로 더 살기 힘들어지겠지요.”

“....그렇지, 그래도 이런 곳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네.”

“기현 씨가 깨어나면 떠날 생각입니까?”

강건우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질문을 받은 권율 중령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대원들이 너무 편안해 보이더군···. 마음 같아서는 남고 싶지만, 너무 부담을 주는 게 아닌지 모르겠네.”

권율 중령의 말에 강건우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불감청 고소원이라 했던가. 남아주길 바라는 것은 오히려 자신이었다.

"하하. 중령님과 대원들이 원한다면 계속 머무셔도 됩니다. 아니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군요.“

“정말인가? 고맙네.”

“대신 힘을 보태주십시오.”

강건우의 말에 권율 중령이 껄껄 웃었다.

“하하. 우리도 염치가 있지 걱정하지 말게.”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강건우가 환하게 웃었다. 치료가 끝난 해병대원 중 대부분이 각성자의 재능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중 몇 명만이 초기 각성자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 대원들은 강제 각성물약을 이용해 각성하고 있었다.

‘충격적인 것은 강제 각성물약을 마신 대원들이 모두 B 랭크로 각성했다는 거지···.’

강건우가 팔크람에게서 올라온 보고서를 떠올렸다. 총 213명의 대원 중 초기 각성의 재능 보유자는 5명. 강제 각성물약을 통해 B 랭크로 각성한 대원 108명 나머지 대원들은 아직 치료 중이었다.

“앞으로 어떤 계획하고 있는 지 말해줄 수 있나?”

권율 중령의 질문에 강건우가 생각에서 빠져 나왔다. 강건우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사실 이 부분이 강건우의 최대 고민이기도 했다.

‘권율 중령님과 대원들이 남기로 했으니 의견을 구해봐야겠어.’

현재 아크로폴리스는 사람들을 더 구하고 본거지를 넓혀야 한다는 박태정파. 그리고 내실을 다지고 다가올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김주환파로 나누어져 있었다. 물론 심각한 대립은 아니었다. 박태정과 김주환 모두 각자 생각하는 제일 나은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뿐이었다.

강건우가 권율 중령에게 조언을 구했다. 경험이 많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연해줄 최고의 인물이었다.

“권 중령님은 어떤 방향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음···. 조심스럽지만, 한마디 해보겠네.”

“경청하겠습니다.”

권율 중령이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리고 차를 마시며 한동안 생각을 이어갔다. 잠시 후 권율 중령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참 많은 경험을 했네. 처음 보는 괴물들을 만났을 때는 정말이지 정신이 혼미해지더군···. 모두가 겁을 먹었네! 우리가 가진 무기는 통하지 않았고 크리쳐들은 점점 늘어났지.”

권율 중령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우리는 어떡해서든 우리의 터전을 지켜야만 했네! 많은 젊은이가 죽어갔지···. 난 그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면서 괴로움에 빠져있었지.”

“.....”

강건우가 묵묵히 권율 중령을 바라보았다. 권율 중령의 눈동자에는 의지가 타오르고 있었다.

“이제 나에게 힘이 생겼네. 그리고 자네는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지.”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을 하시려는 겁니까?”

강건우의 말에 권율 중령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같은 세상에 정의감이니 사명감이니 부질없는 말이었다.

“아니.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더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이네. 자네는 큰 힘을 가졌고 하고 싶은 것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은가?”

“......”

강건우가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며칠 동안 아크로폴리스를 둘러보며 느낀 점이 적지 않았다. 자신의 역할이 조율자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약간은 알 것 같았다.

“자네가 결정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총력을 다해 따를걸세. 거기에는 나와 대원들도 포함이지.”

“감사합니다.”

권율 중령이 껄껄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강건우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그럼 나는 대원들과 훈련을 하러 가보겠네.”

“네, 살펴 가십시오.”

권율 중령이 접견실을 나갔다. 혼자 남은 강건우가 깊은 생각에 빠졌다.

‘해병대원들이 전력에 합류한다면 엄청난 힘이 되겠군. 그렇다면 마음 놓고 밖으로 다녀도 되겠어.’

강건우가 던전을 남은 던전을 공략할 결심을 내렸다. 현재 강서구에 남은 미공략 던전은 C 랭크 3개, B 랭크 2개, A 랭크 1개였다.

‘빠르게 공략을 끝내고 포인트를 모아 나와 본거지의 랭크 업을 해야겠어.’

강건우가 인터폰을 들어 차경한을 호출했다. 잠시 후 차경한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오늘 저녁 행사 참석은 취소해주고. 긴급회의를 소집해줘.”

“네, 알겠습니다.”

차경한이 문을 닫고 나갔다. 강건우의 품속에 있던 카라가 고개를 내밀었다.

“건우님, 지구의 신들에게서 메시지에요.”

“응? 무슨 메시지?”

“기현님이 조만간 깨어날 거라고 하네요.”

“정말?! 지구의 신들이 어떻게 알고?”

강건우가 깜짝 놀라 말했다. 카라가 품에서 나와 어깨에 앉았다.

“기현님이 각성한 힘이 지구의 신들과 밀접한 힘인가 봐요. 그동안 영혼 상태로 지구의 신들과 같이 있었다네요.”

“진작에 말 좀 해주지.”

“깜짝 선물일 거라네요.”

“신들은 너무 불친절해.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강건우가 투덜거렸다. 그 모습에 카라가 미소를 지었다.

“신들은 자기 잘난 맛에만 살던 존재들이니까요.”

“에휴···.”

대화를 나누던 강건우가 팔크람의 부탁을 떠올렸다.

“아···. 팔크람이 꼭 좀 찾아와 달라고 했었는데···. 깜빡했네.”

“그럼 제가 먼저 가 있을게요. 회의 마치고 오세요.”

“알겠어. 먼저 가서 상대 좀 해주고 있어.”

“네!”

대화를 마친 카라가 흑백의 빛을 뿌리며 날아갔다. 강건우도 회의를 위해 원탁의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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