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67화 (68/99)

휴식(3)

백화점 1층 보석 상점에 적막감이 흘렀다. 강건우가 유아린과 나타나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어있던 상황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차경한의 행동에 주변의 모두가 경악한 얼굴이었다.

“언니, 저 남자 미친 거 아니야?”

“패기가 넘치네!”

“신박한 또라이다 증말.”

주변이 웅성거리자 차경한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어있었다. 이상한 상황임을 눈치챌 만도 했다. 하지만 차경한은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을 즐겼다.

“이봐. 바로 결제할 테니까 포장해.”

차경한이 결제를 위해 휴대폰을 내밀었다. 한껏 거만한 표정이었다. 직원이 더욱 어이없는 표정이 됐다. 직원이 가만히 있자 차경한이 짜증을 냈다.

“이봐! 뭘 꾸물거려. 내가 산다고 이거.”

강건우가 그 모습을 담담히 쳐다보았다. 유아린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경한 오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부담 갖지 마, 알잖아. 이 정도는 나한테 별거 아니다.”

차경한이 으쓱한 표정으로 강건우를 바라보았다.

‘하···. 이 새끼를 죽여? 살려?’

인내심에 한계가 온 강건우가 입을 떼려 했다. 그때 중년의 남성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남성의 얼굴을 확인한 차경한이 반가운 얼굴을 했다.

“아이고. 점장님! 제가 온건 어떻게 알고 오셨습니까?”

남성은 이 백화점의 점장이었다. 얼마나 빨리 뛰어왔는지 셔츠가 땀에 젖어있었다. 점장이 차경한을 힐끗 바라보더니 건성으로 인사했다.

“아. 경한님, 오셨습니까? 제가 지금 급해서 말입니다.”

“네? 아니 점장님···?”

차경한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 되었다. 자신이 누구던가. 이 백화점의 VIP 고객이었다. 자신을 무시하고 달려갈 만큼 대단한 일이 무엇인지 이해 가지 않았다. 차경한을 지나친 점장이 강건우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 백화점을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점장 김부형 입니다.”

“안녕하세요? 강건우입니다.”

강건우가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주변에서 작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강건우의 이름을 들은 차경한이 얼음장처럼 굳었다.

“강건우? 그···. 강건우 맞습니까?”

턱을 덜덜 떨면서 말하는 차경한이였다. 그 모습에 강건우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일단 내가 볼일이 남았으니까. 나중에 이야기하죠.”

강건우가 차경한은 어깨를 툭툭 치며 보석판매 직원을 바라보았다.

“3만 포인트 결제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직원이 강건우의 핸드폰으로 3만 포인트를 결제했다.

"포장해 드릴까요?“

“네, 부탁드립니다.”

직원이 포장을 시작했다. 강건우의 결제가 끝나자 김부형이 다가왔다. 불룩 나온 배에 후덕한 인상을 가진 중년의 남자였다. 김부형이 직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

“방금 결제한 건 취소하고 대금은 비서실을 통해 결제받으세요.”

“네? 아! 알겠습니다. 점장님.”

직원이 단말기를 조작해 결제를 취소했다. 강건우가 점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고. 무슨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건우님한테 돈 받은 게 알려지면 우리 백화점 문 닫습니다.”

“.....”

김부형의 말에 강건우가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무언가를 공짜로 얻을 성격이 아니었다. 그때 옆에 있던 유아린이 강건우를 향해 말했다.

“저기···. 오빠. 저 진짜 이거 필요 없어요···.”

“아니야. 꼭 사주고 싶어서 그래. 부담 갖지 마.”

“그래도······.”

유아린이 얼굴을 붉히며 망설였다. 강건우가 김부형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제가 선물할 사람이 부담스러워해서 말입니다. 그냥 제 포인트로 결제하겠습니다.”

“아···.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결제를 둔 해프닝이 일단락 되었다. 잠시 후 직원이 포장을 마쳤다. 강건우가 유아린에 목걸이를 건냈다. 유아린의 얼굴이 붉어지며 받아들었다.

“고마워요, 오빠. 잘 간직할게요.”

“잘 어울리겠다.”

“헤헤···.”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자 김부형이 끼어들었다. 만면에 미소를 띄운 채 공손한 어투로 말을 건네왔다.

“건우님, 그럼 제 방으로 가서 차라도 한잔하고 가십시오.”

“아···. 오늘은 제가 둘러볼 곳이 많아서요. 다음에 찾아오겠습니다.”

“예, 꼭 방문해 주십시오.”

김부형이 아쉬운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 강건우가 차경한이 서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잔뜩 긴장한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강건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저 태도는 무엇이란 말인가. 강건우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경한씨.”

“넵! 각성자 4팀. 차경한.”

빠릿빠릿해진 차경한의 태도에 강건우가 실소를 지었다. 조금 전의 거만한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차기 5팀장 내정자라고 했죠?”

“네···. 넵!”

강건우가 턱을 쓰다듬었다. 버릇을 뜯어고쳐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놈을 어쩐다···. 성질 같아선 확!’

그때였다. 차경한이 허리를 꾸벅 숙이며 크게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제가 몰라봤습니다.”

“차경한씨는 사람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나 봅니다?”

차경한의 말문이 턱 막혔다. 강건우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각성한 게 벼슬이라도 됩니까? 트레이닝센터에서 그렇게 교육하나 보죠?”

“아···. 아닙니다!”

“그리고 차기 팀장은 제 결정 없이는 정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차경한씨에 대한 보고는 받은 적이 없군요.”

“.......”

차경한의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강건우가 차경한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조만간 트레이닝센터에서 한번 보죠. 팀장급 실력인지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네??”

강건우가 차경한을 스쳐지나 유아린에게로 향했다.

“죄송합니다. 아린이가 건우님의 여친인지 몰랐습니다. 앞으로 얼씬도 안 하겠습니다.”

차경한의 말에 유아린의 얼굴은 터질 듯 붉어졌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머? 저 여자가 건우님 여자친구였어?”

“예쁘네.”

“으으. 여친이 있을 줄이야.”

강건우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무례함은 기본이고 눈치까지 없는 차경한이였다.

“쓸데없는 이야기 그만하고. 돌아가세요. 나중에 따로 한번 보죠.”

“아···. 알겠습니다.”

차경한의 얼굴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 오늘의 일이 박태정이나 정원석의 귀에 들어간다면 자신은 죽은 목숨이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차경한의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한바탕 소동이 끝났다. 주변의 사람들도 자신의 업무와 일상으로 돌아갔다.

“아린아,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이런저런 일을 겪어서일까 데이트의 분위기가 사라졌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유아린이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들만 같아 속상했다.

“네, 오빠. 오늘 죄송했어요.”

“아니야. 네가 뭐가 죄송해.”

강건우와 유아린이 백화점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차를 주차해놓은 고깃집으로 돌아갔다. 반갑게 맞아주는 장덕겸에게 키를 받았다.

“아린아, 어디로 가면 돼?”

“음···. 지우 만나기로 해서요. 성으로 같이 가요.”

“그래? 잘됐네. 지우 만나고 나서 같이 저녁 먹자.”

“네, 오빠!”

저녁을 먹자는 제안에 유아린의 얼굴이 밝아졌다. 조율자의 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주로 유아린이 말하고 강건우가 미소를 지으며 받아주었다.

잠시 후 강건우의 차량이 조율자의 성에 도착했다. 두 사람이 성의 입구로 향했다. 성의 입구에는 박태정과 김주환이 나와 있었다. 강건우를 발견한 두 사람이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옆에 있는 유아린의 존재에 박태정과 김주환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유아린이 얼굴을 약간 붉혔다. 그 모습에 김주환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린아, 데이트 잘했어?”

“네? 아···. 그게···.”

당황하는 유아린을 대신해 강건우가 입을 열었다.

“주환이 형, 놀리니까 재밌지 아주?”

“하하. 내가 기분이 아주 좋아서 그래.”

“하아···. 내가 참아야지.”

강건우와 김주환이 장난기 가득한 대화를 나누었다.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던 박태정이 입을 열었다.

“건우님, 해병대원 중 일부가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벌써?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른 회복에 강건우가 깜짝 놀랐다. 강건우가 옆에 있는 유아린에게 말했다.

“아린아, 지우 만나서 먼저 저녁 먹어. 아무래도 오래 걸릴 거 같아.”

“오빠, 기다릴게요. 연락해주세요.”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데이트 이후 무언가 적극적으로 변했다. 유아린이 박태정과 김주환에게 꾸벅 인사했다.

“오빠들 수고하세요. 그리고 건우 오빠, 너무 늦게까지 붙잡고 계시지 말고요.”

“알았어. 벌써 이러는 거야?”

“캬! 강건우. 좋겠네?”

박태정과 김주환의 말에 유아린이 혀를 삐쭉 내밀었다. 그리고는 성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강건우의 입이 귓가에 걸렸다.

“형님들. 동생 그만 놀리고. 회복실로 가시죠.”

“건우야, 나는 바로 트레이닝센터로 돌아가야 해.”

“저도, 처리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김주환과 박태정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강건우가 어깨를 으쓱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럼 나 혼자 가야겠네. 다들 수고해.”

****

회복실 안은 여전히 드워프 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팔크람은 한쪽에 앉아 졸고 있었다. 회복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강건우가 나타났다.

“팔크람! 나왔다.”

강건우의 외침에 팔크람이 화들짝 놀라며 깨어났다.

“아씨! 깜짝이야.”

“자고 있었냐?”

강건우가 팔크람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팔크람이 발끈하며 일어섰다.

“요즈음에 나만큼 일 많이 하는 드워프가 있는 줄 아냐?”

“....미안하다.”

“아니···. 뭐 또 그렇게까지 미안할 필요는 없고.”

“팔크람, 깨어난 해병대원들이 있다며?”

강건우의 말에 팔크람이 회복실의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의사들에게 진찰을 받는 몇몇 해병대원들이 있었다.

“지금 인간 의사들이 진찰 중이야.”

“왜? 드워프 들이 안 하고?”

“우린 진작 끝냈지. 인간 의사들이 자기들도 보고 싶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어.”

“그랬군.”

팔크람이 옆쪽에 놓여있는 차트를 들었다.

“일단 MZ-2의 기능을 약간 변형시켜서 차원의 힘에 오염된 병사들을 치료 중이야. 그중 비교적 차원의 힘에 저항력이 높았던 몇 명이 먼저 깨어난 거고.”

“저항력?”

강건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팔크람이 씨익 웃으며 설명을 해주었다.

“각성자들이 던전을 드나들면서도 무사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각성자들도 차원의 힘에 대한 저항력이 있다는 거야?”

“그래, 맞아. 일찍 깨어난 해병대원들은 각성할 정도의 재능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재능이 있다는 거지.”

“그럼 이제 해병대원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강건우의 해병대원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좀 더 검사해봐야 알겠지만. 차원의 힘에 노출된 효과로 각성의 가능성이 커졌지.”

“뭐? 그럼 초기 각성자가 될 수 있단 말이야? 해병대원들 모두?”

강건우는 흥분돼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해병대원들이 모두 같은 각성의 재능을 보유하게 될지도 몰랐다. 권 중령을 설득해 아크로폴리스에 남게 한다면 엄청난 일이었다. 또한, 각성의 비밀을 풀 열쇠도 발견했다.

흥분된 표정의 강건우를 팔크람이 진정시켰다.

“너무 앞서가지 마. 그냥 개인적인 차이인지 전체적으로 같은 상황인지 아직 몰라.”

“해병대원들은 그렇다 치고. 각성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음···. 그것도 더 연구해봐야 해. 던전화를 인위적으로 일으킬 수 없잖아. 이번 일이 특이한 거야.”

“그런가···.”

팔크람의 설명에 강건우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팔크람이 강건우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그래도 단서는 잡았으니까. 계속 연구하다 보면 성과가 있겠지.”

“그래···. 네가 할 일이 많다.”

강건우의 말에 팔크람이 엄살을 부렸다.

“아주 죽겠어. 마정석 연구에 스킬스톤 연구에. 이제는 차원의 힘에 관한 연구까지.”

“부탁해 팔크람.”

“알았어. 술이나 넉넉히 보내줘.”

“하하. 알겠어.”

대화를 마친 두 사람이 회복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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