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SSS급 랭크 조율자-64화 (65/99)

귀환(2)

쿠쿠궁! 육중한 소리와 함께 아크로폴리스의 성문이 열렸다. 열린 문으로 두 대의 바이크와 십여 대의 트럭이 들어왔다. 성문을 통과한 바이크와 트럭은 멈추지 않고 조율자의 성으로 달려갔다. 주변에서 일상을 보내던 시민들이 그 모습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지원 나간 각성자들에 문제라도 생겼나 봐.”

“건우님이 같이 계셨으니까 큰 문제는 아니겠지.”

웅성거리던 시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조율자의 성에 도착한 트럭에서 각성자들이 내렸다.

“어서 움직여! 동료들을 회복실로 데려가!”

차에서 내린 정원석이 큰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강제 각성 3, 4 팀원들이 해병대원들과 부상당한 동료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강건우와 이진호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회복실로 옮기기만 하면 한시름 놓겠군요.”

“부상자들은 그렇다 쳐도 해병대원들은 어떨지 모르겠네.”

강건우의 품에 있던 카라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건우님, 지구의 신들과 이야기를 해봐야겠어요. 조율자의 방으로 가요.”

"응. 보상도 받아야 하니까.“

“그럼 여기는 제가 마무리하겠습니다.”

“진호야, 부탁 좀 할게.”

강건우와 카라가 조율자의 방으로 향했다. 이진호는 이송의 마무리를 위해 남았다.

****

조율자의 방에 있는 ‘가이아의 상자’에서 녹색의 빛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 앞쪽으로는 강건우와 카라가 있었다.

“퀘스트 완료 한번 요란하네.”

“지구 신들의 힘이 많이 회복되고 있어요.”

잠시 후. 녹색의 빛이 사라지고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임무 퀘스트]

목표 – 마니산 조사(완료)

내용: 지구의 신 여러 신중 한 명에게 제사를 지내던 제단이 존재하는 마니산. 지금 그 장소를 크리쳐들이 더럽히고 있다. 그곳을 정화하고 제단을 지키는 수호결계를 설치하자.

보상 : 마정석, 500000P

강건우가 인벤토리에서 마정석을 꺼내 들었다. 영롱하게 빛나는 모습이 한눈에도 귀한 물건임에 틀림없었다. 강건우가 마정석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 쬐그만게 그리 중요하단 말이지?”

“그러게요. 팔크람님이 꼭 달라고 몇 번이나 당부했잖아요.”

“스킬스톤의 제작에 중요한 열쇠라고 했지.”

강건우가 마정석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카라를 향해 입을 열었다.

“마니산의 일에 대해서 신들과 대화를 해야겠는데.”

“네, 잠시만요 제가 연결해 드릴게요.”

카라가 눈을 감고 지구의 신들과 접속을 시도했다. 가이아의 상자에 접속한 카라의 몸이 녹색의 빛에 휘감겼다. 그리고 카라의 입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고맙다. 덕분에 힘을 회복했다.-

“공치사는 됐습니다. 신의 파편과 송기현에 대해 해명해 주시죠.”

강건우의 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강건우가 한숨을 쉬며 팔짱을 끼었다.

“설마 내가 모르고 넘어 갈 거라 생각한 겁니까?”

은은한 분노가 섞여 있는 강건우의 말에 지구의 신이 말을 했다.

-미안하네. 참성단의 주인이 나쁜 의도로 그런 것은 아니네.-

“그렇게 말하기에는 숨긴 게 너무 많지 않나요?”

-나보다는 직접 대화하는 게 낫겠군. 잠시만 기다려주게.-

이름 모를 신이 참성단의 주인과 대화를 이어주기 위해 카라와의 접속을 끊었다. 잠시 후 카라의 입에서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난 참성단의 주인인 환이다. 이번 일은 미안하게 됐군.-

“신의 파편은 그냥 넘어간다 쳐도 송기현의 일은 뭡니까?”

-그자는 먼 옛날 나의 사도들의 후예다. 크라켄의 힘에 공명한 제단이 폭주하는 바람에 능력을 각성한 상태지.-

강건우가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송기현이 보여줬던 막강한 능력을 일반인이 낼 리가 없었다.

“그럼 의식을 잃은 것은 왜 그런 겁니까?”

-내 힘이 부족해 완전한 각성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송기현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대로 놔두면 결국 죽음에 이르겠지···.-

환의 말에 강건우가 한숨을 쉬었다. 결국, 해결책은 뻔했다. 초기 각성물약으로 완전한 각성을 하는 것이었다.

“줬다 뺏는 게 제일 나쁜 건 알고 계시죠?”

-미안하다···. 나중에 꼭 보상하겠다.-

“그 말 잊지 마십시오.”

강건우의 말이 끝나자 카라와 신들의 접속이 끊어졌다. 카라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건우님, 신들이 이걸 예상하고 초기 각성물약을 준거 아닐까요?”

“하···. 설마···. 그런 거라면 진짜 열 받을 거 같은데?”

대화를 마친 강건우와 카라가 조율자의 방을 나섰다. 성안에 있는 회복실로 가기 위해서였다. 강건우의 마음은 복잡했다. 송기현은 아크로폴리스의 인물이 아니었다. 초기 물약을 사용해 각성을 한 후가 문제였다.

‘아크로폴리스에 남아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권 중령님을 따라나선다면 큰 손해야.’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회복실에 도착한 강건우가 송기현을 치료 중인 캡슐로 다가갔다.

창백한 얼굴이 마치 죽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때 회복실의 한쪽에서 박태정이 다가왔다. 캡슐을 담담히 바라보는 강건우를 슬쩍 바라본 박태정이 말을 건네왔다.

“건우님, 오셨습니까?”

박태정의 말에 강건우가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믿음직한 얼굴의 박태정이 서 있었다.

“응, 나 없는 동안 별일은 없었지? 아니다. 지금 별일이 생겼구나.”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전쟁입니다. 희생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박태정이 진중한 목소리로 위로를 해왔다. 강건우가 살짝 웃음을 지었다.

“현재 상황은 어때?”

“경상을 입은 각성자들은 포션을 통해 치료했습니다. 중상자들은 회복 캡슐에서 회복 중입니다. 문제는 해병대원들입니다.”

박태정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해병대원들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인의 몸으로 차원의 힘에 노출됐다. 크리쳐가 되는 과정에서 다시 돌아온 몸이 버티지 못하고 있었다.

“회복 캡슐로도 현상 유지가 힘들어?”

“네, 바이탈신호가 점점 악화하고 있습니다. 의료진들도 손을 쓸 수가 없다고 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남인지도 모르는 거지?”

“불행히도 그렇습니다···.”

강건우와 박태정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때 카라가 고개를 내밀며 입을 열었다.

“팔크람님이 마지막 희망이에요. 무슨 방법이 있을 거예요.”

카라의 말에 강건우가 입을 열었다.

“팔크람에는 연락 넣었어?”

“네, 소식을 듣고는 시간을 좀 달라고 하셨습니다.”

박태정의 말에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송기현을 떠올린 강건우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송기현이 치료받고 있는 캡슐을 찾는 것이었다. 박태정이 한쪽에 있는 캡슐을 가리켰다.

“송기현 씨라면 저쪽 캡슐입니다.”

“저 캡슐은 뭔가 다르네?”

강건우가 캡슐로 다가가며 물었다. 회복실의 한쪽 구석에는 특별한 캡슐이 있었다. 박태정이 캡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팔크람님의 작품입니다. 각성자들의 신체에 맞춰 특별 제작해주셨습니다.”

“언제 또 이런 걸 만들었데?”

“스킬스톤의 일로 각성자들의 몸을 연구하던 중 필요해서 만들었는데 회복실에도 가져다 주셨습니다.”

“정말 드워프들의 기술력은 엄청나군.”

아크로폴리스는 팔크람과 드워프들의 합류 이후 많은 변화를 겪고 있었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도시의 편의시설과 장비들은 업그레이드됐다. 장인의 손기술로 외관 또한 아름답게 변해 가고 있었다.

“시민들도 이제는 드워프들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 팔크람이 좋아하겠군.”

“네, 그렇지 않아도 하루가 멀다고 술집에 나타나신다고 합니다.”

“술집??”

강건우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술집은 유흥문화였다. 포인트를 이용한 경제시스템이 유흥문화에 쓰일 만큼 발달했나 싶었다. 박태정이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게···. 사람들이 생활이 안정되기 시작하니까 욕구불만들이 많이 생겨서······.”

“응, 형이 알아서 잘하겠지.”

“하하···.”

박태정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송기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진호한테 이야기 들었습니다. 살릴 방법은 없는 겁니까?

“있긴 한데······.”

강건우가 말을 하다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을 박태정이 묵묵히 바라보았다.

“기현 씨를 치료하려면 초기 각성물약이 필요해. 지구의 신들이 단지 그 방법뿐이라더군.”

“흠···. 일이 그렇게 된 겁니까?”

박태정의 얼굴에 갈등이 스쳐 갔다. 강건우의 마음이 이해 갔다. 초기 각성물약은 정말 귀중한 것이었다. 한 명의 초기 각성자가 아쉬운 지금이었다.

박태정의 표정을 읽은 강건우가 말했다. 아크로폴리스의 강제 각성자들은 초기 각성물약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 중이었다.

“사람들의 실망이 크겠지?”

“결정은 건우님이 내리는 겁니다. 누구도 반대할 수 없습니다.”

박태정의 말에 강건우가 큰 위로를 받았다. 강건우가 캡슐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초기 각성물약을 꺼냈다. 초기 각성물약을 잠시 바라본 강건우가 결심을 내렸다.

“카라, 부탁해.”

“네, 건우님.”

박태정이 캡슐을 열었다. 송기현의 창백한 얼굴이 드러났다.

“그럼 시작할까요?”

카라의 말에 강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라가 송기현의 입에 초기 각성물약을 넣어줬다.

“크윽···.”

송기현의 몸이 붉은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강건우가 인벤토리에서 [A 랭크 팔크람의 연구소 던전스톤]을 꺼냈다.

[A 랭크 팔크람의 연구소 던전스톤]을 이용한 각성을 시작합니다. 대상을 지정해 주세요.

“송기현.”

던전스톤이 붉은색 빛을 뿜어내며 사라졌다. 송기현의 입에서 격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크헉!”

엄청난 고통에 송기현의 몸이 활처럼 휘어졌다. 카라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회복 캡슐을 작동시켜야 해요!”

박태정이 황급히 캡슐을 닫고 회복기능을 활성화했다. 윙윙. 회복 캡슐에 과부하가 걸리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강건우의 눈에 긴장감이 서렸다. 잠시 후 위기의 순간이 지나가고 송기현이 안정을 찾아갔다.

“휴···. 한숨 돌렸어요.”

“큰일 날뻔했습니다."

카라와 박태정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강건우가 캡슐 안을 들여다보았다. 송기현의 안색이 편안해 보였다. 각성을 마친 몸이 회복단계에 들어선 것이었다.

“이제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어.”

강건우가 캡슐을 탕탕 두들긴 후 다른 곳으로 향했다. 주변의 캡슐을 일일이 확인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치열해질 전쟁에 희생자는 늘어날 것이었다. 강건우가 회복실 안을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밖이 시끌시끌해지며 회복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잔뜩 붉어진 얼굴의 팔크람이 나타났다.

“강건우! 마정석 어딨어?”

강건우가 코를 찌르는 술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대낮부터 저 정도로 마시다니 드워프 다웠다.

“팔크람, 뭔 술을 그렇게 마셔?”

“뭐라고? 드워프에게 술은 양식이야.”

“하아···. 누가 널 말리겠냐.”

강건우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에 팔크람이 호탕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됐고! 마정석 어딨어?”

강건우가 인벤토리에서 마정석을 꺼내 들었다. 영롱한 빛깔에 팔크람이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오오! 이게 바로 마정석. 강건우 고마워!”

“어렵게 구한 거니까. 꼭 성과가 있었으면 한다.”

“지금 수천 년 드워프 과학력을 의심하는 거?”

강건우의 말을 장난스럽게 받아치는 팔크람이었다.

“마정석은 그렇다 치고. 차원의 힘에 노출된 사람들 어딨어?”

팔크람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자신의 동족들을 크리쳐로 만든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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